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7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리우데자네이루 브라질 은행문화센터(Banco do Brasil Cultural Center, CCBB)에서는 홍상수 감독 회고전이 열린다. 이번 ‘표류하는 만남들: 홍상수 회고전’은 한달 동안 총 24개 작품을 36회에 걸쳐 시민들에게 무료로 선보인다. 브라질 관광부가 주최하고 브라질 은행이 주최 및 후원한 이번 회고전은 영화 예술과 문화 교류 지원과 촉진을 위해 마련되었고, 비영리 문화 지원 단체 Luzes da Cidade의 리우데자네이루 출신 영화 감독 아자베우 베이가(Isabel Veiga), 각본가 사무엘 브라질레이로(Samuel Brasileiro), 제작가 빅토르 메데이루스(Vitor Medeiros)가 기획과 안내를 맡았다. 이번 회고전은 8월 8일까지 제일 먼저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상영회를 마친 후, 상파울루와 브라질리아 두 도시에서도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팬데믹으로 휴가철에도 멀리 떠나지 못하는 영화 팬들에게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헤비스타 지 시네마(Revista de Cinema)》는 빅토르 메데이루스의 인터뷰를 인용해 아래와 같이 표현했다. 홍 감독의 영화는 일상 속 진부한 인물들을 미니멀한 언어로 그 부조리를 신랄하게 농락한다. 각각의 영화는 저마다 특징을 갖고 있지만, 모두 같은 세계관을 다루고 있고 유사한 미학을 보여준다. 마치 각각 작품이 실패의 친밀감과 개연성 없는 만남에 대한 끝없는 시리즈의 새로운 에피소드인 것처럼 말이다. 적은 예산과 최소한의 구조로 영화를 만드는 그의 독특한 제작 방법에 대해서는 “작업 과정, 등장인물, 주제의 특이함은 그의 영화에 예상치 못한 치밀함을 유발하여 낯섦과 매혹을 느끼게 한다.”고 소개했다. 또한 홍 감독에 대해 “세계 비평가들로부터 영화산업에서 가장 중요하고 생산적인 감독 중 한 명”으로 소개하며 “20년 동안 24편, 연간 평균 1편의 높은 생산성에도 불구하고 그 필모그래피는 여전히 일반 대중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고 평했다. 홍 감독의 작품은 그 국제적 활약상에 비해 브라질에서는 예술 영화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지금까지 여덟 작품만 일반 극장에서 개봉했고 나머지 작품은 영화 전시회를 통해서만 공개되거나 만날 기회가 없었다.
<브라질 은행문화센터에 걸린 포스터, 상영 전 아자베우 베이가와 빅토르 메데이루스가 관객들에게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홍상수 회고전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9년 까이샤 은행문화센터(CAIXA Cultural Rio de Janeiro)는 연방정부의 지원 하에 ‘홍상수 – 삶의 반복’이라는 제목으로 당시 홍 감독의 장편영화 15편을 선보였었다. 기획을 맡은 빅토르 메데이루스는 2019년 당시 처음 행사를 진행할 때 브라질 은행과 까이샤 은행 두 단체로부터 모두 지원 러브콜을 받았지만 브라질 은행과의 기획은 코로나로 인해 미뤄지다가 이번에야 드디어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번 회고전에는 <밤의 해변에서 혼자>, <도망친 여자>, <그 후>, <풀잎들> 등 2년 전 브라질에서 공개되지 못한 최신 작품들이 새로 추가되었으며 코로나19 빙역으로 관람객 수를 줄인 대신 일부 작품을 엄선하여 기간 중 2회 상영한다. CCBB는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로 제63회 칸 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을 수상한 <하하하(2010)>, 그리고 제66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우리 선희(2013)>, 제68회 로카르노영화제에서 황금표범상을 수상한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2015)>, 2017년 베를린영화제에서 김민희에게 여우주연상 은곰상을 안겨준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7)>와 <도망친 여자(2020)> 등을 꼽았다. 팬데믹 상황을 고려해 온라인 상영회도 준비되어 있다. 8월 2일부터 8일까지 <밤의 해변에서 혼자>와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두 작품을 OTT 플랫폼 Looke를 통해 집에서도 관람할 수 있다. 또한 홍상수 작품의 더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한 온라인 줌 토론회도 개최된다. 지난 7월 20일에 열린 첫번째 온라인 토론회는 ‘홍상수를 통해 보는 한국의 산업과 영화제’라는 주제로 2시간가량 진행되었다. 두 발표자 다니엘라 마주르와 에두아르드 발렌치가 참여하여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문화 산업 투자가 이끈 한류의 성공, 그리고 한국 영화제에 대해 각각 조명했다. 다음 주 27일에 있을 두번째 토론회에서는 ‘홍상수의 영화 쓰기’라는 주제로 홍상수 감독의 주요작과 그만의 독특한 작품 스타일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지난 20일에 열린 온라인 줌 토론회에서 ‘한류’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다니엘라 마주르 – 출처 : Luzes da Cidade 페이스북 페이지(@LuzesDaCidadeGrupoDeCinefilos)>
회고전은 방역으로 일부 좌석만 선택할 수 있고 하루 전날부터 예약 가능했다. 작품 상영 전, 아자베우 베이가와 빅토르 메데이루스가 관객들을 맞으며 홍상수 감독과 작품에 대해 간략히 소개했다. 토요일 저녁 시간대에 찾아온 관객들은 대부분 이미 홍상수에 대해 알고 있거나 작품을 본 적이 있었다. 회고전 기획에 홍상수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질문하자 아자베우 베이가는 이렇게 답했다. 홍 감독은 그간 많은 국제영화제에 참여하며 브라질에서 외국 감독으로서 높은 인지도를 쌓았고 많은 지지자를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그의 영화는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범지구적 인물을 보여줌으로써, 브라질 관객들도 인물의 상황과 이야기에 쉽게 이어지고 이해할 수 있다. 특히 마음 속을 고스란히 토해내거나 수시로 감정이 변하는 모습들은 브라질 사람들과 비슷한 것 같아 더욱 공감이 간다. 지난 15일 홍상수 감독의 26번째 장편 <당신 얼굴 앞에서>가 제74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칸 프리미어’ 부문에 초청받아 최초로 공개되었다. 이 작품은 칸 영화제 상영 전부터 브라질을 포함한 해외 각국에 선판매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이번 회고전을 통해 브라질 사람들과 한결 가까워질 홍 감독의 새 작품도 브라질 극장에서 곧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참고자료 《Revista de Cinema》 (21. 7. 8) , http://revistadecinema.com.br/2021/07/retrospectiva-hong-sang-soo/통신원 정보
성명 : 서효정[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브라질/리우데자네이루 통신원] 약력 : 전) 서울여자대학교 의류학과 졸업 현) 리우데자네이루 YÁZIGI TIJUCA 한국어 강사 재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