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도 벌써 9월이다. 시드니는 이제 봄이 시작된다. 따사로운 바람이 봄을 느끼게 한다. 아직 세계는 코로나19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호주도 빅로리아주는 아직 코로나19의 영향권 아래 있다. 반면 뉴사우스웨일즈(NSW)주는 확진자의 수가 크게 줄었고,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하여 숨을 고르고 있다. 영화나 전시회 등도 이제 거리 두기 수칙을 지키면서 얼마간은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모두가 끈기와 인내로 함께 노력했기에 자유를 얻게 된 것으로 보인다.
<구본창 작가의 개인전 '백자: 사진전' 홍보 포스터 - 출처 : 주시드니 한국문화원 제공>
한국의 포괄적인 문화를 조명하는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운영하는 주시드니 한국문화원(원장 박소정, 이하 문화원)도 지난 3월 23일부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호주 정부의 지침에 따라 문화원운영이 중단되었다. 대면이 불가능한 록다운 정책으로 인해, 한동안 한국문화 관련 전시회 및 강연, 한국어 교육 강좌 등이 온라인상으로만 운영되었다.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특별전시회와 강연회도 온라인으로 개최되었다. 온라인운영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어 어디서나 누구든지 관람할 수 있는 이점이 있었지만 온라인으로 관람한 몇몇 관객들은 오프라인상으로 관람할 수 없어 아쉬웠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문화원의 한국어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세종학당 역시 온라인강좌로 운영되면서, 교육수강생들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온라인의 장점이 여지없이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며, 한국어학습수요도 늘어났다. 세종학당의 한국어 온라인 강좌는 수강신청 전부터 높던 관심은 조기마감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한국의 대중문화의 전파는 이제 한국어학습인구증가라는 결과물을 내고 있다.
<‘재개관한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구본창 작가의 '백자: 사진전' - 출처 : 통신원 촬영>
얼마 전, 한국문화에 관심이 높은 현지인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3월 말부터 휴관에 들어간 문화원의 재개관소식이다. 문화원은 휴관 기간에 관객들이 거리 두기를 하는 공간을 유지하며 안전하게 전시회관람이 가능하도록 문화원 내부공사를 시행했다고 한다. 지난 8월 28일부터 다시 개관을 시작한 문화원은 이번에 구본창 작가의 ‘백자: 사진전 (Light Shadow: Koo Bon Chang)’을 개막했다. 호주의 유명한 사진전인 ‘헤드 온 포토 페스티발(Head On Photo Festival)’의 일환으로 열린 ‘백자: 사진전은 구본창 작가의 호주에서의 첫 개인전이기도 하다. 문화원은 보도자료에서 이번 전시를 통해 마치 초상화를 찍어내듯 백자의 살아있는 듯한 숨결을 담아낸 구본창 작가의 사진작품 39점을 통해 백자가 지니고 있는 순백의 아름다움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본창 작가가 표현한 달항아리 – 출처 : 구본창 작가, 주시드니 한국문화원 제공>
<문화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구본창 '백자: 사진전' - 출처 : 주시드니 한국문화원 페이스북 페이지(@KoreanCulturalCentreAU)>
유럽 최대 동양 미술관인 파리의 국립 기메 동양 미술관(Musée Guimet), 교토의 고려미술관(Koryo Museum of Art), 런던 대영박물관(British Museum) 등의 세계 주요박물관에 흩어져 전시되어있는 달항아리와 다양한 형태의 백자의 순수한 신비함을 작가의 미적 감각으로 담아낸 구본창 작가의 작품 외에도, 전시공간 내에는 박완서 작가의 『백자송』의 내용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작가 박완서는 구본창의 카메라에 담긴 백자에 대해 “대범한 듯하면서도 애절하고, 친근한 듯하면서도 요원하다. 구본창이 찍은 백자는 딴 누가 찍은 백자하고도 다르다. 이런 신비한 교감을 위해 아마도 구본창은 많이 애태우고, 오래 기다렸을 것이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한편, 구본창 작가는 백자의 은은함에 매료되어 2004년부터 세계의 주요 박물관에 찾아다니며 카메라에 백자를 담기 시작했다고 한다. 백자의 가장 백자다운 색(色)과 기운을 사진으로 표현하는 구본창 작가는 “내가 찍은 백자는 마치 온기와 기운이 스며든 것처럼 부유하며, 초상화 속 주인공처럼 그 자체로 영혼이 있는 존재”라고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통시원은 서울의 박물관에서 달항아리를 관람한 적이 있고, 또한 구본창 작가의 달항아리 사진을 접한 적도 있다. 커다란 달항아리 실물과 사진에 담긴 달항아리의 모습은 닮은 듯하면서도 제각각인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실물은 현실이었고 시간의 흐름이 담겨 있었다. 사진은 꿈결 같았다. 사진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시드니에서 다시 달항아리와 백자의 사진작품을 만나니 무엇보다 반가웠다. 빛과 그림자 사진전의 주제도 음미했다. 작품의 그늘과 빛이 오묘했다. 문화원 박소정 원장은 “유례없는 코로나19로 그동안 현지에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데 많은 제약이 있었지만, 새로 단장한 문화원 갤러리에서 한국의 대표 사진작가 구본창 사진전으로 현지 및 동포분들을 다시 만나게 되어 매우 기쁘다”라며, “중국과 일본의 도자기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조선 달항아리와 백자만의 절제와 담백한 아름다움, 한국의 전통미가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현대적으로 재해석되어 새로운 감흥과 영감을 주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전시회 개최의 소감을 밝혔다. 이번 전시회는 코로나19로 개막식은 준비되지 않았다. 주최 측인 문화원은 전시회 방문 전에 문화원 홈페이지를 통해 코로나19 전시회 관람수칙을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문화원은 현재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관하며, 전시회는 오는 11월 13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에서 구본창 작가가 담아낸 한국의 백자 사진 작품은 이른 봄날에 호주사람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성명 : 김민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호주/시드니 통신원] 약력 : 현) Community Relations Commission NSW 리포터 호주 동아일보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