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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재판소 법무관, 단순한 군사기밀보고서는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한다

2018-11-19 한국저작권위원회

주요내용

[EU] 사법재판소 법무관, 단순한 군사기밀보고서는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한다

박희영*

독일 연방대법원은 언론사가 군사기밀보고서를 공개한 것이 저작권 침해에 해당되는지 아니면 표현의 자유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의 문제를 EU 사법재판소에 선결 판결을 요청함. 이에 대해 사법재판소 법무관은 이 보고서는 저작권으로 보호될 수 있는 저작물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그러한 보호는 표현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한다는 이유로 EU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견해를 밝힘.

□ 독일 국내 절차에서 사실 관계

○ 독일 정부는 ‘해외파병 의회 협력법’에 따라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독일 연방군의 군사 상황 보고서를 매주 작성하여 의회에 보고함.

○ 이 군사 상황 보고서는 기밀문서 중 가장 낮은 등급인 4급으로 분류됨(이하 ‘군사기밀보고서’). 정부는 이 군사기밀보고서에서 기밀 사항을 제외하여 축소된 공개용 보고서를 만들어 언론에 배포함.

○ 독일의 한 일간신문 WAZ(Westdeutsche Allgemeine Zeitung)은 2012년 9월 정보공개법을 근거로 2001년에서 2012년까지 공개되지 않은 군사기밀보고서의 열람을 요청함. 정부는 정보공개법이 정한 보안상 이유로 이 요청을 거부함.

○ 하지만 WAZ는 다른 방법을 통하여 군사기밀보고서를 입수하고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이 보고서의 내용을 스캔한 복사본을 ‘아프가니스탄 문서’라는 제목으로 자사의 인터넷 포털에 공개함.

○ 독일 정부는 WAZ가 저작권법 제12조의 공표권을 침해하였다고 경고하고 포털에 공개한 내용을 삭제할 것을 요청하였으나, WAZ가 이를 거절하자 이 사이트 운영자인 Funke Medien NRW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함.

□ 1심 및 항소심 판결

○ 1심과 항소심 법원은 군사기밀보고서를 저작권법상 어문저작물로 인정하였고, 저작권의 보호를 받지 않는 공공저작물(저작권법 제5조)로도 인정하지 않음. 따라서 정부의 동의 없이 이 저작물이 공표되었기 때문에 공표권이 침해되었고, 신문사가 이 보고서의 복사본을 만드는 행위는 복제권 침해이며, 이를 인터넷에 공개한 것은 전송권 침해라고 판결함. <1 >

○ 1심과 항소심 법원은 또한 이 보고서가 일상 사건에 대한 언론보도의 목적으로 복제 내지 전송될 수 없다고 판단함. 공표된 저작물은 그 목적이 정당화되는 경우 인용이 허용되지만 이 사안에는 해당되지 않음.

□ 연방대법원의 선결 판결 요청

○ 대법원은 이 사안은 정보사회저작권지침(2001/29/EC)의 해석과 관련된다고 판단하고, 다음 세 가지 문제에 대하여 사법재판소에 선결 판결을 요청하는 결정을 내림. <2 >

○ 첫째, 이 지침의 복제권(제2조 a)과 공중접근권(전송권)을 포함한 공중전달권(공중송신권)(제3조 제1항)에 관한 규정과 이들 권리의 예외와 제한에 관한 규정들(제5조 제2항과 제3항)은 국내법으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입법자가 재량권을 행사 가능한지 여부

○ 둘째, 복제권과 공중전달권의 예외 또는 제한의 적용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어떠한 방식으로 기본권 헌장을 고려해야 하는지 여부

○ 셋째, EU 기본권 헌장의 정보의 자유(제11조 제1항) 또는 언론의 자유(제11조 제2항)는 지침에서 정한 예외와 제한 사유가 아닌 다른 사유로 복제권과 공중전달권의 제한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 여부

□ 사법재판소 법무관의 견해

○ 법무관은 2018년 10월 25일 단순한 군사기밀보고서는 저작권으로 보호될 수 있는 저작물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그러한 보호는 표현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한다는 이유로 EU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견해를 밝힘. <3 >

법무관은 이 사안에서 저작권 보호를 통해서 독일 정부가 추구하려는 목적은 저작물의 이용이 아니라 그 저작물에 포함된 정보의 비밀 보호에 있다고 판단하고, 연방대법원이 제청한 문제를 EU 기본권 헌장의 표현의 자유(제11조)의 해석 문제로 재구성함. 즉 연방대법원이 선결 판결을 제청한 문제는 독일 저작권법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회원국이 문서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하여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일반적인 문제로 파악함.

○ 이러한 전제에서 법무관은 이 사안에서 문제가 된 군사기밀보고서는 순수한 정보를 전달하는 문서로서, 완전히 중립적이고 표준화된 용어로 작성되어 있고 사건에 대해 정확하게 보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공되지 않은 정보(raw information)로 파악함. 따라서 저작권법은 오로지 아이디어가 저작물에 표현된 방법만을 보호하므로 가공되지 않은 정보가 포함된 아이디어 자체는 자유로이 복제되고 전달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정보는 저작권 보호에서 배제된다고 봄.

○ 법무관은 이 사안의 군사기밀보고서가 저작권법의 저작물인지는 국내 법원이 최종적으로 평가해야 하므로 사법재판소는 이러한 사실에 관한 평가를 수용할 수 없고 연방대법원이 제청한 문제를 적법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힘.

○ 사법재판소가 이러한 견해를 따르지 않는다면 사법재판소는 회원국이 이 사안에서 문제가 된 문서에 대한 저작권을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해서 주장할 수 있는지 다루어야 한다고 봄.

하지만 법무관은 회원국의 문서에 대한 저작권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될 수 없다는 견해임. 국가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서 특정한 정보를 비밀로 보호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한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있지만, 이 사안에서는 비밀정보로서 문서의 보호가 아니라 저작권의 대상으로서 문서의 보호가 문제된다고 봄.

국가는 지식재산권을 포함한 민사법상의 재산을 이용할 수 있지만, 표현의 자유와 같은 다른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해서 재산적 기본권을 주장할 수는 없다고 봄. 국가는 기본권을 통해서 어떤 혜택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의무를 부담하는 주체에 해당함.

○ 법무관은 또한 군사기밀보고서를 저작권으로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를 밝힘.

○ 이 사안에서 독일 정부가 추구하려는 유일한 목적은 공개되지 않은 민감한 특정 정보의 비밀 보호임. 하지만 이러한 비밀 보호는 저작권법의 목적으로 볼 수 없고, 저작권은 이러한 목적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도 안 됨. 민감한 정보의 비밀 보호는 저작권과는 관련이 없기 때문임.

저작권을 통한 문서의 보호로 달성하려는 표현의 자유의 제한은 또한 민주사회에서는 필요하지 않을 뿐 아니라, 민주사회에 대단히 유해하다고 판단함. 표현의 자유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인 언론의 자유는 시민을 통한 국가권력의 통제에 있고, 이러한 통제는 모든 민주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함.

이러한 통제는 특히 그 내용과 존재(또는 비존재)를 국가기관이 숨기려고 하는 특정한 정보나 문서의 유포를 통해서 행사될 수 있음. 문서의 유포가 국가의 본질적인 이익을 위협하여 사회 자체를 위협하게 되면 민주사회에서 그러한 정보와 문서는 비밀로 준수되어야 함. 하지만 이러한 비밀준수는 법률에 규정된 법원의 통제 절차에 따라서 보호되어야 함. 국가가 이러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문서와 관련하여 저작권을 주장하는 것은 허용되어서는 안 됨.

○ 따라서 법무관은 사법재판소가 독일 연방대법원의 제청문제를 적법하지 않다고 선언하거나 기본권 헌장의 표현의 자유에 근거해서 회원국의 기밀 문서의 공중전달을 제한하기 위해서 정보사회저작권지침을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해야 한다는 견해를 사법재판소에 제안함.

□ 평가 및 전망

○ 독일 본안절차에서 국가가 언론사를 통해서 불편한 정보가 공개되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서 저작권을 남용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었음. 문제의 군사기밀보고서는 저작권으로 보호될 수 없고 그러한 보호는 표현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한다는 이유에서 EU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법무관의 견해는 이러한 비판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음.

○ 따라서 유럽사법재판소가 법무관의 견해를 어떻게 수용할지 주목됨.

<1 > LG Köln Urteil vom 2. Oktober 2014 – 14 O 333/13; OLG Köln Urteil vom 12. Juni 2015 – I 6 U 5/15.

<2 > BGH Beschluss vom 1. Juni 2017 - I ZR 139/15 - Afghanistan Papiere. 저작권 동향 2017년 12호 참조.

<3 > CJEU Opinion of the Advocate General, 25. Oct. 2018, Case C-469/17.

□ 참고 자료

- https://bit.ly/2CW6KKi

- https://bit.ly/2AIJ8aM

- https://bit.ly/2yJDPX9

- https://bit.ly/2OmOVq7

* 독일 막스플랑크 국제형법연구소 연구원, 법학박사


첨부파일 EU_박희영.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