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는 다양한 민족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어 흔히 다문화 국가로 불린다. 특히 통신원이 거주하는 시드니는 호주 내의 다른 도시에 비하면 아시아계 이민자들의 수가 많은 편이다. 한국계 이민자들이 호주 내에서 가장 많이 사는 도시이기도 하다. 아시아계 주민의 수가 많은 만큼 아시아계에 대한 차별이 있기는 하나 빈도수가 많거나 강도가 심한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사회 전반에 걸쳐 주류 산업 분야에서 아시아인 전문가를 찾아보기는 어려운 편이다. 아시아계 이민자가 주로 담당하는 일은 사회의 가장 취약하고 열악한 일이 많다는 것이 사실이다. 청소나 서비스업 등 일용직이나 비정규직의 일에 많이 종사하고 있으며 아시아계 이민자들은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알게 모르게 차별로 인한 상처를 받아왔다. 지난해 3월부터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시민들은 강제적으로 제한되는, 참기 어려운 시간을 지내왔다. 미디어를 통해 코로나19가 중국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뉴스가 돌면서, 서양국가 출신의 구성원들은 중국 유학생들이나 중국계 이민자들에게 심한 욕설이나 폭행을 가해 모두가 힘든 시기에 이민자들에게 상처를 주었다. 이러한 사회적인 반응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이민자들에게는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거리를 다닐 때마다 불편한 마음과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슈퍼마켓에서는 청과코너에서 중국계 쇼핑객이 과일을 얼굴 가까이 대며 냄새를 맡자 이 모습을 본 한 쇼핑객이 소리를 지르며, 저지하는 모습이 뉴스에서 방송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에피소드 외 코로나19로 인해 직업을 잃고, 실업수당에만 의지하는 이들은 호주에 사는 아시아계 이민자를 향해 “너희가 있을 곳은 여기가 아니다. 너희 나라로 가라.”는 말을 하는가 하면, 어린 청소년들은 길거리에서 일부러 큰 소리고 동양인 여성들에게 비하 발언을 일삼기도 했다.
<아시아 혐오 범죄 반대 평화시위 ‘STOP ASIAN HATE’ 홍보 포스터 – 출처 : KOZZIECOM 제공>
<이번 평화시위를 기획한 KOZZIECOM 쇼나 양 대표 – 출처 : 통신원 촬영>
올해 초 통신원이 만난 KOZZIECOM의 쇼나 양 대표로부터 시드니에 거주하고 있는 아시아인들의 목소리를 내는 아시아 혐오범죄 반대 평화시위 ‘STOP ASIAN HATE!(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를 멈춰라!)’가 시드니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최근 미국의 애틀랜타에서 일어난 총기사건에서 희생된 아시아인 8명 중 4명의 한인이 포함되어 있어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특히, 애틀랜타 출신 가수 에릭남(Eric Nam)은 《CNN》에 출연해 최근 급속하게 증가하는 아시아인들을 향한 증오범죄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발언했고, 이 소식이 보도되자 전 세계 K팝 팬을 비롯한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았다. 이를 공감하고 위기를 느낀 아시아인들이 혐오를 중지하라는 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평화시위에 참여한 현지인들 – 출처 : 통신원 촬영>
<평화시위에 연사로 참여한 제니 리옹 의원, 한국계 코미디언 해리 전 그리고 비영리 단체 ‘Women of Colour’ 브랜다 가디 대표 – 출처 : 통신원 촬영>
애틀랜타 총기사건에 대한 뉴스를 접하게 된 쇼나 양 대표는 시드니에서는 미국과 같이 총기범죄가 일어나고 있지는 않지만, 아시아인인 우리의 목소리를 내고자 집회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번 ‘STOP ASIAN HATE’ 평화시위는 아시안계호주인연합(Australian Asian Alliance), 뉴사우스웨일즈(New South Wales)주의 시드니 뉴타운(Newtown)지역 제니 리옹(Jenny Leong, M.P) 주의원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지게 되었다고 주최 측이 전했다. 시위 주최 측은 이번 행가 호주정부가 정부차원의 인종차별에 대한 비난, 인종차별을 규제하는 강력한 법안상정과 함께 공공 또는 사립교육기관에서 인종차별에 올바른 인식을 돕기 위하여 교육과정 내에 필수과목선정을 요구하기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마지막 순서로 진행된 애틀란타 총기사건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1분 묵념시간 - 출처: 통신원 촬영>
시드니의 ‘STOP ASIAN HATE’ 평화시위는 지난 4월 24일 오후 3시경부터 90분간 ‘시드니 커스텀즈 하우스(Sydney Customs House)’ 앞 광장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제니 리옹 의원을 비롯하여 대만계의 제시 투(Jessie Tu) 작가, 한국계 코미디언 해리 전(Harry Jun), 베트남계 시인 켈리 현(Kelly Huynh), 중국계 뉴질랜드인 레온 장(Leon Zhang) 디자이너, 원주민을 비롯한 유색 여성들의 인권보호운동을 펼치고 있는 브랜다 가디(Brenda Gaddi) Women of Colour Australia 대표 등, 6인이 연사로 나섰으며 래퍼로 활동중인 한국계 가수 세인트(Saint, 조나단 박)의 아시아인혐오에 저항하는 랩퍼포먼스가 있었다. 특히, 중국계 정치인으로 활동하는 제니 리옹 주의원은 아시아인뿐 아니라 핍박을 받는 호주원주민 인사들도 초청하여 인식을 함께했고 집회는 평화롭게 진행되었다. 이번 평화시위를 통해 아시아인들과 원주민들을 향한 차별에 대한 심각성을 정부가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나서 아시아인을 비롯한 소수민족과 원주민을 향한 폭력 및 범죄가 단절되었으면 한다. 아름다운 환경을 지닌 호주, 다양한 민족들이 차별에 대한 두려움 없이 평화롭게 함께 살아가기를 바란다.
성명 : 김민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호주/시드니 통신원] 약력 : 현) Community Relations Commission NSW 리포터 호주 동아일보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