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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분석] 제2의 〈김씨네 편의점〉 위해 필요한 것들

2021-06-15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시즌 5를 끝으로 <김씨네 편의점>이 막을 내렸다. <김씨네 편의점>이 전달한 따뜻한 메시지를 사랑했던 수 많은 팬들과 이 작품이 캐나다 TV에서 가졌던 상징성과 중요성을 아는 이들은 더 이상 <김씨네 편의점>을 만날 수 없는 것에 오래도록 슬퍼하였다. 다민족 사회인 캐나다의 현재를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일 뿐 아니라, 아시안 캐나다인들의 삶이 캐나다 주류사회와 동떨어지지 않게 잘 표현되었다고 평가 받아온 이 작품은 수 많은 긍정적인 찬사를 받아왔다.

<김씨네 편의점>은 넷플릭스를 통해 캐나다를 넘어 전 세계 여러 팬들을 만나며, 캐나다 미디어가 나가야 할 방향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또한 한국 작가에 의해 한국계 캐나다인들의 삶을 그린 이 작품은 캐나다 내에서 지속적으로 불어오고 있는 한류의 순풍과 함께 한국의 스토리텔링의 새로운 표본이 되기도 했고, 예술 분야에 일하는 많은 한국계 캐나다인들에게 격려가 되기도 하였다.
김씨네 편의점’ 종영 관련, 배우 시무 리우의 발언이 새로운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 출처 : CBC 뉴스

<김씨네 편의점’ 종영 관련, 배우 시무 리우의 발언이 새로운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 출처 : CBC 뉴스>


하지만 지난 6월 2일, <김씨네 편의점>에서 아들 정(Jung) 역할을 맡아온 시무 리우(Simu Liu)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작품 종영의 뒷이야기와 그와 관련한 작심발언을 해 캐나다 미디어의 뜨거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300자가 넘는 긴 글에는 시무 리우의 오랜 고민과 고뇌가 담겨 있었다. 이 글은 6월 6일 기준 13,000개의 좋아요, 1,500개의 댓글 수를 기록했고, 2,400회의 공유가 되었다. 캐나다 내 주요 미디어도 집중 보도했으며, 소식은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Independent)》에도 전해지며 국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사실, <김씨네 편의점>이 시즌 5으로 막을 내린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아빠 역의 이선형(Sunghyun Paul Lee) 씨를 비롯한 출연자들은 드라마 종영 방식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여러 미디어들도 반아시아인들에 대한 폭력이 증가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캐나다 공영방송이 성공적으로 이끈 아시아 중심의 첫 시트콤을 폐지해야 하는가에 대한 시의성과 적절성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왔다. 이번 시무 리우의 글은 기존에 의문을 표해왔던 <김씨네 편의점>의 때 이른 종영과 관련한 여러 추측들에 대한 답이 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측면의 이슈들을 생성함으로 제2의 <김씨네 편의점>과 같은 한국계 캐나다인 혹은 아시안 캐나다인들의 스토리 텔링이 지속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살펴볼 수 있는 지점이 될 수 있다.

《토론토 스타(Toronto Star)》를 비롯한 대부분의 캐나다 언론들은 시무 리우가 지적한 ‘백인제작자(overwhelmingly white)’로 둘러싸였던 제작 환경, 쥐꼬리만큼 적은(Horesepoop pay) 출연료를 강조하여 언급하였다. 어떠한 분석보다도 시무 리우가 표현한 단어들은 이때까지 캐나다의 정서로 알려진 <김씨네 편의점>에 완전히 반대되는 이야기이기에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앞서 백인제작자로 둘러싸여있다는 시무 리우의 언급은 사실, 자신이 연기한 인물 ‘정’의 표현 방식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협력을 통해 작품의 캐릭터를 설정하기를 바랐지만, 이야기 속의 실제가 되는 다양한 경험을 가진 아시아계 캐나다인 배우들에게 압도적으로 백인으로 채워진 제작진과의 소통은 원활하지 않았다. 일방적인 통보로 이루어져 왔기에 아시안 캐릭터들이 진정한 깊이와 성장과 진화의 능력을 보여 줄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무명배우에서 출발했으나 작품이 성공하면서 시청률은 높아졌다. 그러나 계약 기간 내내 또 다른 캐나다 인기 드라마 <쉬츠 크릭(Schitt's Creek)>에 비해 말도 안 되는 작은 금액을 받았다. 현대 캐나다의 상징적인 드라마, 높은 팬덤을 자랑하는 드라마, 캐나다 첫 공영방송의 아시안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고 언급했다.

《CBC 뉴스》는 시무 리우가 언급한 최인섭(Ins Choi) 작가 이외에는 한국인의 목소리를 내는 작가가 없다고 말한 부분, 작품을 집필하는 작가 중에 동아시아와 여성을 대표하는 이들이 적고, 다양성을 드러낼 작가들의 ‘파이프라인’이 적다고 언급한 것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즉, <김씨네 편의점>을 제작하는 동안 《CBC》는 지역 사회 전반과 연결하여, 다양한 스토리텔러들에게 기회를 주는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실제 최인섭 작가는 《CBC》와 함께 2018년, 알버타에서 일주일 동안 <작가들의 방(Writer’s room)>을 기획하고 실제 스토리라인 개발에 참여하게 하며, 멘토 역할을 하기도 했고, 2019년에는 토론토에서 BIPOC TV, 리젠트파크영화제(Film, The Regent Park Film Festival)와 제휴하여 8명의 유색인종 작가들에게 6시간 동안 TV 글쓰기 워크숍을 제공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번 시무 루이의 발언을 두고 대부분의 캐나다 미디어들은 진위 여부를 분석하기보다 그의 논점을 따라가며 기사를 작성했지만, 또 다른 캐나다 유력 일간지 《더 글로브 앤 메일(The Globe and Mail)》은 그의 발언을 조목조목 따지며, 여러 측면에서 공정하지 못하다고 언급했다. 무엇보다 《더 글로브 앤 메일》은 “동아시아와 여성의 대표성이 부족하고 다양한 인재를 소개할 수 있는 캐나다 작가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한 그의 잘못된 문장이 그대로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며 “실제 《CBC》 <김씨네 편의점>에는 글쓰기 팀이 있고, 다양한 아시아계 캐나다인들이 일하고 있지만, 크레딧에 올라갈 때는 ‘인섭 최’라는 이름으로 나간다고 언급함으로, 그가 캐나다 방송 작가 시스템에 대해 잘못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쉬츠 크릭>과 비교하여 쥐꼬리만 한 출연료라고 한 것에 대해서, <쉬츠 크릭>에 출연한 배우들의 수십 년의 경험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 일종의 망상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창의적인 전개가 아쉬웠다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캐릭터 창조의 역할이 작가라는 것을 망각하고 팬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발언”이라고 서술했다.

시무 루이의 이번 발언이 캐나다 및 국제 언론의 관심을 받으면서,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의 페이스북 포스팅에는 대부분 응원의 댓글이 넘쳐난다. 그의 작심 발언이 캐나다의 스토리텔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며, 발언하는 용기를 내 주어서 고맙다는 댓글들이 많다.

<김씨네 편의점>이 주는 스토리텔링의 진정성의 한 가운데에는 한국 문화와 한국 스토리텔러, 그리고 한인 및 아시안 연기자들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제2의 <김씨네 편의점> 계속해서 나오기 위해서는, 한인 및 아시아 예술인들이 캐나다 주류 예술인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할 것이다.

시무 루이는 그의 글 서두에 “<김씨네 편의점>이 종영되고 스핀 오프(spin-off, 본편에서 다로 나온 작품) 형식으로 진행되는 새로운 시트콤에 아시아인이 아닌, <김씨네 편의점>에서 유일하게 비 아시아인이였던 니콜 파워(Nicole Power)가 주인공이라는 것에 분개한다”고 언급했다. 캐나다 미디어에서 아시아 드라마가 계속 이어지기 위해서는 캐나다 미디어들이 다양성에 기반한 스토리텔링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이야기가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시무 루이가 언급한 것처럼, 최인섭 작가가 떠나자 한국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이가 없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캐나다 내 한인들 역시 좀 더 적극적으로 고민해 보아야 하는 문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 참고자료

《TorontoStar》 (21. 6. 3.) , https://www.thestar.com/entertainment/television/2021/06/03/simu-liu-calls-out-producers-of-kims-convenience-in-facebook-post.html

《CBC》 (21. 6. 3.) , https://www.cbc.ca/news/entertainment/simu-liu-kim-s-convenience-facebook-post-1.6050441

《natinal post》 (21. 6. 4.) , https://nationalpost.com/news/canada/kims-convenience-actor-simu-liu-says-showrunners-ignored-creative-input-from-asian-cast-members

《The glove and mail》 (21. 6. 4.) , https://www.theglobeandmail.com/arts/television/article-bitterness-abounds-more-fallout-from-kims-convenience/

통신원 정보

성명 : 고한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캐나다/토론토 통신원]
약력 : 현) Travel-lite Magazine Senior Editor 전) 캐나다한국학교 연합회 학술분과위원장 온타리오 한국학교 협회 학술분과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