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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K-드라마 마니아에서 작가로, 아시스 피네이로 푸에요(Asis piñeyro Pueyo)

2025-06-02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한국 드라마는 케이팝과 함께 한류를 선두하는 문화콘텐츠 중 하나다. 공식 순위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가 세계 각국 10위권에 드는 것은 이제 이상한 일이 아니다. 여기에 공식적으로 집계 불가능한 채널을 통해 한국 드라마를 접하는 이들까지 더해본다면 한국 드라마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팬덤을 형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케이팝이 비교적 어린 연령대의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면 한국 드라마는 다양한 장르만큼이나 폭넓은 연령층의 팬을 보유하고 있다. 주스페인한국문화원에서는 현지 한국 드라마 애호가들이 콘텐츠를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K-드라마 모임을 개최했다. 이를 통해 한국 드라마 속 제작진의 숨겨진 의도, 촬영에 얽힌 일화부터 한국문화와 스페인 문화의 유사점 및 차이점까지 심층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 드라마 <혼례대첩>을 주제로 2024년 열린 한 모임에는 동 드라마를 집필한 하수진 작가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스페인 참가자 50명과 함께 조선의 역사 및 결혼 문화를 살펴보고 드라마 속 인물, 음식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소통의 시간이 마련됐다. 더불어 제작 관계자들이 참석해 한국 드라마의 생생한 제작 현장 분위기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그중 한 드라마 모임에는 조금은 생경한 프로필을 가진 이가 있었다. 중년 남성, 전 줄리어스 베어 뱅크 전무이사이자 재무 고문, 현 사프라 사라신 은행(Bank J. Safra Sarasin L) 전무이사인 아시스 피네이로 푸에요(Asis piñeyro Pueyo)가 그 주인공이다. 해당 모임의 유일한 남성이었던 그는 4년 전 한국 드라마에 입문해 100편 이상의 한국 드라마를 시청했고, 드라마를 통해 좋아하게 된 한국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한국문화와 역사를 함께 공부했다. 2년 후인 2024년, 그는 소설 『등대, 운명의 그림자(Deungdae las sombras del destino Libro)』를 집필했다. 이 소설은 2019년 12월 한국의 부산을 배경으로 서로 다른 문화권의 두 젊은이가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3대에 걸쳐 운명적으로 엮인 스토리텔링에는 한국과 스페인을 포함한 다양한 나라가 등장해 한국전쟁 등 역사적 사건이 녹아 있다.
소설 속 주인공 남녀의 만남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마드리드의 식당(MERCI)에서 포즈를 취하는 작가

< 소설 속 주인공 남녀의 만남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마드리드의 식당(MERCI)에서 포즈를 취하는 작가 - 출처: 통신원 촬영 >

『등대, 운명의 그림자(Deungdae las sombras del destino Libro)』이전에는 한 번도 글을 써본 적 없다는 그가 한편의 대하소설을 집필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그 계기를 "4년 전 평생을 사랑한 부인을 잃고 시름에 빠져있을 때 전환을 위한 무엇인가를 찾다 발견한 한국 드라마"라고 말했다. 넷플릭스에서 <갯마을 차차차>를 우연히 보게 됐는데 복닥거리며 때로는 미워하기도 하지만 돕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동네 주민들의 모습에서 스페인의 전통적인 가치관과 관습을 발견했고, 특히 자신이 나고 자란 동네인 라 코루냐의 모습도 보였다고 했다. 이후 한국 드라마 하나하나를 섭렵하면서 울고 웃으며 힘든 시기를 버텼고 점점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에 애정을 갖기 시작했다. 한국문화와 역사를 찾아 공부하면서 한국을 더 사랑하게 됐다는 아시스. 한국에 대한 그의 사랑은 소설 속 장소, 인물에 대한 묘사, 한국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역사적 사실을 묘사하는 부분에서 잘 느낄 수 있다.
마드리드 소셜 클럽에서 열린 출판 기념회 - 출처: 통신원 촬영

< 마드리드 소셜 클럽에서 열린 출판 기념회 - 출처: 통신원 촬영 >

지난 2월에는 마드리드 그란 비아에 위치한 소셜 클럽 '그란 페냐(Gran peña; 1896년 시작된 마드리드에서 가장 오래된 남성 사교 클럽. 멤버가 되기도, 유지하기도 까다로운 조건을 가지고 있다)'에서 열렸고 이날 출판 기념회를 맡은 이는 아시스의 오랜 친구이자 작가, 인판타도 공작인 알무데나 데 아르테가 이 델 알카자르(Almudena de Arteaga y del Alcázar)였다. 『등대, 운명의 그림자(Deungdae las sombras del destino Libro)』 출판 기념회에는 주스페인한국문화원 신재광 원장, 한국콘텐츠진흥원 스페인 비즈니스센터 변영미 센터장도 찾아 그의 책 출간을 축하했으며 스페인의 다양한 주요 인물들이 자리를 빛내기도 했다.
 '등대, 운명의 그림자(Deungdae las sombras del destino Libro)' 표지

< '등대, 운명의 그림자(Deungdae las sombras del destino Libro)' 표지 - 출처: 아마존(Amazon) >

3세대를 어우르는 이야기인 만큼 그의 소설에는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한국 인물들의 이름이 흥미롭다. 한국 이름이 익숙하지는 않은 현지인이 어떻게 이 많은 한국 이름을 붙일 수 있었을까? 작가는 예상대로 한국 이름 짓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특히 여자 이름인지 남자 이름인지 구분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온라인 검색을 통해 배워가며 등장인물에 적절한 한국 이름을 찾았으며, 한국인이 읽어도 이질감 없는 완벽한 이름을 등장인물에 부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소설 속 장소 묘사도 마찬가지다. 소설 집필 당시 한국에 가보지 않았다는 아시스는 구글맵과 한국 드라마를 통해 본 한국의 모습을 소설에 생생히 잘 녹여냈다. 또한 소설에 등장하는 한국과 스페인의 역사적 이야기도 사실적으로 묘사돼 한 편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2024년 아시스는 두 아들의 선물로 그의 형과 함께 한국 여행을 했다. 첫 한국 여행이었지만 이미 한국과 깊은 사랑에 빠진 아시스는 전혀 낯설지 않았다고 한다. 마드리드에서 인연을 맺은 한국 사람들과의 따뜻한 대접과 정을 이야기하는 작가에게서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역사, 문화 그리고 관습까지 한국에 대한 것이라면 공부하고 배우며 누구보다 한국을 사랑하는 한국 전문가가 된 아시스. 영국에서 기적처럼 만나 한눈에 사랑에 빠졌으나 이제는 고인이 된 부인을 그리워하며 보기 시작한 한국 드라마. 이를 통해 얻은 영감으로 소설을 쓰게 된 아시스는 이제 두 번째 책 집필을 준비 중이다. 기존 커리어에 정점을 찍은 그에게 한국 드라마는 작가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게 해 준 소중한 매개체가 됐다.
두 아들과 형과 함께한 한국 여행

< 두 아들과 형과 함께한 한국 여행 - 출처: 아시스 피네이로 푸에요(Asis piñeyro Pueyo) 제공 >

한류의 영향력을 말할 때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더 나아가 다른 이에게도 행복을 주기 때문"이라는 김구 선생의 말을 기억해 내고는 한다. 아시스 피네이로 푸에요의 이야기와 그의 소설이 바로 김구 선생이 말한 '한없이 가지고 싶던 문화의 힘'을 갖게 됐음을 보여주는 좋을 사례가 아닐까.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 아마존(Amazon)
- 아시스 피네이로 푸에요(Asis piñeyro Pueyo) 제공

통신원 정보

성명 : 정누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페인/마드리드 통신원]
약력 : 한국어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