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류라는 큰 물줄기 속에서 가장 눈에 띈것은 누가 뭐라해도 '방탄소년단'이다. 각종 빌보드 차트 섭렵, 미국 대표 매체 방송 인터뷰, 공연, 신문사 헤드라인 장식은 미국 주류 매체에서도 집중했다. 심지어 미국 할리우드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AMAs, 그래미와 같은 시상식에도 출동했다. 정말 2018년의 가장 뜨거운 한류 리더가 아니었나 싶다. 특히 아시아인들이 여전히 소수인 미국에서 말이다. 방탄소년단의 이러한 성공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2018년 유독 뜨거웠던 방탄소년단을 뉴욕에서 집중 분석해본다.
방탄소년단은 소속사의 규모, 인지도, 자금력, 인맥이 대형 기획사보다 부족했다. 먼저 활동 중인 유명한 선배도 없었다. 처음부터 ‘흙수저(?)’ 출신이라는 한계와 주목받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SNS를 통해 성공한 케이스로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중소기획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방송국을 통하지 않아도 팬들을 만날 수 있는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했다. 이것이 ‘신의 한 수’였다. 방탄소년단은 데뷔 초부터 공식 블로그와 유튜브 등을 통해 콘텐츠를 올렸고, 현란한 퍼포먼스를 담은 그들의 영상은 전 세계에 전파됐다. 해외에서 먼저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먀 멤버 개개인은 적극적으로 개인 콘텐츠를 제작하는 1인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방탄 TV의 유튜브에는 약 900개의 동영상이 올라와 있고, 이들의 트위터에는 약 1만 개의 트윗이 있다. 이처럼 활발한 소셜미디어 활동을 통해 팬들은 언제나 방탄소년단과 함께한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게 됐고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는 기반이 됐다. 카일리 제너, 킴 카다시안, 아리아나 그란데와 같이 할리우드 최고의 인플루언서 못지 않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이 유명 패션회사 '구찌'를 사로잡았다 – 출처 : 구찌 제공>
<미국 대표 패션 매체 '보그'가 방탄소년단에 대해 보도한 기사가 공유 1위를 차지한 모습 – 출처 : 보그 캡처>
<뉴욕 시티필드 공연장에서 최초로 공연한 한류 아이돌 방탄소년단 공연을 위해 뉴욕 지하철 스케줄 변경 – 출처 : 뉴욕 지하철 MTA 공식 홈페이지 캡처>
<방탄소년단 미국 투어 콘서트에 모인 어마어마한 수의 팬들-출처: 통신원 직접 촬영>
방시혁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해외 시장을 의도적으로 공략한 적이 없다. 처음 방탄소년단이 만들어졌을 때 케이팝의 고유 가치를 지키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을 직접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성공 가도는 기존 한류가 뉴욕을 비롯한 미국에서 실패했던 점을 잘 말하고 있다. 미국인들의 입맛에 맞추려는 한국에서의 시도는 타겟 소비자들의 취향 분석에 실패했고, 할리우드 팝스타들의 뒤를 쫓는 모습밖에 되지 않았다. 방탄소년단은 한국적인 개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SNS, 영어 소통, 해외 팬들과 교류라는 마케팅과 방향성을 통해 오히려 글로벌 무대에서 성공했다. 이는 패션 업계가 기존 북미 시장 진출에서 실패했던 이유 또한 비슷한 맥락에서 분석해 볼 수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지난 2015년 세계를 강타했다. 특히 그중에서도 유행에 민감한 뉴욕, LA의 미국인들은 한국어 가사를 따라 부르며 유튜브 동영상을 직접 찍어 올리며 그 열풍을 더했다. 당시 세계 최고 조회 수를 가진 유튜브 비디오가 싸이의 ‘강남 스타일’일 정도로 인기를 거두었다. 국내 대형 기획사 JYP, YG, SM 엔터테인먼트가 수년간 노력을 해온 것과 달리 단 ‘한방’으로 주목받았다. 이는 국내에서도 예측하지 못해 연일 보도가 될 정도였다. 싸이의 스타일이나 패션 센스 또한 당시 크게 눈길을 끌며 북미 시장에서 큰 히트를 쳤다. 이후 2017년부터 방탄소년단은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한류 스타로서 유례가 없는 기록을 세우고 있다. 미국 음악 시상식 ‘AMAs(American Music Awards)’에 아시아 출신 가수 최초로 저스틴 비버를 이기고 수상, 그래미 시상식 초대, 빌보드 장악으로 중소 기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출신의 아이돌이 북미 시장에서 한류를 이끌어나가는 아이돌로 자리 잡았다.
덩달아 그들의 패션, 스타일, 제품들은 연일 10대들을 겨냥한 매체에 보도되며 최근에는 《보그》 USA에서 스타일 분석 리포트 기사까지 보도됐다. 이들의 성공에 북미 지역 패션 하우스들과 디자이너들은 방탄소년단을 잡기 위해 ‘혈안’인 상태다. 북미 투어에만 할리우드 스타들을 따라다니는 극성 파파라치들이 방탄소년단의 일거수일투족을 올리고, 그들을 따라다니는 팬덤 역시 멤버들의 패션과 스타일을 SNS를 통해 공유한다. 파파라치들이 할리우드 스타가 아닌 아시아의 스타를 따라다니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는 미국 유명 인플루언서들의 홍보와 할리우드 스타들의 패션 제품들이 전 세계의 이목을 받는 효과를 동시에 낸다. 방탄소년단이 즐겨 입는 브랜드 ‘구찌’ 역시 방탄소년단의 자유분방한 이미지를 잘 드러내는 제품들로 구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렉사드의 취향이 잘 드러나는 디자인을 자주 착용하며 브랜드 이미지가 높아지는 등 현재 세계 최고의 패션 하우스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마치 걸어다니는 빌보드와 다름없는 방탄소년단을 잡기 위해 자금력있는 미국 패션 회사들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패션의 도시 뉴욕에서 방탄소년단의 얼굴이 나오는 패션 화보를 볼 날이 멀지 않은 듯 하다. 다방면에서 큰 성과를 이룬 방탄소년단이 잠깐의 유행이 아닌 이 성공을 2019년에도 이어가길 바라며, 업계 전문가들의 활약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