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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분석] 드라마 〈더 글로리〉로 재조명되는 학교폭력 사건

2023-01-18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학교폭력으로 영혼까지 망가진 한 여성의 복수극을 그린 한국 드라마 <더 글로리>가 말레이시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더 글로리>는 1월 1일부터 8일까지 말레이시아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에서 1위를 기록했다. 1월 13일 <더 글로리>는 넷플릭스 '오늘 말레이시아의 톱 10 시리즈' 2위를 차지하며 여전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더 글로리>가 큰 인기를 끌자 현지 언론은 호평을 이어가고 있다. 현지 주요 말레이어 일간지인 《Kosmo》는 지난 7일 '<더 글로리>, 모두를 소름 돋게 만들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여덟 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된 드라마는 송혜교가 연기한 문동은이 학교폭력을 당한 뒤 복수하는 모습을 그렸다.'며 '시청자들은 문동은의 학교폭력 장면을 보면서 묘한 불편함을 느끼지만 그녀의 복수를 응원하며 박수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1월 13일 기준 한국 드라마 '더 글로리'는 오늘 말레이시아의 톱 10 시리즈 2위를 차지했다  - 출처: 넷플릭스

<1월 13일 기준 한국 드라마 '더 글로리'는 오늘 말레이시아의 톱 10 시리즈 2위를 차지했다 - 출처: 넷플릭스>

<더 글로리>가 말레이시아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학교폭력을 규탄하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현지 주요 영어 일간지인 《The Star》는 '넷플릭스 '더 글로리' 속 고데기 장면은 2006년 발생한 실제 사건과 유사하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드라마 속에는 학교폭력 가해자들이 고데기 온도를 확인한다며 피해 학생의 신체 곳곳을 고데기로 지지는 장면이 등장한다. 해당 매체는 2006년 청주 중학교에서 벌어진 학교폭력 사건을 설명하며 ''더 글로리' 고데기 장면이 시청하기에 너무 잔인하다는 지적을 받지만 실제 발생한 일들을 소재로 삼아 학교폭력을 재조명했다는 점에서 극찬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 글로리' 관련 기사를 보도한 현지 매체 - 출처: (좌)'Kosmo', (우)'The Star'

<'더 글로리' 관련 기사를 보도한 현지 매체 - 출처: (좌)'Kosmo', (우)'The Star'>

말레이시아 유명 블로그 Aian Khalil도 <더 글로리>에 대한 후기를 남기며 말레이시아에서 벌어진 학교폭력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는 글을 공유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샀다. 블로거는 '알와 줄파한(Arwah Zulfarhan)이라는 말레이시아 학생도 학교폭력으로 화상을 입었다가 제대로 입원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했다. 누군가를 괴롭히는 것은 누구에게는 재미있는 일일지 몰라도 득이 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학교폭력은 정말로 잘못된 행동이다.'는 글을 게재했다. 해당 글에는 '줄파한이 당한 사건은 정말 비극이다. 학교폭력은 신에게도 구원받지 못할 행동이다.', '맞다. 말레이시아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하늘로 간 줄파한이 평안을 찾기를 바란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알와 줄파한은 2017년 말레이시아국가방위대학(UPNM) 기숙사에서 벌어진 학교폭력 피해자이다. 가해자들에게 구타를 당하고 다리미로 학대를 당해 전신의 80%에 화상을 입고 사망했다. 2021년 11월 이 사건에 가담한 18명의 학생이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으나 <더 글로리>가 화제를 모으면서 이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더 글로리' 후기에서 말레이시아 학교폭력 사건을 언급한 블로그 글에 공감하는 현지인들 - 출처: Aian Khalil 블로그

<'더 글로리' 후기에서 말레이시아 학교폭력 사건을 언급한 블로그 글에 공감하는 현지인들 - 출처: Aian Khalil 블로그>

2021년 한국 연예계에서 학교폭력 논란이 벌어질 당시에도 말레이시아에서는 학교폭력이 근절되어야 한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학교폭력 폭로가 이어졌던 2021년 3월 19일 《The Star》는 '한국 연예계 학교폭력 스캔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학교폭력 논란을 바라본 말레이시아인들의 반응을 보도한 바 있다. 이들은 온라인에 '우리가 케이팝 가수의 팬이라고 피해자들의 고통을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오랜 세월 동안 학교폭력을 용인한 한국 문화를 바꿔 나가야 할 때이다.' 등의 글을 남겼다. 이러한 반응은 젊은층이 사회문제와 정의에 민감한 세대인 만큼 학교폭력과 같은 불공정한 사건에 분개한 것으로 분석된다. 좋아하는 연예인이지만 팬심보다는 공정함과 정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사이코지만 괜찮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드라마가 화제를 모으자 한국 드라마가 정신병,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사회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데 영향을 줬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 <더 글로리>가 말레이시아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말레이시아에서 벌어진 학교폭력 사건이 재조명을 받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많은 팬들이 <더 글로리>의 시즌 2를 기대하고 있는 가운데 드라마는 말레이시아에서 학교폭력 문제를 되돌아보게 하는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며 콘텐츠의 순기능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넷플릭스(Netflix), https://www.netflix.com/
- 플릭스패트롤(FlixPatrol), https://flixpatrol.com/
- 《The Star》 (2023. 1. 12). Hot hair curler scene in Netflix’s 'The Glory' stirs memories of similar violent bullying case in 2006, https://www.thestar.com.my/aseanplus/aseanplus-news/2023/01/12/hot-hair-curler-scene-in-netflixs-039the-glory039-stirs-memories-of-similar-violent-bullying-case-in-2006
- 《Kosmo》 (2023. 1. 7). The Glory bikin merinding, https://www.kosmo.com.my/2023/01/07/the-glory-bikin-merinding/
- 《Berita Harian》 (2018. 1. 29). Pendakwaan akan buktikan Zulfarhan mati didera, https://www.bharian.com.my/berita/kes/2018/01/382092/pendakwaan-akan-buktikan-zulfarhan-mati-didera
- 《The Star》 (2021. 3. 19). School violence scandals rock South Korean entertainment scene, https://www.thestar.com.my/lifestyle/entertainment/2021/03/18/school-violence-scandals-rock-south-korean-entertainment-scene
- Azian Khalil 블로그, https://www.aziankhalil.com/

통신원 정보

성명 : 홍성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통신원]
약력 : 현) Universiti Sains Malaysia 박사과정(Strategic Human Resource Manag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