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마켓에 가면 한인 동포뿐 아니라 김치, 만두 등 한국 식료품을 구입하는 현지 비 한인들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한국 마켓은 미국계 마켓인 랠프스(Ralphs), 본즈(Vons) 등과 비교해 볼 때 한국인의 식생활에 필요한 식자재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은 것은 물론, 채소와 과일 가격이 대부분 엄청나게 싸서 경쟁력이 있다. 한인 소비자들은 품질과 가격 둘 다 만족시켜야 비로소 찾는 까다로운 고객이기 때문이다. 가끔 한국 마켓에서 파 10단에 99센트라는 믿기지 않는 가격을 대할 때면 어떻게 이처럼 싸게 공급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이다. 이렇다 보니 입소문을 듣고 한국계 마켓에 와서 장을 보는 비 한인 현지인들의 수가 최근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것이다. 한인 타운, 버몬트(Vermont)와 제임스우드(Jameswood) 코너에 위치한 시온 마켓(Zion Market) 역시 신선한 야채를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고 소문이 나 한인 고객, 비 한인 고객 모두 자주 찾는 곳이다. 최근 이곳에서 아주 재미있는 라면을 접했다. 일명 ‘부대찌개면’, 케이 아미 스튜 스타일 누들 수프(K Army Stew Style Noodle Soup)’이다. ‘아미’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더 이상 군대를 뜻하지 않는다. 방탄소년단의 팬들이라면 ‘아미’라는 말을 들었을 때, 자신과 동일시하며 동시에 자신처럼 방탄소년단의 모든 것을 좋아하는 팬으로 여길 것이다. 라면 섹션 앞을 지날 때 별로 눈길을 주지 않던 통신원은 포장지에서 ‘아미’라는 단어를 발견하고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가갔다. 농심 아메리카에서 출시한 ‘케이 아미 스튜 스타일 누들 수프’의 포장에는 한국어로 ‘부대찌개면’이라고 씌여있다. 아… 그러니 한국에서 먹던, 소시지, 스팸 등 가공육류와 김치, 그 외 각종 채소를 넣어 끓이고 마지막에 라면 사리까지 넣어 먹던 바로 그 부대찌개 맛의 라면이라는 말이다. 이 제품을 보고서 농심 아메리카 웹사이트를 검색해보니 “감자사리면으로 기존 유탕면보다 더욱 쫄깃한 식감(면 중 감자전분 40% 함유), 매콤하고 진한 장맛과 묵은지 맛의 조합, 큼직한 칠리빈, 김치, 고추 등 함유, 진하고 칼칼한 양념 베이스!”라는 광고 문구가 들어온다. 계산대에 서서 직원에게 물어보니 2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한다. 그럼 그렇지, 싶었다. ‘아미’라는 것을 보고 안 집어갈 아미가 어디 있단 말인가. 그런데 해외 아미 모두가 이 제품을 맛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제품은 농심 아메리카에서만 생산해내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구할 수 없어 미국 아미들에게 우편으로 부쳐달라고 부탁하는 이들도 많다는 것을 유튜브의 여러 동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유튜브 동영상 중에는 ‘케이 아미 스튜 스타일 누들 수프’를 끓여 호호 불어가며 젓가락으로 돌돌 말아 먹방을 하는 이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입으로 손부채를 할 정도로 매운맛이 강한 듯 유튜버들은 면 한 번 먹고 혀를 길게 내밀며 식히기를 반복한다. 그러면서도 면발의 식감이 좋다, 화끈한 맛이라 자꾸 손이 간다, 한 끼 식사로 푸짐하게 잘 먹을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댓글 역시 매운맛의 지존이다, 입맛 돈다는 등의 반응이 압도적이다. 약 4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티앤리티브이(T & Lee T.V)도 케이 아미 스튜 스타일 누들 수프를 리뷰했다. 두 남녀가 서툴게 젓가락을 움직여가며 먹는 모습이 어찌나 맛있어 보이는지 한밤에 아무 라면이라도 끓이고 싶다는 충동이 일게 한다. 여성 출연자는 매운지 연신 옆에 둔 레몬 맛의 음료수를 홀짝여가며 먹는다. 댓글들을 살펴보니 누가 아미 아니랄까봐 보라색 하트를 뿅뿅 쏴준 것에서부터 “맛있어 보이네… 어디에서 팔고 있는지 찾아봐야겠어요.”란 것도 있고 “부대찌개에 대한 역사를 찾아봐요. 재미있어요. 그걸 알고 먹으면 훨씬 맛있을 듯”이란 것도 있었다. 농심 아메리카의 제품들은 현지의 한국 마켓들은 물론이고 월마트(Wal-Mart), 알버츤(Albertson’s), 세븐일레븐(7-Eleven), 월그린즈(Walgreens), 세이프웨이(Safeway), 본즈(Vons), 파빌리언(Pavillions), 랠프스(Ralphs), 푸드포레스(Food 4 Less), 스마트앤파이널(Smart & Final) 등 미국 주류 마켓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또한 카르데나스(Cardenas), 누메로 우노(Numero 1), 존스 마켓(Jons Markets), 피에스타 푸드(Fiesta Foods) 등 히스패닉(Hispanic) 계 마켓에서도 절찬리에 판매 중이다. 농심 아메리카는 LA 근교인 랜초 쿠카몽가(Rancho Cucamonga)와 뉴저지(New Jersey), 시카고(Chicago), 텍사스(Texas), 그리고 캐나다의 토론토와 뱅쿠버에 각각 지점을 두고 현지에서 신선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부대찌개는 한국이라는 토양에서 나온 대표적 퓨전 음식이다. 미군 부대에서 나온 가공육에 한국의 김치와 라면 사리를 넣어 푹 끓여낸 음식은 한국인의 입맛에도, 미국인의 입맛에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공통분모를 가졌다. 현지인들이 거부할 수 없는 식재료를 넣고 이를 한국식으로 조리해낸 음식은 미국에서 예외 없이 대박을 쳤다. 한국식 치킨이 대표적인 예이다. 한식의 세계화라는 정책을 수립할 때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바로 이 점이다.
<케이 아미 누들 먹방을 하고 있는 유튜버들 – 출처 : 티앤리티비 유튜브 채널(@T & Lee T.V.)>
<케이 아미 스튜 스타일 누들 – 출처 : 농심 아메리카>
<한국계 마켓인 시온 마켓 선반에 전시된 케이 아미 스튜 스타일 누들 – 출처 : 통신원 촬영>
※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농심 아메리카, https://www.nongshimusa.com/homev2/k-army-stew-kr/ 티앤리티비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watch?v=_qRq4EkrZSk
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 통신원] 약력 : 현) 라디오코리아 ‘저녁으로의 초대’ 진행자.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전)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