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전 세계의 불안과 염려로 나날이 증대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0일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 4관왕 수상 소식은 여론의 불안을 잠시나마 잠재웠다. 대만 언론도 제92회 오스카 수상 소식을 시시각각으로 보도하며, 영화 '기생충'이 이룬 쾌거를 소개했다.
<기생충 수상 소식으로 도배된 대만 야후 무비 – 출처 : Yahoo Taiwan Movie>
대만 언론은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그리고 국제 장편 영화상을 거머쥔 영화 '기생충'을 92회 오스카의 '최대 승자'라 일컬으며, 감독상에 빛나는 봉준호 감독을 다시 한번 주시했다. 국내에선 '살인의 추억', '마더', '괴물' 등 봉준호 감독만의 독특한 연출과 시나리오에 함축된 굴곡 있는 메시지로 대중에겐 친숙한 붕준호 감독이라지만, 이런 봉준호의 외침이 유럽을 넘어 북미 관객에게도 통할 수 있을지 영화 '기생충'은 수상 레이스에도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지난 칸 영화제의 황금종려상 수상을 통해 영화 '기생충'의 작품성이 어느 정도 국제적인 입지에 올랐지만, 유럽이나 북미에선 자막이 있는 영화가 선호도가 낮은 편 인데다가 자막 번역이 까다롭기 때문에, 봉준호 감독이 표현한 디테일을 전 세계 관객도 호응할 수 있을지에 관한 염려가 컸다. 이에 봉준호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1인치 자막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라며 자막에 대한 장벽을 크게 신경 쓰지 말라고 덧붙이면서도, 이미 이 영화를 통해 신조어가 되어 버린 이 단어의 함축된 의미를 전 세계 관객도 느끼길 원했으리라 생각한다. 대만 야후 무비는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의 정상에 오른 것은 세계 어디나 존재하는 '빈부격차'라는 사회적 고충을 상하의 대조로 연출하고 표현한 것이 많은 관객의 공감을 사지 않았나 언급했고, 감독의 시선, 촉각 그리고 미각마저 느껴지게 하는 풍부한 영화적 요소와 설정이 한국사회를 잘 모르는 관객이라 하더라도 공감할 수 있게 실감적으로 그려냈다. 더 나아가 봉준호 감독의 재치 넘치고 인간미 흐르는 그의 수상 소감은 또 하나의 이슈를 불러일으켜 화제를 모았다. 쟁쟁한 후보 작품과 소싯적 그들의 작품을 보고 배운 그에게 함께 수상 후보에 오른 것 자체만으로도 영광인데, 수상의 영광을 그뿐만 아니라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와 나누고 싶다는 그의 유머러스하고 재치 넘치는 입담에 훈훈한 시상식의 모습을 자아냈다. 봉준호 감독은 '마틴의 영화를 보고 학교에서 공부했는데, 존경하는 마틴 감독과 후보에 오른 것도 영광이지만, 이렇게 상을 타게 될지 몰랐다'며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고, 오스카에서 허락한다면, 텍사스 전기톱으로 트로피를 5등분 해 후보에 오른 모든 감독과 나눠 가지고 싶다'며 재치 있는 수상 소감을 남겼다. 또 그가 존경하는 마틴 스코세이지를 직접 언급해,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에 대한 신념을 잃지 않게 해준 마틴에게 감사를 표하며, 시상식에 기립 박수의 행렬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일관성 있게 보도된 현지 기사 내용과는 다르게 현지 영화 팬은 다소 엇갈리는 반응을 보였다.
<엇갈린 반응을 보인 현지 누리꾼들 – 출처 : Facebook>
한국 영화 팬은 골든 글로브에 연이은 오스카 수상 소식을 전하면서, 이 영화를 아직 보지 못한 누리꾼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면서도 명실상부한 영화라 과찬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최고 작품상, 국제영화상, 각본상, 감독상'을 수상할 만한 기대 이상의 결말도 아닌데, 대단하다! 봉신'이라며 아쉬운 마음을 토로하는 누리꾼의 반응도 있었다. 어느 누리꾼은 '누가 그걸 그렇게 신경 써'라며 최고 작품상 수상에 대한 배 아픈 기색을 드러냈다. 한국 영화의 우수성을 간과할 수 없으면서도, 전 세계 이름 있는 영화제가 영화 '기생충'에 왜 그토록 유난인지 모르겠다는 소극적인 모습을 절묘하게 보여주는 한 마디였다. 하지만 영화 '기생충'이 최고 작품상을 거머쥐면서, 그동안 오스카가 '백인들의 잔치'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게 되었다는 여론의 반응이다. 봉준호 감독도 수상 소감을 통해 '외국어 작품상:현 국제 장편 작품상'만 기대했지 감독상, 작품상, 각본상은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고 언급한 만큼 백인 일색이 강한 오스카에서 이런 성적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은 그도 못했지만, 대중도 그렇게 생각했다.
<오스카 감독상의 영광을 포즈로 표현하는 봉준호 감독 - 출처: Yahoo Taiwan Movie>
칸 영화제, 시드니 영화제, 뮌헨 영화제, 토론토 영화제, 뉴욕 영화제 등 연이은 기생충 수상 레이스에 오스카마저 덩달아 이 수상 행진에 참여할 것이라곤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이기에 국내외의 반응이 뜨겁다. 하지만 이번 오스카 시상식은 기생충의 수상으로 좀 더 넓은 다양성을 존중하고 받아들인 시상식이었다는 다수의 반응이다. 영화 기생충과 함께 후보에 올랐던 영화 ‘조커’, ‘1917’, ‘아이리시 맨’, ‘작은 아씨들’, ‘결혼 이야기’ 등 이미 평론가를 포함해 관객의 엄지를 세운 작품도 적지 않지만,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 4관왕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은 현지의 분위기다. 하지만 영화계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가 언급한 말처럼 가장 개인적인 일이 가장 창의적이라고 생각해 온 봉준호 감독의 굳은 신념이 그의 소싯적 경험에 비추어진 모든 설정과 디테일이 이 영화를 통해 창출되었다. 또 봉준호 감독은 세계 영화인 앞에서 단 하나의 언어 시네마를 외치며, 국경을 초월한 세계 영화인을 하나로 아우르는 메시지와 계기를 만들어 귀감이 됐다. 저 높은 정상에 오른 영광의 기쁨보다 같은 일을 하는 종사자 앞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다시 잊지 않게 새겨준 봉준호 감독만의 재치 있는 메시지는 관객에게 잊혀지지 않을 만한 수상 소감이었다고 생각한다.
※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Yahoo Taiwan Movie
성명 : 박동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대만/타이베이 통신원] 약력 : 현) 대만사범교육대학원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