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니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그 가운데 하나는 “어떠한 주제로 여행을 다닐 것인가”이다. 한국을 여행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일 것이다.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이들은 맛집 지도를 들고 전국을 유랑할 것이고 드라마 팬들은 드라마 촬영지를 돌면서 여행을 할 것이다. 지금 현재 한국 문화 수출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누가 뭐래도 케이팝이다. 그렇다면 케이팝 팬들은 어떻게 한국을 여행해야 할까? 이에 《CNN 트래블(Travel)》은 <나를 당신의 가이드로(With Me As Your Guide)> 시리즈에서 케이팝 팬들을 위한 한국 여행 가이드를 소개했다. 11월 27일 자로 온라인판에 오른 이 동영상은 서울의 여러 장소를 다니며 살아 꿈틀거리는 장면들을 담았고 한국 음악의 역사와 오늘날에 대해 잘 말해줄 수 있는 박민준 씨를 만나 유용한 정보를 들었다. 이 동영상의 길이는 3분 32초. 언뜻 너무 짧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CNN》 뉴스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하면 결코 짧은 길이가 아니다. 이 리포트는 “케이팝을 너머서: 한국의 잊혀진 비트에의 발견(Beyond K-pop: Discovering South Korea's forgotten beats)”이라는 제목으로 구성됐다. 동영상 아래에는 이 동영상의 플레이(Play) 버튼을 누르게 하기 위한 다음의 홍보 문장이 게재됐다.
“케이팝을 포함해 한국의 음악 세계에 대해 알고 싶다면 위의 비디오를 보세요. 박민준 씨가 《CNN》 여행 시청자들을 모시고 궁극적인 한국 음악 투어를 해드립니다.”
리포트의 첫 장면은 방탄소년단의 <아이돌(Idol)> 뮤직비디오이다. 이 장면과 함께 이어지는 기자의 첫 문단은 다음과 같다. “한국 음악? 하면 케이팝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입니다. 물론 케이팝으로 창출되는 수익은 전 세계적으로 연간 50억 달러로 추산되고 있는 만큼 한국 음악을 대표하는 것이긴 하죠. 그렇다고 한국 음악이 곧 케이팝이라고 단정지으면 곤란합니다. 한국 음악에는 지금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케이팝 외에도 무척 다양한 음악이 있으니까요. 박민준씨는 'DJ 소울스케이프(Soul Scape)'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DJ이자, 유명 음악 프로듀서이며 <360 사운즈(Sounds)>의 공동창업자이기도 합니다. 그가 하는 일은 정말 여러 가지이지만 그 가운데, 2005년에 설립한 레코드숍인 <360사운즈>는 한국 음악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장소랍니다.”
박민준 씨 : “여기가 레코드숍이에요. 저와 제 직원들이 함께 운영하고 있어요. 지하에는 저의 스튜디오가 있습니다. 이곳은 DJ들, 사진작가들, 스케이터들, 그리고 로컬 아티스트들의 협업으로서 시작됐습니다. 360이라는 이름은 음악의 360도에 이르는 방향, 그만큼 다양하고 방대한 것을 모두 커버한다는 의미로 붙여졌습니다. 제 스튜디오와 제 레이블을 통해 거의 모든 종류의 음악을 다 커버했다고 할 수 있죠.”
한국 음악의 역사와 오늘을 볼 수 있는 또 다른 좋은 장소는 현대 뮤직라이브러리(Hyundai Music Library)입니다. 이태원에 위치한 이곳에는 1만 장의 LP 레코드, 3천 종류의 음악 관계 출판물들이 소장된 곳입니다. 이 가운데는 한국에서 그리 많이 듣지 못했던 음악, 그리고 이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희귀본들도 상당수입니다. 이처럼 풍성한 한국 음악의 기록물들이지만 다음 세대 음악인들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열람할 수도 있고 들어볼 수도 있습니다. 한국의 음악 역사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죠. 현대 뮤직라이브러리의 소장품들은 현대 뮤직라이브러리의 디렉터이기도 한 박민준 씨의 손을 거쳐 일일이 선별된 것들입니다.
박민준 씨 : “이곳에는 레코드 수집가들이 보자면 거의 꿈의 소장품들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모두 모아놨습니다. 아티스트들은 이곳에 와서 희귀 레코드들을 들어보곤 합니다. 예술대학교 학생들도 많이 와서 이곳의 레코드를 듣고 영감을 얻더라고요. 저는 이곳을 찾는 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음악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볼 수 있게 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단지 스타일에만 국한되지 않도록이요. 그래서 발행년도 별로 다양한 앨범을 모았습니다. 이것은 신중현과 엽전들의 첫 앨범이에요. 신중현씨는 한국의 지미 헨드릭스(Jimmi Hendrix)라고 불리는 인물이죠. 한국의 60년대와 70년대 음악은 서양의 록과 소울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한국 포크 뮤직도 여전히 명맥을 유지했고 한국 포크 뮤직 필이 나는 음악도 계속됐었습니다.
현대 뮤직라이브러리는 또한 밴드들이 연습실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지하의 컨서트홀을 갖추고 있습니다.
박민준 씨 : “이곳은 무척 작은 공간이지만 엘튼 존과 스팅도 와서 공연했던 곳이기도 해요. 저는 특히 재즈, 인디 록, 힙합 뮤직 등 거의 모든 종류의 음악을 하는 로컬 아티스트들이 이곳에서 연주할 수 있도록 애써왔습니다.”
현대 뮤직라이브러리는 아트 갤러리, 패셔너블한 부티크들, 바 등이 가득 들어서 있는 이태원에 위치해 있습니다.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이태원은 국제적인 유행과 한국의 전통문화가 마주쳐 충돌하는 곳이라 할 수 있죠. 그렇다고 한국 음악의 중심지가 이태원뿐만은 아닙니다. 이태원의 서쪽인 홍대 앞도 음악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지역입니다. 거의 매일 밤, 홍대 앞 광장에서는 거리의 공연자들이 라이브로 음악을 연주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한국의 떠오르는 음악 탤런트들이 그들의 실력을 검증받는 공간입니다.
박민준 씨 : “전통은 계속해서 변하죠. 전통은 컨템포러리 뮤지션과 모든 음악적 요소들과 계속해서 상호작용을 합니다. 저는 전통 음악에 현대적인 터치를 더해 다시 리바이브 하고 새로운 생명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위의 보도는 현대 뮤직라이브러리의 디렉터이자 360사운즈의 대표인 박민준 씨를 인터뷰함으로써 현재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케이팝(랩이 들어가고, 영어 가사가 있는, 걸그룹과 보이밴드 또는 싱글 아티스트가 하는, 정형화된 스타일의 케이팝) 말고도 역사적으로 훨씬 더 다양한 음악이 한국에 있어 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그러한 음악적 전통이 있었기에 현재의 케이팝의 영광도 있음을 잘 설명하고 있다. 이 동영상 리포트는 전 세계 케이팝 팬들에게 한국의 케이팝이 ‘어느 날 정부 투자로 몇 년 간 연습생들 가둬놓고 맹연습시켜 탄생한 것이 아님’을 잘 보여준다. 오늘날 방탄소년단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뮤지션들이 있었는지, 거리의 공연자들이 얼마나 진지하게 자신들의 음악을 공연하는지를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리포트에서 보여주는 현대 뮤직라이브러리는 일단 건축물이 너무 멋있어서 외국인 관광객의 눈길을 끌 만했다. 건축가 장누벨(Jean Nouvel)이 디자인한 스위스 루체른의 문화센터(Lucerne Culture and Congress Centre)나 프랑스의 오르세이 뮤지엄(Musée d'Orsay), 런던의 테이트 모던 뮤지엄(Tate Modern Museum)에서 느껴지는 모던함과 기능성, 기발함이 번뜩이는 공간이었다. 2015년 6월에 문을 열었다는 이곳은 외국인 관광객이든, 내국인이든 하루 정도 날을 잡아서 방문할 가치가 있어 보였다.
《CNN》 트래블에는 정기적으로 한국의 살아 있는 여행 정보가 올라오고 있다. 그만큼 케이팝, 한국영화, 한국 드라마, 한국 음식으로 인해 한국이라는 나라에까지 애정을 품게 된 외국인들이 많다는 얘기일 것이다. 이처럼 영어권에 잘 홍보된 행운을 이어가려면 현대 뮤직라이브러리를 찾아온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곳을 둘러보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운영과 서비스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혹시나 하여 현대 뮤직라이브러리의 웹사이트를 들어가 봤더니 콘텐츠 가운데 영어로 된 표현은 아주 많았지만, 실제 영어로 뮤직라이브러리를 설명하는 내용은 전무했다. 앞으로 5개 국어로 번역해 더 많은 이들이 편하게 방문할 수 있다면야 금상첨화이겠지만 적어도 영어 사이트는 운영해야 하지 않을까. 결국 외국에 사는 이들이 《CNN》의 리포트를 보고 이곳에 와봐야지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참고할 것은 웹사이트이기 때문이다.
케이팝 팬들이 케이팝 때문에 한국을 찾았을 때, 들려볼 만한 명소(Attraction)로 몇 가지를 더 개발해 관광상품화 한다면 참 좋을 것 같다. 이태원의 현대 뮤직라이브러리, 홍대 앞의 거리 공연 외에도 케이팝 아티스트들의 얼굴을 밀랍으로 만든 박물관 방문, 방송국의 가요 쇼 프로그램 참관 체험(실제 미국의 방송국들 앞에도 관광객들이 쇼 촬영을 체험해보려고 줄을 선다), 대형 스타디움급 콘서트 장에서의 콘서트 참여 등의 체험을 넣고 케이팝 아티스트들의 홍보상품들을 따로 전시해놓은 공간을 마련해 그곳을 구경함과 함께 쇼핑도 할 수 있게 한다면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하나의 테마를 지닌 관광 상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CNN》의 리포트 말미에는 한강의 야경이 실렸는데 서울의 야경이 이렇게 아름다운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서울은 전 세계 관광객들이 비행기를 타고 가서 돌아보고 싶은 매력을 두루두루 갖춘 도시이다. 거기에다 케이팝의 메카인데 더이상 어떤 설명이 필요할까.
<한국 음악의 역사와 현장을 따라나서는 여행의 가이드, DJ 소울스케이프로 불리는 박민준 씨>
<한국 음악의 역사를 알 수 있는 명소, 현대 뮤직라이브러리>
<한국 음악의 역사를 찾아볼 수 있는 지역 이태원>
<한국 음악의 현주소를 볼 수 있는 홍대 앞>
<1년 내내 라이브 공연이 벌어지고 있는 홍대 앞>
<리포트 말미에 게재된 서울 야경>
<한국 음악의 역사를 알 수 있는 현대 뮤직라이브러리>
※사진 출처: CNN 트래블 동영상 스크린샷, 현대 뮤직라이브러리 홈페이지
※ 참고자료
《CNN》 리포트 링크, https://www.cnn.com/travel/article/korean-music-hyundai-card-music-library/index.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