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Covid 19)이 빠른 속도로 확산하자 LA시와 캘리포니아주는 3월 19일 자정을 기해 주민들에게 ‘외출 자제 행정 명령(Safer at Home Order)’을 내렸다. 이로써 LA 사는 사람들은 꼭 필요한 생활필수품을 사거나 병원에 가는 등, 기본적으로 생존을 위한 것 외에는 외출하지 못하게 됐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자택근무를 해야 한다. ‘외출 자제 행정 명령’은 오는 4월 19일까지 계속된다. ‘외출 자제 행정 명령’은 캘리포니아주 및 지역법에 따른 비상명령으로 준수하지 않을 경우 벌금형 또는 감옥형에 처해질 수 있다. 주말이면 영화관, 공연 극장, 전시장, 콘서트홀 등 문화 공간을 찾던 이들이 할 일이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진 것이다. 집 안에만 있게 된 미국인들이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게 될까. 답은 바로 넷플릭스다. 자기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거의 무한대로 볼 수 있는 스트리밍사이트이다 보니 이렇게 갑자기 외출하지도 못한 채 집안에 갇히게 된 이들에게 이보다 더한 여흥 거리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킹덤 시즌2>(Kingdom Season 2)가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코비드19이 아니었어도 인기 있던 시리즈였는데 외출 자제 행정 명령까지 내려진 덕에 엄청난 상승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포브스(Forbes)》에 비디오게임과 텔레비전, 영화, 인터넷에 관한 뉴스와 의견 기사를 주로 기고하는 폴 태시(Paul Tassi)는 <킹덤 시즌2>가 좀비 드라마 가운데 하나인 <더 워킹 데드(The Walking Dead)>를 다시 한번 앞섰다는 기사를 3월 19일 자로 업로드했다. 이 기자는 요즘 평상시보다 약 2배 더 많이 넷플릭스를 시청하고 있다고 한다. 이 시국에 집을 떠나는 것은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루종일 집안에 머물며 오랜 시간 넷플릭스를 시청하다 보니 <킹덤 시즌 2>를 방금 끝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킹덤> 시리즈의 애찬론자로 <킹덤 시즌 2>가 <킹덤 시즌 1>만큼 인기 있기를 바라고 있다. 시즌 1도 좋았지만 폴 태시는 <킹덤 시즌 2>가 전편보다 훨씬 더 마음에 든다고 평가한다. 한 국가 전체를 황폐화시키는 질병이 확산된다는 내용은 (코비드 19이 실제로 퍼지고 있는) 사실 지금 당장 보고 싶은 내용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6세기 한국의 예사롭지 않은 환경에서 일어났던 좀비 전염병을 다룬 <킹덤>은 정말 경이적인 시리즈다. 그는 “<킹덤> 시리즈와 영화 <부산행>을 개봉하는 동안, 한국은 현대 시대에서 좀비 콘텐츠를 가장 뛰어나게 창조하는 나라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한다. 수많은 <워킹 데드 AMC> 시즌이 나온다 해도 결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한국의 좀비 시리즈가 탁월하다는 말이다. <킹덤 시즌 2>는 지난 13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전편과 마찬가지로 죽은 자들이 되살아나 생지옥으로 변하며 총체적 위기에 빠진 조선, 그리고 권력을 잡으려는 경쟁자 일족에 의해 여러 죄목의 누명을 쓰고 퇴위하게 된 왕세자 이창의 이야기이다. 폴 태시가 <킹텀 시즌 2>를 더 좋아하는 이유는 무얼까. 그는 이번 시리즈가 과학적 내용을 다룬 사극인데도 발병 배경의 과학과 역사 모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에 크레딧을 줬다. 전염병을 일으키는 꽃이 어떻게 처음 사용되었는지를 분석하는가 하면, 의학적으로나 과학적으로도 매우 정교한 묘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킹덤 시즌2>에 대해 “극본 자체는 물론, 연기, 연출 역시 모두 훌륭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상영된 좀비 영화들 중 가장 무서운 것이다. 한국의 좀비 영화는 느린 난장판 같은 대부분의 서부 좀비 소설보다 훨씬 더 무서우면서도 속도가 빠르게 흐른다.”라며 호평을 했다. “당신이 공포물, 좀비 드라마, 한국 드라마를 좋아한다면, 아니 그냥 시청하기 좋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좋아한다면, 넷플릭스에서 <킹덤>의 시즌 1와 시즌 2를 모두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는 마지막 문장을 보고 <킹덤 시즌2>를 시청하지 않을 시청자가 몇이나 될까, 싶을 정도이다. <킹덤 시즌1>이 방송된 이후,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케이 좀비(K Zombie)’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뉴욕타임스》가 <킹덤 시즌1>에 대해 “한국 사극의 관습을 파괴한 작품”이라 격찬하며 2019년 최고의 국제 TV쇼 톱 10 가운데 하나로 선정했던 덕에 <킹덤 시즌2>는 공개 전부터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그 대대적 관심을 증명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거리의 대형 광고들이다. LA의 경우 선셋 대로(Sunset Blvd.)와 미드 윌셔(Mid Wilshire)에 <킹덤 시즌2>를 홍보하는 대형 광고가 올랐었고 뉴욕은 가장 광고비가 비싼 타임 스퀘어에 광고가 올려졌다. 미국인들의 좀비 사랑은 유별나다. 좀비 영화는 개봉만 했다 하면 좀처럼 흥행에서도 실패하는 일이 없다. 현재 이 순간에 대한 알아차림 없이 상업적 광고와 프로파간다에 세뇌되어 자의식 없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좀비에게서 동질성을 발견해서일까. <킹덤 시즌2>가 대대적인 성공을 거둔 데는 시리즈 공개 시기도 기막히게 작용한 것 같다. ‘자택 대피(Safer at Home)’ 행정 명령이 내려져 아무데도 갈 곳 없는 미국 대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이들이 그 길고 무료한 시간을 뭘 하며 보내겠는가. 뿐만 아니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뉴스에서 연일 병원 응급실의 다급한 상황, 그리고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중계될 때 미국의 시청자들은 지금 그들이 경험하고 있는 현실이 <킹덤 시즌2>와 그리 다르지 않음에 주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포브스에 실린 기사 – 출처 : 포브스>
<포브스 본문에 실린 킹덤 시즌 2 스틸 사진들 – 출처 : 넷플릭스>
<킹덤 시즌 2 예고편 사진 – 출처 : 넷플릭스>
※ 참고자료 《Forbes》 (20. 3. 19.) , https://www.forbes.com/sites/paultassi/2020/03/19/netflixs-kingdom-season-2-outdoes-the-walking-dead-once-again/#646cbb5a2cc2
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 통신원] 약력 : 현재) 라디오코리아 ‘저녁으로의 초대’ 진행자.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