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Pop에 관심을 갖는 몽골 청년들이 날로 많아지고 있다. 그들은 음악과 함께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의 옷차림, 헤어스타일도 따라 하며 몽골인들에게 한류를 널리 알리는 데에 적극 기여하고 있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사실 몽골 노래를 즐기고, 몽골의 문화예술을 한국 대중에게 알리려고 노력하는 한국인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희소하다. 최예린 씨는 그 희소한 인재 중 하나로, 몽골 노래를 커버해서 부르고, 한국에 몽골의 문화예술을 알리며 노력하여 몽골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유튜브에서는 ‘린디 최(Rindy Choi)’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구독자 수 4,860여 명을 보유한 최예린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선 바쁘신 와중에 시간을 내어 인터뷰를 허락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간단한 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몽골 노래를 부르는 한국인, 최예린입니다. 저는 현재 주몽골 대한민국대사관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지난 달 몽골인문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또, 취미로 유튜브에 몽골노래를 커버해서 올리고 있어요. 몽골어를 유창하게 잘 구사하시는데, 언제, 어떤 계기로 몽골에 처음 방문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몽골어를 전공했어요. 처음 몽골에 온 것은 2014년도였고, 몽골어 전공자로서 현지에서 생활하며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싶었습니다. 몽골국립대에서 교환학생으로 한 학기, KOTRA 울란바토르 무역관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한 학기, 이렇게 총 1년간 몽골에서 생활하고 2015년에 한국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4년 뒤인 2019년 여름, 주몽골 대한민국대사관에서 근무를 시작하게 되면서 다시 몽골에 돌아와 현재까지 몽골에 살고 있습니다.
<'한-몽 수교 30주년 및 대한민국 국경일 기념 리셉션'에 참석한 최예린 씨>
몽골에 처음 방문했을 때,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몽골어 전공자였지만 몽골에 처음 왔을 때 몽골어 회화를 잘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어딘가에서 몽골인들과 소통할 일이 생기면 몽골어를 배우러 몽골에 왔다는 것을 고맙게 생각해주고, 말이 잘 통하지 않아도 도와주려고 노력하는 정 있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어요. 이런 정은 시골 여행을 하면서도 많이 느꼈는데요, 몽골은 도시나 sum(군) 사이의 시골길에서는 도로도 없고 전화도 연결되지 않잖아요. 그런 곳에서 차가 고장나면 정말 난감한데, 차가 고장나서 멈춰있으면 주변을 지나는 다른 차들이 꼭 차를 멈추고 먼저 다가와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더라고요. 그리고 여행을 다니다가 시골 게르에 길을 물어보거나 도움을 청하려 들르면 꼭 손님을 집안으로 모셔 차를 대접하는 문화도 감동적이었고요. 이런 경험들을 통해서 저는 먼 몽골에서도 우리 한국인들이 말하는 ‘정(情)’을 느낄 수 있었어요. 취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요. 벌써 많은 팬들이 생겼잖아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유튜브,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상에서는 예린 씨를 존경하며 사랑하는 몽골 청년들이 아주 많습니다. 몽골 노래를 처음 부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아주 오래 전부터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어요. 몽골 음악도 종종 듣곤 했는데, 몽골에 다시 오게 되면서 몽골 대중문화를 더 많이 접하게 됐고, 좋은 몽골 노래들을 한국에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몽골에는 K-Pop 팬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K-Pop 팬이 아니더라도 한국 드라마, 영화를 통해서 한국 음악과 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고요. 하지만 상대적으로 한국인들은 몽골에 대해 잘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사랑하는 몽골을 한국에 알리고 싶었고, 그 수단으로 먼저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선택한 것이죠.<몽골노래를 한국노래와 다름없이 가사를 느끼고 감정을 실어 부를 수 있게 됐다는 최예린 씨>
가장 처음 커버한 몽골노래는 그 당시 너무 좋아해서 매일 들었던 몽골 가수 나기(Naagii)의 달(Saran)이라는 노래였는데요.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고, 가사를 한국어로 번역하여 자막을 달아 영상을 올렸는데 그 영상이 페이스북에서 퍼지면서 몽골 분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어요. 자랑을 하나 하자면, 제 영상이 계속 퍼져서 원곡 가수인 나기 씨도 영상을 봤고, 직접 제 이름을 언급하며 너무 잘 불렀다고 칭찬을 해주시면서 본인의 앨범도 선물해주셨어요. 몽골 노래를 부를 때, 어떤 느낌인지 궁금합니다. 또 부르는 노래들은 어떻게 선곡하나요? 몽골인인 저도 들어본 적 없는 노래를 예린 씨의 영상을 통해 알게 되기도 합니다. 몽골 노래를 부를 때는 발음이 가장 어려워요. 노래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가사 전달이 안 되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발음에 특히 신경을 많이 씁니다. 저에게는 외국어 노래여서 처음엔 한국노래보다 가사를 느끼고 감정을 담기가 어려웠어요. 가사를 그냥 외워서 부르는 게 아니고, 내용을 다 번역해서 뜻을 최대한 이해하고 노래를 부르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이제는 한국노래와 다름없이 가사를 느끼고 감정을 실어 부를 수 있게 됐어요. 처음에는 제가 원래 알고 좋아하는 노래, 당시에 인기 있는 노래 등을 불렀고, 제 영상을 시청해주시는 분들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유튜브나 페이스북에서 추천을 받기도 했습니다.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마음에 드는 노래가 나오면 제 일행이나 가게 직원분께 이 노래가 뭐냐고 물어보기도 하고요. 저만의 방법으로 새로운 몽골 노래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몽골 분들이 말씀하신 것처럼 본인도 모르는 몽골노래를 어떻게 알고 부르는지 많이 물어보세요. 그럴 때마다 제 자신이 그만큼 몽골 음악에 관심이 많다는 게 느껴져서 기분이 좋아요. 한국인이든 몽골인이든 제 영상을 보고 몰랐던 좋은 노래를 알게 됐다고 해주실 때 너무 감사합니다. 그게 제가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하고요. 예린 씨의 꿈은 무엇입니까? 앞으로의 계획도 말씀해주세요. 우선은 노래와 기타연주 실력을 키우고 싶어요.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긴 하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아서 그 빈틈을 조금씩 채워나가는 것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 다음으로는, 제가 지금은 가수들의 노래를 커버하고 있지만 앞으로 1~2년 안에 제가 직접 만든 저의 노래를 발표하는 것이 예술 분야에서의 가장 큰 꿈이에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제가 좋아하는 몽골 가수들과도 함께 작업해보고 싶습니다. 지금 제 유튜브 구독자분들은 대부분 몽골인입니다. 제가 더 열심히 해서 몽골뿐만 아니라 저의 고국인 대한민국에서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몽골 음악에 대해 알아가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한국인이 몽골노래를 불러서 신기해서 가지는 관심보다, 제 목소리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몽골에서 생활하시면서 겪은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몽골에서는 언제까지 거주할 예정인가요? 매년 여름 1~2주간 온수가 끊기는 것, 중앙난방 시스템(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갈 때 파르(라디에이터)가 멈추는 것,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때 추워도 난방이 시작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 조금 힘들어요. 요즘 가장 힘든 것은 비오는 날, 또는 비 온 뒤에 걸어서 외출하는 것입니다. 몽골(울란바토르)은 비가 한번 오면 배수가 잘 되지 않아 길에 물이 넘쳐서 다니기가 불편하기도 하고요. 또, 최근 몇 년간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겨울이 되면 매연 때문에 밖에 다니기가 힘든 점, 누구나 공감할만한 울란바토르 시내의 교통체증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 적응됐습니다. 앞으로 3~5년 정도는 몽골에 계속 살 생각이에요. 몽골에서 이루고 싶은 꿈들이 많이 생겼거든요. 그 뒤에는 생각을 해봐야겠지만, 만약 몽골에 더 있게 되더라도 자유롭게 한국과 몽골을 왔다 갔다 하면서 살고 싶어요. 몽골에서는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시나요? 아뇨, 부모님은 한국에 계시고 아직 몽골에 와 보신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작년에 부모님, 오빠랑 다 함께 몽골 여행을 하려고 했지만 코로나19로 계속 미뤄지고 있고, 저도 잠깐이라도 한국에 다녀오고 싶은데 상황이 좋지 않아서 2년 정도 가족들을 못 보고 있어요. 혹시 지금 이 인터뷰 내용을 읽고 계신다면 곧 만날 수 있을 거니 걱정하지 마시고 너무 사랑하고 많이 보고 싶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뜻깊은 인터뷰에 저를 초대해 주셔서 감사립니다. 그동안 몽골에서는 인터뷰에 몇 번 응했었는데, 이렇게 한국어로 인터뷰하고 그 내용이 한국에 발표되는 건 처음이라 저에게 더욱 의미가 있고 조금 떨리기도 하네요. 저는 앞으로 제게 주어진 일들을 열심히 해내고, 몽골에 지내는 동안 한국의 좋은 면을 많이 알릴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Bayarlalaa!<몽골인문대학교 국제관계학 석사과정 졸업 사진>
※ 사진 출처 : 최예린 씨 제공 ※ 참고자료 최예린(Rindy Choi)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watch?v=Xe_BMbB-pQM통신원 정보
성명 : 롭상다시 뭉흐치멕[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몽골/울란바토르 통신원] 약력 : 현) 주몽골대한민국대사관 무관부 근무, 몽골국립대학교 한국학과 졸업, 동국대학교 법과대학원 박사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