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 위치한 사우스베일로대학이 지난 해 12월 4일, 학교 건물 꼭대기 층에 한얼연구소 ‘일선관(一鮮館)’을 개관했다. ‘일선관’이라는 이름은 사우스베일로 한의과대학의 창립자인 고 박준환 한얼연구소 이사장의 호인 ‘일선’에서 따온 것이다. 지난 12월 초, 비대면 시대이지만 그래도 한인 사회의 영향력 있는 지도자들을 몇몇 초대한 가운데 새롭게 완공된 일선관 개관식을 가질 계획이었지만 행사가 돌연 무기한 연기됐다. 일선 박준환 한얼연구소 이사장의 건강이 갑작스럽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결국 박준환 이사장은 2020년 12월 20일, 시더스사이나이 병원(Cedars-Sinai Hospital)에서 별세했다. 향년 91세. 사우스베일로 한의과대학 2층 대강당에 마련된 박 이사장을 기리는 분향소에는 코로나가 막판 기승을 부리며 셧다운 행정명령이 내려진 가운데도 수많은 조문객들이 다녀가 살아생전의 그를 기억했다. 장례는 1월 19일에 치러질 예정이다. 고인은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1955년, 전후 한국사회의 재건에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제학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1962년 남가주 대학(USC)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1960년대에는 메릴랜드 주립대학 강단에 섰으며 캘리포니아 폴리테크닉 주립대학(California Polytechnic State University, 줄여서 칼폴리)에서 1996년도까지 30여 년간 경제학 교수를 역임했다. 경제학 교수였던 그가 한의과대학을 설립한 것은 정치 사회적 격동기인 1960년대를 지나며 과연 무엇을 위해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지를 고민한 결과이다. 당시 미국에서는 서양의 물리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동양의 유기론적 대안을 모색하는 신과학운동이 일고 있었는데 그런 사회적 분위기가 한의학에 대한 그의 관심을 부추긴 것이다. 1972년 미국과 중국의 수교로 미국에 한의학이 들어오게 된 것은 사실상 라이선스 위주의 서양의학만이 합법적이던 미국 사회에 일어난 엄청난 패러다임의 변화이다. 그해에 캘리포니아주에서는 한의학과 침구에 대한 법령이 제정됐고 3년 뒤인 1975년 7월에는 주지사의 명으로 한의학 자문위원회가 발족됐다. 고 박준환 이사장은 새로운 과학 패러다임과 실천학문으로서의 한방, 그리고 한민족의 문화 사이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 하에 1977년 사우스베일로 한의과대학을 설립했다. 사우스베일로 한의과대학은 캘리포니아 본교와 로스앤젤레스 및 버지니아 분교를 모두 합해 총 800여 명의 재학생을 두고 있어 미국 내 60여 개의 한의대 가운데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사실 수많은 한의대가 미국에서 설립됐다가 사라졌었는데 사우스베일로 한의과대학은 43년째 꾸준히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사우스베일로 한의과대학 건물 옥상에 모습을 드러낸 2,000평방피트(186제곱미터) 규모의 일선관은 지난 3개월 간에 걸쳐 리모델링 한 결과물이다. 고 박준환 이사장은 일선관을 한인 동포들을 위한 강의실, 수련장, 공연장, 세미나실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했다. 일선관 2층의 열린 공간 역시 노천극장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다운타운과 한인타운의 풍경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건물에 동으로 새겨진 고인을 기리는 헌정판에는 한얼연구소의 사이먼 김 소장이 쓴 <박준환 어아가>의 한 구절이 새겨져 있다. 쌍팔년에 유학와서 일로 정진 박사되어 삼십년을 가르치고 사십년을 학교 운영 칼폴리 대학 만여 학생 사우스베일로 오천 한의 돌아보니 보람일세 내 인생의 결실일세 부지런한 우수 천성 신과학을 섭렵하고 천부경과 삼일신고 단군할배 만난 인연 한얼 단군 정신으로 사우스베일로 창립하니 한국인의 정체성을 미국에서 찾게 됐네 그 누구가 견줄손가 미국 최고 한의대학 가주 경영과학대학 한얼정신 정화로세 홍익인간 제세이화 창학정신 펼쳤으니 20여년 한얼연구 우리 단군 기뻐하리 - 사이먼 김 소장, <박준환 어아가> 시를 쓴 사이먼 김 소장에게 왜 쌍팔년이냐고 물었더니 이 시에서 쌍팔년은 1988년이 아니라 단기 4288년 즉 1955년을 의미한다고 한다. <어아가>란 고구려 시대의 군가로 훗날 독립군도 불렀던 노래의 제목이다. 한얼연구소에서 운영하는 일선관은 올해부터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얼 인문학 아카데미는 논어, 불교 경전, 주역, 명리학 등 인문학 강좌를 1년 4학기 코스로 운영하게 된다. 한얼역사관 강사 자격증 코스는 한가람 역사문화연구소 이덕일 교수와 협업해 민족사관 지도강사를 배출할 예정이며 명상 지도자 과정과 한방 건강 전도사 과정도 기획 중이다. 사우스베일로대학은 코로나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유튜브 및 온라인 강좌를 통하여 미국은 물론 한국과 전 세계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가칭 한얼로 열린대학(Open University to Han Eol Korea)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고 박준환 이사장은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한얼 정신은 세대를 뛰어넘어 한인 2세, 3세들에게 사우스베일로 한의과대학과 한얼연구소, 그리고 일선관을 통해 전해질 것이다.
<사우스베일로 한의과대학 옥상세 세워진 일선관 전경>
<일선관 제호>
<일선 박준환 이사장에 대한 헌정판>
<단군의 얼을 되살리기 위한 단군상>
<2천 평방피트 규모의 드넓은 일선관 내부>
<일선관 개관을 지켜보지 못하고 영면에 든 박준환 이사장>
<분향소를 밝히고 있는 조화들>
※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 통신원] 약력 : 현) 라디오코리아 ‘저녁으로의 초대’ 진행자.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전)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