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드디어 카니발이 거리로 돌아오는가 했더니 이번엔 날씨가 말썽이다. 춤과 노래로 뜨겁게 불타올라야 할 브라질의 2월은 계속되는 비로 홍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폭염과 폭우에 시달리고 있는 리오에서는 잦은 정전으로 안타까운 인명 사고도 발생했다. 또한 상파울루는 올여름 비가 오지 않은 날이 손에 꼽을 정도이다. 비 피해가 막심한 상파울루주의 한 소도시에서는 피해를 입은 이웃들을 위해 카니발 행사를 취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불안한 일기예보에도 불구하고 크고 작은 축제가 예정된 도시 곳곳의 블로꾸(카니발 파티 장소) 참가자들은 이조차 이겨내는 열정을 보이고 있다. 입시를 마치고 곧 대학 신입생이 될 마리루 씨는 "이번 카니발을 위해 코스튬을 네 벌이나 준비했다."고 자랑했다. 각종 언론은 보도를 통해 수영복이나 우비를 입고 우산과 자외선 차단제를 준비하되 빗속 감전을 주의하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카니발은 모두의 잔치가 아니다. 의외로 브라질 사람 열 중 다섯은 폭염과 소음, 인파에 피로감을 호소한다. 공식적으로 뒹굴뒹굴 게으름을 피울 수 있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너무 더우니까 집에서 TV를 시청하며 조용히 쉴 거예요." TV 앞에 비스듬히 누워 마음 편히 볼만한 영상을 고르는 느긋한 휴가철 모습은 만국 공통이다. 어쩌면 카니발 휴가 기간은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최적의 기간이 아닐까? 그런데 화제작만 찾아보기, 높은 신뢰도로 특정 장르만 시청하기 등 코로나19를 겪으며 각자의 선호도에 따른 콘텐츠 시청 양상이 고착됐다. 콘텐츠 관련 온라인 기사들의 제목을 살펴보면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하는 케이팝 가수 다큐멘터리', '넷플릭스 내 한국 신작 목록' 등 이제 '한국'이라는 타이틀은 하나의 브랜드처럼 작용한다. 넷플릭스는 브라질 내 점유율 59%를 차지하는 1위의 플랫폼이며 가장 적극적으로 한국 작품을 수용하는 채널이다. 카니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월 11일 토요일 브라질 넷플릭스 내 한국 콘텐츠의 동향을 살펴봤다. 브라질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3위에 한국 예능 프로그램 <피지컬: 100>이 올랐으며 드라마 <연애대전>이 4위, <환혼: 빛과 그림자> 7위에 올라 눈길을 끈다.
<2월 11일 브라질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10위권에 오른 '피지컬: 100', '연애대전', '환혼: 빛과 그림자' - 출처: 넷플릭스>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한국 작품이라도 그 타이틀에 힘입어 하루 이틀 반짝 상위권에 올랐다 사라지기도 한다. 브라질 내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어 장기간 순위에 머물렀던 최근 작품으로는 <사내 맞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환혼>, <작은 아씨들> 등이 있다. 특히 작년 말과 올해 초에 걸쳐 시즌제로 방송한 <환혼>은 방영 내내 상위 10위권 내에 머물며 장기간 대단한 인기를 보여주고 있다. 사극이 시청 상위권에 오르기는 쉽지 않은 일인데 동양 판타지 장르가 브라질에서 장기간 인기를 끌고 있어 흥미롭다. 한국 영화의 경우 최근 <정이>가 개봉 후 상위권에 올랐다. 이처럼 한국 신작이 공개되고 상위권에 올라오는 일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아 현지의 고정 시청자층이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3위에 오른 한국 예능 프로그램 <피지컬: 100>의 선전도 눈길을 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브라질에서 워낙 인기 있는 장르인데다 한국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현지 프로그램과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는 평이다. 20대 직장인 헤나토 씨는 브라질 인기 리얼리티 프로그램 <빅 브라더 브라질(Big Brother Brasil)>와 한국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솔로지옥>의 팬이다. 두 쇼의 차이점을 느끼며 시청하는 것이 관람의 묘미라고 전했다. "한국의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참가자들은 감정이나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해요. 연애할 때의 마음 변화가 잘 그려져서 공감할 수 있어요. 반면 브라질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개인의 심리를 그렇게 세밀하게 포착하지 않아요." 또한 수위에 대해서도 의견을 전했다. "한국의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는 모든 에피소드가 끝날 때쯤에야 무언가가 이루어져요. <빅 브라더 브라질>는 1화에서 벌써 키스 장면이 공개됐는데 말이죠. 뭐가 더 낫다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달라 각각 보는 재미가 있어요." 언제나 변함없는 브라질의 카니발을 지켜보며 향수와 고집을 동시에 느낀다. 비슷한 포맷에 악기와 의상 그리고 관중까지. 늘 똑같기에 안정적이며 사회를 아우르는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러나 한류는 이와 다르다. 한류는 역동적이고 유행을 이끌어나간다. 브라질 청년들이 한류를 통해 경험하고 싶은 것은 자국의 카니발에서는 향유하기 어려운 시대의 젊은 감각과 무한한 변화의 기회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현지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프로그램 장르에 Z세대의 감성이 적절히 담아 신규 시청자층을 효과적으로 흡수하고 있다. 사진출처: 넷플릭스 공식 홈페이지, https://www.netflix.com/
성명 : 서효정[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브라질/리우데자네이루 통신원] 약력 : 전) 서울여자대학교 의류학과 졸업 현) 리우데자네이루 YÁZIGI TIJUCA 한국어 강사 재직 중