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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재판소, 치즈의 맛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2018-12-04 한국저작권위원회

주요내용

저작권 동향 2018년 제23

2018. 11. 00.

[EU] 사법재판소, 치즈의 맛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박희영*

치즈의 맛이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지 문제가 된 사안에서 사법재판소는 인간의 미각은 주관적인 것이고 현재의 과학발전 수준에 비추어 동일한 종류의 다른 식료품의 맛을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기술적 수단으로 식별해 내는 것은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식료품의 맛은 EU 저작권법으로 보호될 수 없다고 판결함.

네덜란드 국내절차에서 사실관계

이 판결은 치즈의 맛에 대한 저작권 침해와 관련하여 네덜란드의 치즈 제조업자 사이에 벌어진 법적 다툼을 다루고 있음.

네덜란드의 한 야채 소매업자가 2007Heksenkaas(마녀치즈)를 제조함. 이 치즈는 크림치즈와 신선한 허브(약초)가 들어있는 스프레드치즈의 일종으로 주로 빵에 발라먹는데 사용됨. 야채 상인은 2011Levola 회사(이하 원고’)와 계약을 체결하여 이 치즈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이 회사에게 양도함.

원고는 2012년 이 치즈의 제조방법에 대해서 특허를 받음.

한편, Smilde 회사(이하 피고’)2014년부터 ‘Witte Wievenkaas’ 라는 스프레드치즈 제품을 생산하여 대형 할인 수퍼마켓인 Aldi를 중심으로 판매함. 그런데 두 회사의 치즈의 맛이 거의 비슷함.

원고는 피고의 치즈 제조와 판매는 자신의 치즈 에 대한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판단하고 피고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함. 즉 원고는 마녀 치즈의 맛은 지적창작물로서 저작권법의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기 때문에 피고가 제조한 치즈의 맛은 자신의 저작물의 복제물이라고 주장함. 따라서 원고는 피고의 치즈 제조 및 판매 등 피고의 저작권 침해행위의 중단을 청구함.

1심 및 항소심 판결

1심 법원은 2015년 마녀치즈의 맛이 저작권법으로 보호될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없다고 판결함. 원고는 마녀치즈의 맛을 이루는 어떠한 요소들이 독창적인 성격과 인적인 특징을 가지는지 설명하지 못하므로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

항소심 법원은 이 사안에서 치즈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식료품의 맛이 과연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는지가 핵심이라고 파악함. 그런데 원고와 피고는 이 문제에 대해서 상반된 입장을 가지고 있음.

- 원고는 문학, 학술 또는 예술 저작물과 같이 식료품의 맛도 저작물로서 저작권법으로 보호받는다는 입장임. 특히 원고는 랑콤(Langcôme) 화장품의 향수의 향에 대한 저작권의 인정은 기본적으로 가능하다고 한 네덜란드 최고법원의 판결을 근거로 제시함. <1 >

- 이에 대해서 피고는 맛의 보호는 시각적 내지는 청각적으로 인지될 수 있는 창작물만을 보호하는 현행 저작권법 체계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입장임. 피고는 또한 식료품의 부패 가능성과 맛에 대한 경험의 주관적 성격은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는 저작물과 모순된다고 주장함. 게다가 지적재산인 저작물에 대한 저작자의 배타적 권리와 맛에 대한 이러한 권리의 법적 제한은 현실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고 함.

이러한 상황에서 항소심 법원은 향수의 저작권 보호 가능성을 명확히 부정한 프랑스 최고법원의 판결<2 >을 설명한 뒤, 이 판결은 향수의 저작권 보호를 긍정한 네덜란드 최고법원의 판결과 견해를 달리하므로 EU 내에서 EU 저작권법을 통일적으로 적용하기 위하여 사법재판소의 판결이 필요하다고 판단함.

따라서 항소심 법원은 국내의 소송절차를 중단하고 식료품의 맛이 EU 정보사회저작권지침(2001/29/EC)으로 보호되는 저작물로 인정될 수 있는지 선결 판결해 달라고 사법재판소에 제청함.

사법재판소 법무관의 견해

법무관은 2018725일 식료품의 맛은 EU 정보사회저작권지침에 의해서 보호받지 못한다는 견해를 밝힘. <3 >

사법재판소의 판결

사법재판소는 20181113일 법무관의 견해를 받아들여 식료품의 맛은 정보사회저작권지침이 보호하는 저작물로 인정될 수 없다고 판결함. <4 >

식료품의 맛이 이 지침의 저작권으로 보호되기 위해서는 이 지침에서 규정한 저작물로 인정되어야 함. 즉 저작물로 인정되기 위해서 두 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함. 첫째 관련 대상이 저작자의 지적창작물로서 독창성을 갖추어야 하고, 둘째 이러한 지적창작물은 표현되어야 함.

따라서 지침의 저작물 개념은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대상이 반드시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식별될 수 있는 표현 형식을 갖추고 있어야 함. 비록 이러한 표현 형식이 지속적이지 않더라도 가능함. 그리하여 저작권 보호기관이 보호 대상을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어야 하고, 개인(특히 기업)도 마찬가지로 제삼자(특히 경쟁자)를 위해서 보호되는 대상을 명확하게 식별할 수 있어야 함. 보호 대상을 식별하는 경우 모든 주관적인 요소는 배제되어야 함. 주관적 요소를 배제시킬 필요성은 이러한 대상이 명확하고 객관적인 표현이어야 한다는 점을 암시함.

하지만 식료품 맛의 경우에는 정확하고 객관적인 식별 가능성이 결여되어 있음. 예를 들어 정확하고 객관적인 표현 형식을 갖춘 문학, 사진, 영화, 음악 저작물과 달리 식료품의 맛은 본질적으로 미각과 경험에 따라 식별될 수 있음. 미각과 경험은 특히 해당 식료품의 맛을 보는 사람의 나이, 식품에 대한 선호도, 식품의 소비습관과 같은 요소와 제품이 소비되는 환경이나 맥락에 의존하기 때문에 주관적이고 가변적임.

더구나 현재의 과학 발전 수준에 비추어 볼 때 동일한 종류의 다른 식료품의 맛을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기술적 수단에 의해서 식별해 내는 것은 가능하지 않음.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식료품의 맛은 정보사회저작권지침이 보호하는 저작물로 인정될 수 없음.

평가 및 전망

인간의 미각은 주관적인 것이고 현재의 과학 발전 수준에 비추어 볼 때 식료품의 맛은 EU 저작권법으로 보호될 수 없다고 한 사법재판소의 판결은 식료품 산업을 보호한 것으로 평가됨.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식료품의 맛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고 식료품의 복제 여부를 구분할 수 있으며 독자적인 저작권법의 표현 형식을 갖추어 창작성을 가지는 경우 식료품도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을 가능성이 있게 되면 이번 사법재판소 판결은 적용에 문제가 될 수 있음. 따라서 이에 관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됨.

<1 > The judgment of 16 June 2006 of the Hoge Raad der Nederlanden (Supreme Court of the Netherlands) (NL:HR:2006:AU8940).

<2 > The judgment of 10 December 2013 of the Cour de cassation (Court of Cassation, France) (FR:CCASS:2013:CO01205).

<3 > CJEU, OPINION OF ADVOCATE GENERAL WATHELET delivered on 25 July 2018 (1) Case C310/17.

<4 > CJEU, Judgement of 13. November 2018, Case C-310/17 Levola Hengelo BV v Smilde Foods BV (ECLI:EU:C:2018:899).

참고 자료

- https://bit.ly/2Q6oDx7

- https://bit.ly/2Dwx9Pe


* 독일 막스플랑크 국제형법연구소 연구원, 법학박사

첨부파일 5_EU_박희영.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