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월 9일 한글날, 뉴델리에 위치한 자와할랄 네루 대학교(Jawaharlal Nehru University)는 한글날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2000년에 시작하였으니 역사가 깊은 행사다. 올해 네루대학교의 한글날 행사는 10월 8일부터 10일까지, 총 3일에 걸쳐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개최됐다.
<자와할랄 네루대학교의 2018년 한글날 행사 포스터>
네루대학교는 인도의 초대 수상 자와할랄 네루(Jawaharlal Nehru)의 이름을 따 지은 인도의 명문 국립대학 중 하나이다. 주로 JNU로 불리는 네루대학교는 특히 연구 중심의 대학원 대학교로, 학부는 외국어를 가르치는 언어문화대학원에만 개설된 것이 특징이다. 네루대학교는 인도 한국어 학습의 역사이기도 하다. 1976년, 네루대학교에 한국어 자격증 과정이 처음으로 개설된 이래 네루대는 남아시아 최초의 한국어 학사와 석사 학위자를 배출하는 등 명실상부 인도 내 중요한 한국어 학습기관으로 자리하고 있다. 1995년 한국국제교류재단 지원으로 시작된 한국어학과(학부)는 2013년 ‘일본·한국·동북아학과’에서 단일 학과로 독립하였다. 그만큼 네루대는 인도 내 한국어 고등교육 기관으로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번 한글날에 앞서 네루대학교에서는 ‘코리아 코너’의 개소를 알렸다. 주인도 한국대사관과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지원하여 설치된 문화·정보센터인 코리아 코너는 네루대학교 언어·문학·문화학 단과대학(School of Language, Literature & Cultural Studies, 통칭 SLL&CS) 내 강의실 129호에 설치되었다. 네루대학교가 공간을 지원하고 주인도 한국대사관에서 내부 디자인과 비품, 자료들을 제공했다. 10월 8일 열린 개소식에 참여한 신봉길 주인도 한국대사는 본 코너가 ‘네루대 안의 작은 한국’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개소식에는 신봉길 대사 이외에도 자가디쉬 쿠마(Jagadesh Kumar) 네루대 총장, 라젠드라 뎅글(Rajendra Dengle) SLL&CS 학장 등이 참석했다. 또한 한국어학과 학생들이 합창 공연을 선보여 의미를 더했다.
<코리아 코너 개소식 모습>
개소식에 이어서는 <제2회 한국문학 세미나: ‘번역, 문학, 그리고 인도: 현재와 미래’>가 개최되었다. 동아대 손석주 교수, 한국문학번역원 출판부의 아그넬 조셉(Agnel Joseph), 암베드카르 대학 산주 토마스(Sanju Thomas) 교수 등이 참가한 세미나에서는 또한 한국어학과 학생들이 힌디, 마라티, 타밀어로 번역한 한국동화책의 발간을 기념하기도 했다. 아그넬 조셉 씨는 2013년 한국문학번역신인상, 2017년 GKL문학번역상 대상을 수상한 자랑스러운 네루대 한국어학과 동문으로, 키노트 스피치를 통해 세계화 시대에 인도 번역가들의 기회와 전망에 대해 소개하기도 했다.
10월 9일에는 한글날 본행사가 이어졌다. 학생들이 준비한 다양한 문화행사는 본 학과가 단순히 언어뿐만 아니라 문화 역시 가르치고 있음을 잘 보여주었다. 학생들은 준비한 부채춤, 사물놀이, 태권도 공연을 선보여 큰 찬사를 받았다. ‘흥’을 더할 노래와 케이팝 댄스 역시 빠지지 않았다. 부산외국어대학교 교환학생들이 합창 공연을 함께 준비하여 그 의미를 더했다. 또한 매년 한국어로 된 극을 준비해오던 학생들은 올해 특별히 ‘개그콘서트’ 코너를 준비하였다. 유머란 그 나라의 문화와 사회적 코드를 꿰뚫어야 한다. 학생들이 한국어로 준비한 코너는 단순히 개그콘서트의 모방이 아니라 창의력과 함께 한국어,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가 돋보인다는 찬사를 받았다.
<네루대학교 한국어학과 학생들의 부채춤 공연(좌) 및 개그콘서트 꽁트(우)>
10일 역시 다양한 행사가 꾸며졌다. 제7회를 맞은 전인도 한국어 에세이 경연대회, 6회째의 퀴즈 경연대회, 5회째를 맞은 노래 경연대회가 개최되었다. 3개의 아시아나 항공 티켓이 ‘깜짝’ 제비뽑기 상품으로 나와 학생들을 더욱 기쁘게 했다. 한국관광공사에서도 부스를 준비하여 학생들에게 한국 관련 최신 정보들을 전달했다. 다양한 한국문화 즐기기에 한식 역시 빠지지 않았다. 주인도 한국문화원이 학생들의 한식 체험을 위해 지원한 비빔밥, 전, 김밥과 같은 한식 메뉴들은 인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기에도 충분했다. 특히 김치전의 인기가 높아 인도인들의 취향이 한국인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점도 느낄 수 있었다.
네루대학교 한글날 행사는 인도에서 역사 있는 한국어학과의 주최로 이루어진 점이라는데 큰 의미가 있다. 매년 개최되는 네루대학교의 행사를 통해 학생들뿐만 아니라 방문객들은 한글날의 의미를 되새김과 함께 한국문화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한국어 교육기관이 단순히 어학뿐 아닌 문화와 역사 역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을 네루대학교에서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현재 인도에서 한국어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대학교는 뉴델리의 국립대학 세 곳뿐만 아니라 전 인도에 13곳이 넘는다. 2018년 8월에는 인도국립방송통신대학에서 한국어 강좌(수료과정)가 개설되어 800명의 학생들이 등록하기도 했다. 이제 인도 어디에서나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한국어 배우기 열풍 역시 만만치 않다. 1년에 2회만 실시하는 한국어능력시험의 응시자 수는 작년에 비해서 200명 이상 증가했다. 2017년부터는 뉴델리 자미아밀리아대학(Jamia Millia Islamia) 역시 한국어 학과를 개설, 한국 문화공연과 영화 등을 소개하는 한국문화 축제를 개최하였다. 네루대학교의 한글날 행사처럼 본 행사 역시 연례행사로 이어질 예정이다.
<행사에 준비된 한국 음식(좌), 퀴즈 경연대회 ‘Quiz on Korea’ 개최 모습>
한국어를 배우는 인도 학생들은 단순한 취미보다는 한국 기업에 취직하거나 한국에서 일하고 공부하고자 하는 생각이 크다. 학생들은 드라마 등을 통해 문화를 접하지만, 직접 체험하고 경험하는 것은 또 다르다. 비록 1년에 하루, 이틀이지만 네루대학교의 한글날 같은 교육기관에서 개최하는 행사들이 학생들의 한국 문화공연을 직접 꾸려보는 기회를 주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이번 행사에는 주인도 한국대사관과 국제교류재단뿐만 아니라 한국관광공사, 아시아나 항공 등도 후원하여 학생들에게 더 큰 즐거움을 주었다.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문화 경험을 제공하는 행사에 더 많은 기업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이러한 행사들을 통해 단순히 언어 능력뿐만 아니라 두 나라의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양국관계를 증진 시킬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낼 수 있을 것이다.
※ 사진 출처 : 자와할랄 네루대학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