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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의 한국 드라마의 인기와 한류스타의 방문

2019-10-24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필리핀을 방문하는 한류 스타들의 발걸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올해만 봐도 이미 모모랜드, 블랙핑크, 소지섭, 박보검, 강다니엘, 마마무, 박봄, 엔플라잉, 이성경, 이동욱 등 한류 스타들이 마닐라를 방문했고, 앞으로 박서준, 차은우, 아이유, 박해진 등이 방문을 예정하고 있다. 걸그룹 모모랜드의 멤버 낸시가 필리핀 방송국인《ABS-CBN》에서 제작하는 드라마의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가수 겸 탤런트 이승기가 마닐라를 방문하여 필리핀에서 한국드라마의 인기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었다.
이승기는 필리핀 사람들에게 케이드라마로 인기를 얻은 대표적인 한류스타이다. 2009년에 드라마 <찬란한 유산(Shining Inheritance)>으로 얼굴을 알린 이승기는 2011년 ABS-CBN을 통해 방영된 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My Girlfriend is a Gumiho)>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이후 예능 프로까지 인기를 끌면서 필리핀 사람들에게 탤런트 겸 가수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능 프로에까지 출연하는 멀티 엔터테이너로 인식되었다. 현재 필리핀 전역에 매장을 두고 있는 음료 전문 브랜드 공차(Gong Cha Philippines)의 모델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이승기의 이번 필리핀 방문은 <배가본드 보야지(VAGABOND VOYAGE)>라는 이름의 아시아 팬미팅 행사를 위한 방문으로 지난 10월 12일 마닐라 쿠바오 지역에 있는 New Frontier Theater에서 팬미팅 행사를 가졌다. 팬미팅 티켓 가격이 4,000페소(한화 약 91,000원)에서 9,500페소(한화 약 217,000원) 사이에 형성되어 현지 물가와 비교해 상당히 고가였음에도 불구하고 VIP 티켓 구매자에게는 이승기와 함께 사진을 찍을 기회를 제공한다거나 친필 사인 된 포스터를 증정하는 등 차별화된 서비스로 관객을 불러모았다.
이승기 팬미팅 소식은 공식 팬클럽인 아이렌(Airen Philippines)의 2천여 명의 회원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받은 것은 물론 필리핀 현지 언론에도 큰 관심을 받았다. 그동안 한류 스타에 대한 신문 기사 대부분이 누군가 마닐라를 방문했었다는 식의 단순한 내용에 그쳤던 것과 다르게 팬미팅에서 있었던 사소한 일 하나하나까지 기사화되어 나왔는데, 마닐라 공항 도착에서부터 필리핀 전통 음식인 레촌으로 저녁을 먹은 것까지 일정이 상세히 소개되었다. 필리핀 최대 지상파 방송사인 《ABS-CBN》에서 팬미팅 홍보 파트너를 맡으면서 이 행사가 팬미팅이자 작은 미니 콘서트처럼 진행되었다고 소개하면서 행사가 어떤 순서로 진행되었으며 팬들의 반응은 어떠했는지에 대해 상세한 기사를 내기도 했다. 《ABS-CBN》의 신문 기사는 팬 미팅이 2007년 발표한 노래 내 여자라니까(Because my woman)를 부르면서 시작되었으며, 그동안의 활동에 관한 질문 시간을 가졌는데 최고의 1분이 무엇이었느냐는 팬들의 질문에 대해 드라마 배가본드에서의 장면을 보여주면서 끝났다는 것까지 행사 일정에 대해 긴 분량을 할애하여 안내되었다. 이승기의 경우 이번 방문이 필리핀 첫 방문이었던 터라 팬미팅에 참석한 팬들은 행사가 정말 뜻깊고 즐거웠다는 감상을 전했다
팬클럽의 페이스북 내에서는 이승기가 팬들을 위해 만든 김밥 도시락을 누가 먹었느냐가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요즘 필리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온라인 뉴스 웹사이트라는 《래플러(Rappler)》에서도 이승기의 방문을 주제로 여러 개의 기사와 인터뷰 영상을 올렸는데, '왜 한국 드라마가 해외에서 인기를 끈다고 생각하는가?' 등의 질문에 이승기는 '한국 드라마가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언어를 몰라도 충분히 이해되는 스토리 때문이다.'라는 답변을 하기도 했다.
필리핀에서 방송국을 통해 정식으로 한국 드라마가 방영되기 시작한 것은 2003년도였다. 필리핀의 대표적인 공중파 방송사인 《GMA》 방송국에 <명랑소녀성공기>를 시작으로 <가을동화>, <겨울연가>, <여름향기> 등 여러 한국 드라마들을 방영했는데 필리핀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어 방송 시간을 황금시간대로 재조정했을 정도이다. 다른 방송사 중복 방영을 포함하면 지금까지 300편이 넘는 한국 드라마가 필리핀에서 방영되었다는데, 관련된 공식 통계 자료는 없지만 불법 유통된 한국 드라마도 상당히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필리핀에서 한류 관련 콘텐츠가 활발히 소비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합법적으로 콘텐츠가 유통되었다기 보기는 어렵다. 2005년에 드라마 <풀하우스>가 42.3%의 시청률을 기록한 뒤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상영되기까지 1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한국 드라마 열풍 현상은 더욱 뚜렷해졌지만, 드라마의 불법 유통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다. 국민 대다수가 저소득층인 필리핀에서 비싼 정품 DVD를 구매하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불법 복제에 대해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있는 데다가 지식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다는 것도 드라마의 불법 유통을 부추겼다. 필리핀 사람들에게 불법 DVD 또는 인터넷 다운로드를 이용해 한국드라마를 시청하는 일은 매우 흔한 일이다. 필리핀에서 유통되는 한류 콘텐츠의 지재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2014년 필리핀과 한국 정부가 '저작권 및 저작 인접권 분야 교류·협력'에 관한 협약(MOU)'을 체결했지만, 당장 인근 재래시장에만 나가도 한국 돈으로 천 원 정도의 돈으로 불법 DVD를 쉽게 구할 수 있었던 것이 현실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따르면 2017년 9월부터 2018년 8월까지 필리핀의 한류 콘텐츠 불법유통 사이트 URL을 삭제 조치한 것만 4만9366건에 이른다고 할 정도이다. 하지만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합법적으로 한류 콘텐츠를 유통하고자 하는 노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작년 7월, 필리핀 최대의 통신사인 글로브(Globe) 텔레콤에서는 홍콩 통신사 PCCW가 만든 OTT(Over The Top) 플랫폼 서비스인 뷰(Viu Philippines)와 파트너십을 맺고 한국 드라마에 대한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다. 불법 토렌트 서비스나 불법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아도 케이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글로브 텔레콤에서는 프로모션을 통해 통신 서비스 이용 비용을 낮추고, 영어와 필리핀 타갈로그어로 자막처리를 함으로써 이용객을 끌어모았다. 워낙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희박한 곳이 필리핀인지라, 늦었지만 한류 드라마 콘텐츠가 합법적인 플랫폼을 통해 유통될 수 있도록 하는 움직임이 생긴다는 것만으로도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이승기 팬미팅을 위해 모인 팬클럽 회원들 – 출처 : Leaders Philippines 페이스북 페이지(@Leaders Philippines)>

<이승기 팬미팅 풍경 – 출처 : 이승기 팬클럽 페이스북 페이지(@Lee Seung Gi Philippines)>

<필스타 신문에 올라온 이승기 싸인. 타갈로그어로 '준비되었습니까(handa na ba kayo)'라고 적어 팬으로부터 호감을 얻었다. - 출처 : ‘philstar’ 웹사이트>

<이승기는 마닐라 방문 중 필리핀 전통 음식을 먹고, 여행 기념품으로 장난감 지프니를 추천받는 등의 행동으로 화제가 되었다. - 출처 : 현지 매체 인콰이어러의 페이스북 페이지(@INQUIRER)>

<필리핀 마닐라의 재래시장에서 판매되던 불법 DVD. 다행스럽게도 몇 년 전부터 불법 DVD 가게가 많이 줄었다. 하지만 필리핀 사람들에게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생겼다고 보기는 어렵고, DVD 시청이 줄어들고 스마트폰을 이용한 여가 활동이 늘어나서 그런 듯하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 참고자료
https://www.globe.com.ph/about-us/newsroom/consumer/globe-and-viu-bring-filipinos-closer-to-koreanovelas.html
https://news.abs-cbn.com/entertainment/10/20/19/vagabond-star-lee-seung-gi-finds-home-in-manila-fan-meet
https://www.philstar.com/entertainment/2019/10/12/1959600/lee-seung-gi-begins-manila-voyage-taste-philippine-culture
https://www.rappler.com/entertainment/tv/241841-reasons-why-we-love-lee-seung-gi
https://www.facebook.com/rapplerdotcom/videos/2502159876520174/
https://entertainment.inquirer.net/347896/lee-seung-gi-arrives-in-manila-for-vagabond-voyage-fanmeet
https://entertainment.mb.com.ph/2019/01/18/hallyu-growth-biggest-in-ph-among-asean-countries/

통신원 정보

성명 : 앤 킴(Anne Kim)[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필리핀/마닐라 통신원]
e-mail : manila2019@kofice.or.kr
약력 : 프리렌서 작가, 필리핀 정보제공 블로그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