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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외교, 프랑스에서 한식이 '경험'이 되기까지

2025-12-11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프랑스 내 한식은 중국·일본·베트남 등 다른 아시아 지역의 음식에 비해 여전히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간 한국 문화 콘텐츠의 유행과 발효식품,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로 한식에 대한 프랑스 소비자들의 한식에 대한 관심과 호감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2025년에는 프랑스 내 주요 공영방송에서 한식 관련 콘텐츠가 적극적으로 소개되며 미디어 노출도 증가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프랑스-독일 공영방송 《아르테(Arte)》의 <요리 여행(Voyage en cuisine)>에서 비빔밥과 김치를 다루었고, 11월 4일에는 프랑스 공영방송 《프랑스 5(France 5)》에서 <한국 음식: 김치 외교(Cuisine coréenne, la diplomatie du kimchi)>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특히 해당 프로그램이 방영된 당일, 김치를 비롯한 한국 음식과 한식당 관련 검색량이 눈에 띄게 증가하기도 했다.
프랑스 5 홈페이지 내 해당 방송 페이지

< 프랑스 5 홈페이지 내 해당 방송 페이지 - 출처 : 프랑스 5(France 5) >

11월 4일 구글 프랑스 김치와 한식 관련 검색어 트렌드

< 11월 4일 구글 프랑스 김치와 한식 관련 검색어 트렌드 - 출처 : 구글 트렌드 >

이번 《프랑스 5(France 5)》 다큐멘터리는 특히 소프트파워의 관점에서 한식과 김치의 세계적 확산을 조명하며, 2020년 이후 <오징어 게임> 등 한국 텐츠의 성공이 음식 문화에 미친 영향까지 함께 분석한다. 다큐멘터리는 김치와 장류 같은 발효 음식이 한국 문화의 뿌리 깊은 요소임을 강조하며, 사찰 식이 세계적으로 가장 건강한 식단 중 하나로 평가받는 배경도 함께 소개한다. 또한 한식을 먹는 것이 단순히 음식을 먹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전통과 문화, 그리고 음식 먹는 방법을 경험하는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건강성·전통성·문화적 경험의 조합은 프랑스 소비자들에게 한식이 단순한 외국 음식이 아니라 '새로운 생활문화'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식이 건강식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한편, 라면이나 떡볶이 등 일부 인스턴트 제품의 인기 증가는 한식의 긍정적인 건강 이미지와 충돌하는 지점도 만들어냈다. 해당 프로그램은 특히 이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한식과 달리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제품 특성상 나트륨과 첨가물 문제가 제기되며, 이는 '발효와 채소 중심의 건강한 한식'이라는 이미지를 희석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최근 프랑스 내 대형 마트에서 예전보다 다양한 한국 식품을 훨씬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인스턴트 제품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두드러진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대형마트 내 아시아 음식 코너

< 프랑스 대형마트 내 아시아 음식 코너 - 출처 : 통신원 촬영 >

영상에서 언급했듯, 프랑스 내 유통 환경에서도 변화가 두드러진다. 까르푸, 모노프리, 인터마르쉐 등 대형마트에서 라면을 비롯한 일부 한국 제품을 쉽게 만나볼 수 있게 되며 한식에 대한 접근성이 구조적으로 강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프랑스 내 대형마트뿐 아니라 아시아 식품을 취급하는 중국계 마트에서도 한국 라면, 김치, 고추장, 김, 떡볶이 소스 등의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며 소비층이 확대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식품의 수요가 프랑스 내 한인 사회를 넘어 프랑스 일반 소비자층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그러나 이러한 확산 과정에는 한계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소비자들은 한국 음식과 일본·중국 음식 사이에서 여전히 혼동을 겪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아시아 식품 진열대가 국가별로 구분되지 않고 혼합되어 있어, 김치를 일본식 절임류로 이해하거나 고추장을 일본 매운 양념의 한 종류로 오해하는 사례가 발견된다. 이는 한식의 고유한 정체성이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프랑스 내 한식의 영향력은 아직 폭발적이라 보기 어렵지만 미디어 노출 확대, 유통망 확장, 발효식품 트렌드, 한국 콘텐츠의 힘이 결합하며 꾸준하고 안정적인 성장 흐름을 보이고 있다. 향후 한식의 정체성을 보다 명확히 전달하고 일본·중국 식품과의 혼동을 줄이기 위해서는 한식의 고유성의 강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제로 김, 미역, 두부, 만두 등 일본과 유사한 음식이 있는 경우 프랑스 소비자들은 한국식 명칭보다 일본식 명칭으로 자연스럽게 인식하고 있다. 이렇게 명칭의 고유성이 없는 점이 한식을 다른 아시아 국가의 음식과 혼동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국 식품 브랜드의 전략적 홍보와 명칭 정착을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동시에 한식의 고유성을 강화하는 전략과 더불어 국가별 식문화와 건강 인식 차이를 고려한 맞춤형 홍보 전략 역시 필요하다. 예컨대 인스턴트식품 소비가 높은 미국에서는 빠르고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으면서도 영양 균형을 갖춘 '인스턴트 한식'이 건강식으로 받아들여지는 반면, 프랑스에서는 전통 조리법, 발효 과정, 채소 섭취 비중 등 '자연성과 정통성'이 한식의 건강성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 인식된다. 이처럼 국가별로 한식을 건강하게 만드는 기준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한식 홍보 역시 해당 시장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식문화에 맞추어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구글 트렌드, https://trends.google.fr/trends/
- ≪France tv≫, Cuisine coréenne, le diplomatie du kimchi, 
https://buly.kr/4mdvdmZ
- ≪Arte≫ (2025. 01. 21). Corée du Sud : le bibimpap, 
https://www.arte.tv/fr/videos/119582-010-A/voyage-en-cuisine/ 
- ≪Arte≫ (2025. 02. 04). Corée du Sud : le kimchi, 
https://www.arte.tv/fr/videos/119582-018-A/voyage-en-cuisine/

통신원 정보

성명 : 김명선[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프랑스/파리 통신원]
약력 :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 아시아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