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다이소 같은 매장인 ‘99센트 온리 스토어(99 Cents Only Store)’에 한국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 종류대로 들어와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다. 매운 소스의 대명사인 스리라차 소스가 진열된 바로 아랫칸이요, 계산대에서 멀지 않은, 아주 좋은 코너에 진열돼 있었다. 현재 들어와 있는 불닭볶음면은 3가지 종류. 노란색 포장지의 카레맛, 아이보리색과 검정색 포장이 섞여 있는 불닭 라이트(조금 덜 매운 맛), 그리고 검정색 포장의 오리지널 불닭볶음면이다. LA에는 히스패닉(Hispanic) 인구가 상당한데 이들은 한국인보다 매운 맛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히스패닉 인구로부터 한인들에게 알려진 할라피뇨(Jalapeno)라는 고추는 잘못 집었다가는 고통스러울 정도의 매운 맛을 갖고 있다. 요즘은 한국인들 중에도 청량고추, 캡사이신 등 매운 맛을 찾아다니는 이들도 적잖다. 덕분에 할라피뇨 같은 식재료는 이제 한국인들의 마켓에서도 오히려 한국의 풋고추보다 더 잘 팔리는 아이템이 됐다. LA의 한국 식당에서 된장찌개를 먹어보면 풋고추 대신 거의 대부분 할라피뇨를 넣을 정도다. LA의 한국 식당 역시 한국의 한국 식당의 유행을 타는지라 몇 년 전부터 불닭집이 인기를 끌고 있다. 매운 맛은 일종의 자극인지라 탐닉하면 할수록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된다고 맛 전문가들은 말하는데 이를 증명해준다고 할까. 가만히 한쪽 구석에 서서 지켜보니 99센트 온리 스토어에 진열된 불닭면들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었다. 까만색 포장지에 쌓인, 가장 매운 맛의 불닭면을 집어가는 현지인 디에고 로드리게스(Diego Rodrigez) 씨에게 왜 이 제품을 집어 들었는지 물었다. 한국계 식당에서 일하고 있고 친구들과 여러 차례 한국 음식에 도전해봤던 그는 워낙 매운 맛을 좋아하는지라 매운 한국 음식을 너무 좋아한다고 한다. 거기다가 히스패닉계가 가장 좋아하는 치킨이 더해져 아주 맛있게 한끼를 해결할 수 있는 인스턴트 식품이라 좋아한다는 것이다. 참고적으로 한국의 불닭에 준하는 매운 맛을 내는 소스도 바로 옆에서 판매하고 있는데 바로 스리라차 소스(Sriracha Sauce)와 타바스코(Tabasco Sauce)이다. 그렇다면 99센트 스토어에 불닭면이 이처럼 대규모로 판매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99센트 스토어에는 예전에는 이름 그대로 99센트가 넘는 물건은 없었다. 그런데 어느 틈에 1.99짜리를 스페셜 아이템으로 들여놓더니 2.99달러, 10.99달러짜리도 들여놓으며 변신을 시도하고 있지만 근검절약하는 미국인들이 즐겨 찾는 스토어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원자재 가격과 배송비가 올라 소비자물가가 몸으로 다가오는 요즘, 99센트에 가면 한 끼 식사거리를 저렴하게 마련할 수 있다. 스파게티 소스 4개, 2파운드짜리 스파게티 국수 1봉지, 와인 한 병이 모두 99센트다. 젤로는 4개에 99센트. 즉 4달러만 있으면 푸짐한 저녁 식탁 거리를 마련해 갈 수 있다는 얘기다. 편의점에서 2달러도 넘게 받을 1갤런짜리 나이아가라 물이 두 통에 99센트, 16온스짜리 작은 병은 6통에 99센트 병 값이나 나올까 걱정스러워진다. 베이글은 6개에 99센트 식빵도 한 보따리에 99센트다. 바나나 한 손이 99센트 캔 푸드뿐만 아니라 질 좋은 상품들도 아주 싸다. 2장에 99센트 하는 남성용 100퍼센트 순면 속옷은 10달러 이상 가는 정품과 비교해 봐도 전혀 손색이 없는 제품. 화장품 샴푸와 바디 케어 제품 모자 물 컵 장난감 등 매장 전체에 싸고 좋은 물건들이 가득하다. 자녀들을 위한 아이템도 다양하다. <겨울왕국> 그림책, 텔레토비가 그려진 예쁜 스케치북 30가지색의 들어 있는 사인펜 세트도 99센트이다. 많은 사람들은 가격이 하도 싸니까 분명 하자가 있는 물건들이겠지 생각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99센트 온리 스토어는 뉴욕 증권 시장에도 상장된 기업으로 품질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인즈 14온스 케첩의 경우 보통 가격이 1달러 30센트인데 99센트 오운리 스토어에서는 28온스짜리 하인즈 케첩 한 병이 99센트이다. 어떻게 이런 가격이 가능할까. 하인즈 사에서 28온스짜리 케첩을 이제 그만 생산하겠다며 이 재고들을 정리하겠다는 발표를 했을 때 99센트 스토어의 바이어들은 미 전국에 나와 있는 28온스짜리 케첩을 100,000병 이상을 사들였다고 한다. 헤드쿼터의 바이어 10명은 전 세계를 이 잡듯 뒤지고 다니며 싼 가격의 물건들을 찾아내고 또 흥정을 한다. 그밖에 포장이 잘못된 상품 품절 된 물건도 사들이고 대량으로 구매해 싼값에 공급할 수 있는 것들도 있다. 시티 오브 컴머스(City of Commerce)에 있는 99센트 스토어 본사의 800,000 평방피트의 창고에는 이처럼 사연 있는 물건들로 가득 차 있다. LA 한인타운 인근의 경우 윌셔와 페어펙스가 만나는 북서쪽 코너에 들어선 99센트 스토어는 우선 매장 자체가 다른 99센트 스토어보다 훨씬 넓다. 18,000 평방피트의 드넓은 매장에는 갖추고 있는 물건 종류도 다양하다. 그리고 들어선 입지가 입지인지라 인근 베버리 힐즈의 마나님들도 이곳에 쇼핑을 하러 온다. 즉 ‘삼양 불닭볶음면의 99센트 온리 스토어 진출’은 이 제품이 단지 서민층에게만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 주류 인구 에게 노출된다는 것이며 노출되기까지 어느 정도 판매력이 입증되었음을 뜻한다. 인스턴트 식품은 첨가물 방부제 등 말이 많으면서도 꾸준히 팔려나가는 품목이다.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케이 푸드의 현지화는 인스턴트 식품의 홍보와 판매로도 시작될 수 있다.
<삼양 불닭볶음면을 판매하고 있는 베버리 힐즈의 99센트 온리 스토어 전경>
<불닭볶음면이 전시된 선반>
<카레맛 불닭볶음면>
<덜 매운 라이트 불닭볶음면>
<가장 매운 불닭볶음면>
※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 통신원] 약력 : 현) 라디오코리아 ‘저녁으로의 초대’ 진행자.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전)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