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출판되어 현재까지 많은 사랑을 받는 조남주 작가의 장편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향한 중국 독자의 관심이 높다. 아직 중국어 정식 번역본이 출판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상기 관심은 한국의 시대적 흐름 및 유행이 중국의 조류와 멀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중국에서도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으며, 미투 바람이 불고 있다. 게다가 한국의 뉴스는 시차가 거의 없이 중국에 전해지기 때문에 <82년생 김지영>이 많은 인기가 있고, 화제가 되고 있음을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중국 대륙에서도 <82년생 김지영> 번역본 출판이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선 대만에서 먼저 출판됐다. 대만의 반응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중화권 문화 콘텐츠 리뷰 사이트 ‘도우반(豆瓣网, Douban)’에 대만 번역판 <82년생 김지영>에 20,131명이 평점을, 72명이 짤막한 평가를 남겼다. 물론 여기에는 대만이나 홍콩 네티즌도 있을 것이며, 한국어판을 본 이들도 포함됐을 것이다. 하지만 정식 출판이 되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하면 상기 수치는 상당히 높다. 다른 책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채식주의자>로 유명한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도 대만에서는 번역본이 출간됐지만, 중국 본토에서는 아직이다. 대만 내 <82년생 김지영>은 올 5월에, <소년이 온다>는 올 1월에 출판되었는데, <소년이 온다> 평점에 참여한 사람은 17명이다.
<도우반에서의 ‘82년생 김지영’ 평점 – 출처 : https://book.douban.com/subject/30206189/>
사실 중국에서 중국어로 번역된 한국 소설들은 큰 관심을 받지 못한다. 대부분 평점이 수십 명 안이다. 최근에 인기를 끌었던 소설로는 한강의 <채식주의자>와 김애란의 <비행운>(중국에서는 <너의 여름은 어떠니?(你的夏天还好吗?)로 출판되었음) 정도다. 이 두 소설은 도우반에서 각각 544명, 255명의 독자로부터 평점을 받았다. 단순한 수치상의 비교이긴 하지만,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중국에서 관심도와 반응의 정도를 보여주기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관심을 받는 요인에는 작품의 뛰어난 수준이 있을 테지만, 책이 다루는 소재도 큰 몫을 한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어판을 봤다는 한 독자(아이디: 一颗杏子)는 언제 간자체로 책이 나올까 기대하며, 아래와 같은 평가를 남겼다.
거의 모든 여성으로부터 김지영의 그림자를 볼 수 있다. 김지영의 운명과 현실은 사실 거의 모든 여성의 현실을 반영한다. 어릴 때 집에서부터 남존여비를 겪고, 학교에서 성추행을 당하고, 부모로부터 자신을 아끼지 못한다고 힐난 받으며, 직장에서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불평등한 대접을 받는다. 자기 일을 포기하고 가정주부가 된 후 우울한 기분을 겪는다. 작가는 담담하게 김지영의 성장하는 매 시기의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을 읽었을 때, 참 우울했다. 심지어 공포감마저 느꼈다. 당신이 다음 김지영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 이 책은 여성보다 남성에게 권한다. |
대부분의 서평은 비슷하다. 한국의 독자들이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다. 통신원도 전자책을 구입해 읽었지만,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권한다는 말에 매우 동의한다. 여성에게 이 소설은 삶 그 자체일 수 있으나, 남성에게는 차별을 일깨워 주고 돌이켜 볼 수 있는 소설이 되기 때문이다.
<도우반에 게재된 서평들 – 출처 : https://book.douban.com/subject/30206189/comments/>
<82년생 김지영> 중국어 번역본이 출판되면 한강의 <채식주의자>보다 더 많이 읽힐 것으로 예상된다. 출판되기 전 관심도뿐만 아니라, 현실에 밀착되어 많은 공감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대만 책은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고, 구매 대행 등을 통해야만 구매가 가능하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상기 장벽이 낮아지면 더 많은 중국 독자들이 <82년생 김지영>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시점에서 다행이자 아쉬운 점은 불법 전자책이 유통되지는 않지만, 불법 복제 서적이 판매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대표적 오픈마켓 ‘타오바오’에서 많지는 않지만, <82년생 김지영>이 공공연하게 판매되고 있고, 일부 독자들은 이를 구입한 것으로 보인다. <82년생 김지영> 불법 복제본을 구매한 독자들은 아마도 한국 문학, 혹은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이들일 것이다. 또한, 정식 번역본이 출판되면 기꺼이 구입할 이들이다. 일찍 읽고 싶은 마음으로 복제본을 구매했겠지만 말이다. 불법 복제 서적이 더 퍼지기 전, <82년생 김지영>의 정식 번역본이 출판되길 기대해본다.
<타오바오에서 판매되고 있는 ‘82년생 김지영’, 20위안 미만에 판매되고 있는 것은 불법 복제본이다 - 출처 : www.taoba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