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식품의약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산업은 연간 생산액이 2013년 7조 9,720억 원에서 지난해 기준 13조 1,515억 원으로 5년 사이 2배가량 성장했다. 그런가 하면 수출액은 2013년 1조 4,445억 원에서 2017년 5조 5,652억 원으로 4배 급증했다. 미국 화장품 시장에서 한국 제품 점유율도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미국은 전 세계 최대 화장품 시장이며 2017년 기준 약 860억 달러(약 97조 원) 규모다. 이 중 한국 화장품 점유율은 5위(5.5%) 4억 5000만 달러(약 5058억 원)로2016년 대비 28% 신장세를 기록했다. 최근 국내 뷰티 커머스 플랫폼 미미박스가 세계 최대 뷰티 유통기업 세포라와 공동 개발한 K-뷰티 브랜드 ‘가자(Kaja)’를 공식 출시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가자 브랜드 론칭을 시작으로 ‘현지화된 K-뷰티’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어간다는 계획이다. 올해 4월 로레알이 국내 색조 브랜드인 ‘스타일 난다’를 4000억 원에 인수하면서 K-뷰티 영향력을 확인하게 했다. 지난해 9월에는 도브, 바셀린 등을 보유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 유니레버가 자외선 차단 스틱 등으로 유명한 브랜드 AHC 제조사 카버코리아를 약 3조 원에 인수하는 등 K-뷰티 바람이 어느 때보다 뜨겁게 불고 있다.
미국 화장품 브랜드 `글로레시피(Glow Recipe)`이 오프라인 매장 진출을 넘어 자체 브랜드 제품을 선보이며 뉴욕 시민들은 물론 미국 전역에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2014년 글로벌 화장품 회사 로레알(L'Oreal USA)에서 중역을 지낸 바 있는 새라 리와 크리스틴 장이 만든 '글로우 레시피'는 기초화장품부터 색조화장품까지 다양한 품목을 선보이고 있는 K-뷰티 선두주자로 미국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글로우 레시피가 미국 화장품 업계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15년 1월, 스타트 업을 대상으로 하는 메이저 TV 방송 《ABC》 채널의 투자 유치 오디션인 '샤크 탱크'에 출연하면서였다. 화장품 개발에 대한 열망이 넘치던 30대 새라 리와 크리스틴 장은 한국 화장품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프레젠테이션으로 심사위원들의 호감을 얻어 42만 5,000달러의 투자를 받는 데 성공했다. 방송이 전파를 타자마자 회사 사이트에는 순식간에 수십만 건이 접속되며 사이트가 다운될 정도였다.
<글로우 레시피 자체제작 수박 제품 – 출처 : 글로우 레시피 공식 홈페이지>
<엄청난 SNS 팔로워들을 거느리고 있는 글로우 레시피 – 출처 : 글로우 레시피 인스타그램>
<미국 뉴욕 마몽드 매장 전경>
<뉴욕에서 판매되고 있는 한국 제품들>
이 방송 출연으로 유명해진 글로우 레시피는 ‘K-뷰티의 대표 화장품 회사’라는 명성을 얻으며 승승장구, 세계적 대형 화장품 유통 채널 ‘세포라’로부터 화장품 트렌드 소개를 부탁받을 정도로 성장했다. ‘글로우 레시피’의 성공과 함께 이들이 자체 개발, 론칭한 수박을 이용한 워터멜론 라인은 보습성이 뛰어난 데다 바른 후의 산뜻한 느낌으로 스프링 화장품 시장 핫 아이템으로 등장했다. 어린 시절 햇볕에 그을리면 할머니가 수박팩을 해주던 기억에 착안해 수박이라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 제품을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한국적인 스토리와 대중적인 과일과 한류 뷰티 기술이 합쳐진 결과물이다. 글로우 레시피는 지난해 매출 약 100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지난해 대비 세 자릿수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워터멜론 글로 슬리핑 마스크`는 핑크색의 젤리 같은 제형에 수박이라는 자연 재료를 사용했다는 점이 미국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장 대표는 '처음에는 성분이 좋은 한국 화장품을 미국 시장에 소개하는 일로 시작했지만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자체 브랜드를 론칭했다'면서 '세포라에서 여덟 번이나 매진됐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라고 말했다. 세포라는 세계적인 뷰티 편집숍 체인으로 화장품 업계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슬리핑 팩이 성공을 거두면서 올 초에는 차기작인 `워터멜론 글로 핑크 주스 모이스처라이저`를 내놨다. 이 제품은 《피플》 매거진에서 올해 `최고의 뷰티 신제품`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글로우 레시피는 세포라 이외에도 지난해 9월부터 `타깃(Target)` 1500여 개 매장에 입점했다. 타깃은 미국의 대표 슈퍼마켓 체인 중 하나로, 뉴욕에도 브루클린을 비롯한 지역에 매장이 위치해 뉴욕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대중적인 쇼핑센터 중 하나다. 타깃의 마크 트리턴 최고 구매담당자는 'K-뷰티는 타깃에서 판매하는 프리미엄 스킨케어 부문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카테고리 중 하나'라면서 '타깃 전용 K-뷰티 컬렉션을 통해 고객들이 한국의 다양한 뷰티 제품을 손쉽게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타깃은 '글로우 스튜디오' 컬렉션 제품의 가격을 5달러에서 38달러 사이로 책정해 소비자들이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덧붙여 타깃은 또 다른 K-뷰티 브랜드인 메이크 프렘(Make P:rem)과 매장 입점 계약을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뷰티 분야는 얼마 남지 않은 2018년, 한류라는 바람과 함께 기술력, 가격, 디자인까지 높은 수준에 있는 한국 화장품들이 앞으로 북미 시장에서 어떻게 주류 고객들을 꽉 잡아야 할지 모멘텀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