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유럽연합 디지털싱글마켓에서의 저작권 지침안 제13조를 둘러싼 찬반 논의들에 대한 검토
박경신*
1. 제13조 내용
1) 가결안 이전 제13조의 내용
2016년 9월 유럽 위원회가 유럽 의회에 제안하였던 지침안의 경우 정보사회서비스제공자로 하여금 서비스제공자와의 협력을 통해 권리자가 확인한 저작물이나 기타 보호 대상의 자사의 서비스 상 이용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한 효과적인 콘텐츠 인식 기술과 같은 적절하고 균형적인 조치를 시행하도록 하였다.
이후 수정을 거쳐 2018년 5월 25일 유럽 이사회 상주대표위원회의 합의를 통해 2018년 6월 20일 유럽 의회 법무위원회를 통과한 지침안 제13조는 (a) 온라인콘텐츠공유서비스제공자가 권리자에 의하여 확인된 구체적 저작물 등의 자사의 서비스 상 이용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하여 효과적이고 균형적인 조치를 시행함으로써 저작물 등의 이용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을 노력을 하였고 권리자가 이러한 조치의 적용을 위하여 필요한 관련 정보를 서비스제공자에게 제공하였음을 입증하고, 그리고 (b) 서비스제공자가 권리자의 통지 시 해당 저작물 등에 대한 접근을 신속하게 제거하거나 불가능하게 하였으며 서비스제공자가 효과적이고 균형적인 조치를 통해 장래의 이용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하여 최선을 노력을 하였음을 입증한 경우에 한하여 해당 저작물 등의 공중전달이나 공중이용제공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하면서 저작물 등의 이용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는 (a) 제공되는 서비스의 성격 및 규모; (b) 서비스이용자들이 업로드한 저작물 등의 양 및 유형; (c) 해당 조치의 이용가능성 및 비용, 기술발전의 측면에서의 효율성을 고려해서 효과적이고 균형적일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이 지침안에 대해서는 온라인콘텐츠공유서비스 제공자가 사실상 일반적인 모니터링 의무를 부담하게 되어 공중의 저작물 이용과 표현의 자유가 제한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이 지침안에 대한 수정이 이루어져 온라인콘텐츠공유서비스제공자는 저작물이나 기타 보호 대상을 공중전달하거나 공중이용에 제공하기 위해서 권리자의 허락을 받아야 하며 허락을 받지 못한 경우 권리자와 라이선스를 체결하지 않은 경우 온라인콘텐츠공유서비스제공자는 저작권 또는 관련 권리를 침해하는 저작물이나 기타 보호 대상 서비스가 이용가능하지 않도록 적절하고 균형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한 지침안이 유럽 의회에 상정되었으나 2018년 7월 5일 이 지침안은 유럽 의회에서 부결되었다.
부결된 지침안 상 제13조에 대해서도 이전 지침안들과 마찬가지로 온라인 콘텐츠 공유 서비스 제공자가 사실상 일반적인 모니터링 의무를 부담하게 되어 이를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EU 전자상거래지침 제14조를 우회적으로 회피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었고 이에 따라 수정을 거쳐 2018년 9월 12일 다시 유럽 의회에 표결을 위하여 상정되었다.
2) 가결된 지침안 제13조의 내용
온라인콘텐츠공유서비스제공자는 저작물 및 기타 보호 대상을 공중전달하기 위해서는 권리자와 공정하고 적절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야 하며 권리자가 라이선스 계약 체결을 원하지 않는 경우 온라인콘텐츠공유서비스제공자와 권리자는 저작물 등이 무단으로 해당 온라인콘텐츠공유서비스에서 제공되지 않도록 성실하게 협력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협력이 정당화될 수 없는 콘텐츠 삭제를 야기한 경우 온라인콘텐츠공유서비스제공자는 이용자가 이용할 수 있는 효과적이고 신속한 이의 신청 및 구제 절차를 시행해야 하며 이러한 이의 신청은 불합리한 지연 없이 진행되어야 하고 사람에 의한 심의를 받아야 한다. 또한 회원국은 이용자가 저작권 제한 또는 예외의 항변을 주장하기 위하여 법원이나 기타 사법 기관 또는 분쟁 해결을 위한 독립 기구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아울러 직원 수 250명 미만의 초소형 기업 및 소형 기업과 온라인 백과사전과 같이 비상업적 목적으로 운영되는 서비스, 교육 또는 과학 자료보관소와 같이 관련된 모든 권리자의 허락을 받아 콘텐츠가 업로드되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제13조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며 공중이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개발 플랫폼에 직접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지 않는 사적 사용을 위한 클라우드 서비스와 주된 기능이 유체물의 온라인 소매시장 역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2. 제13조에 대한 찬반논의
가결된 지침안 제13조에 온라인콘텐츠공유서비스제공자의 필터링 의무가 명시되어 있지 않고, 적용 대상인 온라인콘텐츠공유서비스제공자의 범위에 대한 제한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동조에 대한 찬반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권리자 단체들은 제13조하에서 유투브와 같은 플랫폼은 콘텐츠에 대한 라이선스를 받아야 함에 따라 적절한 사용료 협상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디지털 플랫폼, 디지털 권리 옹호 단체 등은 과도한 필터링으로 인한 표현의 자유 제한을 이유로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1) 찬성 의견
가. 유럽연합 내 관련 기구
이번 가결에 대하여 유럽 위원회 디지털 싱글 마켓 안드러스 안십(Andrus Ansip) 부위원장과 마리야 가브리엘(Mariya Gabriel) 유럽 위원회 디지털 경제 및 사회 담당 커미셔너는 공동 성명을 통해 가결안이 유럽 연합 내 저작권 규칙의 현대화를 달성하기 위한 긍정적인 신호이자 핵심적인 조치라고 평가한 공동성명을 발표하였으나 제13조와 관련하여 별도의 의견을 표명하지는 않았다.1)
나. 관련 단체
영국작가협회(Society of Authors) 최고경영자인 니콜라 솔로몬(Nicola Solomon)은 제13조가 저작자와 창조산업 분야 종사자들을 위한 보다 공정한 저작권 체계 마련을 위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동 조는 유투브와 페이스북과 같은 플랫폼이 자사 서비스가 호스팅하는 창작 콘텐츠에 대한 보다 더 큰 책임을 지도록 하는 한편 저작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는 환영을 뜻을 밝혔다. 한편 솔로몬 최고경영자는 제13조에 대한 우려를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우려 중 일부는 완전한 와전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타당성이 있는 우려 사항들은 입법 과정에서의 협의를 통해 개선될 수 있다고 기대하였다.2)
한편 영국작가협회는 제13조에 찬성하는 입장을 투표 전 블로그를 통해 밝힌 바 있는데 이를 통해 대부분의 창작자가 개인이나 소기업인 상황에서 거대 인터넷 기업이 오프라인의 규범을 따라 자사의 플랫폼에서 이용되는 창작물에 대한 공정한 보상을 지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패러디나 밈의 경우 저작권 예외 규정이 적용되고 동 지침안 역시 권리자가 저작권 예외 규정의 적용 대상이 저작물의 업로딩이 금지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제13조로 인하여 위축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아울러 영국작가협회는 창작자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도록 하지 못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와 온라인상 정보의 자유로운 이동, 디지털 창조성에 대한 진짜 위협으로, 동 지침을 저지하는 것은 다국적 거대 인터넷 기업의 승리를 위하여 창작물을 만들고, 향유하고 이용하는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3)
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CISAC)의 가디 오론(GADI ORON) 사무총장 역시 제13조가 유럽 의회가 제안한 바와 같이 제정된다면 거대 플랫폼이 시대에 뒤떨어진 법 뒤에 더 이상 숨지 못하도록 하여 권리자와의 협상을 통해 공정하여 사용료를 지급하게 될 것이라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4) 이와 관련하여 CISAC은 디지털 라이선싱을 통한 저작권사용료는 전 세계 사용료의 13%에 불과하며 게다가 사용료의 대부분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위한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한 스포티파이와 같은 플랫폼에서 기인하며 유투브와 같은 이용자 업로드 콘텐츠 플랫폼은 스포티파이에 비하여 4배에서 17배 적은 사용료만을 지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5)
특히 음반 업계는 제13조에 대한 지지를 대대적으로 표명했는데 우선 유럽내 3500여 독립 음반회사들이 회원으로 있는 독립음악출판음반사협회(IMPALA)의 헬렌 스미스(Helen Smith) 대표는 유럽 의회가 제13조를 통해 디지털 플랫폼에 의하여 배포되는 창작물에 관한 해당 플랫폼의 의무를 명확히 하기 위하여 저작권이 현대화될 필요가 있다는 명백한 메시지를 보냈다는 성명을 발표하였다.6) 또한 독일음악저작권협회(GEMA) 헤랄드 헤커(Harald Heker) 대표는 디지털 시대에 부합한 현대적 저작권을 위한 근간이 마련되었지만 이러한 조치는 진작에 이루어졌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영국음반산업협회(BPI) 제프 타일러(Geoff Taylor) 회장 역시 가치 차이(Value Gap) 문제를 해소하고 새로운 영국 음악과 기타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증진시킬 수 있는 저작권 지침을 위한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외에도 영국에 기반을 둔 독립음악협회(AIM) 폴 파시피코(Paul Pacifico) 회장 역시 제13조가 모두가 향유하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다음 세대 온라인상의 음악가와 창작자에게 혜택을 줄 중요한 법적 조치라고 환영하였으며 호주독립음반협회(AIR) 마리아 아마토 대표는 동조가 유럽 내 라이선싱의 재균형을 이루고 경력 지속을 위하여 유럽 경제에 의존하고 있는 창작자들을 위한 공정하고 형평성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7)
다. 기타 의견
저명 인터넷 정책 학자이나 네트워킹 엔지지어링 전문가인 리차드 바넷(Richard Barnett) 미국기업연구소(American Enterprise Institute) 객원연구원은 제13조가 시행될 경우 동조가 의도한 타깃인 구글은 예술가에게 공정한 보상금을 지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하여 바넷은 구글은 1회 재생당 0.0006 달러를 예술가에게 지급하고 있는데 이는 애플 뮤직, 스포티파이와 판도라와 같은 플랫폼이 지급하는 금액의 약 10%에 불과한 반면 구글 서치가 유투브를 우선 순위에 배치하기 때문에 트래픽을 보장받는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2) 반대 의견
제13조에 반대하는 의견들은 동조가 일반적인 모니터링 의무를 명시적으로 부과하지 않고 “권리자가 라이선스 계약 체결을 원하지 않는 경우 온라인콘텐츠공유서비스제공자와 권리자는 저작물 등이 무단으로 해당 온라인콘텐츠공유서비스에서 제공되지 않도록 성실하게 협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서비스제공자는 업로드되는 모든 콘텐츠를 일일이 분석해야 하는 필터링 의무를 부담하며 이로 인하여 인터넷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가 제한될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특히 제13조를 '밈 금지(meme ban)’, '밈 킬러(meme killer)'로 지칭하면서 비판한다.
가. 유럽 의회 내 반대 의견
제13조의 대표적인 반대론자인 유럽 의회 줄리아 레다(Julia Reda) 위원9)은 제13조가 플랫폼에게 필터링 의무를 부과하여 패러디와 밈과 같이 완전히 적법한 콘텐츠가 삭제되는 결과를 야기한다고 비판하였다.
레다 의원은 제13조에 따라 디지털 플랫폼은 면책을 위해 업로드 필터링을 채택하는 방법 이외에 선택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데10) 이럴 경우 과도한 콘텐츠 차단 가능성이 있으며 자동화된 필터링의 경우 무죄가 입증될 때까지 유죄가 추정되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법적 문제를 피하기 위하여 적법한 표현을 주저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였다.
레다 의원은 제13조가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터넷에 심각한 타격을 주며 온라인상 콘텐츠의 게시와 공유에 새로운 법적․기술적 제한이 가해짐으로써 오늘날의 인터넷 환경을 만든 오랜 원칙이 폐기되고 표현의 자유보다 기업의 이익이 우선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유럽 의회의 결정을 비판하였다.
레다 의원은 제13조에 찬성하는 견해는 패러디와 밈(meme)이 기존의 저작권 제한 사유에 해당하여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기존의 저작권 제한 체계는 이 경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하면서 인터넷이 단순히 유투부나 페이스북으로만 이루어져있다면 이렇게 포괄적인 유형의 법률에 대한 대처가 가능하지만 실상을 그렇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레다 의원은 유럽 연합 회원국들마나 저작권 예외나 제한의 정도가 다르며 예를 들어 밈의 경우 많은 회원국들이 저작권 예외 사유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또한 밈이 합법적인 경우라도 업로드 필터가 합법적 밈과 불법 콘텐츠를 구분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레다 의원은 인터넷 이용자가 인기 영화를 이용해서 소위 ‘움짤’을 만드는 경우를 예로 들면서 알고리즘은 해당 파일이 사용된 맥락을 판단할 수 없으며 따라서 저작권 침해 콘텐츠로 인식하여 삭제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하였다.11) 레다 의원은 제13조가 립싱크, 매쉬업, 움짤과 같은 2차적저작물이나 예술가가 팬들로부터 직접 후원을 받을 수 있는 파트레온(Patreon), 밴드캠프(Bandcamp)와 같은 플랫폼의 발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음으로써 기존의 저작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형태의 표현을 증진하거나 보호하는데 실패했다고 비판하였다.12)
레다 의원 이외에 유럽 의회 마릿톄 샤커(Marietje Schaake) 의원 역시 제13조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는데 동조가 기본권, 일반 인터넷 이용자와 인공지능 분야에서의 유럽의 미래를 보호하지 못하는 처참한 결과를 야기하였다고 비판하였고 유럽 의회 역내 시장과 소비자보호위원회의 보고관인 캐서린 스티힐러(Catherine Stihler) 의원 역시 제13조가 표현의 자유를 억제하고 유럽의 스타트업 기업들의 시장 진입에 있어서 장벽을 초래함으로써 유럽 디지털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하였다.13)
나. 온라인콘텐츠공유서비스제공자들의 비판
소셜 뉴스 웹 사이트 레딧(Reddit)의 대변인은 제13조가 오픈 인터넷과 레딧과 같은 소규모 기업에게는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동조가 인터넷 구조를 비롯하여 인터넷을 가장 잘 아는 구성원들과 전문가들이 제기한 우려를14) 간과하였다고 주장하였다.15)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Wikipedia)의 모기업인 위키미디어 재단(Wikimedia Foundation) 역시 제13조가 위키피디아를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지만 온라인상 지식에 대한 접근에 큰 장벽을 설치하였다고 비판하면서 제13조에 따라 업로드 사전 필터링 의무가 플랫폼에게 부과되었고이로 인하여 디지털 시대를 위한 저작권 현대화 기회를 잃어버리게 되었다고 비판하였다.16)
반면 제13조의 직접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구글의 필립 쉰들러(Philip Schindler) 최고 비즈니스 책임자(CBO)는 독일에서 개최된 디지털 마케팅 행사에서 동 지침안의 가결이 콘텐츠 제작자, 창업가, 혁신가들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으며17) 수전 워치츠키(Susan Wojcicki) 최고경영자(CEO)는 11월 12일 발표한 성명에서 1분마다 유투브에는 400시간 이상의 분량의 동영상이 업로드되는 상황에서 유투브와 같은 플랫폼에 업로드되는 모든 동영상을 파악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비판하면서 잠재적으로 지게 될 책임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이러한 재정적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회사는 없다고 강조하였다. 특히 그녀는 유투브에서 가장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한 '데스파시토(Despacito)'를 예로 들면서 "이 동영상은 음반에서 출판권에 이르기까지 복수의 저작권이 포함되어 있고 유투브는 이 동영상의 라이선스를 얻고 대가를 지급하기 위해서 여러 곳과 계약을 체결하지만 일부 권리자는 파악이 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이러한 불확실성으로 인하여 유부트가 제13조하에서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서는 이 동영상을 차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였다.18)
다. 유관 기관들의 반대 의견
① 전자 프론티어 재단(Electronic Frontier Foundation)
전자 프론티어 재단은 제13조에 따라 일부 플랫폼을 제외한 대부분의 플랫폼은 모든 게시물을 검토하고 저작권 침해 여부를 검열할 저작권 필터를 방어적으로 채택해야 하는데 이러한 필터로 인하여 창작자를 비롯한 적법한 이용자의 적법한 행위는 중단될 수 있는 반면 실제 침해자는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필터링 시스템을 우회할 수 있다고 비판하였다.19) 각기 상이한 인터넷 콘텐츠의 미묘한 차이를 고려한 필터는 아직 존재하지 않으며 결국 기술 회사들은 유투브의 Content ID 20)와 유사한 필터링 방식을 채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관련하여 전자 프론티어 재단은 Content ID의 과잉 필터링 문제를 지침안 가결 전에도 지적한 바 있는데 저작권 보호기간이 만료된 바흐 음악을 연주한 영국 유명 피아니스트의 녹음과 10시간 분량의 백색 소음 영상 뿐 아니라 나사 화성탐사로봇의 모습을 담은 나사의 게시물 등이 Content ID에 의하여 저작권 침해 콘텐츠로 필터링된 사례가 대표적인 예이다.21)
이외에도 전자 프론티어 재단은 이러한 필터링 시스템의 구축비용 문제를 제기하는데22) 구글의 Content ID 개발비용이 6000만 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구글과 같은 거대 플랫폼이 아닌 블로그나 기타 비상업적 소셜 미디어 공유 플랫폼은 저작권 침해를 상시 감독할 수는 없다고 비판하였다.23) 전자 프론티어 재단은 유럽 연합이 금지하는 이러한 필터링 시스템 구축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것이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자금력을 갖춘 회사는 미국이나 중국의 거대 기업뿐이라고 지적한다.24) 이러한 비판은 사전 필터링 시스템의 구축에 시간과 비용이 소요됨에 따라 기존의 소셜 네트워크의 권력이 더욱 확고해지고 데이터 수확(data harvesting)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여러 매체들의 비판과 맥락을 같이 한다.25)
또한 전자 프론티어 재단은 제13조가 소규모 기업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지만 오늘날 유럽 연합 내 기술 분야에서 합병이 증가하고 독립 창작자로서의 역할을 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소규모 기업들은 소규모로 남아있던지 저작권 침해를 모니터링해야 하는 규모로 도약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지적하였다.26)
아울러 전자 프론티어 재단은 비평, 검토, 설명, 캐리커처, 패러디나 패스티쉬를 위한 저작물 발췌본의 이용에 대한 저작권 예외를 허용하는 이용자 제작 콘텐츠 면책을 규정하지 않음으로써 21세기에 적합한 저작권 체계를 만들지 못했다고 비판하였다.27) 이와 관련하여 전자 프론티어 재단의 대니 오브라이언(Danny O'Brien) 국제 업무 담당 디렉터는 강력한 필터링 시스템과 콘텐츠의 리믹스를 제한하고 하는 권리자들의 시도가 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제13조로 인하여 밈이나 리믹스의 창작이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기존의 저작권 모델을 보호하고 심지를 이를 확대하기 위하여 의사 소통과 표현의 한 유형을 침묵시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비판하였다.28)
② 유럽소비자기구(European Consumer Organisation)
유럽 내 43개 소비자 단체들을 대표하는 유럽소비자기구의 모니크 고엔(Monique Goyens) 사무총장은 는 제13조로 인하여 인터넷이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혜택이 사라질 위험에 처해졌다고 비판하면서 오늘날 소비자는 음악, 비디오와 사진을 샘플링, 창작, 믹싱하여 온라인상 자신의 창작물을 공유함으로써 자신을 표현함에도 불구하고 제13조로 인하여 이러한 표현의 자유가 제한을 받게 되었고 이는 창조와 혁신에 위험을 야기한다고 지적하였다. 고엔 사무총장은 제13조로 인하여 플랫폼은 소비자가 업로드하는 모든 콘텐츠를 스캔해서 필터링하는 방법 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는데 이는 인터넷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거나 기대하는 바가 아니며 결국 소비자의 희생을 통해 저작권 산업에게만 혜택을 줄 뿐이라고 비판하였다.29) 또한 유럽소비자기구의 커뮤니케이션 책임자인 요하네스 클라이스(Johannes Kleis) 역시 아무리 훌륭한 콘텐츠 인식 도구라도 적법하게 업로드된 콘텐츠까지 함께 필터링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클라우스 책임자는 제13조를 지지하는 견해는 제13조가 사적 목적으로 개인이 저작물을 이용하는 행위를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으며 회원국으로 하여금 이의 제기 절차를 처리할 독립 기구를 창설하도록 하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하면서 인터넷 이용자가 전화번호조차 알 수 없는 기업을 상대해야 경우도 있는데 이의 제기를 위한 관련 서류를 작성하기는 더더욱 어렵다고 지적하였다.30)
③ 기타 관련 단체 및 전문가 의견
인권보호단체 오픈 라이츠 그룹(Open Rights Group) 짐 킬콕(Jim Killock) 국장은 제13조로 인하여 저작물을 포함하고 있는 어떠한 이미지, 텍스트, 비디오라도 해당 저작물이 적법하게 사용되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삭제되는 경직된 저작권 체계를 만들어냄으로써 일률적인 검열이 가능해졌다고 비판하였다.31)
비영리 소비자단체 오픈미디어(OpenMedia)의 로라 트라이브(Laura Tribe) 사무총장은 제13조가 일부 수정되어 가결되었지만 검열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수년간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창작자, 인터넷 이용자, 오픈 인터넷 지지자들에게 커다란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트라이브 사무총장은 인터넷상 업로드된 모든 콘텐츠에 대한 사전 필터링 의무화는 창작들에 대한 보상이라는 핵심 쟁점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인터넷 이용자의 인터넷상 창작과 공유 역량에 제한을 가한다고 비판하였다.32)
자유 소프트웨어 기반의 모질라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이끌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재단인 모질라 재단(Mozilla Foundation) 역시 제13조에 따라 온라인서비스제공자들은 전면적인 업로드 필터를 시행할 수밖에 없으며 비효율적인 조치로 인하여 인터넷 문화를 위대하게 만드는 밈, 매쉬업과 GIF의 풍요로운 창작 구조는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고 지적하였다.33)
미국 기술기업을 대변하는 로비단체 에디마(EDiMA)의 시아다 엘 람리(SIADA EL RAMLY)는 제13조가 필터링 기술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이 아닐 수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법을 준수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필터링 기술을 시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러한 필터링 기술이 표현의 자유하에서 허용되는 콘텐츠와 그렇지 않은 콘텐츠를 파악하기에는 매우 불완전하며 과도한 콘텐츠 삭제의 위험성이 크다고 비판했다.34)
④ 인터넷 매체의 기타 반대 의견
CBS 인터랙티브가 발행하는 비즈니스 기술 뉴스 웹 사이트 제이디넷(ZDNET), IT전문매체 와이어드(WIRED)를 비롯한 복수의 인터넷 매체들은 제13조에 따라 저작권 트롤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비판하였다. 이들 매체들은 저작권 트롤이 정당한 근거가 없는 경우에도 모든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함으로써 수익을 얻고 소규모 사이트들의 운영을 중단시키는 상황이 제13조 인하여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구글의 경우 저작권 트롤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반면 신생 사이트나 소규모 사이트의 경우 저작권 트롤에 대하여 적절히 대처하기가 힘들다고 지적하였다.35) 이들 매체들은 유튜브의 Content ID와 같은 필터링 시스템은 공정이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콘텐츠를 삭제하거나 배경음악에 부수적 콘텐츠를 포함한 콘텐츠를 삭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저작권 트롤에 의해 악용되는 대표적인 예라고 비판하였다. 이러한 저작권 트롤에 대해 전자 프론티어 재단 역시 동 지침안 가결 전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36)
3) 기타 의견
제13조를 둘러싼 이러한 찬반 논의에 대하여 다국적 로펌 테일러 베싱(Taylor Wessing)37)의 기술, 미디어 및 통신과 지식재산 분야 책임자인 마크 오웬(Mark Owen) 변호사는 제13조의 해석상 업로드 필터링이 반드시 요구되는 것은 아니며 동조에 따른 조치가 업로드 필터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확실하지 않다고 하면서 가결되기 전 지침안 제13조상의 조치는 업로드 필터링에 해당하였으나 가결된 지침안 제13조는 수정이 이루어졌다는 견해를 밝혔다.38)
폭스 로스차일드(Fox Rothschild LLP) 로펌39)의 저작권법 분야 저명 변호사인 크리스토퍼 비올(Christopher P. Beall)은 찬반 양측 모두 제13조가 미치는 영향과 관련하여 극단적인 논쟁을 하고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비올 변호사는 구글과 유투브가 이미 콘텐츠를 식별하는 필터링 시스템 뿐 아니라 자사 서비스에 등록된 콘텐츠 권리자에 대한 광고 수익을 공유하는 콘텐츠 라이선싱 시스템을 구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필터링 시스템 구축에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반대론자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하였다.
반면 비올 변호사는 제13조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점에는 동의하면서 이로 인하여 신규 사업자들이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기존의 기업들과 효과적인 경쟁을 할 수 없게 되고 이에 따라 주요 기업들만이 해당 분야 플랫폼을 운영함으로 경쟁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면서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거대 인터넷 기업들이 제13조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은 모순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40)
9)줄리아 레다 의원은 2015년 1월 20일 복제 발생을 가정하고 징수되는 사적 복제 보상금제도, 지리적 차단(geo-blocking) 등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유럽 단일 저작권 제도의 도입, 파노라마의 자유(freedom of panorama)<1 > 보장, 저작권 보호 기간을 베른협약에 규정된 저작자 사후 50년으로 통일할 것을 제안한 유럽연합 저작권 지침에 대한 평가 보고서 초안<2 >을 유럽의회 법무 위원회에 제출한 바 있다.
10)https://bit.ly/2xT6vN2; 가결된 지침안에서는 EU 상거래 지침이 금지하고 있는 온라인콘텐츠공유서비스제공자에 대한 필터링 의무가 삭제되었지만 라이선스를 부여받지 않은 서비스제공자에게 저작물 또는 기타 보호대상의 삭제 의무를 부과하며 자사의 서버에 재업로드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필터링에 의하여 달성될 수 있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업로드 필터링 의무를 부과한다고 보는 견해는 다수의 참고문헌에서 찾을 수 있다. https://bit.ly/2zMiKwb; https://bit.ly/2zMiY6vl; https://bit.ly/2NgJDvz; https://bit.ly/2zNYWZc ; https://bit.ly/2D4EiYG; https://zd.net/2Rofyh9
11)https://tcrn.ch/2xhdezM; https://bit.ly/2D4EiYG
12)https://www.wired.co.uk/article/article-13-will-kill-the-internet-by-mistake
14)인터넷 기반의 하이퍼미디어인 월드와이드웹(WWW)을 발명한 팀 버너스-리(Tim Berners-Lee)와 TCP/IP 프로토콜을 탄생시킨 빈트 그레이 서프(Vinton Gray Cerf), 암호학자이자 컴퓨터 보안 전문가 브루스 슈나이어(Bruce Schneier)는 제13조는 인터넷을 공유와 혁신의 공개 플랫폼에서 이용자에 대한 자동화된 감시와 감독 도구로 변경시키기 위한 전례없는 소치라고 경고한 바 있다. https://zd.net/2Rofyh9
20)Content ID는 TV 프로그램이나 영화의 한 장면에서부터 동영상 속의 음원까지 저작권자가 아닌 이용자가 유투브에 올린 동영상을 스캔하여 이에 불법 콘텐츠가 포함되어 있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데 무단으로 사용된 저작물이 감지되는 경우 Content ID는 이 사실을 저작권자에 고지하고 저작권자는 해당 동영상을 내리거나 해당 동영상에 광고를 삽입함으로써 저작물 사용료 대신 그 광고 수익을 받는다.
25)https://bit.ly/2xbii7Z. 세이프 하버 소셜 미디어 플랫폼인 SpeakUp4.com의 공동 설립자인 제나 켈리(Jenna K. Kelly) 역시 완벽한 필터링 시스템이 개발될 때까지 소셜 미디어 회사들은 키워드와 사람들을 계속 추적하는 한편 반숙련된 법무팀을 고용하고 책임 여부를 검토하기 위한 비영리단체의 영향력을 이용해야 하며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가 비용을 감당할 수 있고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비즈니즈 모델에 수정을 가할 수 있는 반면 신생 기술기업과 스타트업은 커다란 장애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https://prn.to/2y8SWbq
35)https://zd.net/2Mwsspk; https://bit.ly/2QpBNT1; https://bit.ly/2O03bcM; https://bit.ly/2P7k6XD; https://bit.ly/2xV11Bq
37)테일러 베싱 로펌은 전 세계 32개의 사무소에 1100명 이상의 변호사, 400명 이상의 파트너가 소속되어 있다.
38)https://bit.ly/2D4EiYG; 이와 같은 의견은 https://bit.ly/2xR4vVm에서 찾을 수 있다.
39)폭스 로스차일드 로펌은 미국 내 21개 사무소에 800여명의 변호사가 소속되어 있다.
*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아트로센터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