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파훼원, ‘고정’은 그 대상이 되는 저작물 혹은 실연물이 공중에 전파될 수 있는 수준인지 여부와는 무관하다

2018-10-29 한국저작권위원회

주요내용

[프랑스] 파훼원, ‘고정은 그 대상이 되는 저작물 혹은 실연물이 공중에 전파될 수 있는 수준인지 여부와는 무관하다

박성진<*>

2018912, 프랑스 파훼원은, 공중에게 전파될 수 있는 수준의 최종본을 유형물에 녹음하여 고착한 것뿐만이 아니라, 연습수준으로 실연한 것을 녹음한 것 역시 고정된 것이라고 판시함. 또한 비록 음이 포함되었더라도, 영상은 음악출판사가 이행하여야 하는 계속 출판할 의무의 주된 목적물이 될 수 없고, 대신 음만이 그에 해당한다고 판시함.

사실관계

A는 음악저작물의 저작자 및 실연자임.

이 사건의 피고는 음악출판<1 > 및 프로덕션 업을 행하는 법인임.

A는 피고와 그의 음악저작물에 대한 녹음(enregistrement) 계약 및 출판계약을 맺음.

이후 1981123, A는 그의 처인 B와 이혼하게 되는데, 이때 A의 저작물 및 실연물의 이용료는 부부 공동재산(anquêt de communauté)으로서 분류됨.

- 이로 인해 A19751016일부터 1981515일 사이에 실연한 음의 녹음물을 이용한 것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용료 전액이 B에게 귀속되게 됨.

- 그리고 B는 자신이 A의 저작물 및 실연물에 대해서 가지는 권리를 피고에게 양도함.

A198661일 사망하였는데, 이로 인해서 그의 두 아들이 A의 피상속인들이 됨.

따라서 19751016일부터 1981515일 사이의 녹음물에 대한 권리는 피고에게 귀속되며, 그 이후 기간에 대한 권리는 A의 두 아들들에게 귀속됨.

피고와의 계약으로써 녹음 및 발매한 녹음물 C에는 그가 연습형식으로 실연한 음악저작물(sketches)이 수록되어 있고, 이 녹음물 C는 큰 성공을 거둠.

이 사건의 원고인 A의 피상속인들과 전처 B, 피고가 녹음물 C19751016일 이전에 녹음된 것으로서 그에 대한 권리는 A의 피상속인들에게 있는데, 피고가 그에 대한 저작권료를 지급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며 소를 제기함.

다른 한편, SACEM<2 > 자료에 따르면 여타기간과 비교해보았을 때, 1993년부터 1996년 상반기까지 A의 저작물의 판매량이 현저히 저조함.

이 점에 대해서, 원고는, 프랑스 지식재산권법(Code de la propriété intellectuelle, 이하 CPI) 132-12조에 피고는 출판사로서 A의 저작물을 계속 출판(exploitation)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다하지 않았다며 소를 제기함.

- 이는 피고가 여타 기간에 비해서 해당 기간 동안 A 저작물을 적게 제작하였으며, 광고 역시 부진하게 행하였기 때문인데, 이는 이 조문에서 피고에게 부과하고 있는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에 해당함.

이 사건의 쟁점

첫째, ‘고정(fixation)’의 의미.

- CPI 212-3조에 따르면, 실연을 1)고정, 2)복제, 3)공중에게 전달, 그리고 4)음과 소리가 동시에 고정된 경우 음과 소리를 분리하여 이용하는 행위는, 실연자로부터 서면으로 동의를 구해야 하는 것으로, 이는 CPI가 규정하고 있는 실연자의 저작재산권 중 하나임.

- 따라서 만약 녹음물 C의 제작이, 단순한 녹음인지 혹은 고정인지 여부가 문제가 됨.

- 그리고 설령 고정에 해당하더라도, 그것이 19751016일부터 1981515일 사이에 행해진 것이라면, 이에 대한 저작재산권은 피고에게 귀속되기 때문에, 이것이 문제가 됨.

둘째, CPI 132-12조가 규정하는 피고의 의무 이행방식.

- 출판사는 영구적(permanente)이고 계속적(suivie)으로 저작물을 계속 출판할 의무 및 전문적인 목적에 따라(conformément aux usages de la profession) 저작물을 상업적으로 전파하여야 하는 의무를 이행해야함.

- 이때 음악출판사의 경우, 음악저작물의 형태뿐만이 아니라, 텔레비전 방송과 같이 그래픽적인 방식으로도 음악 저작물을 계속 출판할 수 있음.

- 따라서, 해당 조문이 뜻하는 계속 출판할 의무의 방식이 그래픽적인 방식으로써의 출판도 포함하는지 여부가 문제가 됨.

당사자들의 주장

피고는 고정이란, 공중에게 전파(diffuser)할 목적으로 저작물을 고착(figer)시키는 행위를 일컫는다고 주장함.

- 이러한 경우, 음악저작물을 녹음한 최초의 녹음본에서, 그에 존재하는 결점들을 제거함으로써 공중에게 전파될 수 있는 수준에 최종 음악저작물을 유형물에 고착시키는 행위만이 고정에 해당함.

- 그런데 녹음물 C에 수록된 음악저작물들은 최종본이 아닌, A가 연습의 일환으로써 실연한 것의 녹음에 불과하기 때문에 원고는 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고 주장함

반면 원고는, 고정의 개념에서 핵심적인 사안은, 고착화되는 대상이 창작물의 실연에 대한 것인지 여부라고 주장함.

- 따라서, 최종본의 제작 여부나 실연을 물질화(matérialisation)하는 것인지 여부를 묻는 개념이 아님.

- 덧붙여 로마협약 제3조 제b항에서 음반을 모든 고정(toute fixation) []”으로 정의하고 있고, 1996WIPO 실연·음반 조약 제2조 제c항에서 고정, 소리나 공연(représenation)을 감지(percevoir), 복제(reproduire) 및 전달(communiquer) 할 수 있도록 하는 매체에 구체화(incorporation)하는 것으로 규정함.

- 국제조약의 이와 같은 내용에 비추어 보았을 때, 최종본만을 고정으로 볼 수 있는 법률상의 근거가 없다고 주장함

한편 두 번째 쟁점에 대해서 원고는 해당 조문은 청각적인 방법으로 음악저작물을 계속 출판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함.

- 물론 출판사가 녹음물 및 음악저작물을 시각적인 방법으로 출판한 경우에도 이행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이는 부차적인 출판행위에 그침.

- 따라서 그래픽적 방법으로 A의 저작물을 출판한 피고의 행위는 해당 조문이 규정하는 출판행위에 부합하지 않음.

이에 대해서 피고는, 해당 기간 동안 라디오 및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그래픽적인 방법으로 A의 저작물을 전파하였기 때문에 해당 의무를 다한 것이라고 항변함.

하급심의 판단

2017214, 파리 항소법원은 첫 번째 쟁점에 대해서 고정이란 저작물 및 실연물을 공중에 전달할 수 있는 상태에 다다른 것을 의미한다고 판시함.

- 이는 단순히 소리를 포착(captation)하는 수준의 녹음은 고정에 해당하지 않고, 복수의 복제물로 제작할 수 있는 수준의 최종 저작물 및 실연물을 고착시킨 것만이 고정에 해당함.

- 따라서 녹음물 C에 수록된 A의 저작물 및 실연물은 고정된 것이 아님.

한편, 두 번째 쟁점에 대해서 A의 저작물에 대한 피고의 계속적 이용 의무와 관련해서, 문제가 되는 저작물의 그래픽적인 출판 역시 피고가 이 의무를 행한 것으로 보아, 피고의 주장을 인용함.

파훼원의 판결

2018912일 파훼원<3 >은 먼저, ‘고정이란 매체에 실연자의 실연(prestation)을 최초로 결합한 것도 포함된다고 판시함.

파훼원은, 최종본의 제작만을 고정으로 보았던 하급심의 판결은 법률의 규정을 곡해한 것이라고 판시하면서, A의 실연이 최초로 녹음된 때부터 고정이 있었던 것으로 판시한 것임.

이어서 이 법원은 청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1993년부터 1996년까지 A의 저작물을 출판한 피고의 행위는, CPI 132-12조가 목적으로 하고 있는 출판행위가 아니라고 판시함.

- 파훼원은 원고의 주장을 인용하여 일차적인 출판행위 없이 행해진 A저작물의 부차적인 출판행위는 효력이 없다고 판시함.

참고자료

- http://bit.ly/2PmQrd0

- http://bit.ly/2ILGjYL

- http://bit.ly/2CwwjCm

- http://bit.ly/2ChsuQq

- http://bit.ly/2QQ8jNU

- http://bit.ly/2PCqczj

<1 > CPI 132-1조가 규정하고 있는 출판계약(contrat d'édition)’이라 함은, 저작물의 견본품(exemplaire)을 수개 제작하는 행위를 일컫는 것으로서, 비단 어문저작물뿐만 아니라, 영상저작물이나 음악저작물도 출판계약의 목적이 될 수 있음.

<2 > 음악저작물에 대한 저작자, 작곡가 및 출판사의 저작권을 관리하는 프랑스의 저작권 집중관리 단체 (Société des auteurs, compositeurs et éditeurs de musique의 줄임).

<3 > Cour de cassation Première chambre civile 12 septembre 2018 N˚ 17-19.490 Cassation partielle.

<*> 낭트대학교 지식재산권학과 석사과정, 상명대학교 저작권보호학과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