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의 미국 투어 공연이 LA를 선두로 시작됐다. 9월 5일 수요일, 저녁 8시의 첫 콘서트를 앞두고 공연 장소인 LA 스테이플스 센터(Staples Center) 인근에는 텐트와 슬리핑백이 늘어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들 중 몇몇 팬들은 지난 9월 2일 일요일부터 기다리기 시작했단다. 《ABC》 등 여러 대중 매체들은 이 기이한 광경을 찍어 방송하면서 “인터내셔널 K-Pop 밴드, BTS의 미국 투어를 보기 위해 미 전국에서 모여든 팬들이 텐트를 쳐가면서까지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들은 스탠딩석에서 방탄소년단을 가까이 볼 수 있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며칠 밤낮을 기다리는 걸 마다하지 않은 것이다. 그 무모할 정도의 뜨거운 열정에 대해서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방탄소년단의 콘서트 개최 알리는 현수막이 걸린 스테이플스 센터〉
〈8시 콘서트를 앞두고 오후 4시경부터 팬들이 모여 있는 스테이플스 센터 앞〉
드디어 공연 당일, 스테이플스 센터 앞은 장사진이었다. 오늘의 주인공인 방탄소년단의 사진과 투어 테마인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의 현수막이 걸린 가운데, 스테이플스 센터 측은 정문 앞의 농구선수 조형물에 모두 BTS 티셔츠를 입혀놓았고 글자 ‘BTS’가 새겨진 대형 판넬을 세워놓아 팬들이 그 앞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했다.
〈스테이플스 센터 앞의 농구선수 조각상에는 이날 모두 BTS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가 입혀졌다〉
〈팬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마련한 대형 BTS 글자〉
한쪽 테이블에서는 방탄소년단의 공식 응원봉인 아미밤(ARMY Bomb)과 티셔츠, 부채 등 여러가지 굿즈를 판매하고 있었다. 팬들은 손에 손에 아미밤을 들고 있었다. 가격이 얼마냐고 물었더니 무려 50달러라고 한다. 방탄소년단의 얼굴이 그려져 있는 부채는 15달러란다. 손이 떨릴 정도의 비싼 가격이었지만 아미들은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대부분 아미밤을 구입하는 모습이었다. 또한 공식 굿즈가 아닌 이들도 각기 BTS의 로고가 들어간 티셔츠를 가지고 와서 팔고 있었다. 공식, 비공식 할 것 없이 날개 돋힌 듯 빠르게 팔려나갔다.
〈아미밤을 구입해 들고 있는 아미들〉
〈‘고통과 슬픔을 나누며 서로를 위로해 줄거야’라는 내용의 배너를 들고 있는 아미〉
〈머리띠, 티셔츠, 점퍼, 아미밤 등 다양한 굿즈로 꾸민 아미들〉
〈BTS 멤버들의 얼굴이 들어간 부채. 15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한 팬이 구입한 다양한 굿즈〉
〈비공식 굿즈인 티셔츠를 팔고 있는 거리의 상인〉
지정 좌석이 있으면서도 오전 9시부터 줄을 섰다는 샤이엔 베런(Cheyenne Barron 17세)과 이반 그레고(Yvonne Griego 18세) 두 소녀는 뉴멕시코주에서부터 12시간 동안 운전을 해서 하루 전날 LA에 도착했다. 이들은 방탄소년단의 미국 투어 티켓을 판매하기 시작하던 날, 온라인으로 티켓을 구입하려 했지만 곧 매진되었음을 알게 되었고 본래 250달러였던 티켓을 400달러에 구입했다고 전했다. 거기에다 호텔비와 연료비 등, 추가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었고 BTS의 로고가 들어간 옷과 여러 가지 굿즈를 구입하느라 적잖은 돈을 썼다. 10대 소녀들로서는 조금 부담될 수도 있을 법한 비용이 들었지만, 이들은 개의치 않았다. 자신이 그렇게도 좋아하는 방탄소년단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데 그까짓 돈이 문제냐는 식이었다. 사실은 바로 다음 날 하는 콘서트에도 참가하고 싶었지만 티켓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 포기했다고 한다.
샤이엔은 방탄소년단이 데뷔하던 2013년부터 좋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멤버 가운데 제이홉을 가장 좋아한단다. 그녀가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이유는 댄스와 파워풀한 비트 때문이다. 엑소를 좋아하던 이반은 친구의 소개로 방탄소년단을 알게 되고 그 이후로는 방탄소년단에게 폭 빠져버렸다. 춤의 안무가 너무 좋고 노래도 너무 아름답다고 한다. 이에 샤이엔은 “저희 둘다 〈Love Yourself〉 전곡의 CD를 다 구입하고 음원도 모두 다운로드했어요.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1위를 차지해서 너무 기뻐요. 팬으로서 너무 자랑스러워요. 그들은 많이 노력했어요. 충분히 1위를 할 만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라 언급했다.
〈뉴멕시코에서 온 샤이엔과 이반〉
샤이엔은 한글을 쓸 수는 있지만, 곧 본격적으로 배울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반은 전화기에 한국어를 배우는 앱을 깔고 시간 날 때마다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뉴멕시코에서도 요즘 K-Pop 열풍이 불기 시작했어요. 몇 년 전만 해도 저 혼자만 좋아하나 싶었는데 요즘은 제 친구들 중에도 팬들이 많아졌고 메인 스트림에서도 K-Pop에 대해 많이 언급하는 것을 피부로 느껴요”라 덧붙였다.
한편 유타에서 온 오텀 보실빅(Autumn Bosilovick)은 가장 친한 친구, 여동생, 어머니와 함께 운전을 하고 LA 스테이플스 센터를 찾았다. 그녀는 8월에 티켓을 구입해서 샤이엔과 이반보다 200달러가 더 비싼 600달러에 같은 클래스의 좌석 티켓을 구입했다. 2년 반 전부터 본격적으로 방탄소년단을 좋아하기 시작했다는 그녀는 BTS의 노래 비트와 댄스 안무는 물론이고 그들의 스토리텔링과 멤버들의 캐릭터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멤버는 진(Jin)이라고 한다. 통신원이 빌보드 1위 소식에 대해 팬으로서의 소감을 요청했을 때, 그녀는 “난 방탄소년단을 너무 사랑하거든요. 그래서 그들이 1위를 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감격스러워서 울었어요”라고 말하며 울먹였다. 〈Love Yourself〉 앨범은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팬들에게 주는 선물처럼 느껴진단다. 그 노래들로 인해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어 그녀는 “그들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신나는 댄스 곡인데도 눈물이 나요. 너무 좋아해서 그래요”라고 말하며 그녀는 다시 눈물을 닦아냈다. 그녀는 본인이 살고있는 유타주의 솔트레이크 시티(Salt Lake City)는 너무 조용한 동네라 아직 K-Pop이 그리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며,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10대들에게 방탄소년단 전도사가 될 것을 자처했다.
〈유타에서 온 오텀. 자신이 좋아하는 진의 이름이 쓰인 셔츠를 입고 왔다〉
〈유타에서 온 오텀. 사랑해요. BTS〉
콘서트 현장의 줄에서 만난 이들은 하나 같이 모두 아미(ARMY) 회원이라고 했다. 그들은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를 스트리밍하고 다른 이들에게 홍보하며 투표가 필요할 때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으로 그렇게도 좋아하는 방탄소년단을 돕는다. 콘서트 현장에 모인 아미 회원들은 다른 아미들에 둘러 쌓인 느낌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통신원이 만난 아미 중 한명은 “내가 좋아하는 관심사를 나눌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나만큼 방탄소년단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보니 너무 반가워서 가슴이 뛰어요”라며, BTS를 향한 열정을 보였다. 스테이플스 센터 앞에서는 방탄소년단 팬덤의 온도를 실제 느껴볼 수가 있었다. 팬들의 열기는 방탄소년단이 간다면 지구 끝이라도 따라갈 것처럼 뜨거웠다.
※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