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이상의 이야기가 있는 도시, 서울이 오랜 세월을 고스란히 담고 세상의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있다. 2012년 한미사진미술관이 12명의 사진작가와 시작한 이 전시는 한국문화국제교류진흥원의 ‘트래블링 코리안 아츠’ 프로그램과 만나면서 2018년 필리핀을 시작으로, 베트남, 홍콩, 벨기에를 거처 캐나다에 도착하였다. 도시라는 공간이 그저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장소가 아니라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시민들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문화, 가치, 그리고 일상을 담아내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담지하는 장소가 되는 것처럼, ‘MEGA SEOUL 4 DECADES’라는 이름의 전시 또한 수많은 나라를 여행하며 각국 현지에서 각자의 시선들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주캐나다 한국문화원에서 만나는 서울풍경은 캐나다만의 또 다른 의미를 더하면서 새롭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서울 사진전 ‘Mega Seoul 4 Decades’>
지난 7월 13일부터 시작하여, 9월 3일까지 이어지는 서울의 근현대를 담은 사진전 ‘MEGA SEOUL 4 DECADES’는 코로나19로 잠시 소강상태에 있던 양국의 문화교류를 활기차게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서울의 풍경을 찍은 사진들이 단순히 캐나다라는 나라로 옮겨져 또 다른 관람객들을 만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양국의 문화교류의 기반을 깊게 다지기 위해 주캐나다 한국대사관, 주캐나다 한국문화원, 한미사진미술관은 캐나다의 주요 교육 기관인 윌프리드로리에대학교(Wilfrid Laurier University)와 공동으로 이 전시를 주관하게 되었다. ‘캐나다인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서울’이라는 테마로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윌프리드 로리에 대학교와 함께 기획하고 홍보, 교육하는 과정을 거쳐 또 하나의 지속가능한 문화교류 플랫폼으로서 기능하고 있다.
<주캐나다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사진전>
현재 주캐나다 한국문화원 전시실에서는 한국 현대사진을 대표하는 12명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사진들은 전 세계가 열광하는 케이팝과 드라마의 본거지인 서울의 화려한 모습만을 담아내지는 않는다. 도리어 서울이라는 공간이 보여주는 수많은 일상의 모습을 작가들의 고유한 시선으로 포착하여, 근현대 40년 한국 역사의 깊이를 다양하게 조명한다. 밝은 야경의 빌딩부터 갓을 쓰고 하얀 도포 자락을 입은 어르신, 아이를 업고 밭일을 하는 여인들, 오래된 67번 버스의 뒷모습, 파란색 방수 타포린으로 덮인 재개발 지역, 88올림픽 모습과 다닥다닥 붙어 있는 아파트촌, 빌딩 속에 홀로 잠든 노숙자에 이르기까지 총 55점의 작품은 급변한 한국사회와 일상의 변화를 거창하게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캐나다 사진 작가의 눈으로 본 서울>
이번 전시의 테마가 ‘캐나다인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서울’이기 때문일까, 주캐나다 한국문화원은 이번 전시를 통해 좀 더 다층적인 관점을 경험할 수 있도록 또 다른 두 개의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이라는 중심 주제를 유지하면서, 캐나다인의 시선으로 본 ‘서울’과 근현대를 넘어선 조선 후기의 ‘서울’을 동시에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그 일환으로 캐나다 외교관 남편을 따라 한국에 거주했던 캐나다 사진작가 링크레이터(Liza Linklater)의 ‘서울의 그림자(SHADES OF SEOUL)’ 사진전도 관람할 수 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약 4년간 서울에 거주하며 찍은 총 8점의 사진은 캐나다인이 직접 마주한 서울의 전통과 현대가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그것이 한국인들의 시선과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또 다른 전시로는 조선 후기 순조 때 도화원 화원들이 그린 창덕궁과 창경궁의 전각과 궁궐 전경을 담은 <동궐도> 사본 전시이다. 이는 조선 후기 화려하고 장엄했던 서울의 궁궐의 모습을 잘 보여줌으로, 서울의 역사성을 근현대 시기를 넘어서서 좀 더 확장된 시간 속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윌프리드로리에대학교 역사학과 한희연 교수의 강의>
특히 이번 전시 파트너인 윌프리드로리에대학교는 역사학과 한희연 교수의 4회에 걸친 ‘서울의 역사’ 강연을 제공하며 서울에 대한 캐나다인들의 이해를 더욱 깊이 있게 도왔다. 한희연 교수는 서울에 대한 이해가 피상적일 수 있는 이들을 위해 한국의 지리와 인구, 서울의 역사와 도시화 현황을 캐나다와 토론토에 견주어 비교하였다. 암사동 유적지부터 BTS가 유행하는 현대에 이르는 한국의 역사를 개괄적으로 살피면서 한국전쟁에 참전한 캐나다 병사의 사진, 최근 자신의 수업에 초대된 캐나다 참전 용사들의 사진을 함께 보여줌으로 좀 더 친근하게 캐나다인들에게 다가갔다. 또한 한국 사진 역사와 발전을 설명하면서 상실, 소외, 초현실이라는 요소를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주제로 표현된 작가들의 사진과 함께 개인적 경험과 연관지어 설명하며 캐나다인들의 공감을 얻었다. 전시와 강연을 들은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예술단체운영 컨설턴트인 패니 메칸(Penny McCann)은 “아직 서울에 가보지 못했지만 서울의 다양한 모습을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인터넷을 통해서는 볼 수 없었던 서울의 또 다른 모습에 대해 알 수 있었고, 전시된 작품들이 너무나 우수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칼튼대학교 미술사 박사과정생인 이제이 메길스(EJ Mgillis)도 “작품의 예술성이 뛰어나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서울의 다양한 분위기와 당시 시대상을 충분히 느끼게 해주는 전시이다.”라고 평가했다. 오타와미술학교 강사이자 화가인 루시아 드 마리니스(Lucia de Marinis)는 “서울에 대해 더 깊게 관람해야 할 내용이 너무도 많다. 다시 전시장을 방문하여 관람할 계획”이라며 전시와 강연에 대해 호평했다. 주캐나다 한국문화원은 그 외에도 ‘문학 속에 비춰진 서울’이라는 주제로 불어 강연을 따로 준비했다. 또한 전·현직 주한 캐나다 대사들이 직접 들려주는 서울 경험담 3편도 비디오로 제작해 소개할 예정이다. 이어 2020 도쿄 패럴림픽을 기념하며 오타와의 발달장애예술가협회 빙스튜디오(Being Studio) 회원들을 위한 온라인 전시 관람과 서울의 역사 강연을 따로 개최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서울이라는 공간 속에 담긴 사진들은 40년간의 한국인들의 일상을 오롯하게 드러낸다. 무너진 성이 보수되고, 민둥산에 나무가 심기고, 도로가 생기고, 택시가 다니며, 산동네 집들이 아파트가 되면서 서울은 그렇게 변해갔다. 변모한 풍경 속에는 뽐내고 싶고 자랑하고픈 화려한 불빛뿐 아니라 어두운 골목의 그림자도 존재한다. 멋지고 세련된 서울의 모습뿐 아니라 그림자 속의 서울마저 부끄러워하지 않고 기억함으로 한국과 서울에 대한 이해는 더 넓고 깊어지고 있다. 거기에 캐나다인들이 직접 경험한 서울 사진과 이야기가 이 전시에 더해지면서 다양성은 배가 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여전히 어려운 2021년이지만, 캐나다와 한국은 지속적으로 문화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 사진 출처: 주캐나다 한국문화원 제공
성명 : 고한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캐나다/토론토 통신원] 약력 : 현) Travel-lite Magazine Senior Editor 전) 캐나다한국학교 연합회 학술분과위원장 온타리오 한국학교 협회 학술분과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