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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로마 비티에스 카페에 모인 케이팝 팬들 인터뷰

2022-03-10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2월 26일 ‘BTS 카페’로도 불리는 로마 비쉬오네(Al Bishione) 카페에서 케이팝 행사가 열렸다. 2020년 가을, BTS 멤버 지민의 이름을 딴 ‘지민 커피’를 출시해 이탈리아 케이팝 팬들과 관광객 사이에 입소문을 타며 유명해진 비쉬오네 카페는 테레베 강과 코르소 거리 사이에 있다. 스페인 광장과 트레비 분수에서 수많은 관광객들 사이에 섞여 사진 찍고 구경하며 20분 남짓 걷다 보면 바로크풍의 분수가 아름다운 나보나 광장이 나오고 나보나 광장 옆 작은 골목에 관광객들의 다리를 쉬게 하는 작은 카페가 비쉬오네 카페다. 평소에는 에스프레소나 와인을 한 잔 마시며 잠시 쉬거나 파스타, 피자로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는 평범한 이 카페가 이날은 ‘블랙 앤 화이트’ 패션으로 화려하게 치장 한 10대 소년 소녀들과 지나다가 발걸음을 멈춘 구경꾼들이 섞여 카페와 카페 앞 작은 광장을 메웠다.
 

로마 BTS 카페와 지민 커피
로마 BTS 카페와 지민 커피

<로마 BTS 카페와 지민 커피>


카페에서 무작위로 틀어 놓는 BTS, 블랙핑크 등의 유명 케이팝 아이돌들의 음악이 하나씩 나올 때 마다 자기가 아는 댄스가 나오면 스스로 무리의 가운데로 와서 함께 춤을 추고 환호를 해주는 모습이다. 그 중에 나란히 옷을 맞춰입고 많은 곡에 나와서 춤을 추는 쏘냐, 그레타, 젠니, 발렌티나를 만났다.

에이티즈 제복을 컨셉으로 꾸민 이탈리아 케이팝 팬들

<에이티즈 제복을 컨셉으로 꾸민 이탈리아 케이팝 팬들>


오늘 의상 컨셉은 뭔가요?
오늘 저희는 에이티즈 코스튬으로 꾸몄어요. 에이티즈의 노래 <원더랜드(WONDERLAND)>가 공개되었을 때 멤버 성화의 제복이랑 체인 마스크가 정말 멋있었어요. 이 옷들은 저희가 직접 액세서리 하나하나 사서 만든 거예요. 일주일 동안 다 같이 모여서 만들었어요.

아까 보니까 무작위로 나오는 케이팝 춤을 많이 알고 있던데 열정이 대단합니다. 따로 연습을 하나요?
유튜브 보면서 발렌티나가 안무를 따서 가르쳐 줘요. 발렌티나가 춤에 소질이 있어요. 케이팝 댄스를 가르쳐 주는 아카데미도 있는데 거기서 배워서 다 같이 연습하기도 해요. 케이팝 댄스에서 중요한 것은 파워풀한 동작을 구사하는 거예요. 아이돌 가수들의 쇼 영상을 보면서 표정도 연습해요. 요즘엔 갓더비트의 <스텝 백(Step Back)>을 연습하고 있어요.

다른 사람들의 춤을 구경하며 멀찍이 떨어져 스무 살 동갑내기 친구 마르티나와 페데리카도 검정 자켓에 타이를 메고 무릎까지 오는 니삭스에 부츠를 매치하고 있다.

오늘 행사는 어떻게 오게 됐나요?
비쉬오네 카페 인스타그램에서 행사 포스터를 보고 왔어요. 전에도 몇 번 와서 행사를 구경한 적 있어요. 저희는 부끄러워서 남들 앞에서 춤은 못 춰요. 한국에 가서 케이팝 가수들 콘서트에 가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으니 여기에 이렇게 와서 다른 사람들이 춤추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좋아하는 그룹들에 조금이나마 가까이 있는 느낌이 들어요. 언젠가는 꼭 한국에 가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BTS를 직접 만나보고 싶어요.

이탈리아에서 케이팝 팬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남미나 아시아에는 케이팝 팬들이 아주 많고 행사도 많다고 알고 있어요. 이탈리아에서 케이팝은 주류는 아니에요. 제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는 케이팝을 즐겨듣는 친구들도 있고 케이팝만 들을 정도로 아주 열성적인 친구들도 있지만 어른들은 잘 모르죠. 어른들한테 케이팝은 애들이 듣는 음악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아요. 저희는 그냥 케이팝 음악이 너무 좋고 가사가 좋아서 들어요. 한국어 가사를 잘 몰라서 꽂히는 곡이 있으면 일일이 가사를 찾아봐요.

케이팝에 맞춰 춤을 추고있는 행사 참가자들

<케이팝에 맞춰 춤을 추고있는 행사 참가자들>


비쉬오네 카페에서 정신없이 서빙을 하고 있는 카페 직원, 안나와도 얘기를 나누었다.

평소에 한국인들도 카페를 많이 찾나요?
예전에는 많이들 왔었지요. 관광지랑 가까우니까 “BTS 카페 구경 가자”면서 들러서 지민 커피 마시고 사진도 찍고요. 그런데 요즘에는 한국 관광객들의 방문이 거의 업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이탈리아에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을 찾아보기 힘들어요. 대신 한 달에 한 번씩 크고 작은 케이팝 행사를 해서 로마에 사는 이탈리아 케이팝 팬들이 카페를 찾죠. SNS에서 만난 케이팝 팬들이 여기에서 직접 만나 친구가 되고, Corea news, Italian Army Friends 같은 인스타그램 커뮤니티에서 소규모 모임을 여기에서 하기도 해요. 로마에 케이팝 팬들 아지트와 같은 곳이죠.

오늘 행사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카페에 행사 포스터를 붙이고 인스타그램에 공지를 했어요. 오늘 행사는 카니발 행사로 케이팝 아이돌 분장을 하고 오면 콘테스트에 후보가 되요. 잠시 후 3시 30분에 투표가 마감되면 우승자 3명이 뽑혀 상품이 주어지고, 4시에는 케이팝 댄스 파티 시간입니다.

행사가 무르익어 가면서 행인들도 길을 멈춰 10대들의 춤을 구경하고 사진을 찍으며 하나둘 그곳을 애워싸고, 아직 쌀쌀한 날씨에도 자기가 아는 음악에 맞춰 춤추며 열광하는 10대 케이팝 팬들의 열기는 계속됐다. 4-5년 전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던 이탈리아 내 케이팝 문화는 세대를 아울러 폭넓게 번지기보다는 10대들만의 문화로 자리잡으며 반짝 유행으로 그치지 않고 깊고 마니악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듯하다. 대신, 케이팝으로 시작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넷플릭스 드라마와 한국 음식으로 이탈리아의 다른 세대와 폭넓은 취향을 아우르는 추세다.

통신원 정보

성명 : 백현주[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이탈리아/피사 통신원]
약력 : 전) 뮤지컬 <시카고>, <스팸어랏>, <키스미 케이트>, <겨울 나그네>, <19 그리고 80>, <하드락 카페> 등 출연 한영 합작 뮤지컬 작, 연출 현) 이탈리아 예지 그로토프스키-토마스 리처드 워크센터 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