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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국 MZ세대 한류 팬이 본 팬덤문화와 규제

2021-10-07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최근 중국 정부의 “무질서한 팬덤 규제(清朗·‘饭圈’乱象整治)” 조치가 한중 여론의 주목과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공교롭게도 BTS, 블랙핑크, 아이유 등 한류 스타들의 중국 팬클럽이 주요 규제 대상이 되면서 한국 언론에서는 제2의 한한령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 주한 중국대사관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의 이번 규제는 비정상적인 팬 문화 현상을 바로잡기 위한 것일 뿐 한중 간의 정상적인 교류에는 지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통신원 주변 문화산업계 관계자들 역시 이번 중국 정부의 조치는 중국 내부에서 오랫동안 곪아 있던 문제를 정리하기 위한 것이지 한류 문화를 겨냥한 규제가 아니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중국 정부의 “무질서한 팬덤 규제” 조치를 보도하는 TV 뉴스 – 출처: CCTV

<중국 정부의 “무질서한 팬덤 규제” 조치를 보도하는 TV 뉴스 – 출처: CCTV>


하지만 한국의 입장에서는 이번 사건이 장기적으로 우려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류 스타의 팬클럽이 중국 정부 규제의 본보기가 되어버린 이상, 중국 대중의 한국문화 수용과 인식에 적잖은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현지 대중의 반응을 직접 살펴보고자 인터뷰를 진행해보았다. 인터뷰에 응해준 장신양(张晨阳) 씨는 현재 베이징에 거주 중인 지우링허우(90后: 90년대생)로 한국문화를 좋아하는 중국의 MZ세대 한류 팬이다. 장신양 씨에게 중국 내 한국 대중문화의 수용과 향유 방식, 최근 이슈가 된 팬덤 문화의 문제점, 그리고 이번 정부 규제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았다. 또 대화를 통해 한중 양국이 건강한 팬덤 문화를 교류할 방법은 없을지 소략하게나마 대안을 모색해 보았다.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중국에 살고 있는 장신양이라고 합니다. 현재 한국 이화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커뮤니케이션 미디어학과에 재학 중입니다. 이제 막 학교에 입학했지만, 팬데믹 상황 때문에 현재 베이징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한국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요? 특별히 좋아하는 한국 대중문화와 그 이유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어렸을 때부터 한국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을 많이 봤고 한국 음악도 많이 들어서 한국 대중문화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한류가 중국에서 시작됐고, 저도 한류의 매력을 느껴서 한국문화를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좋아하고 있습니다. 저는 K팝, 한국 드라마, 한국 영화, 한국 예능을 모두 좋아해요. 초등학교 때부터 책을 보거나 숙제를 할 때 K팝을 듣곤 했어요. K팝은 멜로디가 정말 좋고 기억하기 쉬운 것 같아요. 가령 슈퍼주니어의 Sorry Sorry는 대부분의 사람이 멜로디만 들어도 바로 따라 부를 수 있죠. 또 한국 드라마는 <눈의 여왕>(2006)부터 최근 <펜트하우스>(2021)까지 50편은 넘게 본 거 같아요. 한국 예능도 정말 좋아하는데요. 특히 <신서유기>를 좋아해요. 한국 예능 프로그램은 참신해서 좋다기보다는 진정성이 있고 친근한 느낌을 줘서 좋아요. 짜여진 각본에서 나오는 웃음이 아닌 리얼한 즐거움을 주죠.

중국에서 한국 아이돌의 팬클럽 활동을 경험해본 적 있나요?
네, 활동 경험이 있습니다. 저는 2020년 여름부터 현재까지 지코의 팬클럽에서 번역일을 담당하고 있어요. 주로 지코의 소식이나 근황을 번역해요.

본인이 번역한 글은 어디에 게시되나요? 일주일에 몇 편 번역, 이런 식으로 정해진 업무량이 있나요?
제가 번역한 글들은 보통 팬클럽 공식 계정 SNS 웨이보에 올라가요. 한국어를 못하는 팬들이 스타의 근황을 알 수 있게 하는 거죠. 한국 스타의 팬클럽에는 대부분 번역 담당이 있을 거예요. 제 업무량은 정해져 있진 않아요. 스타의 최신 근황(가령 스타의 인스타그램, 트위터에 올라온 소식), 스타 관련 뉴스, 스타의 영상 콘텐츠가 있다면 저희가 번역을 하게 되죠.

장신양 씨가 번역 담당으로 활동하고 있는 가수 지코의 팬클럽 웨이보 계정. 지코의 군입대로 활동에 공백이 생긴 상황이지만, “그해 오늘”을 테마로 지코의 과거 모습을 꾸준히 게시하며 팬클럽 계정을 활성화하고 있다. 우측 사진은 2018년 지코가 남북평양정상회담 방북단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했을 때의 모습이다. - 출처: 시나웨이보@zico禹智皓_ CommonGround

<장신양 씨가 번역 담당으로 활동하고 있는 가수 지코의 팬클럽 웨이보 계정. 지코의 군입대로 활동에 공백이 생긴 상황이지만, “그해 오늘”을 테마로 지코의 과거 모습을 꾸준히 게시하며 팬클럽 계정을 활성화하고 있다. 우측 사진은 2018년 지코가 남북평양정상회담 방북단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했을 때의 모습이다. - 출처: 시나웨이보@zico禹智皓_ CommonGround>


말씀을 들어보니 팬클럽 운영이 굉장히 체계적인 것 같네요. 보통 중국 내 한류 스타의 팬클럽은 어떻게 운영되나요? 
팬클럽에는 “웨이보 관리자”, “번역 담당자”, “자막팀”, “디자이너”, “글 작성 담당자”, “자료조사원”이 있어요. 웨이보 관리자는 대개 아주 많은 시간을 들여 웨이보를 관리해요. 평소 웨이보에 올라가는 글들도 웨이보 관리자들이 업로드를 하는 거죠. 번역 담당자는 보통 한국어 번역자, 영어 번역자, 일어 번역자가 있어요. 자막팀은 동영상의 자막 제작을 담당해요. 디자이너는 포스터와 같은 홍보자료를 디자인하고요. 글 작성 담당자는 주로 웨이보 게시글, 스타 생일의 축하 문구 등을 쓰죠. 자료조사원은 인터넷 검색으로 스타의 최신 동향을 검색하고 그 자료를 다운받아 번역 담당자에게 넘기면 번역 담당자가 그걸 번역해요.

중국 내 한류 팬클럽의 과도한 응원문화를 보도한 TV 뉴스 – 출처: 好看视频@AHTV夜线60分

<중국 내 한류 팬클럽의 과도한 응원문화를 보도한 TV 뉴스 – 출처: 好看视频@AHTV夜线60分>


최근 중국에서 한국 연예인을 좋아하는 팬들의 과도한 응원문화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BTS 멤버 지민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팬클럽 회원들이 비행기 전면 랩핑 광고를 하거나, 블랙핑크 팬클럽의 경우 회원들을 상대로 고액 모금 활동을 벌여 리사의 솔로 앨범 사재기를 부추기는 등등.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 사건이 문제가 된 주 원인은 “모금을 호소하는 행위”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팬들의 돈을 모아 과도한 응원을 벌인 이 사건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존재합니다. 먼저 팬 집단의 연령층은 매우 복잡한데요. 예를 들면 블랙핑크의 팬들은 연령대가 매우 다양하다고 알고 있어요. 초등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다양해요. 나이가 어린 팬들은 성숙한 사고능력을 갖고 있지 않아서 팬클럽이 호소하는 모금 활동에 충동적으로 행동하죠. 그들에게는 금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없기 때문에 팬클럽의 모금 요구 행위는 일부 가정에 금전적 손해를 입히기도 하죠.

그리고 팬클럽의 모금 호소 행위는 “도덕납치(道德绑架: 일종의 가스라이팅)”의 문제가 존재해요. 예전에 제가 모 한류 스타의 팬클럽에 가입한 적이 있었는데요. 당시 그 스타는 첫 정규앨범을 발표했죠. 팬클럽에서는 우리에게 회원 1인당 최소 20장의 디지털 앨범을 사라고 요구했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팬클럽에서 퇴출할 거라고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왔죠. 이런 요구에 대해 대부분의 팬은 그대로 따르게 돼요. 왜냐하면, 팬들이 스타를 추종할 때는 이성적 판단이 어렵잖아요. 그때 저에게도 팬클럽 회원이라는 신분이 매우 중요했기 때문에 결국 돈을 써서 앨범을 샀어요. 저는 모금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요. 팬이라면 자신의 아이돌을 응원하고 싶은 건 당연한 거잖아요? 그런데 문제는 팬클럽이 모금을 요구해서 팬들이 돈을 쓰도록 “선동”하는 데 있어요.

팬클럽의 모금 호소 행위가 이번 중국 정부의 규제로 근절될 수 있을까요?
저는 이런 모금 현상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최소화할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인터넷 문화 정화를 위한 정부의 “칭랑(清朗)” 정책실시로 이미 일부 팬클럽 웨이보 계정이 차단되고, 게시물과 댓글 작성이 일시 정지됐지만, 모금 활동은 여전히 존재해요. 제가 팔로우하는 일부 팬클럽만 봐도 지금도 여전히 모금 활동을 벌이고 있어요. 단지 모금 웨이보를 공개하지 않고, 팬들만 모금 활동 소식을 볼 수 있게 설정해두었죠. 그리고 칭랑 정책 시행 후로 팬클럽의 모금 웨이보에도 모두 “이성”, “적정”이라는 각성의 단어들이 붙어있게 됐어요.

혹시 중국의 이런 팬 문화가 조성된 데에 한국의 팬클럽 문화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는지요?
저는 한국의 팬 문화가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지만, 그 영향이 그렇게 크지 않다고 봐요. 왜냐하면, 이미 중국만의 고유한 팬 문화가 많이 파생되었기 때문이죠. 예를 들면 “리뷰 통제”, “차트 조작”, “연관 검색어 정화” 등의 행위들이 있죠. “리뷰 통제”는 말 그대로 팬클럽 공식 웨이보 내에서 각종 방식을 동원해 리뷰를 통제하는 거예요. 그렇게 해서 안티팬의 평이 맨 윗줄에 게시되는 것을 차단합니다. “차트 조작”은 여러 가지 사례가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몇 십 백장 이상의 앨범을 사서 스타의 앨범 순위를 높이는 경우가 있죠. 또 스타 인기 순위를 집계하는 위챗 내 스타응원 미니앱 플랫폼에서 자신이 응원하는 스타에게 돈을 써 스타의 순위도 높이고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상금도 획득해요. “연관 검색어 정화”는 전용 앱을 이용해서 스타 웨이보 연관 검색어 중 부정적인 내용은 걸러내는 걸 말해요. 현재 이 앱은 사용이 금지되고 있어요.

이번 중국 정부의 “무질서한 팬덤 규제” 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저는 이번 정부의 규제에는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먼저 장점은 팬덤 문화에 경종을 울려 일부 펀스토우(粉丝头: 팔로워가 많고 스타에게 돈을 많이 쓰는 큰손 팬)와 팬클럽의 횡포를 저지시켰어요. 동시에 많은 모금 요구 행위가 줄었고, 어떤 팬클럽은 팬들에게 환불 조치를 취하기도 했어요. 이번 방안은 팬덤 문화가 전보다 “이성”을 갖도록 했고, 미성년 팬들에게 보다 나은 성장 환경을 조성해줬다고 생각해요. 팬들의 단체 채팅방과 팬클럽 웨이보 단속을 통해 미성년자들이 “비방전(戰)”등 좋지 않은 일에 참여하는 일이 줄었어요.

반대로 이번 규제의 단점은 스타를 좋아하는 많은 정상적인 팬 문화를 제한시켰다는 것이죠. 먼저 다수의 팬클럽이 자신의 웨이보 계정명을 바꿀 수밖에 없게 됐어요. 예를 들면 제가 팔로우하는 “宋旻浩吧(송민호 빠)”는 “宋旻浩家(송민호 家)”로, 또 “zico吧(지코 빠)”는 “zico禹智皓_ CommonGround(zico우지호_ CommonGround)”로 바뀌는 등등, 많은 팬클럽의 계정명이 변경됐죠. 새로 유입된 팬들의 입장에서는 팬클럽 웨이보를 찾는 게 매우 불편해졌어요.

 그리고 이번 조치로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많은 어휘가 금지어가 됐어요. 예를 들면 “宝宝(아기)”,“崽崽(새끼)” 같은 단어 사용이 금지되었습니다(두 단어는 모두 중국에서 스타들을 부르는 애칭으로 사용되었다). 또 이른바 “泥塑(니쑤)”, “耽美(단메이)”등 소수가 즐기는 마니아 문화가 금지됐어요(니쑤는 남자 스타의 여성미를 즐기는 문화, 단메이는 동성 로맨스를 즐기는 문화로 이해할 수 있다). 저는 이런 문화를 좋아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며 타인이 간섭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해요.

 “zico吧(지코 빠)”와 “宋旻浩吧(송민호 빠)”라는 팬클럽의 계정명이 바뀐 게 된 건 혹시 BTS 지민의 팬클럽 계정명 “朴智旻吧(박지민 빠)” 때문인가요? 이번 지민의 생일 기념 비행기 랩핑 광고로 박지민 팬클럽 계정 운영이 일시 정지당한 거로 아는데요. 이 사건 이후로 ‘ xxx吧(xxx빠)’같은 팬클럽 계정명이 모두 차단된 건지 궁금해요.

“朴智旻吧(박지민 빠)”와는 상관없을 거예요. 제가 보기에는 정부의 이번 인터넷 문화 정화를 위한 “칭랑조치(清朗行动)”에 부응할 필요가 있어서 바꾼 거 같아요. 제가 팔로우하는 팬클럽 계정들이 이름을 바꾸기 전 올린 웨이보에 모두 “칭랑조치 호소에 부응하기 위해서”라고 써두었거든요.

중국 정부의 인터넷 문화 정화 조치 후 자발적으로 웨이보 계정명을 바꾼 송민호의 팬클럽 계정 – 출처: 시나웨이보@宋旻浩家

<중국 정부의 인터넷 문화 정화 조치 후 자발적으로 웨이보 계정명을 바꾼 송민호의 팬클럽 계정 – 출처: 시나웨이보@宋旻浩家>


이번 정부의 조치가 본인의 일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부분이 있나요? 예를 들면 팔로우하고 있는 팬클럽 SNS 계정이 삭제되었다든가.
현재는 없습니다. 일부 팬클럽 계정은 게시물과 댓글 작성이 일시 정지되었지만, 실제로 그런 계정들은 새로운 계정을 개설해 계속 웨이보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요. 주로 스타의 근황을 업데이트하는 내용이고, 모금 활동과 관련된 내용은 거의 없어요.

이번 정부의 조치가 앞으로 자신의 한국 콘텐츠 이용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나아가 중국 내 한국문화 선호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요?
저의 경우는 앞으로도 한국과 관련된 콘텐츠를 보는데 큰 영향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중국 내 한국문화 선호도는 떨어질 것이라고 봐요. 왜냐하면, 중국 팬들의 과도한 한국스타 응원 이슈로 인해, 많은 이들이 “과도한 응원문화는 곧 한국스타”로 인식하고 있어요. 이런 고정된 인식은 일부 스타를 좋아하지 않거나 한국 연예인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한국문화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중국 내 한국문화 선호도가 떨어질 수 있죠.

과거 한국에서도 과한 팬 문화가 사회적 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를 “조공문화”라고 비판했는데요. 팬클럽 회원들이 돈을 모아 스타에게 지나치게 값비싼 물건을 선물 하는 걸 의미합니다. 한국은 이 조공문화가 이제 의식 있는 기부문화로 많이 변했습니다. 예를 들면 국내외 불우이웃돕기, 생태공원 나무 심기 등등, 팬클럽 회원들이 큰돈을 모아 좋아하는 스타의 이름으로 선행을 행하는데요. 한중 양국이 이런 건강한 팬 문화를 교류하는 것도 한류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혹시 중국에도 이런 유사한 팬 문화가 있나요?
한국의 이런 변화에 대해 저 역시도 잘 알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도 현재 많은 팬클럽들이 돈을 모아 좋아하는 스타의 이름으로 선행을 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얼마 전 중국 허난성에 폭우가 심했을 때 여러 팬클럽이 스타의 이름으로 허난성 적십자회에 재난구호 물품을 기부했어요. 저는 현재 중국이 “조공문화”와 “기부문화”가 공존하고 있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끝으로 중국의 건강한 팬덤문화 정착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요. 속해 있는 팬클럽 내부에서 팬 문화 개선을 위해 자체적으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면 그런 사례를 말씀해주셔도 좋습니다.
현재 제가 속해 있는 지코 팬클럽의 경우 지코가 입대해 있어서 그런지 이번 일과 관련한 특별한 대안 모색은 없는 상황이에요. 제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자면, 건강한 팬덤문화를 위해 먼저 미성년자의 모금 활동 참여를 금지해야 합니다. 모금 활동 참여 시 참여자의 실명제와 같은 신분확인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성인의 경우에는 옳고 그름의 판단 능력이 있고, 모금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상대적으로 이성적인 팬 집단이죠. 설령 모금 호소에 대한 내용을 접해도 성인이라면 심사숙고해서 행동하는 게 가능하죠.

두 번째로 팬클럽에서 모금 호소와 관련된 말을 쓰는 걸 금지 해야 해요. 이것을 팬들만 볼 수 있게 비공개로 하든 공개로 하든 웨이보로 모금을 호소하는 팬클럽 계정은 영구 차단해야 해요. 스타를 좋아해서 돈을 쓰는 행위는 어디까지나 자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해요. 세 번째로 팬들의 리뷰 통제 행위를 금지해야 합니다. 리뷰 통제 행위는 팬들 간의 지나친 경쟁과 비방전을 초래하고, 팬 문화가 무질서해지는 원인 중 하나이므로 이 행위를 금지해야 합니다. 넷째로 니쑤, 단메이 등과 같이 소수 마니아 문화를 즐기는 팬들의 개인권리를 침해하지 말아야 합니다. 팬덤문화 규제는 필요하지만, 지나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해롭지 않은 팬덤문화, 스타를 좋아하는 행위까지 정부가 모두 규제의 범위에 넣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번 장신양 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통신원은 중국 내 한류의 영향력이 크다는 사실을 새삼 절감할 수 있었다. 한류 스타를 응원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조직된 팬클럽 문화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한류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한국의 공공영역에서는 더욱 책임감 있는 자세로 한국문화의 긍정적 인식 조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간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쌍방향 문화교류”, “착한한류”, “상생 한류” 등의 슬로건을 걸고 해외 각지에서 다양한 실천을 해온 것은 교류 대상국의 문화도 함께 수용하는 호혜적 용어로서 “한류”의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이러한 상대 국가와의 문화 콘텐츠 상호 교류와 함께 이제는 긍정적인 한류 수용문화의 조성, 건강한 팬덤문화 교류가 수반되어야 할 시점인 것 같다.

통신원은 이번 리포트를 준비하면서 과거 한중 팬들이 자발적으로 연합해 자신이 지지하는 한류 스타의 이름으로 기부 활동을 벌여온 사례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과한 응원문화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이런 선한 팬 문화는 건강한 한류 수용문화를 조성하는 데 의미 있는 참조점이 될 것이다. 이러한 대안이 공공영역에서 빠르게 모색되어야만 이번 중국 내 팬덤 규제 사건으로 인한 한류의 부정적 인식 확산을 막고, 한국의 경제적 자산을 넘어 이제 외교적 자산이 된 한류를 앞으로도 지속시킬 수 있을 것이다.

통신원 정보

성명 :박경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중국(북경)/북경 통신원]
약력 : 현) 중국전매대학교 영화학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