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 성균관대학교는 중앙아시아 고려인 동포들이 고난의 역사 속에서도 우리의 글, 한글을 지켜온 노고에 보답하고 나아가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 및 우수 외국인 대학생 유치를 위해 성균 한글 백일장 대회를 개최했다. 이후 백일장 대회는 연례행사가 되어 올해로 10회 차를 맞이했다. 그동안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을 오가며 개최된 ‘중앙아시아 성균 한글 백일장 대회’는 올해 10월 23일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 그랜드미르 호텔 8층 콘퍼런스 홀에서 오전 9시부터 진행됐다. 주제 발표를 위해 특별히 참석한 바바호자예브 사르바르 우즈베키스탄 교육부 차관은 백일장 주제인 ‘우리’를 또박또박 한글로 직접 써 발표해 대회에 참석한 학생들과 관계자들에게 많은 박수를 받았다.
백일장 주제를 전해 들은 대회 참가자들은 지난해 대회 주제인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보다는 대체로 무난하다는 평을 내놓았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한 타지키스탄과 우크라이나 참가 학생을 제외한 중앙아시아 4개국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21개 대학교 52명이 참석한 가운데 9시 20분경부터 시작된 한글 백일장 대회는 약 2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제10회 중앙아시아 성균 한글 백일장 대회>
백일장 대회장 밖에는 각국의 대학교 한국어 학과 인솔 교사와 한국어 학당 관계자들이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자신들이 가르쳐온 제자들이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최대한 발휘하기를 기원하며 행사장 밖을 떠나지 않았다. 한글 백일장 대회 맞은편에서는 특별히 함께 참석한 고전 번역원에서 한국어 지도교사 들을 위한 특별 강연을 진행했다. 특히나, 한국어 수업 관련 한국드라마와 고전에 얽힌 학습자료 활용 방안을 제시해 학습자료 활용 측면에서 환영받았다.
백일장 심사에 이어서 저녁 6시부터 시작된 시상식과 만찬장에서는 한글 백일장 참가자들과 관계자들이 대회 긴장감과 자신이 작성한 글, 글제 등을 주제로 대화의 꽃을 피우며 수상자 명단에 혹시나 자신의 이름이 들어있기를 바라는 즐거운 상상으로 시상식을 기다렸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상식에 앞서 대회 위원장인 이명학 교수는 축사를 통해 “대회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한국어를 비롯한 한류가 낯선 불모지와 같았던 중앙아시아에서 대회를 개최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라며 첫인사말을 건냈다. 이어서 “회를 거듭하고 해를 넘길수록 중앙아시아 한국어 학습자들의 눈에 띄게 성장해 가는 수준의 한국어 실력은 큰 결실로 11년이 되는 올해에 남다른 감회와 보람을 느낀다”는 소감을 밝혔다. 무엇보다 “초창기 중앙아시아 성균 한글 백일장 대회 시작부터 지금까지 대회가 원활하게 개최될 수 있도록 현지 주최 기관으로서 노고를 아끼지 않는 허선행 타슈켄트 세종학당 장에게 깊은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다.
심사 위원장 김호 교수는 좋은 글이란 “내용과 형식이 잘 어우러진 글이 좋은 글”이라며 우리의 한글을 통해 내면의 감정을 표현하고 나아가 사회와 세계를 함께 이어주는 글들을 보고 너무도 놀랍고 기뻤다고 심사평을 전했다. 하지만 단 하나, 아쉬운 점을 지적했는데, 맞춤법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맞춤법은 한국어 지도교사들과 한국어 학습자들이 함께 꾸준히 노력한다면 얼마든지 좋아질 것”이라고 격려했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상식에서는 장려상 15명, 가작 10명이 발표되었으며 시상식 참가자들은 수상 호명자 한 명마다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이어서 진행된 금, 은, 동상 수상자들을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유학 시 2년간 등록금을 전액 면제받는 특별 혜택이 주어져 아직까지 호명되지 않은 참가자들에게 수상의 기대감을 높였다.
<제10회 중앙아시아 성균 한글 백일장 대회’ 본 상 수상자들>
‘제10회 중앙아시아 성균 한글 백일장 대회’ 동상은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외국어 대학교에 재학 중인 하피모브 베흐모드가 수상했으며 은상은 카자흐스탄 대학교 신 나제즈다가 수상했다. 이번 대회에 특별히 마련된 한국 왕복 항공 권과 금상 수상의 영예는 우즈베키스탄 동방대학교 졸업생 나자로바 마지나에게 돌아갔다. 마지나의 이름이 호명되자 지도 선생님과 학교 동문 참가자들은 모두 일제히 환호와 박수를 보내며 축하했다. 특히나, 대회 참석자들 또한 진정으로 축하의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제10회 중앙아시아 성균 한글 백일장 대회’ 금상 수상자 나자로바 마지나와 정인숙 지도교사>
마지나는 수상 소감에서 “올해는 너무나 행복한 한 해”라며 “결혼을 해 가족이라는 ‘우리’를 만들고 꿈꾸어 오던 한국 유학의 기회까지 주어지니 ‘우리’ 모두인 남북이 함께 노력해 나가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는 자신의 글귀가 떠오른다.”고 금상 수상 소감을 밝혔다. 마지나는 다문화, 다종교 국가인 우즈베키스탄을 분단국가인 남북의 상황에 빚 대어 ‘우리’라는 생각을 가지면 통일도 어렵지 않다는 백일장 내용으로 심사위원들이 만장일치 금상 수상자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에서 개최되는 다수의 한글 백일장 중 전통성과 높은 수준을 인정받는 ‘중앙아시아 성균 한글 백일장 대회’는 또 하나의 한국 유학 꿈의 통로로 자리매김하며 한국어를 통해 크고 작은 꿈을 이룰 수 있는 인생의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