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의 마지막 날, 통신원은 영국 출신의 보이 밴드 원디렉션(One Direction)의 다큐멘터리 영화, <이것이 우리들입니다.(One Direction: This Is Us)>를 보고자 AMC 센추리시티(Century City) 극장을 찾았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매 주말 오전이면, 무조건 극장을 찾아가 새로 나온 영화를 보며 미국 대중문화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을 업으로 삼았던 때였다. 그날 상영하고 있는 영화의 리스트를 봤더니 원디렉션의 영화가 있어서, “그들의 노래도 좋아하니 한 번 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본 것이다. 객석에 앉아 있는 동안, 노래와 춤 외에는 별반 아는 것이 없던 원디렉션의 멤버들에 대해 세세히 알게 되고 팬심이 일었다. 함성을 지르고, 눈물을 흘리며 실신해서 들것에 실려 나가는 소녀들을 스크린을 통해 지켜보면서 그렇게 몰입할 수 있는 대상이 있는 그녀들의 젊은 시절이 부러웠었다.
지난주인 11월 15일(목), 우리의 자랑인 방탄소년단의 다큐멘터리 영화, <무대 위를 불 태워라(Burn The Stage)>가 미국에서 개봉됐다. 이 영화 제목은 방탄소년단의 이니셜인 BTS가 모두 사용되기도 했다. 요즘은 방탄소년단의 이니셜 BTS가 ‘Burn The Stage’의 약자로 통용된다는 말도 들려온다. 영화 감상은 각자의 주관적인 판단일 터이다. 방탄소년단은 이미 원디렉션의 인기를 모두 능가했다고 전 세계가 인정하는 그룹인 데다가 그동안 소셜미디어와 많은 소통을 해왔다는 사전 지식이 있었던 터라, 통신원은 극장판 BTS의 다큐멘터리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던 것 같다. 영화 감상 느낌은 (물론 간간이 소름이 쫙 돋는 장면들은 있었지만) 지나치게 평이하다는 것이었다. 원디렉션의 경우, 화장실 변기 위에 앉아 있는 모습까지 나올 만큼 멤버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아주 가까이서 담으려 했었던 것과는 확실히 비교가 되었고, 콘서트 장면에서도 정신을 잃고 끼약 넘어지는, 좀 더 강한 리액션이 있었다면 좋을 뻔했다는 생각이다.
<방탄소년단의 영화, ‘번 더 스테이지’ 상영을 홍보 중인 극장 웹사이트 – 출처 : AMC Theater>
원디렉션의 영화가 개봉되던 첫 주에는 박스오피스 흥행 2위를 차지했었다. 1위는 <리 다니엘즈의 버틀러>가 차지했다. 원디렉션의 영화와 대적할 만한 작품이 별로 없었던 것도 원디렉션의 영화가 높은 순위를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당시 원디렉션의 영화는 전국 2,735개 개봉관에서 상영됐고 극장당 평균 수익은 6,754달러였다. 오프닝 위크엔드의 박스오피스 흥행 총수익은 1,847만 2,875달러였다. 그러니 방탄소년단의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 수의 4.3배가 넘는 극장에서 원디렉션의 영화가 상영됐다는 얘기이다.
이참에 가수들의 콘서트 다큐멘터리 영화의 역대 박스오피스 흥행 기록을 살펴보자면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한편, 방탄소년단의 영화, <번 더 스테이지>는 지난주 목요일부터 제한된 극장에서 오픈했다. LA의 경우에는 주말 나흘 동안만 정해진 AMC 극장에서 상영됐다. 이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을 찾는 일이 검색의 달인인 통신원이지만 그리 쉽지만은 않았었음을 고백한다.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 흥행 1위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Fantastic Beasts: The Crimes of Grindelwald)>가 차지했다. 워너 브라더스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대대적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영화가 개봉되기 오래전부터 엄청난 홍보를 해왔었다. 제작비만도 2억 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규모의 영화였다. 지난 주말에는 총 4,163개 극장에서 일제히 상영돼 극장당 평균 1만 4,932달러라는 높은 수익을 올려 총 수익 6215만 3104달러를 벌어들였다.
2위는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홀리데이(Holiday) 용 영화, <닥터 세우스 더 그린치(Dr. Seus: The Grinch)>였다. 1위를 차지한 위의 영화와 거의 막상막하인, 4,141개 개봉관에서 상영됐고 극장당 수익은 9,318달러였다. 개봉한 지 2주째를 맞는 이 영화의 누적 수익은 1억 2,696만 3,410달러였다. 그룹 퀸의 리드싱어인 프레디 머큐리의 일생을 다룬 음악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가 3위, 뮤지션의 이야기를 다룬 <스타이즈본(Star Is Born)>이 8위였다. 방탄소년단의
<방탄소년단의 ‘번 더 스테이지’ 영화 수익에 대한 분석표 – 출처 : Box Office Mojo>
트라팔가(Trafalgar) 사에서 개봉한 번 더 스테이지는 상영시간 1시간 24분으로 장르는 다큐멘터리였고 등급(Rating)은 따로 없었다. 개봉 첫 주 상영관 수는 629개 관이었고 극장당 평균 수익은 3,835달러, 개봉 첫 주의 총 박스오피스 흥행 수익은 363만 6,203달러로 기록됐다. 금, 토, 일 주말 동안의 수익은 241만 2,498달러였다. 개봉 첫 주인지라 그 외의 성적을 논하기는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역대 상영된 다큐멘터리 장르 영화 가운데는 66위, 음악 콘서트 장르 중에서는 13위, 지난 1년 사이 개봉작들 중 166위, 개봉 첫날인 목요일 수익 순위로는 47위, 개봉 첫 주 토요일 성적으로는 2위, 개봉 첫 주 일요일 성적으로는 8위, 개봉 첫 주 순위로는 역대 4,331위를 기록했다.
물론 아미(ARMY)들은 유튜브 레드(Red)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된 총 8부작의 타큐멘터리를 이미 다 봤을지도 모른다. 극장판 번 더 스테이지는 8부작을 거의 3부작 길이인 1시간 24분으로 줄인 것이니만큼 새로울 게 없었을 수도 있다. 그래도 대형 극장에서 하는 것은 또 다른 맛을 주는 법인데 개봉 첫 주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쳤음을 부인할 수 없다. 영화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지난해, 무려 300일 동안 전 세계 19개 도시에서 펼친 <2017년 BTS 라이브 트릴로지 에피소드 Ⅲ 더 윙스 투어>의 준비와 투어, 공연, 스테이지 뒷이야기, 멤버들의 인터뷰 등의 영상을 편집했다. 통신원의 기대에는 못미쳤지만 미국 언론들은 방탄소년단의 극장판 다큐멘터리 상영에 대해 “역시, BTS.”라는 반응들이다.
이에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는 “<번 더 스테이지>로 박스오피스를 휩슨 BTS”란 제목의 기사를 실었고, 《버라이어티(Variety)》, 《할리우드 리포터(Hollywood Repoerter)》 등 영화 전문 매체들도 앞을 다투어 방탄소년단 다큐멘터리 상영에 대한 소식을 싣고 있다. 짐 아모스(Jim Amos) 기자가 작성한 포브스의 기사는 통신원이 확인한 수치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 내용들을 담고 있어서 기사를 모두 소개하지는 않고, 미국 엔터테인먼트 인더스트리에서의 의의를 위주로 소개하려 한다. 아래는 통신원이 해당 내용을 번역한 것이다.
<포브스지에 실린 짐 아보스 기자의 기사 – 출처 : 포브스>
전 세계 음악 차트 석권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듯이, 한국의 가장 성공적인 수출 아이템인 방탄소년단이 이번에는 영화, <번 더 스테이지>와 함께 대형 영화 스크린을 공식적으로 장악했다. 케이팝 글로벌 센세이션인 방탄소년단의 팬들은 지난 수개월 동안 이 영화의 개봉을 기다려왔었다. 영화의 배급사인 트라팔가 릴리징(Trafalgar Releasing)사에서는 “개봉 일주일 전에 이미 100만 장 정도의 티켓이 예매되었으며 이 중에는 팬들의 그룹 스크리닝 이벤트도 포함되었다고 한다. 이 영화가 성공적이었음을 좀더 쉽게 해석해보겠다. 첫째, 개봉일인 목요일의 <번 더 스테이지> 극장별 예매율은 미국에서 개봉된 다른 흥행 1-10위 영화를 모두 제치고 1위에 올랐었다. 둘째, 620개 개봉관이라는 제한된 상영 조건이었음에도 미국 내 주말 총수입에서 박스오피스 차트 10위를 기록했다(박스오피스 순위 10위권 내에 드는 영화들은 보통 2,000개에서 4,000개의 개봉관에서 상영된다).
긍정적인 언론 보도이기는 하지만 배가 부르지는 않은 첫술이었다. 다음 주말, 과연 LA 인근 개봉관에서 얼마나 <번 더 스테이지>를 상영할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올해 투어의 기록물들로 또 다른 영화를 만들 계획이라면 1) 좀 더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사적인 부분들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영상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2) 아미(ARMY)들의 열화와 같은 반응들을 좀 더 많이 담았으면 한다. 3) 전 세계에서의 콘서트 장면들을 뮤직비디오처럼 담았으면 한다. 콘서트 티켓이 비싸서 가보지 못한 팬들이 이 영화를 보면 콘서트를 다녀온 것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말이다. 원디렉션 3D 영화의 경우, 완전 객석에 있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4)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 학창 시절 은사님과 함께 하는 장면 등, 그들을 다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영상들이 삽입됐으면 좋겠다.
※ 참고자료
방탄소년단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들, https://www.amctheatres.com/participating-theatres/burn-the-stage-the-movie
박스오피스모조, https://www.boxofficemojo.com/movies/?id=burnthestagethemovie.htm
《포브스》 기사, https://www.forbes.com/sites/jamos/2018/11/18/bts-breaks-the-box-office-bank-with-burn-the-stage-the-movie/#6d0bae1152a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