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미국인 거리의 뮤지션이 들려준 어쿠스틱콜라보의 노래

2021-08-31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지인과 간만에 주말 저녁, 식사를 하러 라치몬트 블러버드(Larchmont Blvd)에 갔다. 라치몬트 블러버드는 한인 타운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해 이광준 씨가 작사한 <내 사랑 코리아타운>의 가사에도 등장하는 거리이다. 카페와 레스토랑, 부티크, 펫숍(Pet Shop), 와인 가게가 줄줄이 늘어서 있으며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지나는 사람들도 많은 곳이다.

어떤 식당에 들어가 무엇을 먹을까, 행복한 고민을 하며 길거리를 걷는데 거리의 뮤지션이 기타를 들고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음악이어서 별로 귓가에 와닿지 않았었다. 때마침 통신원과 지인은 세상에 댓가 없이 베푸는 친절과 선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별 관심 없이 지나치려는 순간, 지인이 갑자기 지갑에서 5달러 짜리를 꺼내더니 그 뮤지션의 기타 케이스에 넣어주었다. 그 기타케이스에는 고작 해야 그 전에 거리를 지나던 사람들이 넣어준 1달러짜리만 가득했다. 갑자기 5배나 많은 고액권을 받은 그는 그냥 지나치려는 지인과 통신원을 불러세우며 “혹시 듣고 싶은 노래 없으신가요? 라고 물었다.

지인이나 통신원이나 5달러를 넣고서 감 나와라, 대추 나와라 할 만큼의 위인은 못 되었다. 그랬더니 그는 대뜸 “저, 한국어 노래도 부를 수 있어요. 들어보실래요?” 하는 것이었다. 가장 미국적인 거리 가운데 하나인 라치몬트 블러버드에서 미국인이 한국어 노래를 불러주겠다니. 감동한 것은 바로 통신원과 통신원의 지인이었다. “어떤 노래 부르실 수 있는데요?”라는 질문에 그는 몇 해 전 한국을 여행했었다며 케이팝을 아주 좋아한다는 말과 함께 기타를 튜닝하기 시작했다.

“나 그대가 너무 좋은데… 말하고 싶은데… 용기가 안 나….”

정확한 발음으로 그는 어쿠스틱콜라보(Acoustic Collabo)의 <그대와 나, 설레임>을 부르는 것이었다. 그냥 발걸음을 옮기려던 통신원은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와우(Wow)!”를 외칠 수밖에 없었다. 지인도 신기한 듯, 확장된 동공으로 그를 바라봤다. 멜로디를 외우는 것이야, 뮤지션이니 그렇다 쳐도 그 긴 가사를, 한국인들도 잘 외우기 힘든 가사를 정확한 발음으로 부르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감동이다.

이 거리의 뮤지션의 이름은 앤드류 슈빈(Andrew Shubin). 캘리포니아주의 샌 클레멘테(San Clemente)에서 태어난 그는 캘리포니아주에서 자라고 평생을 살아왔다. 아주사 퍼시픽 대학교(Azusa Pacific University)에서 음악으로 학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가수이자 편곡자이고 배우이자 음악 교사이기도 하다. 그와 한국의 첫 인연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아주사 퍼시픽 대학교에서 그에게 보컬을 가르쳤던 이정욱 교수와의 만남이다. 그는 이 교수에 대해 좋은 선생이었고 그에게 필요한 교육을 주었다고 말한다.

그는 뮤지컬 <사우스 퍼시픽(South Pacific)>에서 케이블 중위 역, LKT 퍼포밍 아츠(Performing Arts)의 <미녀와 야수>에서 야수 역을 맡는 등, 로컬 뮤지컬 극장에서도 일한 경험이 있고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American Horror Story)>, <퍼펙트 하모니(Perfect Harmony)> 등의 TV 드라마에서는 합창단원 역으로 연기를 해본 경험도 있다. 또한 음악 이론과 성악, 연주 등 5년째 음악 교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에는 조용히 집에 머물며 가사와 멜로디를 쓰고 편곡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코로나 펜데믹 전 크리스마스 무렵 중국의 상하이 디즈니랜드에서 2달간 노래를 부르기도 했었다. 한국을 방문했던 것도 이 무렵이었다. 한국에는 3주 정도 머물렀는데 더할 수 없이 다이내믹하고 멋진 나라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에서 맛본 한식은 너무나도 매혹적이었단다. 그리고 한국의 젊은이들의 멋진 옷차림도 인상적이었다고. 또한 홍대 앞에서 뮤지션들이 공연을 하는 모습, 그 공연을 지켜보는 서울시민들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그는 음악이야말로 그의 한계를 확장시키고 경이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 말한다. 또한 그는 음악을 통해 자기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더욱 잘 알아가게 된다고도 한다. 새로운 도전을 좋아하는 그는 아티스트인 것에 대해, 그리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자신이 가사를 통해 말하는 스토리를 듣고 다른 이들이 힐링을 체험하고 자유함을 맛본다면 그보다 더 큰 행복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쓴 음악을 직접 부른 CD를 제작해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노래를 홍보하기도 한다. 기타케이스 옆에는 CD를 진열해두었고, 그의 이름과 웹사이트 주소를 알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두 사람의 한국인을 위해 한국어 노래를 정성껏 불러준 앤드류 슈빈. 그가 언젠가 자신의 노래를 통해 더 많은 이들에게 꿈과 사랑과 희망을 심어주기를 바라본다.
라치몬트 블러버드에서 노래를 하고 있는 앤드류 슈빈 - 출처 : 통신원 촬영

<라치몬트 블러버드에서 노래를 하고 있는 앤드류 슈빈 - 출처 : 통신원 촬영>

자신을 홍보하는 사인 - 출처 : 통신원 촬영

<자신을 홍보하는 사인 - 출처 : 통신원 촬영>

기타케이스 안에 쌓인 팁 - 출처 : 통신원 촬영

<기타케이스 안에 쌓인 팁 - 출처 : 통신원 촬영>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앤드류의 사진 - 출처 : Andrew Shubin 제공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앤드류의 사진 - 출처 : Andrew Shubin 제공>


통신원 정보

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 통신원]
약력 : 현)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전) 라디오코리아 ‘저녁으로의 초대’ 진행자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