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사시사철 항상 변하고 있다. 오래된 건물들 속에서 새로운 예술가들과 문화가 피어나고, 수십 년에서 수백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퍼레이드가 매년 열리며 어릴 적을 추억할 수 있는 콘텐츠가 계속되는 곳이기도 하다. 항상 새것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오래된 문화 콘텐츠와 새로운 유행이 적절하게 믹스매치되어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그러나 뉴욕의 생활비는 15년 전보다 약 2.5배 올랐는데,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되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 때문이다. 높은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뉴욕 지역에서는 이러한 문제 때문에 연일 거리 시위나 노숙자들이 늘어나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 많은 뉴욕 서민들 역시 높은 생활비에 불만을 토로한다. 이에 세계인들은 “뉴욕시가 그렇게 생활비가 높다면, 가장 먼저 문화생활비를 줄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문화 예술의 수도라는 명칭이 무슨 의미냐?”라는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의외로 대부분의 뉴욕 시민들은 문화생활 비용을 줄이지도, 불만을 가지지도 않는다. 이는 원래부터 ‘무료’로 시행되는 행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뉴욕시에서도 적극적으로 저소득층을 비롯한 남녀노소 뉴욕 시민들이 즐길만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뉴욕의 기업들 역시 비싼 홍보 비용을 들여 할리우드 모델을 채용하는 것보다 뉴욕 거리에서 공연, 센트럴파크 후원 등으로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에 총력을 다한다. 때문에 경제적인 여건 때문에 문화를 즐기지 못하는 뉴욕 시민의 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오히려 주말에 비싼 돈을 들여 외식하는 것보다 무료로 브라이언트 공원에서 열리는 요가 클래스를 참석하고 이후 가족들과 공원 잔디 위에서 영화를 시청하며 하루를 보내는 가족들도 많다.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은 뉴욕 공립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작가와의 만남 프로그램을 비롯한 각종 무료 콘서트를 찾아다니며 생활을 즐긴다.
<뉴욕시 여름 대표 문화 예술 콘텐츠 중 하나인 센트럴파크에서 열리는 '셰익스피어' 연극>
<뉴욕 여름의 많은 문화 예술 콘텐츠들은 무료 또는 연 수입, 학생, 나이 등에 따라 아주 저렴하게 볼 수 있다>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열리는 '썸머 스테이지' 무료 공연 모습>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열리는 '썸머 스테이지' 무료 공연은 오전, 오후 등 다양하게 열리며 자세한 스케쥴은 항상 미리 고지된다>
<뉴욕의 다양한 여름 이벤트가 정확하고 깔끔하게 정리된 웹사이트- 출처 : https://www.nycgo.com>
이러한 이유들로 뉴욕은 부자들을 위한 문화생활이 아닌, 오히려 낮은 곳에서부터 즐길 수 있는 문화 예술 콘텐츠가 강해 매년 늘어나는 관광객들로 JFK 공항이 마비될 정도이다. 2018년 여름 역시 뉴욕에서는 폭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을 위한 저비용 고효과 프로그램들을 다수 진행했다. 매년 센트럴파크에서 열리는 ‘셰익스피어’ 공연 시리즈는 저렴한 가격 또는 연 수입에 따라 무료로 참석할 수 있다. 올해도 열린 연극 공연에서는 셰익스피어의 공연을 새롭게 재해석, 작년과 다른 배우들을 채용해 뉴요커들 앞에 설 기회를 제공했다. 많은 시민들은 매년 달라지는 배우와 연극 내용으로 다시 참석해도 만족도를 느낄 수 있도록 기획했으며 공원이라는 야외에서 열리는 만큼 큰 비용이나 준비 없이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또한 뉴욕 한국문화원은 뉴욕시 공원재단(City Parks Foundation)과 공동 주최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음악 특집 공연 ‘썸머 스테이지: 코리아 가요제 (Korea GAYOJE in association with SummerStage and MeanRed; 이하 ‘코리아 가요제’)를 지난 8월 11일 개최했다. ‘코리아 가요제’는 미국과 한국을 넘나들며 국제적으로 활동 중인 한국계 뮤지션들을 초청하여 힙합, 소울, R&B, 팝, 일렉트로닉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 그리고 뮤지션 각자의 음악 속에 녹아든 재미교포 뮤지션으로서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전달하며 공연장을 찾은 뉴요커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외에도 ‘썸머 스테이지’에는 많은 시민들이 무료 공연인 만큼 적극적으로 찾으며 비싼 콘서트가 아니라도 높은 수준의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예술가들에게도 뉴욕의 대표적인 공원에서 공연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며 상호 우호적인 자리를 마련했다.
이 외에도 미술 전시회나 주말의 페스티벌은 여름 내내 폭염을 날려버릴 만큼 시원한 내용들로 가득했다. 앞서 소개한 행사들은 2018년 뉴욕 여름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의 0.1%도 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문화생활이 시민들에게 무료로 제공되고,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율을 낸다는 점은 철저히 효율, 만족, 소통에서 기인한다고 파악된다. 대표적으로 현 뉴욕 시장 델 바시오는 뉴욕 관광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NYC 관광 사이트를 전면 업데이트하며 찾기 쉽고, 정확한 정보와 다양한 언어로 번역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수십 개로 나누어져 있는 사이트와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정보가 아닌, 한 사이트에 깔끔하게 정리된 정보와 시간, 장소, 스케줄, 문의처와 같은 ‘중요 내용’만 담은 공식 NYC 웹페이지는 남녀노소 원하는 콘텐츠와 내용을 찾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나아가 장애인, 고령자들도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뉴욕시 상담 센터를 적극 운영하며 영어뿐만 아닌 다른 언어로도 필요한 정보를 정확하게 찾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한, 이민 신분과 관계없이 취득 가능한 뉴욕시 신분증(IDNYC) 소지자에 한해 각종 유료 미술관, 박물관, 식물원 등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혜택을 주고 있다.
이렇게 철저히 시민 위주의 문화 정책은 뜨거운 여름, 폭염 속에서도 즐길 거리가 ‘경제적 장벽’ 없이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다. 종종 폭염 속에서 여름 방학 동안 문화생활비용 때문에 집에만 있어야 한다는 아동들이나 생활비 때문에 식비 외에는 일절 지출을 하지 않고 집-회사만 오간다는 2030 세대들의 뉴스를 접할 때면 무척 안타깝다. 살고있는 나라나 시 지자체에서 분명 예산을 들여 문화 행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시민들과는 거리가 있는 정책과 스타일로 공석이 더욱 많은 문화 정책 사례를 보고 있으면 뉴욕의 여름이 극명히 대비된다. 실용주의와 시민에 초점을 맞춘 뉴욕의 여름 문화 예술 정책은 한류가 빠르게 퍼질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해주기도 했다. 한류가 뉴욕에서 성공하는 것을 넘어, 국내에서도 뉴욕이라는 도시가 준 기회와 환경을 벤치마킹해 많은 뉴요커들이 한국의 문화 예술 수준을 부러워할 ‘정책 한류'가 도래하길 기대해본다.
※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