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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분석] 터키, 한국의 '기술혁신 발전 모델'에 주목하다.

2018-10-08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지난 9월 말, 인기 TV 프로그램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에는 과학을 공부하기 위해 한국으로 유학을 왔다가 14년째 거주 중인 터키인 알파고 시나씨와 그의 친구들의 여행 편이 첫 방송 되었다. 터키에서 변호사, 의사 그리고 IT 기업 CEO로 근무하는 친구들은 유독 한국의 IT와 기술에 큰 관심을 보였는데, “한국이 터키의 롤모델이라며 한국인들의 일상에 스며들어 있는 기술들에 연일 감탄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는 방송 이후 언론에서도 큰 화젯거리가 되었다. 이는 터키의 엘리트들이 뱉어내는 칭찬들이 터키와 한국은 형제의 나라라는 뻔한 멘트에 익숙해 있던 우리 귀에 유독 신선하게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터키형제들이 한국의 최첨단 기술과 미래도시에 반했다는 식의 제목을 달고 나온 기사들에 과한 국뽕이라는 반응을 보이는 네티즌들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는 한국의 높은 기술 수준과 시민들이 누리는 편리한 일상에 동조하는 양상이었다. 올해 초 터키 야당계 정치인들은 총선과 대선을 준비하며 한국형 발전 모델에 대해 이미 언급한 바 있었고, 그들이 가장 강조한 것 또한 기술과 문화의 혁신성이었다.

 

한편 상기 예능 프로그램이 방영됐을 무렵, 지난 924, 터키 디지털&기술 전문 매체 Digital Age는 이러한 추세에 발 맞추듯 한국의 기술·혁신 발전 모델에 대해 대대적으로 다루었다. 이 매체는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혁신 계획을 목표로 산업, 경제계 실무자 및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온라인 기사와 오프라인 매거진을 발행한다. 이번 호에서는 한국이 20세기 중반 이후 보인 빠른 경제발전이 산업, 기술과 어떠한 연관성을 지니고, 여기에 대한민국 정부가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 집중적으로 다뤄졌고, 특히 이러한 요인들이 거의 동일한 선상에 놓여있던 터키와 한국의 경제 규모에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다양한 경제 지표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한국 경제발전 모델이 터키에 던지는 일종의 발전 팁을 시사하고 있다. 아래는 기사의 원문을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다.

 

최근 한국의 기술과 혁신은 (터키의정치적 의제로 논의되기 시작했다사실 30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과 터키는 경제와 기술의 발전도에서 거의 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하지만 1990년대 이후 각종 수치에서 한국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출현했다포브스》 지가 선정한 세계 500개 기업 중 기술 부문을 살펴보면 한국은 상위에 랭크된 15개 기업들 중 두 개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이중 삼성이 2, LG가 14위를 차지한다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1960년대 이후 한국에서 실행된 계획적 산업화 그리고 특히 IT 분야에서 한국기업들이 보여준 혁신성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있다물론 한국 교육 시스템의 역할도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다그렇다면 한국의 기술 주도 성장의 배경에는 무엇이 존재할까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짧게나마 한국의 현대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60년 4월 군사 쿠데타로 이승만 대통령이 해외로 망명하면서 시작된 박정희 대통령의 집권기는 권위주의 시대이자 한국의 전형적인 후기 산업화 과정이라 평가할 수 있다이 시기 제도적인 산업화가 추진되었고국가는 이를 바탕으로 국가의 손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구조와 매커니즘을 형성해 나갔다그것이 오늘날 한국 대기업과 시장 구조의 근간을 이룬다.

 

R&D 성과를 장려하는 정책

2000년 7월 1일 Cumhuriyet Science and Technology Jounal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한국이 많은 후기 선진국들 사이에서 갖는 차이점은 국가가 민영 기업에 보이는 우호적인 태도즉 특혜이다기사를 쓴 Namık Kemal Pak 교수와 Ergun Turkcan 교수는 한국 정부가 민영 기업들의 수출, R&D 그리고 신제품 개발을 적극 장려해왔고기업들이 보인 성과들을 바탕으로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며 기업들과 함께 성장해 왔다는 점을 지적한다특히 한국 정부는 위험 산업군 종사자들에게 더욱 높은 임금을 제공하도록 함으로써 기술자 양성과 생산 다변화에 기여했다정부가 기업들에 보인 태도의 핵심은 열등생에게는 벌을우등생에게는 상을 주는 것이다우리는 다음 표에 드러난 지표들을 통해 한국과 터키 경제가 지난 반 세기 동안 보인 성과를 비교해볼 수 있을 것이다.

 





<기사에 게재된 한국-터키 경제 지표 비교표와 시기별 산업 발전 과정 – 출처 : Digital Age 및 통신원 작성>

 

한국과 터키의 IT와 산업화에 대한 평가

1980년대까지만 해도 터키와 비슷한 규모를 보였던 한국 경제는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완전히 다른 길로 향했다이에 관하여 IT 산업과 교육에 장려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에 대해 언급할 수도 있겠지만그보다는 한국의 수출 지향적 생산 전략이 더욱 강조되어야 할 부분이다위와 동일한 기사에서 두 교수가 언급한 바에 따르면터키의 일반적인 산업화 모델은 내수형으로자본 집약적이고 최대한의 고용 창출 효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반대로 한국은 머지않아 세계 시장과 경쟁하게 될 것을 예측하고 수출 지향적 산업화 모델을 택했으며그 결과는 자연스럽게 기술사용의 범용화편리화 그리고 제도화로 이어졌다더불어 저작권에서 직업 교육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법률 제정 및 정비와 함께 이를 지원하기 위한 기관과 매커니즘도 형성되었다.

 

한국의 기술-경제 제도화

한국의 기술-경제 제도화는 한국의 발전을 읽기 위한 또 다른 흥미로운 단서다한국에는 약 800개 이상의 IT 관련 법률이 존재한다이 중 90개는 그 내용 안에 IT가 직접 언급되어 있다한국은 계획적인 산업화를 추진할 당시상품 생산뿐만 아니라 기술의 생산그리고 이와 관련된 부대 시스템들의 구축을 마치 하나의 오케스트라처럼 상호 기능하게 한 것이다한국 IT산업의 근간이 되는 법률 중 하나는 국가 수준에서 IT 산업을 체계적으로 장려하는 것을 목적으로 1967년 제정된 과학 기술 지원법이다이 법은 근본적으로 이 분야 관련 조직과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한 역할을 수행했다. 1972년 마련된 또 다른 법률은 국가 재정으로 민간기업들의 기술 개발 활동을 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기술 개발 장려법이다. 1973년에는 엔지니어링 서비스 장려법이 제정되어 엔지니어링 산업을 발전시킴과 동시에 R&D 성과를 상업화하여 제조 산업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다또한 1989년 기초 과학 연구 장려법은 한국 과학 연구 실적의 부진함을 보완하기 위하여 기초 과학 분야의 연구 기관 및 대학을 지원해왔다.

 

식료품 이외에는 거의 모든 것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터키로써는 현재와 같은 환율 위기와 물가상승에 대비하기 위해 일단 각 분야의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술을 정착시켜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이 점에 있어 한국의 발전 모델은 터키가 참고하기에 적절해 보이며, 특히 한국의 이미 터키에 진출하여 현지 생산 중인 다수의 한국 대기업들을 바탕으로 터키 정부는 자국의 기술자들을 훈련 시키고, 한국의 생산기술을 현지화하는 절차를 차근차근 밟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우수한 교육기관들이 터키에 더 많은 학술교류와 유학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유학 출신자들의 구직 및 연구를 적극 지원하여 이들을 중요한 인적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형제의 나라라는 프레임은 과거에도 지금도 터키와 한국의 정치·문화적 교류를 가능케 해온 가장 중요한 명목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양국을 강력하게 이어줄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역사나 한류보다 산업과 기술 교류가 아닐까 싶다.

 

참고 자료 - https://digitalage.com.tr/guney-korenin-teknoloji-ve-inovasyon-odakli-buyume-modeli/


  • 성명 : 엄민아[터키/앙카라]
  • 약력 : 현) 터키 Hacet tepe 대학원 재학, 여행에세이 작가, 주앙카라 한국문화원 번역스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