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R(National Public Radio)》은 다른 매체들이 앞다투어 케이팝 열풍을 선풍적으로 보도할 때에도 늘 들뜨지 않은 태도를 지키는 라디오 방송국이다. 심지어 공장에서 찍어내는 듯한 케이팝의 패턴에 대해서는 비판적 입장의 리포트도 여러 차례 내보냈다. 《NPR》은 미 전국의 900개 지역 라디오 방송국에 프로그램을 송출시킨다. 각 지역 라디오 방송국들은 《NPR》의 대표적 프로그램들을 공급받고 나머지 프로그램들은 각 지역에서 제작하거나 외주한 프로그램들을 구성한다. 《NPR》 방송에는 광고가 없다.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스폰서를 받고 있으며 광고를 듣고 싶어하지 않는, 공정한 시각의 보도를 듣고 싶어하는 청취자들이 기부를 하기 때문이다. 《NPR》에서 7월 29일, 방탄소년단에 관한 리포트가 흘러나왔다. 이제까지 케이팝을 다루었던 비판적 시각과는 사뭇 다른 어조라 귀를 쫑긋하며 들었다. 모닝 에디션, 전 세계의 주요 소식들을 다루는 가운데 방탄소년단에 대한 분석을 했던 것. 목소리로는 채 포함되지 않던 기자의 팬심은 온라인 판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기사의 첫 시작과 마지막을 보라색 하트로 꾸몄던 것이다. 물론 이는 방탄소년단의 팬 아미가 전 세계에서 가장 뜨겁고 충실한 팬덤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 문화적 현상이 주목받기 시작하면 결국 경제적 지각도 변동하기 시작한다. 《NPR》의 넬 클락(Nell Clark) 기자가 쓴 “BTS의 팬들은 이렇게 그들의 돈과 마음을 쓴다”는 제목의 기사는 이 점을 강조했다. 기자는 이어 BTS가 미국 경제 전체의 약 0.5퍼센트를 창출할 수 있었던 이유를 “매우 헌신적인 팬덤인 아미들이 경제 부흥에 기여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BTS 경제효과의 뿌리를 BTS와 아미 사이의 공생 관계로 해석했다. BTS는 기성 브랜드와의 제휴로 엄청난 매출을 올리고 있고, 한국 문화 배우기, 엄청난 자선 기부와 같은 파급효과를 이끌고 있다고 강조한 이 기사는 《NPR》에서 하루 전날인 7월 28일에 약 9분간에 걸쳐 방송됐던 <지구촌 돈의 지표(THE INDICATOR FROM PLANET MONEY)>를 홍보했다. ‘BTS: 경제를 움직이는 밴드’라는 제목의 9분짜리 인터뷰 프로그램은 진행자인 스테이시 배넥 스미스(Stacy Vanek Smith)가 《NPR》의 인턴 사원이자 아미인 마이클 히(Michael He)와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했다. 그녀는 케이팝 평론가인 타마르 허먼(Tamar Herman), 박찬욱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산업연구센터장을 미리 인터뷰하여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인용하기도 했다. 9분짜리 프로그램에서는 BTS의 여름 히트곡 <버터>와 <퍼미션 투 댄스> 그리고 <봄날> 등 여러 노래들의 음원이 삽입되어 청취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이들이 인터뷰한 케이팝 칼럼니스트, 타마르 허먼(Tamar Herman, South China Morning Post 기자, BTS: 피 땀 눈물의 저자)은 “BTS는 완전히 새로운 그룹이며 BTS가 팬들과 소통하는 방식이야말로 진정 새로운 점”이라고 평한다. 그렇기에 헌신적인 BTS의 팬들은 그들의 마음이 가는 곳에 돈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MC는 “오늘 방송에서 BTS 주식회사(BTS, Inc.)에 대해 알아볼 예정”이라며 “지구촌 경제의 커다란 동력”이 된 BTS가 “일자리 등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하며 심지어 한국 GDP의 지표에 변동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인터뷰 프로그램에서는 한국 정부는 박찬욱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산업연구센터장을 인터뷰하여 ‘BTS의 경제적 영향력을 측정’하기도 했다. 박찬욱 센터장은 “BTS의 매출 성장이 (한국의) 다른 산업 분야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펜데믹 기간 중 BTS의 온라인 콘서트는 티켓과 상품 판매로 7천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파급효과는 한국 관광, 한국어 공부, 한국 영화, TV, 패션, 음식에 대한 팬들의 관심의 증가였다는 것이다. BTS가 한국에 가져다주는 돈은 연간 약 50억 달러에 달하며 이는 미국 전체 경제의 약 0.5%에 해당하는 금액이라는 숫자고 제시했다. 인터뷰 대상이었던 마이클 히(Michael He, 인턴 사원이자 아미)는 고등학교 시절 BTS의 <봄날>을 듣는 순간, 아미가 되었다며 직접 방송에서 한국어로 <봄날>의 한 소절을 부르기도 했다. MC는 다시 케이팝 저널리스트 타마르 허먼의 말을 인용, “BTS의 노래를 들으며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 드문 일이 아님”을 강조한다. 팬들은 BTS 노래의 가사에 담겨 있는 스토리텔링을 연구하면서 연결된다는 것이다. 이어 마이클 히는 “온라인에서 BTS와 관련된 엄청난 양의 콘텐츠를 찾아볼 수 있다”며 이 동영상들이 얼마나 중독성이 있는가에 대해 “BTS의 토끼굴에 내려가 한 번 빠지면 헤어날 길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MC는 BTS가 올리는 콘텐츠는 연예인이 팬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진짜 삶의 순간들, 즉 어려웠던 시절을 비롯한 “친밀한 순간들”이라, 팬들을 그들의 삶에 끌어들이며 오랜 친구처럼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그 콘텐츠를 시청함으로써 팬들은 BTS가 자신들을 챙겨주고 있다고 느끼고 BTS를 챙기는, 상호작용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마이클은 이어 “BTS의 멤버들이 우울증, 사람들의 부정적 평가, 관계에 있어서의 갈등에 대해 완전히 열린 마음으로 개방”한다며 “BTS의 콘서트는 7만 명이 함께 하는 그룹 테라피 세션과 같다”고 평했다. “정신과 의사 7명”과 함께 하다 보면 “영혼이 위로받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팬들은 BTS가 만지는 모든 것을 구매함으로써 BTS에게 응답한다”며 MC가 열거한 리스트를 보면, 1시간 만에 매진된 삼성 갤럭시 BTS 폰, 하루 만에 팔린 운동복 컬렉션 필라(FILA), 6개월 기다려야 살 수 있는 현대 팔리세이즈 모델,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코카콜라, 루이비통, 맥도날드 등과의 협업이 모두 매진을 기록했다. 이 프로그램은 실제 아미인 인턴 직원을 출연시켜 팬심이 가득한 리포트를 통해, 자칫 딱딱하고 통계 위주일 수도 있는 콘텐츠가 매우 흥미롭게 포장했다. 이제까지 보여준 BTS의 성취는 그 어떤 표현으로도 부족하다. 최근 연속해서 연달아 2곡의 100퍼센트 영어 노래를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에 올린 BTS. 하지만… 인턴 직원 마이클 히의 걱정처럼, 초창기 케이팝의 독특함을 혹시라도 잃어버리는 건 아닐까, 걱정하는 팬들도 있음을 BTS가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NPR에 실린 BTS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기사 – 출처 : NPR >
※ 참고자료 《NPR》 (21. 7. 29.) <‘It’s Mutual’: This Is How BTS’ Fans Put Their Money And Hearts Behind The Band>, https://www.npr.org/live-s/morning-edition-2021-07-29#its-mutual-this-is-how-bts-fans-put-their-money-and-hearts-behind-the-band 《NPR》 (21. 7. 28.) BTS: The Band That Moves The Economy, https://www.npr.org/2021/07/28/1021968141/bts-the-band-that-moves-the-economy
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 통신원] 약력 : 현)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전) 라디오코리아 ‘저녁으로의 초대’ 진행자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