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영화 〈리턴 투 서울〉의 현실

2023-02-23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최근 한국계 벨기에 입양인들 사이에서 프랑스 출생의 캄보디아인 감독 데이비 추(Davy Chou)가 연출한 <리턴 투 서울(Retour á Seoul, 2022)>이 화제이다. 정확한 한국계 벨기에 입양인의 수는 알 수 없지만 페이스북 그룹에만 800명 이상이 가입되어 있을 정도이다. 물론 입양인의 배우자나 친구들을 포함한 숫자이기는 하다. 현재 공식적으로 벨기에인들의 한국인 입양은 금지돼 있다. 이들에게 영화 <리턴 투 서울>이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들이 바라보는 해외입양은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벨기에 일간지에 실린 영화 '리턴 투 서울' - 출처: 'De Standaard'/ifd

<벨기에 일간지에 실린 영화 '리턴 투 서울' - 출처: 'De Standaard'/ifd>

벨기에 네덜란드어권 유력 일간지 《De Standaard(더 스탄다르트)》는 지난 2월 7일 기사에서 '가능했을 과거로 돌아가기(Terug naar wat had kunnen zijn)'라는 제목으로 영화 <리턴 투 서울>을 매우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기사는 "경쾌한 오프닝 음악과 노란색 글꼴의 '리턴 투 서울'이 기분 좋아지게 만드는 영화일 것이라고 착각하지 말라."는 경고로 시작하면서 "영화는 가족 관계의 회복을 카타르시스적이고 유쾌하게 끝내지 않는다."며 "국제 입양의 불가피한 슬픔을 사실적으로 그린 영화"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와 함께 <리턴 투 서울>에서 프랑스로 입양된 젊은 여자 주인공 프레디 역을 맡은 박지민에 대해서는 "영화 <리턴 투 서울>로 데뷔했는데 그녀의 무경험이 오히려 거침없는 20대 역할을 힘들이지 않고 담아내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한국계 벨기에 입양인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리턴 투 서울>이 주목할 만한 영화로 소개됐으며 "박지민의 연기로 숭고하게 해석된 훌륭한 영화"라는 평과 함께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무엇보다 벨기에 영화 배급사(Imagine Film Distribution)가 벨기에 네덜란드어 공동체 플랜더스에서 한국계 벨기에 입양인들을 대상으로 토론을 겸한 특별 상영회를 계획하고 있어 앞으로 동 영화에 대한 관심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친아버지를 찾은 수키 몬헤임(오른쪽) 씨 - 출처: 수키 몬헤임 씨 제공

<한국 친아버지를 찾은 수키 몬헤임(오른쪽) 씨 - 출처: 수키 몬헤임 씨 제공>

한국계 벨기에 입양인 수키 몬헤임(Sookie Monheim, 백현숙) 씨는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영화 속 주인공처럼 한국인 아버지를 찾을 수 있었다. 이 영화를 관람한 수키 씨는 "자신의 뿌리를 찾는 한국 입양인에 관한 아름다운 영화이다."라며 "물론 나는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고 감상평을 전했다. 그녀의 SNS에는 한국을 방문해 아버지를 만나 함께 찍은 사진들이 가득하다. 한국인 아버지는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딸은 그런 아버지에게 서툰 한국어로 "미안해하지 마시라고 아버지를 이해하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다. 수키 씨의 이야기는 영화보다 더 아름다운 결말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계 입양인들의 현실은 아름다움과 거리가 멀다. 통신원은 벨기에 입양센터의 의뢰로 통역 자원봉사를 하며 한국인 어머니와 벨기에로 입양된 딸의 영상통화 대화를 도와준 경험이 있다. 알코올 중독자의 남편이 떠나고 가난으로 딸들을 돌볼 수 없었던 한국인 어머니는 라디오에서 나오는 해외입양 광고를 듣고 딸들을 해외로 입양 보내기로 결심한다.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에게 한국 입양센터 직원은 벨기에라는 좋은 나라로 가니 걱정 말라고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어머니가 "키워준 벨기에 양부모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자 딸은 담담하게 "벨기에 양부모는 좋은 사람들이 아니었다."고 대답했다. 이 말을 통역으로 전하자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한국 방문 계획을 세운 딸은 어머니에게 "만나기 전에 DNA 테스트를 하자."고 제안했다. 한국인 어머니를 찾았다는 기쁨, 실제 친모가 맞는지에 대한 불안감, 친모와의 만남을 거부하는 친언니, 이러한 복잡한 심리 속에서 묵묵히 대화를 이어가는 입양인을 이해하고자하는 것 자체가 오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계 네덜란드 입양인 마르테인(우측) 씨와 그의 부인 잉허 씨 - 출처: 통신원 촬영

<한국계 네덜란드 입양인 마르테인(우측) 씨와 그의 부인 잉허 씨 - 출처: 통신원 촬영>

이렇게 한국인 부모를 찾은 것은 그나마 천운이다. 대부분의 입양인들은 열악한 출생자료로 인해 한국인 부모를 찾는데 실패한다. 수원에서 출생한 마르테인 몰(Martijn Mol, 이상열) 씨는 한국사회봉사회(KSS)를 통해 생후 2개월 만에 네덜란드로 입양됐다. 최근 한국 어머니를 찾고자 한국사회봉사회에 연락을 취했지만 생모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다는 안타까운 연락을 받았다. 마르테인 씨는 자신을 입양 보낼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의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어머니에게 주고자 네덜란드대사관을 통해 DNA 테스트를 할 예정이다. 한국 음식을 좋아하고 케이팝을 즐겨 듣고 한국 드라마와 예능을 좋아하는 마르테인 씨는 내년쯤 한국을 방문하고자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으며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한국어 실력도 뛰어나다. 부인 잉허 씨 역시 BTS의 팬으로 BTS 유럽 팬들을 위한 가이드 자료를 만드는 열성적인 아미(ARMY)이다.  

벨기에인들은 경제 강대국이자 문화 강대국인 한국에서 왜 여전히 해외입양이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말한다. 입양이라는 중대한 아동 인권 문제를 어떻게 한국 정부가 아닌 민간업체가 이행할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입양인들은 인종과 문화가 다른 해외입양은 아동복지가 아닌 아동학대라고 입을 모은다. 벨기에 현지 언론사들의 주목을 받을 뿐만 아니라 해외의 권위 있는 영화제들에 초청받고 있는 영화 <리턴 투 서울>은 앞으로 세계인들에게 해외입양의 어두운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줄 예정이다. 

사진출처
- 《De Standaard》 (2023. 2. 7). Terug naar wat had kunnen zijn, https://www.standaard.be/cnt/dmf20230206_97999991
- 통신원 촬영
- 수키 몬헤임 씨 제공

통신원 정보

성명 : 고소영[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벨기에/겐트 통신원]
약력 : 겐트대학원 African Languages and Cultures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