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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분석] 씁쓸한 현실에 무관심하고 싶은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 터키의 다양한 반응들

2021-10-27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지난 9월 17일 넷플릭스가 공개한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새로운 기록들을 경신하고 있다. 개봉 이후 전 세계 1억 1,100만 개 계정이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CNN》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넷플릭스는 요금제에 따라서 계정 하나로 최소 2인 이상이 시청할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오징어 게임>을 시청한 사람은 최소 그 이상이 된다는 의미다. 이는 넷플릭스에서 첫 공개 후 28일 동안의 누적 수치로 각 지난 해 말, 올해 초 공개된 <브리저튼>, <뤼팽>이 세운 8,200만 계정 기록을 깨뜨린 것으로 최단기간, 최다시청 기록이다.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이후 지금까지 총 94개국에서 ‘오늘의 Top10’ 1위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이는 넷플릭스가 공개한 비영어권 시리즈들 가운데 21일 연속 ‘오늘의 Top10’ 1위에 오른 것으로도 최초이기 때문에 기존에 1위 자리에 올랐던 영어권 여느 드라마 작품들과는 또 다른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아마도 터키에서의 상황도 이와 비교할 수 있을 것 같다.

'터키 넷플릭스 ‘오늘의 Top10’ 1위 자리 굳힌 ‘오징어 게임’ - 출처: 넷플릭스

<터키 넷플릭스 ‘오늘의 Top10’ 1위 자리 굳힌 ‘오징어 게임’ - 출처: 넷플릭스>


자국 드라마가 유독 강세를 보이는 터키 넷플릭스에서는 다른 해외 국가들의 인기 드라마들이 ‘오늘의 Top10’ 1위 자리까지 오르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다. 이번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 83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을 때 터키 넷플릭스에서는 2위 자리에 있었다. 당시 1위 자리에는 현재 2위로 물러나 있는 터키 자국 드라마 가 있었다. 현재 넷플릭스 순위에는 2위와 3위 모두 터키 자국 드라마가 올라와 있어 드라마 두 편이 1위 자리에 안착한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쳐다보는 격이 됐다.

자국 드라마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히 높은 터키인들에게는 살짝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 때문일까.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대한 터키의 반응은 무관심한 듯 보이지만, 이전에 터키 넷플릭스 ‘오늘의 Top10’ 1위에 올랐던 <기생충>이나 <승리호>보다 훨씬 더 냉정하면서 적용도 날카롭다. 터키 소셜 미디어 플랫폼 《오네디오》는 구글 트렌드 통계를 참고하여 <오징어 게임>에 대한 전국 도시들의 관심도를 분석했다. 단순히 구글 사용자들의 검색량을 시간과 지역별로 구분해서 분석한 것이기 때문에 결과 내용을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다.

’오징어 게임’ 지역별 검색량 비교 결과 - 출처: 구글 트랜드

<’오징어 게임’ 지역별 검색량 비교 결과 - 출처: 구글 트랜드>


하지만 지역별 검색량을 통해서 매우 의미 있는 결과를 유추해 볼 수 있다. 가장 두드러진 점은 앙카라(57), 이스탄불(66), 이즈미르(62) 터키 주요 3대 대도시들에서 <오징어 게임> 검색량은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했을 때, 60점대 아래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와는 상대적으로 아르다한(100), 쉬르낙(89), 규뮤쉬하네(89), 바르튼(89)과 같이 주요 도시 외 다른 도시들에서는 높은 관심도를 보였다. 물론 <오징어 게임>을 시청할 수 있는 방법이 넷플릭스 가입자들만 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구글 검색량 만을 가지고 관심도를 추측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터키 주요 3대 대도시들과 그 외 지방들에서의 검색량이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건 흥미로운 점이다.

'‘오징어 게임’ 관리자 복장을 하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출처: 유튜브(@고빗 Go Hobbit)

<‘오징어 게임’ 관리자 복장을 하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출처: 유튜브(@고빗 Go Hobbit)>


터키를 여행 중인 한국인 관광객 유튜버가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관리자 복장을 재미있게 연출을 하고서 이스탄불 시내를 다니며 퍼포먼스를 하는 영상을 소개했다. ‘고빗 Go Hobbit’ 계정명을 사용하는 유튜버는 <오징어 게임> 복장을 하고서 거리로 나가면 사람들이 금방 알아보고 관심을 보일 것으로 기대했다고 한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길거리 시민들의 무반응에 유튜버는 당황해했다. 거기에 더해, 오징어 게임 관리자 복면을 쓰고 다니는 모습을 수상히 여긴 터키 경찰에게 여권과 소지품까지 검사를 당했다. 365일 24시간 테러에 대한 경계를 놓지 않고 있는 터키인데, 가장 경계가 삼엄한 이스탄불에서 복면을 쓰고서 퍼포먼스를 보였으니 경찰의 의심을 살 만했다. <오징어 게임> 퍼포먼스에 대한 이스탄불 시민들의 무관심으로 끝날 뻔한 영상이었는데, 다행히도 한국드라마를 좋아하는 여학생들과 어린 아이들이 복장을 알아보고 사진을 함께 찍는 모습에 안도의 미소가 지어졌다.

그럼, ‘오징어 게임’에 대한 터키 미디어 매체들의 반응은 어떨까? 《두바르(duvaR.)》는 ‘북한의 <오징어 게임> 논평’이란 제목으로 북한 웹사이트 《아리랑 메아리》에 올라온 글을 소개했다. 《두바르》 기사는 “<오징어 게임>은 남한 사회에 만연해 있는 자본주의의 부패와 도덕적 타락의 현실을 대변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을 위해 체스 말처럼 이용당하는 불평등한 사회 구조를 보 준다. 스스로는 갚을 수 없는 부채를 가진 사람들이 456억이라는 고액을 놓고서 서로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게임을 묘사한 이 영화는 서로 살인하는 한국 사회의 안타까운 현실을 일깨워준다”는 기사를 인용했다.

1924년부터 발행을 해 온 터키 주요 신문사 《줌후리옛트(Cumhuriyet)》는 이례적으로 해외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빗대어 현재 터키 상황을 비판한 정치인의 발언을 보도했다. 터키 독립당 당대표 후세인 바쉬는 “<오징어 게임>은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드라마다. 게임에서 실패한 사람은 모두 죽고, 최후 생존자가 돈을 얻게 된다. 그러나 드라마 안에서 실제로 오징어 게임을 만든 오일남(1번)은 영화 뒤편에서 웃고 즐기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지금 터키의 현실이 꼭 오징어 게임과 닮았다. 당신은 생존을 위해 한 걸음을 내디뎌야 하지만, 오직 한 사람에게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지금 터키가 서 있는 곳이 바로 그와 같다.”고 표현했다.

혹자는 <오징어 게임> 안에서 보여준 묘사가 지나치다는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지난 1년 사이, 무려 300%의 물가 상승률로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터키 상황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드라마에서 보여 준 매 장면들이 지금의 터키 현실을 반영하면서 씁쓸함을 감추지 못한다. 드라마와 영화를 소개하고 시청자들의 평점과 리뷰를 소개하는 《베야즈페르데(BEYAZPERDE)》 게시판에는 ‘이렇게 인상적인 드라마 시리즈는 오랫동안 본 적이 없다’, ‘정말 예상을 깨뜨리고 파워풀한 드라마이다’ 등등 <오징어 게임>에 대한 감탄의 글들로 채워졌다.

'’오징어 게임’을 시청한 사람들의 평점 게시판에 올라온 글 – 출처: 베야즈페르데(BEYAZPERDE)

<’오징어 게임’을 시청한 사람들의 평점 게시판에 올라온 글 – 출처: 베야즈페르데(BEYAZPERDE)>


통신원은 코로나19에 최악의 경제 위기까지 겪고 있는 터키인들이 <오징어 게임>을 시청하면서 가졌을 감정이 어떠했을 지를 기사를 써 내려가면서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자본주의 사회와 공산주의 사회가 정반대 개념의 세상 같아 보이지만, 결국엔 뒤에서 웃고 있는 자는 단 한 사람이란 걸 말이다. 그는 서바이벌 게임의 공간 안으로 사람들을 초대한 콘트롤러(통제자, 지배자)이다. 그는 사람들이 돈을 위해서 목숨을 걸고 삶에 지쳐서 하나둘씩 쓰러져 가고 있을 때에도 게임을 즐기며 뒤에서 웃고 있다. 이렇게 씁쓸한 지금의 사회 현실을 반영한 드라마가 <오징어 게임>이니 아예 무관심하고도 싶은 드라마이기도 하다.

'’오징어 게임’을 해학으로 재연한 터키 코미디 배우들 - 출처: 유튜브(@촉규젤하레케트레르)

<’오징어 게임’을 해학으로 재연한 터키 코미디 배우들 - 출처: 유튜브(@촉규젤하레케트레르)>


하지만 <오징어 게임>이 터키인들의 가슴을 다시 뜨겁게 하는 이유는 삶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드라마를 통해서 충분히 공감했기 때문은 아닌지 생각한다. 그래서 터키인들은 오늘도 씁쓸한 현실 아래 자신들을 통제하는 콘트롤러 앞에서도 다시 웃어보려고 한다. 터키 코미디 TV 프로그램 〈촉 규젤 하레켓트레르 2〉 배우들이 <오징어 게임>을 패러디 해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해 주었다. <오징어 게임>에 대한 터키인들의 다양한 반응을 보면서 필자 자신도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된다. 암울한 똑같은 엔딩 장면을 보면서도 다시 웃고 있는 터키인들처럼 나 자신도 그렇게 다시 일어나 아름답게 가꾸고 싶다.

※ 참고자료
《미디어오늘》 (21. 10. 13.) <1억1100만 가구 선택, 오징어게임 “가장 큰 작품”>,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0023
《Cumhuriyet》 (21. 10. 10.) , https://www.cumhuriyet.com.tr/turkiye/bagimsiz-turkiye-partisi-btp-genel-baskan-huseyin-bastan-turkiyeye-squid-game-benzetmesi-1875702
《duvaR.》 (21. 10. 12.) , https://www.gazeteduvar.com.tr/kuzey-koreden-squid-game-yorumu-kapitalist-gercekligi-anlatiyor-haber-1538245
《onedio》 (21. 10. 12.) , https://onedio.com/haber/liste-epey-sasirtici-turkiye-de-squid-game-e-en-cok-ilgi-duyan-sehirler-siralandi-1008851

통신원 정보

성명 :임병인[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터키/이스탄불 통신원]
약력 : 현) YTN Wold 리포터 전) 해외문화홍보원 대한민국 바로 알림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