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은 ‘대장금’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상당히 현지 대중화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우즈베키스탄을 포함한 중앙아시아에서 80년이 넘는 이주 역사와 함께 한식의 기본을 지켜온 고려인 동포들은 한식의 대중화의 전령임과 동시에 든든한 지원군으로, 살아있는 홍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다수의 인기 한식 중 특히, 김치, 김밥은 시내 중심 슈퍼마켓에서도 포장 상태로 판매되고 있어 한식의 대중화의 척도를 가늠할 수 있다. 특히나, 한국과의 26년에 달하는 교류의 역사만큼이나 한국을 경험하고 돌아왔거나 종종 왕래하고 있는 고려인 동포들은 한국 제품을 판매하거나 한식당을 개업하며 성업 중이다.
수도 타슈켄트만 해도 20여 개에 달하는 한국인 운영 한식당과 그 숫자에 맞먹을 만큼의 고려인 동포들의 한식당들이 즐비해 있다. 특히나, 고려인 동포들이 운영하는 한식당은 저렴한 가격과 한국의 손맛에 뒤지지 않는 음식 맛으로 현지 한식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중에서도 타슈켄트 남역 부근에 자리 잡은 식당 ‘김치 플레이트(kimchiplate)’의 주인 마리나 텐은 정기적으로 한식을 배우고자 하는 이들과 함께 한식 요리 교실을 운영해오고 있어 많은 주목을 끌고 있다. 마리나의 한식 요리 교실은 쉽게 만드는 조리 방법뿐만 아니라 식사 예절과 한식과 결합한 퓨전 요리까지 소개하고 있다는 입소문으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어 월 2회 진행되는 요리 교실을 직접 찾아보았다.
<한식당 ‘김치플레이트’의 한식 요리 교실 참가자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마리나의 한식 요리 교실에는 10여 명의 한식 애호가들이 그를 중심으로 모여 앉아 경청을 하고 있었다. 오늘의 요리 주제인 ‘돌솥비빔밥’ 조리법 설명에 앞서 새롭게 요리 교실에 참가하는 몇몇을 위해 한식에 대한 기본 설명을 이어갔다. “한식에는 샐러드가 없다”라는 말과 함께 본 음식과 함께 상위에 마련되는 다양한 반찬들은 리필이 가능하다고 말하고는 모두가 잘 알고 있고 즐겨 먹는 푼초자(고려인 동포 식 잡채), 마르코프차(고려인 동포 식 당근절임) 등도 무료로 몇 번이고 요구할 수 있다고 말해 한식 반찬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이어서 한식에는 고춧가루, 고추장, 된장 등의 양념도 중요하지만 간장이나 액젓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며 액젓은 생선으로 만드는 특별한 소스라고 설명하며 접시에 준비된 액젓을 아주 조금씩 맛보기를 권했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돌솥비빔밥’ 만들기에서는 비밤밥의 기본 재료와 고추장과 곁들여지는 계란 부침, 소고기볶음을 함께 조리한 후 각자의 식탁에 차린 후 맛을 보며 평가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대체적인 시식 평은 기름기가 없고 야채가 많이 들어가 건강식에 걸맞다는 평을 내놓았다. 재료와 고추장의 조화가 감칠맛이 돌아 애호 한식으로 자주 먹고 싶다는 만족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마리나의 요리 교실에서 선보인 비빔밥과 자장면, 소고기 장조림 덮밥, 국수 육수>
이어서 한국인들이 자주 먹는 우즈베크 ‘라그만’과 같은 ‘자장면’을 소개했으며 스테이크 형식으로 퓨전화된 소고기 장조림 덮밥, 카레 덮밥을 선보여 요리 교실에 참가한 이들의 입맛을 다시 한번 사로잡았다. 준비한 요리 교실 조리 실습과 시식을 마치고 정리가 끝난 후 고려인 동포 한식 전도사 ‘마리나’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한식 식당을 시작한 동기와 요리 교실을 함께 병행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한식당을 운영하기 전 개인 사업차 한국을 오가며 제가 먹고 있고 알고 있던 현지 고려인 음식과 한국 음식을 비교하며 나름대로 차이와 공통점을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한식을 너무 좋아해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죠. 그런데, 손님들 중에서 저와 같이 한식을 좋아하는 이들이 적지 않고 직접 만들어 보고 싶어 하는 분들도 많다는 걸 알고 나서는 작은 도움이나마 되고자 하는 마음에 요리교실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요리 교실을 운영하시면서 가장 인기 있는 한식은 어떤 것이고 보람을 느끼시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우즈베키스탄이 고기가 주식인 나라이다 보니 고기를 주제로 한 불고기 덮밥, 장조림 덮밥, 비빔밥 등이 인기가 높습니다. 한식 요리 교실을 운영한 지 3개월째 접어드는데 한식을 들어보지도 못하고 먹어보지 못한 이들이 요리 실을 통해 한식의 참맛을 알아가며 진심으로 좋아하는 모습들을 볼 때 보람을 느낍니다.
입구에 설치된 국시(고려인 동포 식 국수) 육수가 순한 맛, 약간 매운맛, 매운맛으로 준비되어 있어 인상 깊었어요. 특별히 3가지 맛의 육수를 준비하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가장 큰 이유는 매운맛 특히 한국식의 매운맛을 제대로 알려주고 싶어 단계별 매운맛 육수를 준비했어요. 물론 고추장, 김치에서도 매운맛을 느낄 수 있지만 육수에서 느끼는 매운맛을 알고 나면 한식의 국물 맛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준비했습니다.
한식에 대한 이해와 세심한 배려에서 한식을 진심으로 좋아하시는 마음이 느껴지네요. 앞으로 특별한 한식 요리 교실 운영 계획이 있다면요?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나아가 러시아어 권 나라인 CIS 문화를 모두 이해하는 고려인 동포라는 장점을 살려 모두가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퓨전 한식을 개발해 한식의 맛을 더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서고 싶습니다. 특별한 계획이라면 한식 요리 교실 횟수를 더 늘려 더 많은 이들에게 한식을 소개하고자 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식과 김치 사랑이 이름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지는 상호명 ‘김치플레이트’에서 소개되고 맛보게 될 한식의 맛과 앞으로 또다시 만나게 될 제2의, 제3의 고려인 동포 한식 전도사 마리나의 소식을 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