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회사 ‘라이엇게임즈(Riot Games)’가 만들어낸 가상 걸그룹, ‘K/DA’의 신곡 ‘POP/STARS’의 조짐이 심상치 않다. 걸그룹들이 쏟아져나오는 케이팝 세계인지라 그들의 이름과 얼굴을 알아보기도 힘든 판에 가상 걸그룹이라니… 이게 도대체 무슨 얘기인가, 의아해하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하기야 컴퓨터 게임이라면 ‘슈퍼마리오’를 마지막으로 해봤던 통신원으로서도 문외한인 분야이다. 가상 걸그룹 ‘K/DA’의 등장은 팝 문화의 지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었다. 먼저 가상 걸그룹 ‘K/DA’가 누구인지를 알아봐야 할 텐데, 그러려면 K/DA를 만들어낸 ‘라이엇게임즈’가 어떤 회사인지부터 살펴봐야 할 것이다. 위키피디아의 내용을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다.
라이엇 게임즈는 캘리포니아주 산타 모니카(Santa Monica, LA 한인타운에서 자동차로 30분 정도 거리)에 본사를 두고 있는 미국의 게임 개발 회사이다. 2008년 10월, ‘리그오브레전드: 운명의 충돌’을 발표했고 2009년 10월에 '리그오브레전드'라는 이름으로 게임을 발매한 이후 운영하고 있다. 2006년 설립 당시에는 미국의 회사였으나, 2011년에는 중화인민공화국의 게임사인 텐센트에게 인수되어 텐센트 소속의 자회사가 되었다. 또한,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 대회인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십 시리즈를 개최하고 있다. 아일랜드, 대한민국, 브라질, 터키, 오스트레일리아에 지사를 두고 있다.”
라이엇 게임즈의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게이머들 사이에서는 LoL로 불린다.)’의 인기 챔피언인 아리(Ahri), 이블린(Evelynn), 카이사(Kai’Sa), 아칼리(Akali)라는 캐릭터를 4인조 케이팝 아이돌 그룹 멤버로 변신시켜 출범한 사이버 걸그룹이 바로 ‘K/DA’인 것이다. 2008년부터 시작된 온라인 매체로 패션과 젊은이들의 팝 문화를 콘텐츠를 소개하는 《데이즈드디지털닷컴(dazeddigital.com)》에 따르면 라이엇 게임즈가 이 사이버 걸그룹을 결성한 것은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의 온라인 전투에서 새롭게 출시된 ‘스킨즈(Skins)’의 판매를 홍보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게임 내 캐릭터의 외형을 바꿔주는 아이템이 스킨인데 그 이름이 가상 걸그룹의 이름과 같은 K/DA이다. 이 ‘스킨즈’를 통해 캐릭터들은 가수로 변신한다고. 이 상품은 10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가상 걸그룹이니 실제 가수가 나와 춤을 보여주고 노래를 부르지는 않더라도 캐릭터 뒤의 목소리는 있어야 할 터이다. 아리, 아칼리, 이블린, 카이사의 목소리는 각각 걸그룹 (여자)아이들의 미연, 소연, 미국 가수 '매디슨 비어(Madison Beer)', '자이라 번스(Jaira Burns)'이 맡았다.
또한 가상 걸그룹이라도 걸그룹이라면 부르는 노래와 해당 노래의 뮤직비디오가 있어야 할 터. 가상 걸그룹 ‘K/DA’의 데뷔곡 타이틀은 ‘팝 스타즈(Pop/Stars)’다. 지난 11월 3일, 인천 문학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8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이 행사는 한 달 동안 계속됐다.) 개막식 무대에서 신곡 ‘팝스타즈’가 AR(증강현실), 그리고 이들의 노래를 녹음했던 매디슨 비어, 자이라 번스, 미연, 소연의 합동 공연으로 첫선을 보였고 공연 직후에는 뮤직비디오와 음원이 공개됐다. 그동안 사이버 가수에의 시도는 몇 차례 있어왔지만 게임 속 캐릭터로 프로젝트성 걸그룹을 결성하고, 실제 가수들이 이들의 노래를 공연한 것은 국내 최초의 일이다. 이날 개막식 무대에서는 AR(증강현실) 기술을 통해 현장에 마련된 화면에 캐릭터가 등장해 휴먼 가수들과 일종의 '합동 공연'을 펼쳤었다.
<지난 11월 3일, 인천 문학 주 경기장에서 열린 2018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 개막식 무대 중 K/DA의 공연 장면>
<사이버 걸그룹 KD/A 의 목소리를 맡은 가수들 . 왼쪽부터 '자이라 번스 (Jaira Burns)', 소연 , '매디슨 비어 (Madison Beer)', 그리고 미연>
<뮤직비디오 속의 사이버 걸그룹 KD/A>
그들의 데뷔곡인 ‘팝스타즈’가 발표된 지 11일이 지난 11월 14일 현재, 이 곡은 빌보드 ‘월드 디지털 송 세일즈(World Digital Song Sales)’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으며 유튜브의 공식 뮤직 비디오 조회 수는 11월 15일 오후 5시 현재, 6080만을 넘었다. 《데이즈드디지털닷컴》에서는 사이버 걸그룹 KD/A의 각 멤버들이 이런 캐릭터를 갖고 있다고 소개한다. 물론 라이엇 게임즈에서 만들어낸 캐릭터이다. 아리(미연이 보이스를 맡았다.)는 그룹의 리드싱어이다. 여우의 귀와 커다란 크리스탈 꼬리를 가졌다. 어린 시절 팝뮤직 계의 프린세스였었던 그녀는 2013년에 케이팝 신인상을 수상한 바 있고, 다섯 개의 싱글을 발매한 뒤 휴식기를 가졌단다. 하지만 그런 모습보다는 좀 더 엣지있는 하이패션의 이미지를 보이려 노력한다. 자신의 이름을 딴 향수 브랜드를 가지고 있으며 ‘팍시(FOXY) 화장품’의 모델이기도 하다. 뮤직비디오에서는 가장 섹시하고 여성스러운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사이버 걸그룹 KD/A의 리더, 아리>
이블린은 또 다른 리드보컬이다. 이블린의 목소리는 가수이자 배우인 매디슨 비어가 담당했다. 매디슨 비어는 엄청난 수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갖고 있으며 ‘As She Please’라는 앨범을 발표한 아티스트다. 이블린의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섹시한 보라색 마녀로 표현된다. 뮤직비디오는 이블린이 슈퍼카 위에 앉아있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그녀의 취미는 '고급차 수집'이라고 한다. 강렬한 디바의 이미지인 그녀는 “전 사교계 명사가 아니라 아티스트에요.”라며 그녀 자신의 까탈스러운 취향에 대해 사과할 의사가 전혀 없다. 그녀의 팬클럽은 ‘디바즈(Deevas)’이다.
<사이버 걸그룹 KD/A의 리드보컬, 이블린>
카이사는 비교적 최근 싱어송 라이터가 된 자이라 번즈가 목소리를 맡았다. 그녀는 올해 초, ‘Burn Slow’라는 EP를 출시했었다. 카이샤는 사이버 걸그룹 KD/A의 메인 댄서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에서 그녀의 캐릭터는 어릴 적부터 서울, 홍콩, 뉴욕, 케이프타운 등 다양한 도시에서 자라났다(어쩐지 씨엘을 연상시키는 분위기이다). 괴물들이 연합해 있는 무시무시한 차원의 공허 지역(Void)에 잡혀 있었다가 멋진 문신을 한 전문 암살자가 되어 그곳으로부터 부상하게 된다.
<사이버 걸그룹 KD/A의 메인 댄서, 카이사>
아칼리는 소연이 목소리를 맡았다. 아칼리는 그룹에서 랩을 담당한다. 온라인에서는 초기 팬들이 가장 좋아했던 캐릭터이다. 게임에서의 그녀 캐릭터는 터보 네온의 외모를 갖고 있고, 페이스 마스크나 바디 페인트 등으로 자신을 감추며 별로 자신을 드러나지 않는 스타일이다.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 무술을 그만두었다고 한다. 데뷔 뮤직비디오 속, 기차 칸에서 네온 낙서를 하는 모습으로 나오는 그녀의 캐릭터는 펑크 닌자로 묘사된다.
<사이버 걸그룹 KD/A의 래퍼, 아칼리>
흥미로운 점은 리드보컬, 리드댄서, 래퍼 등 한국 걸그룹이나 아이돌 그룹의 멤버 구성을 사이버 걸그룹에도 그대로 옮겨왔다는 점이다. 노래도 여느 걸그룹들처럼 한국어와 영어를 적절히 섞어서 했다. KD/A는 브라운아이드걸스과도 조금 비슷한 면이 있고 현재 인기 절정인 트와이스와도 유사점이 보이게 구성돼 있다. 《데이즈드디지털닷컴(dazeddigital.com)》은 “인터넷에 폭풍우를 일으키고 있는 사이버 케이팝 걸그룹, K/DA를 만나보세요.(Meet K/DA, the virtual K-pop girl group taking the internet by storm)”라는 제목의 기사를 11월 13일 자로 게재했다. 루카스 라키어(Lucas Lockyer) 기자가 작성한 동 기사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비디오게임을 위해 창조된 사이버 걸그룹 K/DA가 게이머들과 케이팝 팬들을 연합시키고 있다. 또한 이 사이버 걸그룹은 현재 일고 있는 케이팝의 파도에 올라타 엄청난 속도로 인기가 부상하고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공식 팬덤 사이트에서는 사이버 걸그룹 K/DA가 팝뮤직 산업보다 더 큰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가상 공간에 존재한다고 평했다. 전 세계는 외모, 보컬, 무대에서의 존재감 등 모든 것이 받혀주는 새로운 걸그룹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K/DA라는, 모든 것을 이상적으로 만족시키는 걸그룹이 탄생했다는 것은 전혀 놀라울 일이 아니다. 지난주 유튜브에 ‘팝스타’ 뮤직비디오가 업로드된 후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유튜브와 애플뮤직의 성적 외에도 레딧(Reddit – 젊은 세대들이 많이 방문하는 사이트) 커뮤니티, 트위터, 데비안트아트(DeviantArt)에도 팬아트가 엄청나게 올라왔다. 사이버 걸그룹 KD/A의 데뷔로 인해 한동안 멀리하던 비디오게임의 세계로 다시금 돌아왔다는 이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사이버 걸그룹 KD/A의 멤버들>
사이버 가수는 이전에도 있었다. 라이엇 게임은 K/DA 이전에도 해피메탈 그룹인 펜타킬(Pentakill)을 창조했었다. 펜타킬 역시 게임 캐릭터이다. 고릴라즈(Gorillaz) 역시 이미 전 세계적인 인지도를 갖고 있는 버추얼 밴드이다. 그러니 사이버 걸그룹 K/DA의 성공 가능성은 훨씬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AR 테크놀로지와 함께 캐릭터들은 홀로그램 형태로 전 세계 투어를 다닐 수도 있는 일이다(실제 아티스트들은 그냥 뒤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녹음을 트는 식으로).
하추네 미쿠(Hatsune Miku)는 오랫동안 인기를 끌어온 버추얼 슈퍼스타이다. 그녀는 일본의 소프트웨어 개발업자에 의해 창조되었다. 그녀는 만화 주인공처럼 크고 빛나는 눈동자에 무릎까지 내려오는 파란색 묶은 머리를 갖고 있는데 영원히 16세에 머물고 있다. 사용자들은 미쿠와 함께 음악을 창조할 수도 있었다. 2007년 이후, 크립턴 퓨처 미디어(Crypton Future Media) 패키지의 사용자들은 뮤직비디오와 수많은 노래들을 올리고 이 사이버 팝스타의 캐릭터들을 창조했다. 그녀는 전 세계에서 열린 컨서트 티켓을 매진시켰고 파렐(Pharrell)과 협업 작업을 하는가 하면 레이디 가가의 콘서트 무대에서 오프닝을 담당하기도 했다. 그녀가 발표한 노래 수는 10만 곡이 넘는다. 하추네 미쿠 외에도 메구린 루카(Megurine Luka), 카가민 렌( Kagamine Ren), 렌(Len), 카이토(Kaito) 등이 사이버 팝 아티스트로 인기를 끌었다. K/DA는 앞으로 뮤직 차트들을 지배할 것이다. 이제 인류는 사이버 걸그룹을 포용할 준비가 된 것 같다.
이들의 뮤직비디오를 보고서 느낀 점이라면 우선 음악이 중독성 있고, 뮤직비디오도 마치 실제 걸그룹의 것을 보는 것처럼 완성도가 높다는 점이다. 게임에 전혀 문외한인 통신원조차도 보고 또 보고를 반복하게 되는데 리그 오브 레전드 팬이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한국의 걸그룹으로서야 경쟁 그룹이 하나 생긴 격이겠지만… 결국에는 케이팝 장르가 훨씬 더 많은 팬들을 확보할 수 있기에 여러모로 긍정적인 일이라 생각된다.
※ 사진 출처 : 라이엇 게임즈
※ 참고자료 : 《데이즈드디지털》 기사, http://www.dazeddigital.com/science-tech/article/42207/1/k-pop-virtual-band-k-da-league-of-legends-riot-games
빌보드 관련 소식 기사, https://www.billboard.com/video/bbnews111418tetrismadison-beer-8485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