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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분석] 인도, 한류에 타다?

2018-10-02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인도 언론이 한류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2015년에도, 2016년에도 인도 언론은 인도에 드디어 한류가 오는가라고 묻곤 했다. 그러나 올해 인도 주류 언론에서 한류가 다뤄지는 모습은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 지금까지의 한류 관련 보도들이 인도 한류의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다면, 올해의 보도들에서는 인도에 한류가 도달하였다는 확신이 묻어난다. 923, 인도의 유력 경제지 이코노믹 타임즈(Economic Times)는 일요판 매거진 특별코너에 2페이지에 거쳐 한류에 타다'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온라인 기사의 제목은 좀 더 직접적이다케이팝에서 케이드라마까지, 김치에서 케이뷰티 까지, 인도의 젊은이들은 한국에 목말라 한다.’ 

 


<923일 인도 언론 '이코노믹 타임즈'가 보도한 한류 관련 특집 기사>

 

방탄소년단의 인도 아미의 화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이야기하는 것으로 기사는 시작한다. 그들의 파워는 인도 음악계에까지 도달했다. 8월 새 앨범을 발표한 인도 래퍼 라프타르(Raftaar)는 방탄소년단 리더 RM2015년 곡 ‘Do You’의 뮤직비디오와 유사한 콘셉트로 규탄받은 바 있다. 결국 라프타르는 트위터에 공식적으로 사과의 트윗까지 올렸다. 인도 음악 전문 채널 vh1에서는 SNS을 통한 팬들의 노래 요청 공세에 못 이겨 아예라는 케이팝 코너를 개설하기도 했다. 인도의 음악 스트리밍 어플 Gaana의 케이팝 재생횟수는 작년의 세 배가 넘는다. 기사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의 자료를 인용하여 한류 문화 수출이 한국 경제에 전해보다 6.9% 늘어난 82억 불의 수익을 안겼다고 전했다. 전 세계의 한류 트렌드와 미국영화에서 등장하는 한국인 캐릭터들 역시 언급한다. 그러나 인도는 이제야 겨우 한류에 탑승했을 뿐이다.

 

이번 이코노믹타임즈기사는 케이팝으로 시작된 인도 내 한류가 어떻게 화장품, 음식, 드라마로 퍼지고 있는지 다룬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케이팝은 2000년 인도 동북지역에 힌디 주류 대중문화가 금지된 시기부터 들어오게 되었지만, 2012년 강남 스타일의 성공 이후 이제는 케이팝 스타들의 스타일과 영어 섞인 노래 가사가 인도 청소년들과 공감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팬이자 뭄바이의 스탠드업 코미디언 수프리야 조시(Supriya Joshi)는 그녀가 방탄소년단의 노래 에피파니로부터 영감을 찾는다고 말하며, 왜 케이팝이 한류의 시발점인지 설명한다. “음악은 어쨌거나 만국 공통의 언어이다.” 조시의 말을 빌리자면 케이팝 팬들은 유튜브 등의 비디오를 통해 자연스럽게 케이 뷰티로 이동한다. 해당 기사에서는 5년 만에 점포를 14개로 늘린 이니스프리의 성공과 한국 브랜드 입점을 통해 스킨케어 제품군의 판매비율이 20%에서 30%로 늘어난 온라인 화장품 쇼핑몰 니캬(Nykaa)의 성공을 언급했다. 본 온라인 쇼핑몰은 이니스프리와 더 페이스샵의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이코노믹 타임즈' 기사에 언급된 온라인 화장품 쇼핑몰 니캬(Nykaa)의 더페이스샵 브랜드 페이지 출처 : 니캬>

 

한식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기사에서는 라면, 김 등이 인도인의 입맛 역시 만족시키고 있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한식은 현재 인도에서 제일 덜 알려진 한국 문화이다라고 소개한다. 한국 식당들은 대부분 한국 주재원들이 거주하는 첸나이, 델리, 푸네, 벵갈루루, 뭄바이 등의 도시에 분포하고 있다. 한국 드라마는 한국 문화의 집합체로 소개된다. ‘꽃보다 남자의 주인공들이 누가 라면을 먹냐는 식으로 대결하는 에피소드를 꺼낸다. 케이팝 가수들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 역시 물론이다. 그러나 인도 내 한국 드라마의 인기를 설명하기 위해 이코노믹타임즈는 문화적 유사성을 언급했다.

 

열여섯 살 사니야 타스마이쉬리(Saniya Thasmaishree)는 두 나라의 문화적 유사성에 매료되었다. “예를 들어, (한국인)들은 우리처럼 어른을 매우 존경하고, 드라마에 이런 부분이 아름답게 그려지고 있어요”.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포옹은 우리의 Jaadu ki jhappis(마법의 포옹: 인도 영화 에서 등장하는 유명한 대사로 포옹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만큼이나 훌륭하다. 그들 또한 진심어린 사과를 할 때 손을 접는다. 많은 우리처럼 크게 웃고 운다.

 

가족 중심 사회와 공경의 문화를 두고, 감성 드라마를 좋아하는 인도인들이 어떻게 한국 드라마에 공감하게 되는지를 잘 설명 해주는 대목이다. 2017Zindagi 채널은 <태양의 후예>를 힌디어 더빙으로 방영한바 있다. 또한 타밀 지역의 예능 채널 Puyhuyugam TV2014년부터 2016년까지 최소 20개 이상의 드라마를 타밀어로 더빙해 방영하기도 했다. 드라마의 인기가 너무 많아지자 KBS측이 비용을 올리면서 한국 드라마의 방영은 종료되었다고 한다.

 

이코노믹 타임즈의 기사는 다양한 한국문화를 담아내고 그 연결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니지만, 정확한 통계자료보다는 여러 인터뷰에 의존하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여전히 사업적인 측면에서 인도의 한류를 그리기 힘들다는 반증일지도 모른다. 지난 87일에도 이코노믹 타임즈는 케이팝을 특집으로 다루는 기사를 통해 케이팝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자세히 분석했다. 이 기사에서 이코노믹 타임즈는 인도의 한류에 대해서도 소개하며, 보다 냉철한 시선을 던진다. 서구에서의 케이팝 부상, 빌보드 탑 100 같은 서양음악 차트 진입을 통해 인도 청년들에게도 유입된 것뿐이라는 것이다.

 


<지난 87일 인도 언론 '이코노믹 타임즈'가 보도한 케이팝 특집 기사 출처 : ‘이코노믹 타임즈’>

 

지금까지 인도에서의 한류는 이렇게 인도에서나 한국에서나 회의적으로 간주되 왔다. 또한 인도의 문화적 보수성과 발리우드의 영향, 사업진출에서의 애로사항들은 인도 한류 진출의 적신호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코노믹 타임즈가 지적하듯 인도의 한류는 이제 막 대도시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광고주들이 Vh1 채널의 K-Pop 전문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지고, 아마존이 칸치푸람(Kanchipuram), 반도다라(Vandodara), 부바네스와(Bhubaneshwar) 같은 중소 도시에서 한국 화장품의 주문을 목격하기 시작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도의 문화적 보수성을 생각해볼 때 비록 비주류일지라도 이만큼의 영향력을 인도에 발휘한 것은 미국 문화를 제외하고는 한국이 처음일 것이다.

 

열성적인 인도 팬들은 자체적인 행사를 개최하고 케이팝 경연대회에 좋아하는 그룹의 노래로 참가하는 등 열과 성을 아끼지 않는다. 비록 앨범 하나 쉽게 구할 수 없는 한류 불모지에 살고 있지만,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어느 한류 팬에 뒤지지 않는다. 그들은 자국의 아티스트이더라도 좋아하는 가수의 뮤직비디오를 베낀 것에 대해 비판하는데 주저하지 않으며, 방송국을 괴롭히면서 좋아하는 가수의 곡을 요구한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10대 팬들이 주류인 인도 한류 시장이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는, 더 커져야만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이코노믹타임즈역시 보다 의미심장한 말로 기사를 마무리 한다.

 

모든 인도의 케이팝 팬은 한 영상으로부터 시작한다추천을 통해서든순수한 궁금증을 통해서든 말이다. “한 달이 지나면 그 가수의 전 생애와별자리와음식취미... 작업에 대해서 알게 된다고 조쉬는 말했다이는 한국 문화의 모든 것에 적용되는 것 같다더 알아갈수록더 알고 싶어진다.

 

인도는 문화적으로 보수적이더라도 '트렌드라면 절대 놓치지 않는다. 인도 언론들이 앞 다투어 한류에 대해서 다루는 이유 역시 세계적 흐름에 인도만 빠질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류가 전 세계적으로 떠오를수록 인도는 오히려 자국의 한류를 들여다보게 될 것이며, '더 알아갈수록, 더 알고 싶어질'것이다. 어쩌면 지금이야 말로 인도가 한류에 올라탄 그 때 일지 모른다. 물 들어 올 때 노 저야 한다는 말처럼, 이제야 겨우 시작된 인도의 한류라는 파도에 보다 힘을 실어줘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참고자료

https://economictimes.indiatimes.com/magazines/panache/from-food-to-popculture-and-cosmetics-india-eager-to-embrace-korean-cool/articleshow/65915355.cms

https://economictimes.indiatimes.com/magazines/panache/bts-tops-billboard-100-list-how-k-pop-helped-korea-improve-its-economy/articleshow/65266543.cms


  • 성명 : 김참슬[인도/뉴델리]
  • 약력 : 현) 주인도 한국문화원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