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이 9월 24일(현지 시간) 뉴욕 유엔(UN)본부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장에서 열린 유엔아동기금(UNICEF) 청년 아젠다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Generation Unlimited)’ 행사에 젊은 세대를 대표해 참석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이 이끄는 ‘청년(Youth) 2030’ 프로그램 가운데 교육 부문 파트너십을 홍보하기 위해서이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데 최고의 역할을 하고 있는 방탄소년단이 이 자리에 있다”면서 방탄소년단을 소개했고, BTS 멤버 7명은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장 단상 앞에 섰고 리더인 김남준(RM)이 약 7분간 영어로 연설을 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 경기를 보면서 느꼈던 소름 돋는 감동을 이 순간 느꼈을 것이다. 아니, 한국인만은 아니었다. 이날 UN의 행사에 참석한 이들도 BTS 멤버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으며 전 세계의 아미(ARMY)들 역시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연설의 감동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BTS는 2017년 11월부터 유니세프와 함께 <러브 마이셀프(Love Myself)>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세계 아동과 청소년 폭력을 그치기 위해서 시작된 이 캠페인을 위해 BTS는 <러브 유어셀프> 연작 음반을 냈고 수익의 3퍼센트를 유니세프 기금으로 내놓기로 했다. 우선 리더 김남준의 영어 연설을 요약해 본다.
작년 11월 방탄소년단은 유니세프와 함께 <러브 마이셀프>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이 캠페인은 진정한 사랑이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믿음으로 기획됐습니다. 이 캠페인의 주된 역할을 담당한 것은 행동력과 열정을 보여준 저희의 팬들(아미 ARMY)입니다. 저는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 평범한 소년이었습니다. 밤하늘을 올려다봤었고,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 되는 상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저희 초기 노래 중, ‘9-10살에 심장이 멈췄다’는 가사가 있습니다. 저 역시 그때쯤부터 타인들이 저를 어떻게 보는지 인식하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통해 저를 보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밤하늘과 별을 보는 것, 그리고 꿈꾸는 것을 멈췄습니다. 대신에 타인들의 시선이 만든 세상에 저 스스로를 가뒀습니다. 이어 나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멈췄고, 타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도, 심지어 저 자신도 제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습니다. 저의 심장은 멈추었고, 눈은 감겼습니다.
이런 일이 우리 모두에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유령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때 음악이 “일어나서 너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라고 속삭였습니다. 그럼에도 음악이 저의 진정한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들을 수 있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상당히 걸렸습니다. 방탄소년단에 들어가기로 했을 때에도 많은 장애들이 있었습니다. 가망이 없다고 얘기한 이들도 있었고 저 역시 모두 그만두고 싶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음을 행운이라 여기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저는 앞으로도 계속 실수를 할 것이고 넘어지기도 할 것입니다. 방탄소년단은 대형 공연장에서 공연을 하고 수백만 장의 티켓이 팔려나가는 아이돌 그룹이지만, 저 자신은 여전히 24살의 평범한 청년일 뿐입니다. 제가 성취한 모든 것은 다른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있었기 때문이며 저희의 팬인 아미 여러분들이 저희를 사랑하고 지지해주셨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저는 실수를 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제의 저 역시, 저 자신입니다. 현재의 저는 과거의 실수들이 모여져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미래의 저는 현재보다 조금 더 현명해질지도 모릅니다. 이 또한 저입니다. 과거의 실수들은 제가 누구인지를 얘기해주며, 제 인생의 우주를 가장 밝게 빛내는 별자리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누구였는지, 내가 누구이고 싶은지를 모두 포함해 스스로를 사랑하세요.
앨범이 발매되고 유니세프 캠페인을 시작한 이후, 우리들은 전 세계의 팬들로부터 중요한 메시지들을 듣게 됐습니다. 그들이 어떻게 삶의 어려움들을 극복했는지, 그리고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입니다. 이 메시지들은 저희들에게 커다란 책임감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에 대해 배운 우리들은 여러분에게도 스스로에 대해 이야기 해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모두에게 질문하고 싶습니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무엇이 당신의 가슴을 뛰게 하나요? 당신의 목소리와 신념을 듣고 싶습니다. 당신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피부색은 무엇인지, 성 정체성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이야기해보세요. 스스로와 대화하는 가운데 당신의 이름, 그리고 당신의 목소리를 찾아보세요. 저 역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삶 가운데 많은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게는 많은 단점이 있고, 그보다 더 많은 두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저 자신에게 용기를 주고 있습니다. 매일 조금씩 더 저 자신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스스로에게 이야기해보세요. 감사합니다. |
<뜨거운 박수를 보낸 청중들 – 출처 : 유투브>
방탄소년단의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캠페인과 UN에서의 연설 내용은 미국의 영성(Spirituality) 계에 불고 있는 바람(Trend)과도 정확하게 일치한다. ‘나는 부족하다(I am not enough)’는 믿음에서 출발한 자아상은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지 못하게 하고, 스스로를 판단하며, 현재가 아닌, 오지 않은 미래의 순간을 기다리는 것으로 평생을 살게 만든다. 반면 ‘나는 충분하다(I am enough)’라는 믿음을 선택하면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고, 과거와 미래가 아닌 현재의 나를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나에 대한 사랑은 세상에 대한 사랑의 출발이다.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명상지도자인 크리스틴 네프(Kristin Neff)에 의해 구체화된 ‘자아사랑(Self Compassion)’의 메시지는 방탄소년단의 노랫말을 통해,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들 버전(Version)으로 만날 수 있었다. 아미들은 방탄소년단의 UN 연설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유뷰트의 BTS UN 연설(Speech) 동영상에 대한 댓글을 살펴보자.
Angie RM: 김남준은 대통령이 될 만한 모든 자질을 갖췄네. Betül Mulbay: RM 연설 보면서 소름이 쫙 돋았어요. Sope Lee: 저는 약물중독이었고 내 삶의 모든 것을 다 잃었습니다. BTS의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캠페인 초기에 이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노랫말은 내 인생을 다시 정상으로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줬습니다. BTS의 노래를 만난 것이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지만, 살면서 처음으로 나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게 됐습니다. 이제 가족도 되찾고 잘 살아가고 있어요. 모두 방탄소년단 덕입니다. 감사합니다. Selena Alectus: 미국인인 나도 살면서 한 번도 사용해보지 않은 영어 단어까지 사용해가며 나보다 유창하게 영어를 하네요. 사랑합니다. BTS. Caitlin Murray: 이 연설문은 정말 예술이에요. 내가 김남준이 본래 연설의 주제에서 조금 벗어난다고 생각했을 때마다 그는 다시 본래의 주제로 되돌아오면서 전체의 연설을 훨씬 더 흥미진진하게 만들었어요. 그래서 연설을 들을 때, ‘다음 순간에는 어떤 말을 할까?, 기대하면서 들었답니다. 김남준. 당신은 정말 우리 모두에게 너무나도 엄청난 영감을 주고 있답니다. BTS 멤버 모두가 너무나도 자랑스러워요. bluecherry redberry: 앞으로 선거가 있으면 누굴 대통령으로 뽑을지 알아요. RM이죠. Jennifer Girard: K-pop 아티스트가 우리나라인 미국의 대통령보다 훨씬 감동적인 연설을 했네요. 김남준 님. 정말 잘 하셨어요. 그리고 방탄소년단 모두요. 저는 40대이지만 BTS의 연설은 감동적이고 영감을 주었답니다. Akanksha: 김남준의 연설, 정말 명연설이었어요. 그래서 다 받아적어 인쇄한 후 액자에 넣었답니다. 이제 벽에 걸기만 하면 됩니다. Kimberly K: 제가 살고 있는 곳의 사람들은 제가 한국의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고 지원한다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요. 그래서 저는 BTS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이제까지 숨겨왔는데….이제 더 이상은 못 하겠어요. BTS는 이 세상 모든 곳에서 경청해야 할 필요가 있는 목소리와 메시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BTS에 대해 저는 형언할 수 없는 존경의 마음과 사랑을 갖고 있어요. 그들의 긍정성은 너무도 신선하고 순수해요. 사랑합니다. BTS. Nakia Greene: 방탄소년단은 그 엄청난 팬덤에 대한 책임감이 클 거에요. BTS의 이번 UN 연설은 팝 뮤직계의 뉴스 그 이상의 것입니다. 정말 말을 잃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모여 있고 정말 많이 긴장했을 거에요. 저는 그들이 그들 자신의 모습인 것이 너무 기쁩니다. 그리고 그들이 이제 이런 파워를 갖게 된 것도요. 우리 모두는 주변에 BTS처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열정적이면서 우리 세대를 위해 목소리를 높여줄 이들이 필요해요. 그들이 그 역할을 담당해주어서 너무 기뻐요. BTS는 진정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어요. BTS가 세상을 바꾸어가는 역사적인 순간들을 직접 목격하며 그들과 같은 시대를 사는 것이 정말 기쁩니다. N-Silva Brazil: 저는 올해 44세의 여성이며 브라질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2013년 10월, 방탄소년단을 알게 되었고, 그들의 음악은 제게 영감을 불러일으켜주었습니다. 그때 이후 저는 그들의 열혈 팬이 되었고, 그들의 팬이 된 것을 단 한 순간도 후회하지 않았어요. 저는 날이 갈수록 이 젊은이들에 대해, 그리고 그들이 너무나도 멋진 아티스트가 되어가는 모습에 대해 자랑스럽습니다. 제 10대 제자들이 김남준의 연설을 보고 그를 롤모델로 삼았으면 하는 생각을 합니다. 감사드려요. BTS. Clover Golden: 저는 초등학교 3-4학년 때 아버지로부터, 7학년 때에는 의붓어머니의 형제로부터 성폭력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8학년 때부터 12학년 때까지는 의붓아버지로부터 성폭력을 당했어요. 제 어머니는 이 사실을 알면서도 그들과 대화를 나눕니다. BTS의 <러브 유어셀프>의 주제를 가진 노래들은 저로 하여금 처음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어요. 그들은 제 삶에 있어 희망의 빛입니다. 이제 18세가 된 저는 BTS가 저와 제 삶을 그들의 데뷔 초기부터 구해줬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BTS. 아미(ARMY) 여러분들께도 감사해요. 이 세상에 아미들처럼 좋은 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행복합니다. |
수천 개의 댓글들은 계속되고 댓글에 대한 댓글도 계속 이어진다. 이 댓글들은 방탄소년단이 정말 예사롭지 않은 그룹임을 알게 해준다. BTS의 노랫말들이 자신의 완벽하지 못한 과거와 현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었다는 내용들, 그리고 UN에서의 김남준의 의젓한 연설이 감동적이었으며 미국 대통령보다 훨씬 멋졌다는 내용들이 가장 많다. 미래에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미국 시민권을 받게 된다면 정치에 입문한다 해도, 이제까지의 어떤 정치인들보다 미국의 젊은이들에게 더욱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자랑스럽다. BTS.
※ 참고자료
https://www.youtube.com/watch?v=ZhJ-LAQ6e_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