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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이슈] 저무는 TV의 시대, 태국 방송통신위원회의 고민

2019-07-24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이번 달 들어 태국 방송통신위원회(National Broadcasting and Telecommunications Commission, 이하 ‘NBTC’)의 지상파 방송 관련 신규 정책 개혁이 잇따르고 있다.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될 수 있는데, 첫 번째로는 현 디지털 지상파 TV 채널 수를 현 22개에서 15개로 감소시키고 다음으로는 시청률 추산 시 TV 수신기 외에 인터넷을 사용한 모바일 시청을 합산하는 방식으로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정책의 방향은 분명하다. 그간 급격한 지상파 TV 채널 수 확대로 인한 과도한 시장 경쟁과 유튜브, 넷플릭스 등 OTT(Over-The-Top) 플랫폼의 활성화로 인한 TV 광고비 감소 등 기존 지상파 TV 방송사들이 호소해온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것이다.

태국의 지상파 방송 채널 수는 국영방송을 포함해 6개에 불과했었으나 2014년 정권을 잡은 군사 정부의 ‘디지털 TV 주파수 경매’를 통해 뉴스·시사 전문 7개 채널, 버라이어티 SD(Standard) 7개 채널, 버라이어티 HD(High Definition, 고화질) 7개 채널, 어린이 3개 채널 등 24개 채널로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대다수의 채널이 매년 적자에 시달리면서 2개 채널은 운영을 포기하였으며 매년 NBTC에 지불해야 하는 방송허가료를 둘러싸고 방송사들과 NBTC 간의 갈등이 커져왔다(2018년 5월 25일, 통신원 작성 ‘태국 디지털TV 채널 다수 경영난 겪어, 방송콘텐츠 수출 시장 적신호’ 기사 참고).

< 2014년 태국 디지털 지상파 TV 채널 경매 내역 - 출처 : NBTC >

태국 지상파 TV 방송사들의 적자 운영은 한류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국 드라마 수입 시장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이는 태국 시청자들의 넷플릭스, Iflix, Viu 등 다양한 동영상 플랫폼을 통한 시청 증가가 가장 큰 원인이나 과거 꾸준히 최신 한류 드라마를 편성하던 현지 지상파 TV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크릿 가든>, <오 나의 귀신님> 등 인기 한국 드라마의 리메이크 제작 등 자체 제작 드라마를 내세우거나 단가가 저렴한 중국·인도 드라마를 대신 편성하는 변화를 이끌고 있다. 2019년 7월 현재 2019년 작 한류 드라마를 편성한 현지 지상파 TV 채널은 한 곳도 없었으며, 올 2월부터 4월까지 «채널7»이 주말 아침마다 방영한 송혜교·박보검 주연의 tvN 드라마 <남자친구>가 가장 최신작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국 드라마를 방영 중인 현지 지상파 채널들(«채널3», «채널7», «True4U’» 등)의 2019년 편성표를 살펴보면, 신작을 수입하기보다는 과거 수입·방영한 드라마를 반복해서 편성하는 경향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태국 '채널7'에서 방영된 한국 드라마 '남자친구' - 출처 : Channel 7 페이스북(@Ch7HD)>

이에 NBTC는 오는 2019년 10월 1일부터 디지털 지상파 채널 개수가 15개로 감소된다고 발표했다. 7월 12일 현지 영문일간지 «방콕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경영을 중단하는 7개 채널 운영사는 이미 납부한 채널 경매 대금 등을 토대로 한 29억 3천만 바트(한화 약 1,119억 원)의 보상금을 나눠 받게 되며 이미 지난 5월 10일 «Spring News 19», «MCOT 14», «Spring 26», «Voice TV 21», «Bright TV 20», «Channel 3 Family 13», «Channel 3 SD 28», 총 7개 채널이 NBTC 측에 운영 포기 의향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결국 2014년 시작된 디지털 지상파 24개 채널 중 이미 중단된 2개 채널을 포함, 5년 만에 총 9개 채널이 운영을 포기함으로써 당초 방송 정책의 실효성 실패와 ‘지상파 방송의 위기’를 그대로 드러내게 되었다.

<2019년 6월 기준 태국 디지털 지상파 시청률 상위 10개 채널 - 출처 : 방콕포스>

한편 NBTC는 시청률 조사기관인 닐슨(Nielsen)을 통한 TV 시청률 조사 대상을 TV, 위성 TV,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플랫폼으로 8월부터 확대할 계획이다. 타컨 탄타싯 NBTC 사무총장은 7월 17일 «방콕포스트»를 통해 새로운 시청률 집계 시스템을 통해 광고주 등이 더욱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자 하며 정책 실시 전인 7월 25일 관련 협회, 학계,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시청률 집계 시스템을 적용하면 기존 시청률 1위였던 «채널7»이 2위로, 2위였던 «채널3»이 1위로 상승하는 등 순위 변동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전체적인 시청률 상승이 기대돼, 2019년 6월 기준 전년 대비 -6.72%를 기록한 태국 TV 광고 시장에 활성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 참고자료
https://www.bangkokpost.com/business/1710915/digital-tv-channels-down-to-15-on-oct-1
https://www.bangkokpost.com/business/1713848/nbtc-readies-ratings-system-for-august-launch

통신원 정보

성명 : 방지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태국/방콕 통신원]
약력 : 현) 태국 국립쫄라롱껀대학교 석사(동남아시아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