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모습을 다양한 시각으로 조명하는 전시 '멜팅 맵(Melting Map)'이 10월 11일부터 12월 14일까지 쁘라웻 지역에 위치한 대형 문화복합지구인 시컨 스퀘어(Seacon Square) 내 BACC 팝업 갤러리에서 열린다. 해당 갤러리는 방콕 시암에 위치한 방콕 예술문화센터(Bangkok Art & Culture Centre, BACC)의 팝업 갤러리로 방콕 외곽 지역의 문화 인프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운영 중이다. 전시 '멜팅 맵'은 7명의 작가와 1개의 아티스트 그룹이 참여한 전시회로 태국 작가 5팀과 이탈리아 작가 1명, 그리고 한국 작가 1명이 참여했다. 이번 전시는 다양한 스타일을 가진 작가들의 시각으로 바라본 방콕 쁘라웻(ประเวศ, Prawet) 지역 내 사람, 환경, 역사를 그려낸다. 여러 문화와 종교가 공존하는 쁘라웻은 방콕 외곽에 위치한 지역으로 한국의 행정 구역 기준으로는 구에 해당한다. 쁘라웻은 라마 5세 재위 기간 중 부리람 운하가 건설되면서 더욱 발전했다.

< '멜팅 맵(Melting Map)' 전시 홍보 포스터 - 출처: BACC 홈페이지 >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지역 내 다양한 문화와 역사에 각자의 개성을 더해 표현했다. 콴차이 리차이쿤(ขวัญชัย ลิไชยกุล, Kwanchai Lichaikul)은 지역 주민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도시에 대해 알고자 전시했으며, 테윈 탠(เทวินทร์ แทน, Taewin Tan)은 지역 내 청소년들에게 안전한 공간이자 소속감을 주는 다리 아래 공원의 스케이트보드 커뮤니티를 촬영했다. 마리사 시리짠쁠랭(มาริษา ศรีจันแปลง, Marisa Srijunpleang)은 도시로 이주한 노동자들의 식재료와 기억을 비디오로 담아냈다. 작가 그룹 더 베이스먼트(The Basement)는 쁘라웻 지역을 무대로 한 단편 소설을 선보였다. 무슬림연회를 중심으로 지역 발전과 변화 속의 다양한 관점, 개인의 삶, 그리고 공동체에 대한 허구의 이야기를 선보인다. 핫사콘 히란시리촉(หัสกร หิรัญสิริโชค, Hassakorn Hirunsirichok)은 지역 내 작은 생물의 주민등록증을 만들었다. 인간과 함께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동물을 재조명하며 이들도 도시에 속해 있음을 강조한다. 끄리따난 딴뜨라펀(กฤตนันท์ ตันตราภรณ์, Krittanun Tantraporn)은 지역 내 길고양이를 촬영해 쁘라웻 지역 커뮤니티를 반영하는 장소인 디지털 모스크 공간 속에 배치할 수 있는 작품을 선보였다. 피에트로 로 카스토(Pietro Lo Casto)는 쓰레기 매립장으로 인해 생겨난 냄새와 어느새 사라진 끄라툼 나무 향기에 주목했다. 또한 지역 주민과 함께 만든 전통 종이 지도로 그 기억을 복원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서지희 작가는 실크를 활용해 쁘라웻 지역 지도와 랜드마크를 패턴으로 표현했다. 지역 주민과 진행한 워크숍을 통해 쁘라웻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을 이해하고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지는 모습을 담았다. 통신원은 10월 15일 수요일 오후 전시 현장에서 서지희 작가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 서지희 작가와 전시 작품 - 출처: 통신원 촬영 >
안녕하세요. 작가님께서 참여하신 이번 전시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번 전시는 주제는 쁘라웻 지역의 갑작스러운 도시화 속에서 어떻게 균형 있는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내용입니다. 7팀의 아티스트가 해당 주제에 대해 리서치를 진행한 후 다양한 스타일로 쁘라웻 지역 커뮤니티에 대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작품별로 스타일과 표현이 굉장히 다양해 독특한 콘셉트의 전시입니다. 쁘라웻 지역처럼 제 고향인 원주도 급격한 도시화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옛 건물과 도시 건물이 공존합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과거와 현재의 공존이 도시를 완성하고, 또 경험과 기억을 연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시면서 쁘라웻 지역 주민과의 워크숍을 진행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워크숍 과정은 어땠나요? 쁘라웻 지역 내 커뮤니티와 무슬림 학교에서 워크숍을 진행하며 지역 주민의 의견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워크숍은 지역 커뮤니티에서 무슬림 학교 학생들과 진행했는데요. 학생들에게는 먼저 '나와 쁘라웻(Me and Prawet)'이라는 주제로 마인드맵을 작성하게 했습니다. 단어로 먼저 자신이 사는 지역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자유롭게 작성하게 한 후 그 단어를 지도에 패턴으로 그려보게 했어요. 방콕 혹은 태국의 테두리만 그려져 있는 종이를 주고 마인드맵에서의 단어를 활용해 지도의 공간을 채우게 했습니다. 학생들의 개인적인 경험에 따라 같은 지역이지만 표현하고 묘사하는 것이 달랐는데요. 워크숍에서 얻은 패턴을 활용해 이번 전시에 선보인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워크숍 진행 시 한국화 재료를 사용해 세션을 진행했습니다. 한국화 물감, 한지, 먹물 등 태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미술 재료에 학생들의 관심도가 높았습니다. 태국에서 구할 수 있는지 묻는 등 새로운 미술 재료에 많은 흥미를 보이는 모습이었습니다.

< 지역 주민과의 워크숍에서 학생들이 완성한 방콕 혹은 태국 지도 - 출처: 통신원 촬영 >
워크숍을 진행하며 쁘라웻에 대해 바라보는 작가님의 시선도 조금 달라졌을 것 같은데요. 워크숍 이전에는 쁘라웻 지역이나 방콕을 하나의 장소로만 바라봤다면, 워크숍에서 지역 주민과 얘기하고 작업하며 다양한 시각과 관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학생들은 창의성과 다양성이 돋보이는 작품을 많이 보여줬는데요. 실제로 학생들이 작업한 작품의 패턴을 활용해 쁘라웻 지도 작품을 완성했고, 그 일부는 이곳에 전시도 하고 있습니다. 한 친구는 자신이 좋아하는 공으로 지도를 채우기도 했고, 다른 학생은 쓰레기와 관련된 패턴으로 채우기도 했습니다. 그 친구는 쓰레기 매립지가 위치한 지역에 살고 있었는데 매립지의 악취도 좋다며 관련 패턴으로 지도를 완성했습니다. 지역 공동체와 작업할 때는 아무래도 연령대가 조금 더 높았습니다. 옛 쁘라웻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향수가 많이 느껴졌는데요. 워크숍을 통해 작업물에 더욱더 진정성을 담을 수 있었으며 많이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 워크숍을 통해 지역 주민의 기억을 담아낸 쁘라웻 지도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번 전시 작품은 쁘라웻 지역 내 여러 장소를 담아냈습니다. 쁘라웻의 여러 곳 중 작품에 담을 장소를 어떻게 선정하셨나요? 쁘라웻 작품은 3곳을 담아 작업했습니다. 조사 및 답사 과정을 통해 쁘라웻 지역의 종교 문화에 관심을 두게 됐는데요. 쁘라웻 지역은 불교도가 많은 방콕 내 다른 지역과는 다르게 이슬람교도의 비율이 높습니다. 워크숍을 진행한 장소도 이슬람교도 학교와 모스크였습니다. 주로 같은 종교끼리 모여 살고 있는데, '그렇다면 불교도와 이슬람교도가 공존해 살아가는 쁘라웻 지역에서 여러 종교와 문화가 모이는 지역은 어디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지역민에게 물어보니 전시가 열리고 있는 이곳, 시컨스퀘어라는 대답이 돌아왔는데요. 쁘라웻 지역에 있는 오래된 쇼핑센터이자 많은 지역주민이 방문하는 시컨스퀘어는 쁘라웻의 종교와 문화가 만나서 섞이는 곳입니다. 그래서 모스크와 불교 사원 그리고 시컨스퀘어를 작품에 담아냈습니다.

< 서지희 작가의 작품, 'From Mosque to Temple: A Walk in Color'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 장소들은 랜드마크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왼쪽 작품은 파란색을 주로 활용해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를 표현했고, 오른쪽 작품은 노란색을 활용해 태국 불교 사원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모스크와 불교 사원 사이 파란색과 노란색이 시컨스퀘어에서 만나는데요. 거북이의 등 패턴을 활용해 장소를 채워냈습니다. 또한 실크를 이용해 작업했는데요. 실크는 보존성이 좋고, 한국화 물감과도 잘 어울리는 재료입니다. 한국화 물감을 실크 위에 켜켜이 쌓아 올리면 나오는 색도 아주 아름답습니다. 모스크와 불교 사원 뒤에는 공간을 두고 쁘라웻 지역의 운하를 그린 실크를 배치했습니다. 운하는 쁘라웻 지역에서 역사 및 문화적으로 중요한 장소인 만큼 현재의 모습을 담은 그림과 뒤의 운하를 담은 그림을 두어 시간과 공간적 차이가 보이도록 했습니다. 서지희 작가는 이번 워크숍을 무슬림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진행했는데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불교 커뮤니티에서도 해보고 싶다."는 소감도 밝혔다. 다양한 형태로 표현된 방콕 쁘라웻의 모습을 담은 전시 '멜팅 맵'은 이번 12월 14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본 전시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케이-아츠 온더고(K-arts on the GO)>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www.k-go.or.kr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BACC 홈페이지, https://www.bacc.or.th/events/885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