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중견 배우 이영란이 출연해 눈길을 끄는 영화 <포르탈레자 호텔(Forteleza hotel)>이 지난 1월 27일 상파울루, 브라질리아, 리우데자네이루, 포르탈레자 등 전국 11개 도시에서 개봉했다. 큰 홍보 없이 개봉 첫 주 리우에서는 예술영화 상영관 두 곳에서 조용히 상영 중이다. <포르탈레자 호텔>은 제69회 베를린영화제 파노라마 부문 수상작 <그레타(Greta, 2019)>에 이어 브라질의 아르만도 프라싸(Armando Praça) 감독의 두 번째 장편작이다. 작년 11월 제31회 시네 세아라(Cine Ceará) 포르탈레자 이베로-아메리카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주인공 필라(Pilar)를 연기한 클레비아 쏘우자(Clebia Souza)와 호텔 사장으로 분한 반데르레이 베르나르지노(Vanderlei Bernardino)가 각각 남녀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이영란 배우는 또 다른 주인공인 한국인 미망인 ‘신’을 연기한다. 갑작스럽게 잠시 호텔에 머물게 된 외국인 방문자로 일부 한국어 독백을 제외하면 모든 대사는 영어로 한다.
<영화 속 신(이영란)과 필라(클레비아 쏘우자) – 출처: vitrinefilmes 공식 배포 자료>
포르탈레자의 어느 낡은 호텔 메이드로 일하는 필라는 곧 브라질을 떠나 아일랜드로 가기 위해 돈도 모으고 영어도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필라는 어린 나이에 낳은 십 대 딸과 갈등으로 골치가 아프다. 신은 갑작스러운 남편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사후 처리를 위해 홀로 낯선 브라질에 왔다. 남편이 거주하던 호텔의 빈 방에서 머물며 필라를 통역으로 고용하지만 비싼 장례 절차와 냉담한 주변 반응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 신을 지켜보던 필라 앞에도 감당하기 벅찬 문제가 닥쳐온다. 영화는 필라와 신, 서로 다른 문화권의 두 여성이 직면한 각자 고통의 순간을 힘겹게 지나가는 과정에서 비로소 서로에게 공감하게 되는 진정한 연대의 힘을 그리고 있다.
<제31회 시네 세아라 영화제 ‘포르탈레자 호텔’의 필라 역으로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한 클레비아 쏘우자 – 출처: @cineceara 트위터>
생소한 두 여성은 최소한의 소통을 위해 영어를 사용한다. 그러나 같은 언어를 쓴다고 해서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련의 사건들, 함께 보낸 시간, 노력 등이 짧은 문장들 사이의 빈 공간을 매우며 비로소 두 사람은 관계의 밀도를 다지게 된다. 지역 언론사 《폴랴 지 뻬르남부꾸》에 실린 클레비아 쏘우자의 인터뷰를 보면 두 배우가 실제로도 비슷한 과정을 겪으며 영화를 찍었음을 알 수 있다. 나는 영어를 못한다. 그래서 (이영란 배우를 처음 만났을 때) 우리는 대화를 할 수 없었다. 때문에 소통하기 위해 몸을 사용했다. (중략) 아르만도 감독은 우리 (두 사람의) 관계 발전을 따라가기 위해 영화를 연대기적 방식으로 찍으려고 했다. 서로를 바라보기만 해도 서로를 이할 수 있는 순간이 왔다. 결국 우리만의 언어가 만들어졌다. 아르만도 프라싸 감독은 영화의 주제로 연대와 결속에 대해 강조한다. 특히 결속은 주변 사람들과의 익숙한 관계보다는 완전한 타인과 공감을 강요받을 때 도전이 될 수 있고 편안한 무관심에서 벗어날 때 변화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감독은 《헤비스타 지 시네마》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인을 주인공으로 세운 것에 대해 “세아라 주정부와 한국 엔지니어링 기술 협력으로 포르탈레자에 구축된 한인 커뮤니티에서 비롯된 현실적인 설정일 뿐, <기생충> <오징어 게임>등의 최근의 한류 열풍을 쫓은 것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영화는 대체로 별 세 개 이상의 호평을 받고 있다 – 출처: papodecinema>
코로나19 확진자 폭증과 영화산업 부진으로 상업적 홍보마저 부족한 독립 영화의 설 자리는 더더욱 좁아지고 있다. 전작 <그레타>로 대내외로 좋은 평가를 받은 프라싸 감독이지만, 개봉 소식을 듣고 평일 저녁 시간에 찾은 영화관에는 안타깝게도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현지에서 평가는 좋은 편이다. 언론사 《폴랴지 상파울루》는 별 두 개를 주었지만 그 외 영화 미디어 매거진 《papodecinema》와 영화 평론 사이트 《레이투라 피우미까(Leitura Filmeica)》는 별 세 개 반, 대중문화 평론 사이트 《쎄나스 지 시네마(Cenas de cinema)》에서는 별 네 개를 주는 등 다수 언론으로부터 대체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영화를 보러 온 스테판 씨는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두 캐릭터의 상황은 영화적이고 독특하지만, 그들이 처한 고통은 지극히 현실적인 브라질의 상황을 담고 있어 인상적이었습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영화를 보면서 중년의 한국 여성이 낯선 나라에서 역경을 마주하는 점, 부인이자 어머니로서 여성의 희생을 그렸다는 점에서 지난해 개봉한 영화 <미나리(2020)>가 떠올랐다고 한다. 대학에서 영화학을 전공하고 있는 치아고 씨도 “영화가 좋았고 특히 연기와 장면들이 아름답고 인상적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독립영화 특성상 관객이 적어 아쉽지만, 영화에서 표현된 자연주의 드라마, 브라질의 노동 및 이민 문제, 그리고 낭만적이거나 선정적으로 포장하지 않은 날것의 폭력 묘사는 대형 제작사가 아니었기에 가능했던 접근법으로 본다”고 전했다. 영화 전문 블로그 《시네마틱팁스》는 “이영란 배우의 연기가 탁월하고 (이영란 배우와) 클레비아 쏘우자 배우가 함께 하는 장면들이 이 작품의 백미”라고 글을 남겼다. <포르탈레자 호텔>. 아름다운 해변이 떠오르는 낭만적인 제목과 달리, 영화는 삶이 우리에게 가하는 비정한 폭력에 대해 그려낸다. 충격과 비통 앞에서 비로소 체념한 듯 무덤덤한 신의 얼굴을 들여다보면 비극은 언제 어디에서나 존재할 뿐, 당신의 잘못은 아니라는 위로를 받는다. 늦은 밤 서글픈 두 여성이 술잔에 기울인 불행은 브라질 포호 가락에 녹아들었다가 한국식 탱고가 되었다가 만취한 웃음 속에 옅어진다. 개인이 짊어진 고통은 잔인하고 외롭지만, 때론 이 평범하고 일반적인 감정은 가장 인간다운 공감대를 형성하고 서로를 위로한다. 지금 닥친 힘겨운 비극이 지나간 후에도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1월 27일 개봉한 영화 ‘포르탈레자 호텔’ 예고편 – 출처: Ingresso.com 유투브>
※ 참고자료 《Folha de S.Paulo》 (22. 1. 22.) <'Fortaleza Hotel', de Armando Praça, é gangorra de altos e baixos>, https://www1.folha.uol.com.br/ilustrada/2022/01/fortaleza-hotel-de-armando-praca-e-gangorra-de-altos-e-baixos.shtml 《segs》 (22. 1. 26.) Dirigido Por Armando Praça, Fortaleza Hotel Estreia Nesta Quinta (27/01), https://www.segs.com.br/demais/329861-dirigido-por-armando-praca-fortaleza-hotel-estreia-nesta-quinta-27-01 《Revista de Cinema》 (21. 11. 29.) CINE CEARÁ – “FORTALEZA HOTEL” UNE A DOR DE VIÚVA COREANA AOS SONHOS DE CAMAREIRA CEARENSE, http://revistadecinema.com.br/2021/11/cine-ceara-fortaleza-hotel-une-a-dor-de-viuva-coreana-aos-sonhos-de-camareira-cearense/ 《Folha de Pernambuco》 (22. 1. 27.) <'Fortaleza Hotel': filme cearense celebra a amizade entre mulheres>, https://www.folhape.com.br/cultura/fortaleza-hotel-filme-cearense-celebra-a-amizade-entre-mulheres/213620/
성명 : 서효정[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브라질/리우데자네이루 통신원] 약력 : 전) 서울여자대학교 의류학과 졸업 현) 리우데자네이루 YÁZIGI TIJUCA 한국어 강사 재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