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3만 명이 놓치고 돌아간 이스탄불의 숨겨진 얼굴 2025년 한 해 동안 튀르키예를 찾은 해외 관광객은 5,278만 명으로, 이 가운데 1,873만 명이 이스탄불을 방문했다. 이스탄불은 눈에 보이는 유형문화유산과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문화유산으로 가득한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전 세계 방문객들의 발길을 끄는 도시로 알려져 있다. 아야 소피아 모스크의 웅장한 돔, 블루 모스크의 푸른 타일, 전 세계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그랜드 바자르 등은 이스탄불을 대표하는 상징이다. 그러나 많은 방문객들은 이러한 화려한 건축물과 분위기에 압도되어, 그 안에 숨겨진 장인들의 이야기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의 맥을 이어가는 현장을 놓치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이스탄불의 진정한 매력은 수백 년의 역사가 깃든 건축물과 골목 사이에서, 전통과 예술을 현대 장인들이 직접 시연하며 도시를 살아있는 현재로 재탄생시키는 데 있다. 필자는 이스탄불을 방문한 이들이 흔히 지나치는 유형과 무형의 가치가 조화를 이루는 세 곳을 소개한다. 첫 번째 장소는 튀르키예의 천재 건축가 |미마르 시난이 1530~1540년 10년에 걸쳐 건설한 하맘 안에 위치한 장인 공방이다. 이곳에서는 2021년 튀르키예 국가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휘스니 하트’를 방문객 앞에서 직접 시연한다. 500년의 유형유산과 무형유산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현장이다. 두 번째는 천 년 전 10세기 바그다드 궁정 요리책의 레시피가 살아있는 길거리 간식, ‘할카 타틀르스’ 노점이다. 밀가루를 뜨거운 기름에 튀긴 뒤 설탕 시럽을 입히는 모습은 우리나라 재래시장 꽈배기와 비슷하지만, 천 년 전 왕과 귀족들의 별미 ‘잘라비아’가 오늘날 국민 디저트로 변신한 역사적 배경을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서기 428~443년 비잔틴 제국 황제 테오도시우스 2세에 의해 건설된 ‘쉐레피예 지하 저수조’를 방문한다. 이 세 곳은 아는 사람만 알고, 모르는 사람은 놓치는 이스탄불의 진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현장이다. 500년 하맘(공중 목욕탕), 장인의 붓끝에서 깨어나는 핫(HAT) 서예 이스탄불 구시가지의 작은 골목, 일반 관광객의 발길이 드문 곳에 위치한 하맘(공중목욕탕)은 튀르키예 천재 건축가 미마르 시난이 1530~1540년에 건설한 500년 역사의 건축물이다. 13년간의 복원을 거쳐 2023년 재개관한 이곳은 현재 핫(HAT) 서예 예술가 오메르 바쉬 다아가 상주하며 공방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 하맘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건축물 관람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메르 바쉬 다아는 2021년 튀르키예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휘스니 하트(Husn-i Hat)’ 작품 제작 과정을 현장에서 시연한다. 방문객들은 관광 가이드나 박물관 유리 너머의 박제된 유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수세기를 이어온 전통 기법 그대로 장인의 손길을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 시연이 펼쳐지는 공간이 현대 미술관이나 전시관이 아니라 500년 된 역사적 건축물 안이라는 점에서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감동과 영감을 선사한다. 과거 뜨거운 수증기로 가득했던 하맘은 이제 장인의 붓끝에서 써 내려가는 아름다운 서예 작품으로 채워지며,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예술의 현장으로 재탄생했다.

< 1540년 튀르키예 천재 건축가 미마르 시난이 완성한 하맘(공중 목욕탕) 건물에서 이슬람 전통 서예 하트 예술을 시연하고 있는 오메르 바쉬 다아 예술가 - 출처: 통신원 촬영 >
천 년의 레시피가 700원, 튀르키예 국민 간식 ‘할카 타틀르스’ 이스탄불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중 하나는 젊은이들이 노점 앞에 길게 줄을 서서 꽈배기 모양의 튀김 과자를 사 먹는 모습이다. 바로 할카 타틀르스(Halka Tatlısı)다. 이 디저트는 단순한 길거리 간식이 아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높아 매일 긴 줄이 이어지는 이 디저트의 뿌리는 10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0세기 바그다드 궁정 요리책에는 이 디저트의 원형인 잘라비야(Zalabiya)의 레시피가 상세히 기록되어 있어, 천 년 전 왕과 귀족들의 별미가 오늘날 국민 디저트로 이어졌음을 보여준다.

< 1,000년 전, 바그다드 궁정 요리책에 기록된 레시피 그대로 오스만 제국의 실크로드를 따라 길거리 국민 간식으로 재탄생한 '할카 타틀르스' - 출처: 통신원 촬영 >
당시에는 설탕과 기름이 귀해 칼리프와 귀족들만 즐길 수 있는 고급 디저트였지만, 놀랍게도 천 년이 지난 지금도 레시피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밀가루 반죽을 기름에 튀긴 뒤 시럽에 담그는 방식은 10세기나 2026년이나 동일하다. 한 입에 천 년의 역사를 맛본다는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단돈 700원으로 10세기 바그다드 궁중에서 왕과 귀족들이 즐기던 디저트를, 오스만 제국을 거쳐 오늘날에는 전 국민이 즐기는 국민 간식으로 맛볼 수 있다는 점은 놀라운 경험이다. 모르는 사람은 모르고, 아는 사람만 아는 할카 타틀르스(Halka Tatlısı)는 천 년의 왕과 귀족을 위한 레시피를 그대로 간직하며, 오늘도 서민들의 삶과 애환을 미각으로 체험하게 해주는 특별한 길거리 간식이다. 1,600년 전 지하 궁전, 레이저 아트로 깨어난 빛의 향연 마지막 행선지는 지하 공간이다. 5세기 비잔틴 제국 시절, 적의 포위 속에서도 콘스탄티노플 시민들에게 생명수를 공급했던 지하 물 창고, 쉐레피예 저수조가 1,600년이 지난 현재 최첨단 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서기 428~443년에 건설된 이 저수조는 위로 세워진 32개의 대리석 기둥 사이로 360도 레이저 매핑 쇼가 펼쳐진다. 단순히 과거를 박물관으로 보존하는 차원을 넘어, 첨단 기술을 접목해 현대 도시 재생과 문화유산 활용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 비잔틴 제국 당시 지어진 쉐레피예 지하 저수조, 첨단 레이저 조명을 입혀 현대적 도시 문화 공간으로 활용 - 출처: 통신원 촬영 >
캄캄한 거대한 지하 저수조 안에서는 에코로 울리는 웅장한 사운드와 화려한 레이저 불빛이 조화를 이루며 여러 장면을 연출한다. 관람객들은 이 광경을 바라보며 묘한 황홀경에 빠진다. 마치 인간이 거대한 지하 공간에 압도되어 신적인 존재 앞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받거나, 현재에서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과거와 미래가 뒤섞인 감각을 경험하게 된다.방문객들은 지상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색다른 지하 공간을 배경으로 자신의 실루엣을 사진으로 담기도 한다. 1,600년 된 대리석 기둥이라는 유형유산과 첨단 레이저 조명이라는 현대 무형예술이 결합하면서,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시간 속에 서 있는 듯한 황홀한 경험을 제공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