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리포트를 통해 인터뷰하게 된 중국 친구와의 인연은 2020년 2월 초 한국에서이다. 2020년은 지구 역사상 기억될 수밖에 없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짐작한다. 1월 새해를 맞이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에서 전염병 감염사태가 벌어졌고(이 당시 병명도 없었다.), 가족을 먼저 중국으로 보내고 통신원만 한국에 있는 상황에서 마스크 부족 사태가 벌어졌다. 부랴부랴 마스크를 구입해 중국으로 보내려니 국제배송이 이미 어려운 상황이 되었고 수소문 끝에 중국 친척 동생의 친구 중에 공연을 보기 위해 한국에 와 있는 아쩡이라는 친구의 도움으로 마스크를 대신 전달해 줄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효린의 팬인 그녀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아래는 한국을 너무나도 좋아하는 아쩡과의 인터뷰 내용을 간단히 정리한 것이다.
<그녀는 씨스타 효린의 찐팬이다. 매번 그는 위챗을 통해 효린의 노래를 올려놓는다. - 출처 : 아쩡의 위챗 모멘트>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의 이름은 쫑쩡(钟正)인데 아쩡(阿正)이라고들 부릅니다. (참고로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가까운 이들끼리 별칭을 부른다.) 나이는 올해 28세이며, 사천 청두 사람입니다. 현재 저는 인터넷 회사에서 앱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가수가 있나요? 언제부터 한국가수를 좋아하게 되었나요? 가장 좋아하는 가수는 씨스타의 효린입니다. 2019년에 이 여성 그룹을 주의 깊게 보게 됐는데 겉보기엔 그저 유행하는 가수들 같았지만 정말 실력파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렇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지금은 한국 가수와 한국의 유행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제 생각에 효린은 노래와 댄스 외에도 그녀의 음악에 대한 깊은 심미감과 그녀만의 독특한 매력을 가졌다고 생각해요.
<2020년 2월, 올림픽 공원에서 열린 에이핑크의 공연 - 출처 : 아쩡 제공>
한국에는 몇 번 방문해 봤나요? 한국에서 느낀 가장 좋았던 것이 있었다면? 한국은 그 당시가 첫 방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여행에 제약이 생기면서 더 이상 재방문을 할 수 없었습니다. 제일 좋았던 것은 당연히 보고 싶었던 공연을 직접 관람했다는 것이고 쇼핑도 좋았습니다. 그리고 인터넷 상에 인증된 한국 음식점을 찾아다니며 음식을 먹는 것도 좋았습니다. 만약 한국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서울뿐만이 아니라 다른 도시들을 방문해 보고 싶어요. 예를 들어 부산이라든지. 서울과 또 다른 전통과 정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당시 한국도 차차 코로나 감염 사례가 급증하는 상황이었을텐데, 공연은 어땠나요? 코로나가 이렇게 심해질 줄은 당시에는 몰랐습니다. 공연은 정상적으로 진행됐어요. 에이핑크의 공연이었는데 다만 공석이 많았습니다. 당시 중국 팬들도 티켓을 예매했는데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서 한국으로 올 수가 없어 대부분 환불하기도 했습니다. 다행이었던 것은 한국은 그 당시 코로나가 그다지 심각하진 않았기 때문에 공연은 그대로 진행됐어요. 감염 등의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한국 여행은 어땠고 어떤 느낌을 받았나요? 대체로 다 좋았습니다. 한국어를 할 줄 모르지만 서울은 관광산업이 발달해 있어 불편함이 없었어요. 한가지 제 생각과 큰 차이를 보인 부분은 그 전에 한국 사람들은 아주 개성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한국방문했을 때가 겨울이었잖아요. 그때 사람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비슷한 메이크업에 똑같은 블랙 롱 패딩을 입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조금 답답했다고 해야 할까요. 제 생각에 어떤 부분에서는 다소 보수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건 개인적인 느낌과 생각일 뿐이에요. 친구분들 중에도 한국가수나 한국문화에 대해 좋아하는 분이 있나요. 혹은 모임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모임에서는 대체로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교류하는지도 말씀해주세요. 저랑 비교적 친한 친구들은 대부분이 한국문화를 좋아해요. 좋아하게 된 경로도 다양합니다. 어쨌든 한국 스타를 좋아하게 되면 방법 가리지 않고 한국어를 스스로 공부해요. 어떤 친구들은 한국어능력시험도 봤고요. 만나면 같이 한국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서로 상의 후에 연예인을 직접 보러 갈 계획도 짭니다. 관심사가 유사하다보니 편하고 자연스럽게 교류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많은 물건을 구매한 것으로 아는데, 특히 공연을 보고 산 연예인 관련 상품에 대해 물어보고 싶어요. 상품의 품질이나 디자인, 가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그때 산 상품들의 품질은 아주 괜찮았어요. 물론 가격은 싸지 않았습니다. 열쇠고리가 대략 100~200위안(약 18,000~35,000원)이었으니까요. 어린 친구들에게는 상당히 비싼 가격이죠. 예를 들어 엽서라든지 달력 같은 경우, 달마다 새로운 연예인 사진을 볼 수 있지만 특별한 디자인은 아니니까요. 다만, 공연 관람 당시 응원봉이 있었는데 상당히 귀엽고 예쁜 디자인으로 우리에게 소속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줬습니다. 이런 점은 분명 다른 상품과 차별되고 특별한 훌륭한 제품이라고 생각해요. 문화교류에서 어떤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문화 저변확대를 위해서는 타문화에 대한 수용과 이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거대한 나라입니다. 한국처럼 문화를 수출하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다면 교류는 더욱 빈번히 일어나고 혁신적인 일들이 생길 거라고 봅니다.
<많은 굿즈 가운데 귀여운 모양의 응원봉을 우수 상품으로 꼽았다. - 출처 : 아쩡 제공>
<청두나 충칭의 젊은이들의 패션은 이미 한국의 젊은이들과 큰 차이가 없다. 특히나 아쩡은 그중에서도 개성 넘치는 젊은이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통신원은 올해 들어 문화예술교육 관련해서 10대부터 30대까지 비교적 젊은 중국 친구들을 자주 만나고 있다. 물론 통신원이 거주하는 충칭과 쓰촨 지역 거주자가 다수를 차지하지만 그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빠른 변화이다. 문화 이해와 수용에 대한 부분은 더욱 그렇다. 20대 중반에서 30대까지도 한국의 문화는 유행의 중심에 있고 유행을 선도한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다. 다만, 유행은 현재 유행하는 노래나 드라마, 영화, 오락 등의 대중적 현대 문화에 제한된다. 초등학생 등, 더 어린 연령대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한국의 전통문화 등 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도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시대, 장소, 분야별로 문화의 의미는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는 다각도로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인터뷰 내용에서도 거론된 한류스타와 관련한 상품 기획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중국은 현재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인터뷰이와 같은 청년들은 한류 소비와 확산에 큰 영향을 미칠 세대다. 현시점에서 어떻게 준비하는지는 가까운 미래, 글로벌 시대에서 한국의 문화적 위상을 판가름할 것이다.
성명 : 한준욱[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중국(충칭)/충칭 통신원] 약력 : 현)Tank Art Center No41.Gallery Director 홍익대 미술학과, 추계대 문화예술경영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