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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리> 호평과 <82년생 김지영>을 향한 대만의 시선

2019-11-01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리>로 현지 극장에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배우 차승원은 배우란 단어만으로 그를 설명하기에 너무나 많은 면모를 준 만능 엔터테이너 중 한 명이다. 그는 모델 영역에서, 예능 영역에서, 또 드라마와 영화 영역에서 외모에서 풍기는 모습과 또 그 외모 뒤에 숨겨진 ‘아재’다운 면모를 통해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는 연예인이다. 뽀글뽀글한 파마 헤어 스타일마저 그의 훤칠한 외모에 죽어 버리는 이번 영화는 아마도 그가 그동안 보여주었던 외모 뒤에 숨겨진 ‘반전’을 제대로 드러낸 영화이지 싶다. 전직 소방관이었던 주인공이 대구 지하철 참사로 아내를 잃고 또 그도 정신적 지체를 앓고 살아가다 백혈병인 딸과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힘내요! 미스터리’는 관객 만족도 순위에서 6위를 차지하면서, 영화 <엑시트>를 잇는 또 하나의 감동 코믹 장르로 기억되고 있다.
영화 <엑시트>가 현지 박스 오피스 순위를 뒤흔들 때 현지 관객은 한국영화의 강점으로 많은 요소를 넣어도 어색하지 않은 연출과 전개, 그리고 본연의 장르를 잊지 않는 점을 꼽았었다. <힘을 내요, 미스터리> 역시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있지만, 주된 장르의 요소는 처음과 끝까지 빼곡하게 담겨 있다. 현지 네티즌이 찬사를 보낸 점 또한 주된 장르 속에 첨가되는 여러 가지 요소가 본연의 장르를 흐리지 않고 오히려 더 큰 감흥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 통한 영화이기도 했다.

<관객 만족도 순위에서 6위를 차지한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리’ - 출처 : Yahoo Taiwan Movie>

배우 차승원은 관객의 시선이 그의 외적인 모습에서 머무르지 않고, 그의 대사 한 마디, 행동 하나에 머물 수 있도록 정신적 지체를 가진 트라우마를 잘 표현했고, 감정 역시 관객보다 절제하는 모습에서 그가 연기할 수 있는 극 주인공을 더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이 영화를 관람한 네티즌은 ‘웃기고, 감동을 선사하는 영화다’의 감상평이 주를 이루면서도, 배우 차승원의 연기에 극찬한 관객도 적지 않았다. 독특한 소재나 줄거리를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실제 사건 사고를 배경으로 담은 점이 관객이 영화를 불쾌감 없이 자연스럽게 극에 몰입할 수 있게 한 점 또한 한국영화의 특징을 잘 반영한 영화로 기억 남게 됐다. 이곳에서도 종종 ‘차줌마’로 불리는 배우 차승원의 새로운 모습을 편하게 감상하고 싶다면,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리>를 추천하는 관객이 많을 정도로, 배우 차승원의 활약이 돋보이는 영화였다.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리’ 중에서 – 출처 : Yahoo Taiwan Movie>

한편, 많은 이슈를 남기고 있는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국내 반응에 주목하고 관심 있게 다루고 있다. 물론 현지 언론이 <82년생 김지영>을 비추고 있는 시선은 영화 외적인 요소에 머물러 있다. 한국에서 논쟁 중인 남녀를 대립 구조에 둔 이분법적인 사고라든가, 페미니즘적 소재보다는 캐스팅된 주연 배우의 소식, 소설 흥행이 영화 흥행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에 대한 관심을 보인다. 물론 이 영화에서 말하고 있는 ‘김지영’은 우리 어머니 세대, 지금의 워킹맘 세대, 또 앞으로 내 자녀가 살아갈 그 시대에도 반영이 될 수 있는 우리나라의 여성상을 평범하게 그렸다고 할 수 있다. 또 그 평범한 틀이 크게 벗어나지도 누구 한 사람에게만 적응되지 않고, 모든 여성의 범주 안에 들고 있다. 무엇보다 평범한 여성의 삶 속에서 한국의 사회를 들여다볼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맥락을 제시한다. 그래서 대만 총통 ‘차잉원’도 읽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작년 이맘 때 이 소설이 현지 서점가에서 제일 눈에 띄는 선반에 있었다.
외세의 침략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지리적 조건이 갖춰져 있는 곳인 데다, 현재 정권의 밑받침도 침략과 침범이 없었다면 ‘대만’이라는 곳이 형성될 수 없었던 곳이기에, 대만은 유교적인 사상 외에도 많은 이념이 존재한다. 이곳에서 현지인들에게 비친 ‘김지영’은 어떤 공통적인 맥락을 시사할지 모르지만, 영화 예고편에서 보이는 ‘김지영’의 모습은 나라의 경계를 넘어서도 현재 여성이 하나둘 겪었을 만한 평범한 삶의 모습에서 시작되고 있다.

<다음 달 개봉 예정인 영화 ‘82년생 김지영’ 중에서 – 출처 : Yahoo Taiwan Movie>

통신원 역시 이곳 대만에 10여 년을 거주하며 지극히 평범하지 않은 사람과 가정을 꾸려 결혼했지만, 그들의 눈에 비친 나는 지극히 ‘한국인 엄마’이자 ‘한국인 아내’일 뿐이다. <82년생 김지영>에서 말하는 김지영은 지극히 평범한 남자와 만나 평범한 아이를 기르며, 또 평범한 양가를 만난다. 극중에서도 이 삶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하지만 통신원은 이곳에서 살면서, ‘가정과 본인의 모습이 정말로 ‘김지영’과 같느냐‘는 질문을 되레 받을 때가 적지 않다. 주말 드라마와 일일 드라마에 나타난 한국 가정의 실제 모습이 정말로 그렇냐는 질문도 많이 받는다.
일상 소재의 드라마 또는 영화에 어느 정도 과장된 부분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겠으나, <82년생 김지영>은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여성이 인생에서 부딪힐 수 있는 사건 하나하나를 우리 사회의 맥락에서 드러낸다. 출생 전 성별을 고민하는 문제, 남자 형제들 사이에서 느끼는 차별 대우, 취직과 사회생활, 결혼, 출산, 그리고 육아는 굳이 한국 사회가 아니어도 많은 사회의 여성들이 생각해보고 직면하는 삶의 과정 중 하나이다.
대만은 유교적인 맥락이 어느 정도 존재하는 사회라 <82년생 김지영>이 조금 더 와 닿을 수 있다. 아들에게는 볼펜을 선물로 주고, 딸에게는 공책을, 아들에게는 한약을 지어주고, 딸에게는 지어주지 않아 엄마가 남편에게 하소연하는 이런 세밀한 모습은 우리가 직면하는 이런 삶의 문제 중 지극히 일부분일 뿐이고, 이들 사회에서는 우리와 같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표현하고자 한 것은 그 세밀한 모습을 부각시키기보다 여성의 삶 일부분을 노출함으로 그들의 시선에서, 전반적 삶을 바라볼 수 있도록 유도했다.
물론, 현지 언론에 보도된 <82년생의 김지영> 관련 소식은 ‘김지영’이 아닌 배우 공유와 정유미에 더 집중되어 있지만, 이 영화를 그저 그들의 외적인 모습과 호흡에 또는 작품의 인물로 한정 짓는 것이 아니라 각자 삶에 투영하고 생각해 볼 수 있다면, <82년생 김지영>이 말하는 ‘김지영’을 조금 더 면밀하게 볼 수 있게 되리라 생각해본다. <82년생 김지영>에 드러난 김지영은 그를 둘러싼 삶의 상황과 환경에서 만들어지고, 형성된 ‘김지영’이 아닌 그저 ‘김지영’으로만 살아가는, 본연의 ‘김지영’을 꿈꾸는 것처럼 말이다.

통신원 정보

성명 : 박동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대만/타이베이 통신원]
약력 : 현) 대만사범교육대학원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