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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자료] 한류의 유행과 필리핀인의 해외여행 행태

2019-12-30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가 유행하면서 필리핀 사람들의 한국 여행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하지만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여행객이 상당히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방문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지는 않았다. 말레이시아나 태국 등 아세안 국가에 가는 것보다 여행 경비가 많이 든다는 인식이 있는 데다가, 한국 입국비자를 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행 경비야 어떻게든 마련한다고 하지만 은행 잔고를 충분히 가지고 있음까지 증명해야 비자 발급이 가능해서 한국 방문이 쉽지 않다. 해외여행을 주제로 한 필리핀인 블로거의 글을 살펴보면 '한국은 물가가 필리핀보다 비싸지만 저렴한 호텔을 구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며 식사비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라는 평가가 많지만, 한국 여행에 대한 안내 글만큼이나 한국 비자 발급을 거절당했다는 글이 많이 보인다. 20대 한류 팬들에게 한국이라는 나라는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지만, 비자 발급이 까다로워 방문이 쉽지 않은 곳이다.

필리핀은 한국과 사증(VISA) 면제 협정 또는 무사증 허용 국가로 지정되지 않아서 필리핀 국적자가 관광차 한국에 오려면 사전에 단수 관광비자를 발급받아야만 한국으로 입국이 가능하다. 제주도 지역은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지만, 제주지역 무사증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제주지역으로 직접 도착하는 항공기 또는 선박 등을 이용해야만 한다. 그런데 필리핀에서 제주도까지 정기적으로 운항하는 항공기 직항 노선이 없기 때문에 제주도 여행을 가기가 쉽지 않다. 제주도에 가려면 임시편 혹은 전세기 형태의 항공편이 운항하기를 기다리던지 홍콩, 대만 등 제3국을 통해 입국해야만 하는데 제3국을 통하는 경우 여행 경비 부담이 늘어난다. 인천공항이나 김해공항 등을 거쳐 환승할 수 없기 때문에 제주도 도착까지 긴 비행시간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게다가 한국 드라마의 팬들이 방문하기를 원하는 장소 대부분은 제주도가 아닌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드라마 <도깨비>에서 도깨비(공유 분)와 지은탁(김고은 분) 커플이 처음 만난 덕성여고와 풍문여고 사이 안동별궁 돌담길을 직접 가보기 위해 서울을 방문하려면 여행 전 입국 비자를 발급받아야만 한다. 현재 필리핀인이 한국 방문을 위한 단기 방문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이하 필리핀 대사관)'에서 지정한 35개의 여행사를 통해 비자 신청을 해야 한다. 여권 발급을 위해서는 여권과 사증발급신청서 및 필요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데, 사증발급신청서에는 학력과 직업, 입국목적은 물론 방문경비가 얼마인지와 여행 경비를 누가 지불하였는지까지 적게 되어있다.

비자 발급 신청인의 상황에 따라 준비서류가 다르지만, 비자 발급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의 종류도 상당히 많다. 직장인의 경우 회사의 재직 증명서, 은행 잔고 증명서, 세금증명 등을 구비서류로 준비하여 한국 방문 자격 여부를 심사받게 되는데, 비자 발급까지 대략 한 달 정도가 걸린다. 체류 허가 기간이 59일 이하인 단수 관광비자는 사증심사 수수료가 없지만, 서류 심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데다가 제출 서류를 모두 준비해도 비자 발급이 거절되는 경우가 많아서 필리핀인들에게 한국 비자를 받는 절차는 매우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필리핀 대사관에서 비자 심사를 까다롭게 하는 것은 여행 비자로 한국을 방문한 필리핀인이 불법체류 노동자로 남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비자 심사를 위한 제출서류로 위조 서류를 제출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 것도 비자 심사 기간을 늘리는데 한몫했다.

한국관광공사에서 발표한 '2019년 7월 외래객입국·국민해외여행객 및 관광수입·지출 동향' 보고서에서 방한 필리핀 관광객 현황을 보면 2000년에만 해도 방한 필리핀인 수는 20만 명대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2011년도가 되면서 필리핀인 방한 방문객은 30만 명을 넘어섰다. 2013년에 이르러 방문객 수가 40만 명으로 증가했는데, 이후 현재까지 매년 40만 명 이상의 필리핀인이 한국을 방문한다. 하지만 필리핀에 한류 문화가 눈에 띄게 확산한 것을 생각하면 필리핀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아니라 아쉽다. 필리핀 대사관에서 비자 대행 여행사로 지정한 35곳의 필리핀 현지여행사에서 현재 판매하고 있는 한국 여행 상품을 살펴보고 어떤 한국 여행 상품이 필리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지 필리핀인들이 해외여행 행태를 간략히 확인해보고자 한다.


1. 여행 경험률
필리핀 사람 중 상위 3~5% 정도만이 상류층의 생활을 하고 있음으로 파악된다. 그리고 오랜 기간 동안 필리핀 사람들에게 해외여행이란 충분한 경제력을 지닌 일부 상류층만 누릴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소득수준이 높은 직장인과 중소규모 사업자 등까지 해외여행에 뛰어들면서 해외여행을 떠나는 필리핀인들이 급증했다. 《비즈니스 미러(businessmirror)》 신문의 2019년 9월 27일 기사에 따르면, 필리핀인들이 올해 상반기에 해외여행으로 소비한 금액은 579억 달러(67조 3,956억 원)라고 한다. 작년보다 6.4 % 줄었다고는 하지만, 2018년 기준 필리핀의 GDP가 3,308억 달러(한화 약 385조 512억 원)였음을 떠올려보면 소득 대비 상당한 금액을 해외여행에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8년 필리핀의 1인당 GDP는 3,103불(한화 약 361만 1,892원)이었다. 하지만 필리핀 개발 연구소(PIDS)에서 2018년 12월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산층과 상류층에서 벌어들이는 소득이 전체 가구 소득의 65%를 차지할 정도로 소득 격차가 워낙 심한 곳이 필리핀이다. 해외여행을 할만한 충분한 경제력을 지닌 인구가 전체 가구의 20%라고 해도 필리핀 인구가 1억 8백만 명에 달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상당한 숫자이다.
아직 해외여행(아웃바운드)보다는 국내 여행(인바운드)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아웃바운드 시장 규모는 해가 갈수록 점점 커지고 있다. 세계은행의 세계 개발 지표 (World Development Indicators)에 따르면, 필리핀인 해외여행객은 해마다 늘어서 2016년 570만명에 달한다. 마스터카드(Mastercard)에서 발표한 'Future of Outbound Travel in Asia Pacific 2016 to 2021 report'에 따르면, 2021년 필리핀인의 해외여행은 430만 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 필리핀인 출국자 수 대비 방한 필리핀인 수 추이
필리핀인 출국자 수 대비 방한 필리핀인 수 추이

- 연도, 필리핀인 출국자 수(단위: 천), 방한 필리핀인 수(단위: 천), 필리핀인 출국자 수 대비 방한 필리핀인 비중

연도 필리핀인 출국자 수(단위: 천) 방한 필리핀인 수(단위: 천) 필리핀인 출국자 수 대비 방한 필리핀인 비중
2002 1,969 216 11
2003 1,803 217 12
2004 1,920 213 11.1
2005 2,144 223 10.4
2006 2.745 248 9
2007 3,066 264 8.6
2008 3,356 277 8.3
2009 2,976 272 9.1
2010 - 297 -
2011 4,511 337 7.5
2012 4,656 331 7.1
2013 4,851 401 8.3
2014 5,251 435 8.3
2015 5,565 404 7.3
2016 6,270 557 8.9
2017 7,391 449 6.1
※ 출처 : 한국관광공사. 「2017 방한관광 시장의 모든 것」. P.510
2. 여행 시기
필리핀인들이 해외여행을 가장 많이 떠나는 시기는 3월에서 5월 사이이다. 이 시기는 필리핀에서 가장 더운 시기로 초·중·고 학생들의 여름방학 기간인 데다가 부활절 연휴 기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여행 최대 성수기가 된다. 부활절 연휴 기간을 활용하여 징검다리 휴일을 만들어 장기간 해외여행을 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 여행을 하고자 할 때도 부활절 기간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미 12월부터 부활절 시즌 특가 상품의 판매를 시작한 여행사도 많다. 크리스마스 기간에도 긴 연휴 기간을 가질 수 있어서 12월 말에도 필리핀인들의 해외여행이 집중된다.

3. 여행 방문지 선택 이유
필리핀 통계청(PSA)과 관광청(DOT)에서는 2005년 이후 주기적으로 국내 및 해외여행객에 대한 패턴을 분석하는 HSDV(Household Survey on Domestic Visitors) 조사를 실시한다. 가장 최근 조사는 2016년도에 진행되었는데, 이 조사에 따르면, 필리핀 사람들은 홍콩을 포함하여 중국(28.1%)을 가장 많이 방문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 다음으로 말레이시아(10.7%), 일본(9.7%), 미국(9.5%) 및 싱가포르(8.3%)가 뒤를 이었다. 하지만 현지 업계에 따르면 해외 취업 및 친지 방문 목적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순수 관광을 위한 목적으로 해외여행을 할 때 '저렴한 해외 여행지'로 인기 있는 국가는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마카오, 미얀마 등으로 모두 무비자 국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비자 취득에 큰 어려움이 없는 중·상류층도 베이비시터 등의 동반을 희망하는 가족 단위 여행이 많아서 해외여행 목적지 결정 시 비자 취득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고려된다.
2019년 7월 기준으로 필리핀 여권 소지자의 비자 면제 국가는 총 64개국이다. 그중 34개국은 무비자 방문(visa-free)이 가능하지만, 30개국은 비자 도착 시 비자(VOA)가 필요하다. 하지만 무비자 국가라고 모두 해외 여행지로 인기를 끄는 것은 아니다. 해외여행의 욕구가 높은 필리핀인 중산층이 선호하는 여행지는 비자 면제 국가 중에서도 비행시간 4시간 미만이면서 저렴한 항공 운임만으로 항공권을 구할 수 있는 곳이다. 대만과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는 저렴한 숙박시설을 이용하면서 싼 가격에 현지 음식도 즐길 수 있다는 인식이 있어 물가 저렴한 해외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홍콩의 경우 비행시간이 2시간 30분밖에 되지 않는 데다가 디즈니랜드 방문이 가능하여 가족 여행지로 특히 인기이다. 현지 쇼핑몰이나 시장 등을 방문하여 쇼핑할 수 있느냐도 여행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이유가 되는데, 말레이시아의 경우 공산품 등 생필품을 쇼핑하기 좋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국가별 해외여행객 수에 대한 필리핀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 자료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대한민국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2018년도에 한국을 방문한 필리핀인은 총 471,532명이다. 한편, 대만관광청에 따르면 2018년에 대만을 방문한 필리핀인은 총 416,429명이다.

▣ 현지여행사에서 판매하는 한국 여행상품 현황
(2019.12.15 ~ 12.17 기준)
현지여행사에서 판매하는 한국 여행상품 현황

- 구분, 여행사, 한국여행 관련 주요 상품 및 방문지

구분 여행사 한국여행 관련 주요 상품 및 방문지
1 ABOEX TRAVEL AND TOURS 웹사이트 없음
2 ADVENTURE INTERNATIONAL 한국 여행 상품 없음
3 ARK TRAVEL EXPRESS INC. 서울 3박 4일 - 쁘띠프랑스. 남이섬. 경복궁. 서울타워. 홍대. 명동
4 BLUE HORIZONS TRAVEL AND TOURS INC. 한국 여행 상품 없음
5 BUDGET TRAVEL AND TOURS INC. 웹사이트에서 상품 확인 불가
6 CASTO TRAVEL PHILIPPINES INC. 웹사이트에서 상품 확인 불가
7 CITY TRAVEL &TOURS CORPORATION 서울 3박 4일 - 남이섬. 에버랜드. 서울타워. 청와대. 북촌한옥마을. 명동. 인사동
8 COME ON PHILS. GOLF &TRAVEL AGENCY INC. Daegu Medical Tour
서울 3박 4일 - 남이섬, 코엑스 SM Town, 경북궁, 명동, 덕수궁
9 CONSTELLATION TRAVELS, INC. 서울 3박 4일 - 에어텔 자유여행
서울 3박 4일- 북촌한옥마을, 서울타워, 광장시장
제주 - 에어텔 자유여행 / 옵션투어
부산 3박 4일 - 에어텔 자유여행
10 FIRST UNITED TRAVEL INC. 서울 2박 3일, 3박 4일. 4박 5일 상품 판매 - 롯데월드. 경복궁, 청와대,
인삼센터. 자수정 공장에서 쇼핑
제주 6박 7일 - 제주도 투어 후 설악산으로 이동. 삼척 등 관광.
서울에서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롯데월드, 경복궁, 명동 등 관광
11 GETAWAY TOURS INTERNATIONAL INC. 서울 3박 4일 - 서울타워, 남이섬. 에버랜드, 덕수궁, 남대문 등(드라마 촬영지 방문 중심)
12 GRAND HOPE TRAVEL, INC. 서울 3박 4일 - 남이섬. 명동, 북촌한옥마을
서울 2박 3일 - 남이섬. 쁘띠프랑스. 동대문. 에버랜드. 서울타워, 경복궁
13 H.I.S. (PHILIPPINES) TRAVEL CORP 상품 다양 / 제주도 투어도 가능
14 HANATOUR MANILA INC. 웹사이트 없음
15 HANKOOKCEB CORP. 웹사이트 없음
16 HORIZON TRAVEL &TOURS, INC 서울 4박 5일 - 남이섬. 설악산. 에버랜드. 청와대. 한복체험. 명동. 덕수궁
17 INTERNATIONAL JOURNEYS INC. 상품 다양 / 제주도 투어도 가능
18 ISLAND RESORT CLUB TOUR SERVICES, INC. 한국 여행 상품 없음
19 JTB ASIA PACIFIC PHIL. CORP. 한국 여행 상품 없음
20 KP JOEUN CONSULTANCY INC. 웹사이트 없음
21 LAS PALMAS TOURS AND TRAVEL AGENCY, INC. 서울 3박 4일 - 인천공항 도착. 남이섬.서울타워, 명동 관광 후 부산으로 이동.
해운대 지역 관광 후 김해공항에서 필리핀으로 출발
22 MNK TRAVEL &TOURS CORP. 웹사이트 없음
23 MARSMAN DRYSDALE TRAVEL INC. 서울 3박 4일 - 에어텔 자유여행
24 NORTH STAR INTERNATIONAL TRAVEL, INC. 서울 4박 5일 - 에버랜드. 전주한옥마을. 남이섬. 쁘띠프랑스. 드라마 고블린 촬영지
25 PAN PACIFIC TRAVEL CORPORATION 서울 4박 5일 - 남이섬. 에버랜드. 계절과일농장. DMZ.
7박 8일 - 서울. 제주도. 부산, 대구
26 PARTY-ON TRAVEL AND TOUR COMMUNITY INC. 웹사이트 없음
27 RAJAH TRAVEL CORPORATION 웹사이트에서 상품 확인 불가
28 RAKSO AIR TRAVEL AND TOURS INC. 상품 다양 / 제주도 투어도 가능
29 RELI TOURS AND TRAVEL COMPANY 서울 5박 6일 - 남이섬. 설악산 신흥사. 에버랜드. 동대문. 경복궁. 명동.
30 SHARP TRAVEL SERVICE (PHILS.) INC. 제주도 2박 3일. 3박 4일.
서울 2박 3일. 3박 4일. 4박 5일 - 에어텔 자유여행
31 SWIRE TRAVEL PHILS, INC. 웹사이트에서 상품 확인 불가
32 THE BARON TRAVEL CORPORATION 웹사이트에서 상품 확인 불가
33 TRAVEL PROS 서울 4박 5일 - 남이섬,북촌 한옥 마을, 아울렛 쇼핑. 한강 크루즈
34 TRAVELSERVICES, INC. 웹사이트에서 상품 확인 불가
35 UNI-ORIENT TRAVEL, INC 웹사이트에서 상품 확인 불가
※ 출처 : 각 여행사 웹사이트 및 페이스북
4. 여행 상품 예약 행태

1) 여행사를 통한 여행 예약 선호
인터넷 환경이 상당히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필리핀 사람들은 아직 온라인 웹사이트보다는 여행사를 통한 여행 예약을 선호하는 편이다. 여행사 직원과 충분한 상담을 거친 뒤 예약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라 웹사이트를 운영하지 않는 여행사도 많다.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여행사도 회사 홍보 목적으로 웹사이트를 이용할 뿐 여행 예약을 목적으로 사이트를 활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필리핀 대사관에서 여행비자 대행 여행사로 지정한 35개 여행사 중 6곳이 아예 웹사이트를 운영하지 않고 있었으며,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여행사 중에서도 18곳에서만 한국 여행상품을 판매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웹사이트에 게시하고 있었다. 자세한 여행 정보를 보여주기보다는 방문 장소의 이름 정도에 해당하는 간단한 정보만 게시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여행상품 안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간단한 이미지 자료만 올려둔 경우도 많다. 그리고 35개 여행사 중에서 단 3곳만 웹사이트를 통해 여행상품의 예약이 가능했다.
온라인 예약 비중이 낮은 덕분에 필리핀에서는 크고 작은 여행박람회가 연중 수시로 열린다. 여행박람회에서 한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여행지로서 인기가 높은 편이다. 규모가 큰 여행박람회의 경우 따로 한국관을 만들어 한국 여행지를 소개하기도 한다.
2) 개별여행보다는 패키지여행을 선호
필리핀인들 여행 유형을 보면 개별여행보다 패키지여행의 비율이 높고 해외여행은 대부분 여행사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순수 관광목적의 해외여행의 경우 특히 패키지여행이 선호된다. 그러나 직접 여행 일정을 짜는 개별여행 상품에 대한 수요도 무시할 수 없다. 항공과 호텔만 예약하고 일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에어텔 자유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도 6곳이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여행사 대부분은 비정기적으로 한국행 단체관광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며, 실제 여행이 가능한지는 여행상품의 유무보다 개인 사정(한국 비자 발급 가능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5. 여행 동반자 유형

1) 가족 여행이 대부분
필리핀인 대부분은 가족 여행을 선호한다. 호텔 예약사이트인 아고다(Agoda.com)에서 2018년도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필리핀인의 여행은 가족 여행이 62%를 차지했다. 태국(77%) 다음으로 가족 여행 횟수가 높은 편이다. 필리핀 통계청의 HSDV 조사에 따르면 출국 여행자의 평균 연령은 45세였으며 약 19%가 메트로 마닐라 지역 출신으로 나타난다. 성별은 큰 차이가 없어서 여성 여행자 수(50.1%)는 남성 여행자 수(49.9 %)와 거의 같다. 관광목적 방한의 경우 40~50대의 부모와 자녀들로 구성되는 가족 여행이 많다.
2) 기업 인센티브 여행(Incentive travel)도 인기
기업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인센티브 성격의 해외여행도 필리핀에서 선호되는 여행 유형이다. 인센티브 투어를 마친 여행객이 다시 가족과 함께 한국을 찾는 경우도 많다.

6. 여행지에서의 활동
패키지여행 상품에는 호텔, 왕복 항공권, 공항-호텔 간 교통, 데이투어 등이 포함된다. 단체여행이기는 하지만 일정 중 하루 정도를 자유여행 시간으로 두기도 한다. 판매되는 상품의 여행 기간을 3박 4일부터 4박 5일, 5박 6일, 7박 8일까지 다양하지만, 필리핀 사람들은 3박 4일 또는 4박 5일 일정을 가장 선호한다.
4박 5일 일정은 보통 서울 시내 관광 및 경기권의 테마파크 방문을 중심으로 진행되는데, 에버랜드 방문과 남이섬 방문이 거의 필수적으로 코스에 포함된다. 서울 시내 관광 코스는 일반적으로 서울 N타워, 덕수궁, 경복궁, 북촌한옥마을, 명동, 남대문 방문 등이 하루 일정으로 진행된다. 쁘띠프랑스와 청와대 방문, 대형 아울렛 쇼핑도 인기 코스이다.
그동안 현지 여행사에서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제주도 단체 여행 상품에만 주력하여 한국 여행 상품을 판매했었지만, 점점 서울이나 부산, 설악산, 대구 등까지 여행 목적지가 확대되고 있다. 서울과 제주도 외 지역을 방문하는 상품은 많지 않았지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35개 여행사 중 6개의 여행사에서 대구(Daegu Medical Tour), DMZ 방문, 전주(한옥마을 방문, 초코파이 만들기 체험), 담양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등의 투어 코스를 판매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필리핀 사람들은 국립민속박물관 등과 같은 역사 유적지나 문화재 시설 방문보다는 인기 있는 한국 드라마 촬영지 방문을 선호한다. 주요 공중파 방송에서 한국 드라마 지속 방영하고 있는 덕분에 인기가 높은 한국 드라마의 촬영지를 쭉 돌아보는 일정으로 투어가 구성되기도 한다. N서울타워(드라마 <꽃보다 남자> 촬영지), 덕수궁 돌담길(드라마 <고블린> 촬영지), 쁘띠프랑스(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와 <비밀의 정원> 촬영지) 등 다양한 장소가 패키지 여행상품으로 구성된다. 2017년 《GMA Network》에서 한국-필리핀 합작 드라마인 <마이 코리안 자기야(My Korean Jagiya)>를 방영한 뒤로는 한강 공원, 청계천 공원도 필리핀 관광객의 필수 방문 코스가 되었다. 남이섬(드라마 <겨울연가> 촬영지)도 여전히 인기 코스이다.
필리핀의 여행 상품을 보면 대단히 방문지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여행 기회가 자주 있는 편이 아니라서 한 번에 최대한 많은 관광지를 방문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새벽부터 밤까지 진행되는 다소 빽빽한 일정의 여행도 기꺼이 받아들이는데, 제주도 투어 후 설악산으로 이동. 삼척 등 관광을 한 뒤 서울로 이동하는 코스로 6박 7일 투어가 진행되기도 한다.
친구나 직장동료보다는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이 많다 보니 가족이 모두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일정을 선호한다. 그래서 모험적이거나 활동적인 스포츠 활동보다는 서울 시내 관광, 드라마촬영지, 테마파크 방문, 쇼핑 등을 포함한 패키지여행을 선호한다. 한복 입기 체험, 김치 담그기 체험, 김밥 만들기 체험 등의 프로그램은 가족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이라 호감을 느끼지만, 육체적으로 힘든 강도의 체험 활동을 하기보다는 짧은 시간 가볍게 체험하면서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는 것을 선호한다.
리핀 여행사에서 여행객을 모집하면서 주로 강조하는 홍보 문구 중 하나가 바로 '사진 찍기 좋은 곳'이라는 점이다. 체험 활동 자체를 즐기기도 하지만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느냐가 여행지의 만족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필리핀인들의 여행에 있어 쇼핑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여행을 다녀오면서 가족이나 친구, 직장동료에게 작은 선물을 하는 관습 때문에 저렴한 가격대의 여행기념품을 살 수 있는 쇼핑은 필리핀 사람들에게 중요한 여행 일정이 된다. 명동이나 동대문 등을 방문하여 자유롭게 쇼핑하는 것을 선호하지만, 필리핀에는 대규모의 아울렛 매장이 많지 않아서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과 같은 대형 아울렛 방문도 선호한다.

7. 여행 소비 행태
국제 전자상거래 회사인 피코디(Picodi.com)의 조사에 따르면 필리핀 여행객은 작년 휴가 기간에 매년 평균 3,171페소(한화 약 30만 원)를 지출했을 뿐이다. 대다수의 필리핀 인들이 해외여행보다 국내 여행을 선호한다고 응답했으며, 응답자의 3%만이 여행을 위해 저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소득수준이 높지 않은 필리핀의 특성상 해외여행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고려요소는 가격으로 판단된다.
필리핀 통계청(PSA)의 2016년도 조사에 따르면 해외로 출국한 여행객은 1회 여행에 평균 50,800페소(한화 약 116만 원)를 지출했다고 한다.
항공사 및 호텔 등급, 여행 일정 등에 따라 투어 가격 차이가 있지만, 2인 1실 호텔을 이용하는 4박 5일 일정의 패키지 상품의 경우 보통 700달러(한화 약 81만 원) 이상으로 투어 가격이 구성되어 있다. 27,888페소(한화 약 63만 원)의 보다 저렴한 가격의 패키지 상품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 여행 상품을 초저가로 떠날 수 있는 단체여행상품으로 인식되기는 힘들다. 여행비를 낮추기 위해 4인 1실의 호텔을 이용하게끔 하거나 여행 인원이 10명 이상 되어야 하는 식의 제한을 두기도 하지만, 쇼핑센터 방문 외 옵션투어(optional tour)가 많지는 않다. 여행사 패키지 상품 중 가장 고가로 확인되는 상품은 제주도 투어 후 설악산을 거쳐 서울로 이동하는 상품이었으며, 금액은 6박 7일 일정에 2,385달러(한화 약 277만 원)이다.

<2017년도에 개최되었던 Travel Madness Expo 박람회. 필리핀에서 개최되는 여행박람회 중 두 번째로 큰 여행박람회이다. 당시 인천관광공사와 경북관광공사도 이 여행박람회에 참여했다.>

<매년 2월 열리는 PTAA Travel Tour Expo. 이 여행박람회는 필리핀에서 개최되는 여행박람회 중 가장 규모가 큰 여행박람회로 1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행사이다. 한국관광공사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등에서도 참여한다.>

<각종 여행 상품을 한꺼번에 비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항공권도 저렴하게 발권할 수 있어서 여행박람회는 항상 인기이다.>

<올해 7월 열렸던 Travel Madness Expo 여행박람회 풍경>

<여행박람회에서는 한복 입기 행사 등 한국 여행에 대한 관심을 불러올 만한 각종 체험 행사가 진행된다.>

	
※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
※ 참고자료
https://businessmirror.com.ph/2019/09/27/pinoys-not-traveling-spending-abroad-much-these-days-unwto/
https://psa.gov.ph/hsdv/node/119898
https://onenews.ph/what-s-driving-filipino-wanderlust
https://www.philstar.com/headlines/2019/06/12/1925837/filipino-travelers-among-most-frugal-world-according-new-report
https://www.cosmo.ph/entertainment/ana-gonzales-diy-kdrama-tour-around-seoul-a00021-2017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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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 앤 킴(Anne Kim)[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필리핀/마닐라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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