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음악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재즈보다는 먼저 케이팝을 생각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재즈가 미국 아프로큐반 음악이라 한국문화와 맞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6월 12일에 개최된 홍선미퀸텟의 공연을 본 사람들은 그러한 의문을 영원히 버렸을 것이다. 콘서트에 대한 홍보는 한국문화원의 적극적인 SNS 활동을 통해 이루어졌다. 네덜란드뿐 아니라 유럽의 재즈신이 주목하는 드러머 홍선미가 이끄는 홍선미 퀸텟의 공연은 6월 12일(토) 오후 8시 부다페스트 뮤직센터(BMC)의 오푸스 재즈클럽(Opus Jazz Club)에서 진행됐다. 홍선미는 암스테르담 음악원에서 재즈로 학사 및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카렐 보에리 트리오(KarelBoehlee Trio), 벤자민 허먼(Benjamin Herman), 다후드 살림 퀸텟(Daahoud Salim Quintet)과 연주하며 유럽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음악가이다. 그녀가 이끄는 홍선미 퀸텟은 2018 더치재즈컴페티션(DutchJazz Competition)에서 우승하며 노스씨재즈페스티벌(North Sea Jazz Festival) 및 빔하우스(Beam House)를 비롯한 네덜란드 전역에서 공연하는 등, 각종 콩쿨과 페스티벌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홍선미 퀸텟의 공연 포스터 – 출처 : 주헝가리 한국문화원>
통신원은 재즈에 귀가 미숙한 자로서 참석 여부를 한참 고민하다가 홍선미 퀸텟의 자연스러우면서도 이색적인 공연 포스터에 깊은 인상을 받아 티켓 구매를 결정했다. 국제 음악인 재즈의 한국적인 면을 발견하는 것도 의의가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콘서트 장소는 부다페스트 대학가 근처, 대시장 바로 뒤에 위치한 오푸스 재즈 클럽이었다. 2013년에 문을 연 오푸스 재즈 클럽은 부다페스트에서 요즘 유행하는 재즈 클럽들 중의 하나로, 매주 인기 있는 젊은 음악가들을 초청한다. 음악, 음향시설뿐 아니라 미식의 면에서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분위기는 아늑하며 재즈클럽답다. 지하에 위치한 이곳에는 흐릿한 조명이 비춰진다. 좌석은 대부분 2인 테이블로 구성되어 있고, 무대 바로 앞인 1층과 무대를 내려다볼 수 있는 2충으로 나누어진다. 세계 퓨전요리로도 유명한 이 클럽은 헝가리 재즈 서클에서는 유명한 문화공간이다.<음악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제공해주는 오푸스 재즈 클럽 - 출처: 트립어드바이저>
콘서트는 코로나19 관련 규제가 완화되어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입장은 여전히 제한됐다. 백신을 이미 맞은, 헝가리 정부에서 발급한 백신카드 소유자에게만 콘서트가 열려 있었다. 2층은 확산 우려로 폐쇄돼있었고, 1층의 좌석은 대부분 예매됐다. 쇼가 시작되기 전 오푸스 클럽 계획 담당자는 콘서트는 사실 작년에 계획되어있었으나 코로나19로 취소되었다는 사실을 알리며 올해 드디어 콘서트가 개최될수 있는 것에 대한 기쁨을 표현하였다. 그리고 한국문화원의 적극적인 지원에 감사했으며, 앞으로도 협력할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이후 밴드가 입장했다. 콘서트는 신성하면서도 다소 충격적인 곡으로 시작되었다. 재즈 기반에 국악이 새어 나오는 듯한 드럼 소리에 더불어 초청 보컬리스트 전송이가 선보인 자연, 혹은 야생동물을 연상하게 하는 날카로운 목소리는 콘서트의 에너지를 좌우할 첫 곡이었다. 음악이 끝난 후 밴드의 리더인 홍선미가 관객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다정하고 친철한 분위기를 내뿜는 홍선미 씨는 밴드 멤버 한명한명을 소개하며 “네덜란드에서 활동 중인 밴드이지만, 네덜란드인은 없는 국제적인 그룹”이라며 웃으며 말했다. 홍선미 퀸텟은 리더인 홍선미를 제외하면 밴드와 함께한 지 얼마 안 된 스페인인 피아니스트 하비 토레스, 스코틀랜드인 음악인 알리스테어 페인(트럼펫),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온 니콜로 리치(테너 색소폰)와 알렉산드로 폰가로(더블베이스)로 구성되어 있다. 리더이자 드러머 홍선미는 “이번 콘서트가 1년만의 첫 공연”이라며 ‘괴물 보컬리스트’라고 불리기도 하는 전송이와 함께 하게 된 계기를 이야기하며 기쁨을 표현하였다.<밴드 멤버들을 소개 중인 리더이자 드러머인 홍선미 – 출처 : 오푸스 재즈 클럽>
<‘괴물 보컬리스트’인가, ‘천사 보컬리스트’인가. 전송이는 그만큼 파격적인 보컬은 선사했다. – 출처 : 오푸스 재즈 클럽>
보컬리스트 전송이는 2002년 오스트리아 그라츠 국립 음악대학교 클래식 작곡과를 이수하고, 2008년 스위스 바젤 음대에서 재즈 보컬을 전공한 후 미국 버클리 음대에서 수학하였다. 깨끗한 음색, 즉흥 연주 기술로 한국인 최초로 스위스 바젤의 포커스이어(Focusyear)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빌리 차일드, 마릴린마주어, 볼프강 무스필, 암브로스 아킨무지리, 기예르모클라인, 홍선미 퀸텟 등의 세계적인 뮤지션들과 함께 공연을 해오고 있다. 콘서트의 1부에서 들려주었던 곡들은 홍선미 퀸텟의 신규 앨범인 《A Self-strewn portrait》의 수록곡, 그리고 전송이와의 공동작업으로 이루어진 곡들로 나누어져 있었다. 새 앨범은 인생의 흐름과 주기를 따라갈 수 있을 듯, 듣는 사람의 감정을 사로잡을 만할 음악으로 가득하다. 과거에 있었던 일에 대한 현재의 느낌과 기억, 감정을 상기시킨다. 전송이가 참여한 <정선 아리랑>, <엄마 생각>, <별들과 춤추며> 등의 곡도 나름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홍선미 퀸텟의 앨범, ‘A Self-strewn portrait’ - 출처: sunmihonh.com>
2부에서는 아직 작업 중인 세번째 앨범에 들어갈 예정인 곡 위주로 구성되었다. 1부에서 관객들의 마음을 흥분하게 했다면, 2부의 곡들은 마음을 달래주었다. , 즉 ‘우리의 있는 그대로’는 홍선미 퀸텟을 잘 묘사하는 곡이었다. 재즈의 자유로움과 열정을 멤버들 각각의 특색으로 필터링해서 있는 그대로의 음악을 들려주는 밴드라고 기억에 남아 있을 것이다. 마지막 곡이 마무리되고 밴드는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퇴장했다. 관객들은 두 번이나 앵콜을 외쳐 아티스트들을 다시 입장시켰다. 음악보다도 재즈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보여준 것은, 콘서트가 끝난 후 음악가들이 무대 아래로 내려와서 자유롭게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며 어울리는 것이었다. 내년 같은 시간, 같은 곳에서 같은 맴버들과 세번째 앨범을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통신원 정보
성명 : 알렉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헝가리/부다페스트 통신원] 약력 :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박사과정, 한국사회 전공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 현대 한국문학 전공 번역가, 통역사, 현지 관광 가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