지난 8월 24일부터 26일까지 캐나다 토론토에서 ‘2018년 한가위 축제(KOREAN HARVEST FESTIVA)’가 개최됐다. 한가위 축제는 매년 ‘토론토 북부 번영회’가 주최해 노스욕 멜라트먼 광장(Mellastman Square)에서 이루어지는 행사로, 한국 음식과 K-Pop, 전통무용과 한복 등 다양한 한국 문화를 캐나다 사회에 알리는 역할을 해왔다. 특히 올해에는 토론토시가 추석(Chuseok)을 토론토 공식 축제로 지정하면서, 그 의미를 더하게 되었다.
<한가위 대축제 음식 부스. 한인과 비 한인에게 한식을 알릴 기회가 될 수 있다>
행사 첫째 날인 24일, 한가위 축제의 오프닝 무대는 전통 음악과 무용, 태권도로 꾸며졌다. 이어 라면 이름 맞추기 대회, K-Pop 및 힙합 공연이 이어졌다. 2017년 '토론토 릴 아시안 국제 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된 한국계 캐네디언의 코미디 영화 <스탠드 업 맨>이 저녁 늦게 상영되기도 했는데, 수많은 가족 단위의 관람객과 커뮤니티 사람들이 찾아 문정성시를 이뤘다. 그러나 둘째 날인 25일 오후에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정계 인사가 참여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던 개막식이 취소되었고, 관람을 위해 모여 있던 관객들이 모두 돌아가는 사태가 있었다. 오후에 비가 그치면서, 전통무용, 한복 쇼, 어린이 K-Pop 댄스, 짜장면 먹기, 복면 노래 챔피언 등의 행사가 재개되어 다시 흥겨운 진행이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개막식 취소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라면 맛 맞추기 대회 현장. 지역 한인 식품업체의 후원으로 이루어진 행사에 많은 비 한인들이 참가했다>
주최 측 추산으로 3만 5천여 명이 참여한 이번 한가위 축제에는 한인뿐 아니라 비 한인들이 친구, 가족들과 함께 찾아 주말을 즐겼다. 광장을 가득 메운 음식 부스에는 떡볶이, 어묵, 김밥과 같은 분식뿐 아니라 치킨, 도시락, 디저트 등이 준비되어 흥미로운 한식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예년에 비해 음식 부스에는 문어구이, 조개구이, 감자 등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다양한 소재의 요리가 많았고, 대부분 중국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음식 부스들이었다. 긴 줄을 서야 하는 인기 부스들은 주로 중국 음식 부스였는데, 이는 K-Food, 즉 음식 한류가 길거리 축제 음식 경쟁에서 중국에 다소 밀리고 있다고 풀이될 수 있는 문제였다. 우유 빙수, 디저트 등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한식 부스가 있었던 반면, 치킨 강정, 떡볶이 등 천편일률적인 음식 선택은 다소 아쉬웠다. 푸드 트럭, 컵밥 등 다양한 음식 소재의 업체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인 커뮤니티의 가장 큰 행사에는 함께 하지 못해 한식의 다양성을 소개하기에 아쉬움이 다소 컸다.
<중국음식 부스가 많은 인기를 끌었는데, 한식의 다양함을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살리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다>
축제를 흥겹게 하는 프로그램에 더불어, 문화 체험 및 소개 부스들도 있었다. 의류와 뷰티 관련 부스들이 예년에 비해 많아졌고, 한인 언론, 업체뿐 아니라 현지 업체들과 관공서와의 협업이 눈에 띄게 많았다. 어린이 및 청소년 부스에는 서예와 윷놀이, 탈 만들기 등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도 있었다. 2018-2019년 한글학교 개강을 알리는 한글학교 부스도 있어 한국의 다양한 문화를 경험함과 동시에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점차 한인 축제로의 입지뿐 아니라 현지화되어 현지 커뮤니티 축제로 나아가고 있는 한가위 대축제는 올해 푸드뱅크(NYHFB)와 함께 협찬 사업을 펼쳐 더욱 기대를 모았다. 또한 추석이 공식 토론토시 축제로 공식 인정되면서, 한국 고유의 명절을 토론토 내 알릴 수 있을 뿐 아니라 토론토시의 홍보 지원을 공식적으로 받을 수도 있게 되었다.
<지역 사회의 다양한 정보를 들을 수 있는 장이 되기도 했던 한가위 대축제>
축제의 하이라이트, K-Pop 댄스 경연에서는 9인조 혼성그룹 ‘KBB 댄스 크루’가 우승상금 700달러와 함께 대상을 수여했다. 이날 행사에는 비트 박서 KrnFX(코리언fx) 임태리 씨가 메인 가수로 초대됐는데, 그의 공연은 세계적인 비트 박서임을 증명하는 무대였다. 그 외에도 보컬 콘서트와 한카노인회 합창단, 나래무용단, 사물놀이패 ‘천둥소리’의 공연 등 다양한 볼거리로 가득했다. 이번 한가위 축제에는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벤트와 토론토 지역 한인 스타들의 무대, 초대 가수들의 공연뿐 아니라 언어 교환 프로그램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대표 유투버들의 모임 등이 새롭게 선보여졌다.
<많은 공연이 준비되어 있던 한가위 대축제>
캐나다 내 한국 문화는 한류를 기반으로 하며, 주최 측에 따라 다채로운 방식으로 운영된다. 대사관, 영사관, 및 현지 문화원을 주축으로 문화 행사와 한인 및 캐나다 기업 등 특정 기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행사, 한인 커뮤니티 자체 문화 행사 등 다양하게 개최된다. 특히 한인 커뮤니티 자체 행사의 경우, 지역 내에서의 한인 단체의 역량을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이 된다. 행사의 기획과 콘텐츠, 마케팅과 협업, 그리고 진행 과정 등 캐나다 토론토 내 한인 커뮤니티가 예년에 비해 지속적으로 성장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지역 내 여러 다른 민족 커뮤니티의 문화 축제와 비교했을 때에는 세밀한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 여전히 존재한다. 한인뿐 아니라 비 한인을 어우르고, 한국 문화를 좀 더 세련된 방식으로 소개하는 커뮤니티 축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캐나다 토론토 내의 한인 커뮤니티의 든든한 성장이 필수적이다. 다문화 시대, 문화적 인플루언서를 꿈꾼다면, 문화적 콘텐츠와 더불어 이를 잘 전달할 수 있는 건강한 역꾼의 발굴이 시급한 듯하다.
※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