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아시아인’이라는 정체성은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아시아인을 향한 혐오 범죄가 증가하자 수 많은 시민단체들, 연구자들, 예술인들이 앞다투어 아시아 혐오를 멈추라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고, 캐나다 정부는 5월이 ‘아시아 문화유산의 달’임을 다시금 인지하게 함으로 캐나다의 문화 다양성의 가치를 고취하고 있다. 캐나다에서 아시아인으로 살되 좀 더 안전하고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한쪽에서는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아시아인이라는 명칭에는 아시아 내의 다양한 민족적 경계를 허물고 단 하나, ‘아시아인’의 정체성으로 몰아가게 한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캐나다에서 아시아인으로 사는 것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들리는 현재, 최근 캐나다 유력 미디어인 《CBC》에서는 한국 드라마를 통해 새롭게 발견한 아시아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기고문이 실려서 눈길을 끈다.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를 보면며 아시안의 정체성을 새롭게 배웠다는 작가 이야기 - 출처 : CBC 홈페이지, 니콜라스 장>
이민 3세 작가인 얀 웡(Jan Wong)은 한국 드라마와 쇼를 넷플릭스에서 접하면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아시아성에 대한 동질성을 느끼게 되고, 이는 자신에 대한 감정을 바꾸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한 번도 자신을 이민자로 느끼지 못하고 스스로를 캐나다인으로 살아온 오랜 이민 역사를 가진 아시아인들이 새롭게 경험하는 정체성이며, 이를 얀 윙 작가는 ‘보이지 않는, 눈에 띄는 소수 민족’(an invisible visible minority)이라 칭했다. 즉 소수 민족이지만 외향적으로 백인과 확연히 드러나는 ‘비백인 소수 민족’ 하지만, 스스로를 주류 캐나다인으로 여기는 ‘보이지 않는, 눈에 띄는 소수민족’이들을 일러 표현하는 말이다. 스스로를 이민자의 후예로 불리기 싫어하는 자들이 넷플릭스의 한국 드라마를 보며, 스스로의 정체성을 새롭게 경험하게 된다는 것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한국 드라마의 세계적인 성공 이유를 다양한 곳에서 찾고 있지만, 어쩌면, 있는 모습 그대로, 검은 머리와 검은 눈, 슬림한 우리의 생김새 등 자체만으로 누군가에겐 자신의 이야기로 다가갈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전 세계에 흩어진 아시아인들이 한국 드라마 속의 다양한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이야기인양 함께 울고 웃으며, 자신의 삶을, 자신의 정체성과 자신됨을 둘러 볼 수 있다는 것은 너무 멋진 일인 것 같다. 기사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동안 혼자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넷플릭스에서 한국 프로그램에 중독되었음을 밝히며, 그 이유와 현상이 작가에게 캐나다에서 ‘아시아인’이라는 정체성을 새롭게 가르쳐 준 것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 1인칭 기사는 아시아캐나다여성동맹(Asian Canadian Wonmen’s Alliance)의 공동 창립자인 얀 웡의 경험담이다. '아시아 정체성'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무슨 상관이야, 한국 드라마보게 팝콘이나 이리 줘! 한마디로 나는 한국 넷플릭스에 중독되었다.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 캐나다에서 자란 중국인 3세로 중국인이라고도 할 수 없다. 팬데믹 기간동안 증오 범죄는 증가했고, 그들은 수 많은 아시아인들을 구별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찌르고, 때리고 침을 뱉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달에 밴쿠버를 반아시아 혐오 범죄의 수도로 선포하기도 했다. 오타와 역시 아시안들을 한꺼번에 묶어 버렸다. 연방정부가 지정한 아시아 문화유산의 달은 아시아인들 모두 똑같이 생겼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유럽 여러 민족이 수세기에 걸쳐 서로를 침략한 역사를 가졌음에도, 이들 모두를 아루르는 ‘유럽 문화의 달’이라고 말하는 것만큼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장벽을 허물기 위해, 나는 최근, 아시아캐나다여성연맹을 공동 설립했다. 이는 애틀란타의 백인 남자가 저지른 증오 총격으로 6명의 아시아 여성을 포함한 8명이 중상을 입었을 때,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였다. 도시가 락다운 되었을 때, 아시아캐나다여성동맹의 두 사람이 추천한 넷플릭스의 한국 드라마가 있었다. 우연히 비무장 지대로 들어간 한국 재벌에 관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몰아보기를 거부할 수 없는 드라마였다. <빈센조> 역시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인데, 이는 이탈리아 마피아 집안에 입양된 한국인의 액션 드라마이다. 한국 드라마는 긴장감이 넘치고, 로맨틱하며 코미디 요소가 있다. 청중들의 피드백을 수용하기 위해서 방영되는 주에 촬영되기도 한다. 어떤 배우는 탈수 증상에 대비하기 위해 링거를 맞으면서 촬영을 한다. 한국 드라마의 키스신은 입을 다물고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1회부터 노골적인 성적 장면을 드러낸 리젠시 시절 로맨스 드라마인 넷플릭스의 <브리저튼(Bridgerton)>과 비교된다. 로맨스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누드가 전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중동, 중국, 일본 심지어 발리우드(Bollywood)에서도 인기를 누린다. 더빙 언어 역시 다양하다. 인도 넷플릭스 내 한국 드라마 시청률은 2020년, 전년대비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인도의 사회학자 오토지트크트리마얌(Otojit Kshetrimayum)은 “한국 드라마를 보는 관객들은 전통적 가족의 가치와 신선한 현대적 환경의 결합을 즐긴다”고 평가한다. 나는 넷플릭스에 나오는 정통 유대인들의 이야기, 터키의 암살범 스토리, 오자크족(Ozarks)의 미국 마약상에 관한 시리즈들도 사랑하지만, 어느 콘텐츠도 다른 아시아인들을 통해 아시아인을 보여주지도, 나의 마음을 깊게 울려지지도 않았다. 이는 내 가족이 140년 전에 캐나다에 이민을 왔기 때문에 이민자의 경험이 실제적으로 내 경험과 연결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밀레니얼 세대’, ‘컴퓨터’, ‘실리콘밸리’는 내가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세 가지 주제이지만, 지금 나는 <스타트업>이라는 첨단 기술 산업을 배경으로 하는 한국 드라마를 즐겁게 보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있는 한국 드라마는 스스로 느끼는 방식을 변화시킨다. 몬트리올에서 자라면서, 동양 남자들이 매력적이라고 느끼지 않았지만 한국 드라마 속의 남자 주인공들은 정말 섹시하다. 여자 주인공들은 필자처럼 검은 생머리에, 검은 눈, 그리고 마른 체형을 하고 있다. 이상한 방식으로 위로가 되고, 우리는 모두 닮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 참고자료 https://www.cbc.ca/news/canada/first-person-asian-heritage-month-jan-wong-1.6027548
성명 : 고한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캐나다/토론토 통신원] 약력 : 현) Travel-lite Magazine Senior Editor 전) 캐나다한국학교 연합회 학술분과위원장 온타리오 한국학교 협회 학술분과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